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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23 21:13:35
Name 王天君
Subject 어리다고 (그를) 놀리지 말아요.
스포츠, 스포츠 하지만 가끔씩 이것이 정녕 축구나 야구 같은 다른 구기종목들에 준하는 스포츠로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 회의가 들 때가 있습니다. 다른 종목에 비하면 시작한지 기껏해야 고작 10년밖에 안됐고,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 그 비관의 벽을 깨고 오늘날까지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종목이 이스포츠, 스타크래프트이긴 합니다만 리그가 제대로 개최될 수 있을까? 저 선수는 어떻게 될까? 이 판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고 아직까지도 팬들이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수가 없는 게 이스포츠계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판이 불안불안한 이유를 앞서 말한 물질적인 이유보다도 다른 곳에서 찾을 때가 많습니다.

이스포츠계는 계속 성장하지만, 팬들은 아직도 너무나 미성숙합니다. 오늘 누군가의 고백은 뒤집힌 이름 하에 신나게 털릴 뿐입니다.

방송이 되냐 안되냐 법정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대회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방송사와 대회의 역사는 계속해서 쌓여갑니다만 팬문화는 아직까지도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판이 시작될 때부터 그랬고 커지면서는 본격적으로 난장판이 되어가더니 마침내 "애정이 있어서 까는 거다" 라고 조롱과 멸시가 팬심으로 포장되는 것이 그럴싸한 상황으로까지 치달았습니다. 참 쉽게도 까고, 쉽게도 내뱉습니다. 누군가에게 실망하고, 누군가를 비웃는 것만큼 그에 대한 응원과 기대가 비례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감동은 쉽게 식고 그 누구도 이유없는 비난을 피해가지는 못합니다. 어제까지 쌓은 100승은 오늘 치룬 1패를 덮어주지 못하고 누군가의 삽질이 누군가의 슈퍼플레이보다 오래 회자됩니다. 과하게 말해서, 모든 프로게이머들은 누군가의 팬에게 이지메를 당합니다.

10대 초반에서 20대 중후반, 느지막히는 30대 40대까지 포용하겠지만 스타크래프트의 주 시청자는 아직도 어리고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합니다. 이렇게 말 하는 저도 어른이다, 다 컸다라고 절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스포츠,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팬심을 비추어놓았을 때는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선수의 팬으로서 남 부끄럽고 해가 될 짓은 한 적이 없다고요. 가끔씩은 실망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만 제 스스로 생각하는 " 좋은 팬 " 의 기준에서 벗어난 적은 없고, 항상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제 자신의 기준치를 적용하는 것은 아주 오만한 생각이겠습니다만은 그래도 지나치다 너무한다 우려하는 것들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모를텐데, 10년간 지켜봐온 팬의 눈에는 더 저열해지면 저열해졌지 발전했다고 봐지지가 않네요.

오늘 한 선수가 연습을 할 수 없는 상황을 토로했고 그에 대한 팬들의 걱정, 분노, 안타까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만 이곳만큼이나 이목이 집중되는 다른 곳에서의 반응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누군가가 못해서, 실수해서 까이는 것이야 옳은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땅히 고쳐져야 할 문제가 터져나왔는데도 그것을 개인의 핑계와 변명으로만 치부하는 그 댓글들을 보니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누군가는 다른 선수들을 비교하며 질타하고, 누군가는 그의 약한 정신력을 꾸짖습니다. 한 선수의 용기와 진심이 서린 인터뷰에 정말 이런 식으로밖에 대응할 수는 없는지, 단지 어리기 때문에 이렇게나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것이 올바른 방향의 팬 문화인지 심히 안타깝기만 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이 판은 칭찬에 인색하고 비난에는 이리도 후한가요?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돌이나 연예인들의 팬문화와는 오히려 반대로 흘러가는 이 양상에 희한할 정도입니다. 차라리 무작정에 가까운 옹호나 애정이면 판이 커가고 지속되는데 양분이라도 되겠지요. 어떻게 된게 가장 열렬히 시청하고 관심을 퍼붓는 이들이 가장 혹독하고 매몰차게, 아무 생각없이 선수를 대합니다.

