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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06 00:12:40
Name 王天君
Subject MSL 해설을 통해 보고 싶은 게임이란.
* 이영호 선수의 경기 해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엠겜 해설진에 대해 한번 써봐야지 하는 글을 써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중계하는 두개의 메인 게임 채널이 있고 그곳에는 두 개의 메인 해설진들이 존재합니다. 온게임넷을 상징하는 엄전김 조합과 엠비시게임을 상징하는 철동승 (이 해설진은 뭐라고 부르는지를 모르겠네요????) 조합이 있지요. 얼마전 김동준 해설의 복귀로 다시금 이 메인 조합이 완성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엠비시게임의 해설진이 온게임넷의 해설진에 비해 신뢰도나 호감이 더 높았고, 그것이 김동준 해설의 복귀로 인해 더 높아진 상황이었죠. 무엇이 그들을 더 나아보이게, 돋보이게 만드는가? 많은 사람들은 엠비시 게임의 해설이 온게임넷의 것에 비해서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 라고들 이유를 꼽곤 합니다.

이런 여론을 끌어낸 엠겜 해설진의 주역은 바로 승원좌, 이승원 해설위원일 겁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그 장면의 인과관계를 조리있게 풀어내는  이승원 해설의 논리정연함은 게이머의 컨트롤, 전략 등 게임의 많은 요소들을 있는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달합니다. 이 게이머의 이러한 행동이 이런이런 의도를 가지고 행해졌고, 이런 결과를 나았으며 추후 이런 양상을 이끌어내고 누가누가 좋고 나쁘게 되었다 - 하고 한문장안에 요점들을 좌르륵 늘어놓는 그의 해설을 들을 때 저는 싱싱한 횟감을 순식간에 뼈를 바르고 맛있는 부위를 발라서 밥위에 얹어 잽싸게 내놓는 스시를 맛보는 듯한 깔끔함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엠겜 해설진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린 김동준 해설위원도 이런 정확함과 매끄러움이 돋보이는 해설인가요? 그의 해설을 들을 때는 오히려 상반된 느낌을 받습니다. 급격하게 변하는 톤과 음량, 단어 하나하나가 강조되고 짧은 문장안에서조차 흥분, 즐거움, 실망감 등의 표현이 아주 극명하게 드러나는 김동준 위원의 해설은 이승원 해설의 깔끔함과는 다른 양념이 깊이 배어있는 매운탕 같은 맛을 느낍니다. 생선 자체를 가지고 국물의 시원함을 우러낼 뿐 고춧가루와 각종 야채와 양념장을 넣듯이 그 안에 온갖 감정과 느낌을 담는 그의 해설에서는 다채로운 풍미가 가득합니다. 시원하고 얼큰하면서도 매콤짭짜름한 국물의 맛이 바로 김동준 해설의 느낌이죠.

두분 해설 다 중요한 장면에서는 탄식하고 흥분하며 소리를 지릅니다만 이승원 해설이 논리에 치우친 해설을 한다면 김동준 해설은 좀 더 감성을 강조하는 해설을 한다고 보입니다. 각자가 시청자의 어느 부분을 건드릴 것인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역할 분담이 되있다는 것인데, 다른 해설진들과 엠겜 메인 해설진을 비교할 때 "정확하다" 혹은 "날카롭다" 하는 단어들은 김동준 해설의 강점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닌지, 해설의 미덕을 너무 한부분에만 보는 것은 아닌지 하고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부분에서 엄재경 위원의 해설은 상당부분 재평가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해설이 스토리의 생산,  즉 감성을 강조하는 역할이라고 해서 정확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많은 이들은 단순히 썰을 푸는 사람이 보는 눈이 얼마나 되겠냐며 편견으로 엄위원의 해설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제가 볼 때 김동준 위원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잘 건드립니다. 어떻게 시청자들을 자극하느냐 하면 그것은 바로 김동준 위원 스스로 게임에 빠져들고 열정적으로 게임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것입니다. 게임 본지 햇수로 10년이 다되가고 임요환 선수 경기 보러 혼자 대전에 가본 저도 김동준 위원의 중계를 듣다보면 가끔씩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감탄합니다. 해설을 잘 한다, 혹은 경기를 재미나게 만든다 이런 감동을 받기에 앞서서 그의 열정에 먼저 놀라며 속으로 하는 말인즉슨 '정말 더럽게 스덕이네.... '. 집에서 혼자 보는 저도 응원하는 특정선수가 아닐 경우에야 저리 경기에 빠지지는 않는데, 뭘 그리 열을 올리고 신이 나서 이 말 저 말을 저리도 하는지.....게이머의 어떤 행동 하나하나에 그처럼 진지하고 심각하게 반응하는 해설자를 전 여태 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이 사람은 스타크래프트 관련한 일이 천직이구나 생각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의 모든 수식어는 정말, 대단히 라고 짧게 들리지 않고 저어엉마알~, 대단히이이이~ 하고 더욱 더 그 임팩트가 크게 느껴집니다. 좋으면 좋은 만큼, 나쁘면 나쁜 만큼 퐁당 빠져버리는 김동준 위원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식어가 있지 않습니까. "우주 최강!!!" 최강이라는 말도 모자라서 그 앞에 세계도 아니오 지구도 아닌 수만개의 행성과 은하계를 끌어오는 그의 이 열정은 해설진중에서는 가히 탑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왜 김동준 해설 위원의 합류 이후 사람들은 엠비시 게임의 중계를 보면서 더 즐거워하는 걸까요? 더 칼날같이 해설이 정확해지거나 무당급으로 예언적중률이 높아진 것도 아닌데요. 그 이유는 아마 "엠비시 게임의 해설진이 더 몰입을 잘 시키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해설진에 비해 더 정확하거나 분석적이라거나 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만 그것이 엠비시 게임의 해설진을 사람들이 더 높이 쳐주는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동준 해설의 중계를 보면서 저는 그것을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설의 근원은 결국 '얼마나 정확하냐' 가 아니라 '얼마나 몰입을 잘 시키느냐' 라는 것입니다. 온게임넷의 해설들이 욕을 먹는 이유도, 엠비시게임의 해설진들이 찬양을 받는 이유도 결국은 '시청자들을 얼마나 게임에 빠져들게 하느냐' 가 관건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요는 말하는 자가 가지는 '권위' 입니다. 티비 앞에 앉은 자들의 이목을 자신의 채널에 고정시키려면 볼 맛 나게끔 하는 어떤 힘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한낱 게임폐인들이 용이네 신이네 하고 엄청난 존재로 포장되는 스토리일 수도 있고 낮이고 밤이고 어느 비행모선만을 부르짖는 코믹함일 수도 있습니다. 저 사람이 보여주는 게임은 어떤 재미가 있어, 그러니 나는 이 방송을 봐야지 하고 사람들을 티비와 모니터 앞에 주저앉히는 힘은 이처럼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 힘이 발휘될 때에는 최소한의 룰이 필요하니 그것은 바로 '공정성' 혹은 '객관성' 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기본적으로 1:1의 대결입니다. 그 안에서 선악의 구분이 없고 주조연이 나뉘어져있지 않기에 정당한 게임은 정당하게 보여져야 합니다. 설령 게임의 양상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을지라도 이기는 자는 이기는 자의 입장에서, 지는 자는 지는 자의 입장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게임을 비춰주는 것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시청자는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보는 배심원이 아니고, 스포츠 중계는 항상 평범한 플레이보다는 파인 플레이에 중점을 둬서 보여주기 마련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경기 중계는 어느 한 쪽이 더 주목을 받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은 이 선수의 이 플레이에 주목하며 이 선수를 더 많이 언급하는지 합리적인 이유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것은 연봉도 아니고 포스도 아니고 오직 하나, 게임 내에서의 플레이가 좋으냐 나쁘냐, 이거 하나 말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중계진은 시청자들에게 한 장면을 의미를 담아 전달하는 일종의 권력자인 셈이고 방송은 on air 도중에는 시청자를 향한 일방통행의 의사전달입니다. 그렇기에 중계진은 게임의 외부적 요소, 어느 선수의 잘생긴 얼굴, 큰 키, 연봉 등을 떠나서 게임 내적인 요소들만을 시청자들에게 걸러 보내야 하는 것이죠.

오늘 이영호 선수와 박상우 선수의 경기는 이런 필터가 공정하게 작용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객관성을 잃어버린데에는 김동준 해설의 그 '몰입'이 약간 과하게 작용한 것은 아닌가 짚어보고 싶습니다. 게임의 해설 자체가 틀린 부분은 거의 없었다고 느꼈습니다만 다만 게임에 있어서 누가 더 주목이 되었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게임 내내 이영호가 주어가 되어서 전달이 되고 박상우라는 게이머는 목적어 또는 보어로서만 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문제는 이영호 선수의 역전 가능성을 박상우 선수가 당시 잡고 있던 현재의 유리함보다 더 자주, 강하게 짚어주셨다는 점입니다. 이는 분명히 게임의 플레이가 아닌 게이머 자체에 치우치느라 공정하지 못한 중계였다고 보입니다. (김철민 캐스터 또한 분위기에 너무 휩쓸려서 어느 한 선수만을 강조하는 우를 범했다고 보입니다. 캐스터란 해설을 거드는 보조자가 아니라 중계를 이끌고 중계의 방향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이끄는 책임자의 역할임을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만일 라디오 중계였다면 어땠을까요? 멋진 센스와 판단력으로 분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패한 이영호 주연 박상우 조연의 뻔한 드라마로 남을 것입니다. 중계진 여러분의 목소리가 게임 화면보다도 시청자들에게 게임을 전달하는 더 커다란 울림통이자 고동이라는 것을 항상 새겨주시고, 오늘의 실수를 발판삼아 더욱 더 멋진 중계를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김동준 해설의 뜨겁고 깊은 해설, 그 활활 타오르는 스덕력(?)이 게임 여러곳을 골고루 비춰주기를 바랍니다. 토요일 MSL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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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루
11/05/06 00:29
수정 아이콘
뻘글이지만 게임 내적.외적 최고의 경기라 생각하는 강민해설의 할루시네이션 리콜 경기때에는...
다른 요소들도 정말 재미가 났었지만 해설의 질도 엄청 우수했었다 생각했습니다.
오죽하면 MP3로 뽑아서 음성으로만 들어도 뭔가 느껴지는 긴장감과 전율/위기의식 등등.....
(지금 찾을려니까 얼마전 포맷을 해서 그런지 사라졌군요..끄응..)
화면으로 보았던 그 이상을 느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강민의 노림수를 중점으로 해설 하지만, 그와 동시 헛점이 많고 위험할수있다는 경고성 해설도 적절하게 균형을 이뤄내서....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나름 중립적 해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리콜이 성공하고나선 거기에 대한 칭찬을 하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작전이 성공해서 부터일 뿐,
그 전까지는 서로 팽팽한 중립적인 해설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모모리
11/05/06 00:5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한 선수에게 지나치게 몰입하는 현상은 종종 나오는데 저는 이 현상이 다름이 아니라 단순히 게임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수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승원 해설에 가려서(적절하지 않은 표현 같지만) 그렇지 사실 김동준 해설도 게임 읽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단지 그걸 논리적으로 전달하지 않을 뿐이지요. 김동준 해설이 흥분하고 아쉬워하는 것은 게임의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래서 게임을 잘못 읽은 경우에는 몰입이 쉽지 않지요. 지적하신 경기처럼요.

이 얘기는 엄재경 해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엄재경 해설의 포장 능력은 무한히 칭송받는 능력이긴 하지만 굉장히 어색한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11/05/06 08:16
수정 아이콘
글 내용 모두가 제 생각이랑 같네요
워낙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중계진에 대한 팬들의 믿음과 기대가 컸기에
어제 해설에 대해 더 쓴소리를 하시고 아쉬운 점을 토로했던 것 같습니다.
소통이 잘 되시는 분들이라 믿기에 별로 걱정은 되지 않고
토요일에 멋진 해설과 경기 기대하겠습니다.
지아냥
11/05/06 09:14
수정 아이콘
추천하나 꾹 누르고 갑니다!
자네스타좀해
11/05/06 10:18
수정 아이콘
동준해설 OME경기때는 침묵을... 그런데 그런 경기가 있긴 있었나요? 막상 또 찾아 보려고 하니 잘 안보여서요.
11/05/06 14:56
수정 아이콘
엠겜해설들께 대한 신뢰와애정이 크기에
어제 해설에 대한 거북함이 있었어도
굳이 로그인하여 그들에대해 비판을 하고 싶진 않았었는데요
이글은 추천하기 위해 로그인하게 만듭니다.
라이크
11/05/06 14:5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김동준해설의 감성과 이승원 해설의 넓은 시야가 조화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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