모르겠습니다. 한 사건을 바라보는 개인의 정치적인 입장이나 가치관이 다를 수 있겠지요. 아직 어린 친구들에게 너무 과한 의식의 발전을 요구하는 것일수도 있겠구요. 그래도,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아닌 건 아닌 겁니다. 애정과 관심은 선수를 보호하고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데 쓰여져야지 누군가의 진심을 쉽사리 짓밟고 타개해야 할 문제를 게으른 자의 변명, 핑계로 치부해버리며 주둥이 가벼운 놈으로 매도하는 데 쓰여서는 안됩니다. 좋아하고 사랑하면 아껴주는 것이 일단 선행되어야겠지요. 나무라는 것도 비웃는 것도 일단 나중으로 좀 미루어두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이기기 위해서 몇날 몇시간을 수많은 즐거움을 포기하며 게임 하나에 매달리는 게이머들의 열정을 자음 하나로, 상스러운 말로 내동댕이 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것은 배려와 이해가 일단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코흘리개 꼬마도 아는 기본이니까요.

거창한 개혁을 요구하기보다는 하소연에 가까운 글입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주 시청자는 여전히 저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일테고 이런 친구들이 스타크래프트가 방송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일테지요. 어린만큼 보다 순수하게, 따뜻하게, 뜨겁게 이 판을 일구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더 선수를 이해하고 사랑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 인터뷰에 실린 당신의 고민과 아쉬움에 위로의 말을 보냅니다 김택용 선수. 다른 곳의 글에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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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빠이
11/04/23 21:19
수정 아이콘
그져 핑계로 치부하는건 너무 나무만 보는거라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핑계가 아니라 팀시스템의 불만이고 그것을 표현한 것뿐이죠...
그리고 연습못해서 졌다기 보다는 이기고 지는걸 떠나서
지더라도 후회없이 져야하는데 김택용은 그러지 못해 아쉬움을
말한것이거요...
진리탐구자
11/04/23 21:26
수정 아이콘
성숙한 사람은 보통 타인에게 섣불리 어리다고 말하지 않지요.
타인을 어리다고 놀리는 사람들은 대개 어리고..
마이너리티
11/04/23 21:28
수정 아이콘
전 팬?들이야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게 너무나도 당연한지라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뿐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오늘 인터뷰를 보고 티원 코칭스태프들의 반응이 어떨까요???

상당히 어색해지고, 혹여나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지 걱정되네요..

딱히 응원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실력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호감가는 선수였는데..
11/04/23 21:48
수정 아이콘
저는 김택용선수가 눈빛이 아무리 날카로워도 오늘처럼 살기가 느껴지는 경우는 없었던것 같아요..... 그정도로 정말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나왔던듯;;
태연사랑
11/04/23 23:12
수정 아이콘
김택용선수 팬이 된게 강민해설과의 4강전이 끝난후 되었는데

그후 참 행복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처음나왔을때부터 골수 토스빠로서

역상성 종족인 저그를 잡고 첫 우승.. 그것도 그당시 토스로는 이길수 없다고

여겨지던 마모씨... 그후 3회연속 결승진출.. 박성균선수와의 경기에서 3회연속 우승을 하나 싶었지만

테란전에 문제를 보이며 하락시작.. 08년초기에 각종개인리그 탈락 프로리그 죽쑤고 이젠 끝나나 싶었습니다

sk로 이적 후 08-09프로리그에서 살아난 모습을 보이며 다승왕은 1승차이로 놓치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개인리그는 결승은 커녕 4강이 최고성적.. 그후 개인리그를 잘하길 기도했지만 또다시 부진에 빠지고

09-10 프로리그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다시는 부활하기 힘들지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10-11시즌에서 프로리그에서 다시 부활하며 다승1위를 지켜나가고있습니다

꽤 재밌는 선수이죠 응원하다가 뭔가 기대를 갖기 시작하면 실망을 갖게하고 실망하기시작하면 다시 잘하는

묘하게 응원하는 재미가 있는 선수였습니다 여튼 10-11에서 살아나면서 개인리그에 또다시 기대를 가졌지만

이번에 D조에서 결국 죽음의조를 뚫지못하고 또 다시 탈락하게 됩니다..

제가 아무리 광팬이지만 김택용선수만의 편을 들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쉴때도 있어야한다지만

이렇게 아쉬워할정도면 그 이틀쉬었다는동안에도 조금 더 연습에 매진했으면 어땠을까 싶거든요

결과야 어찌되었을지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SK는.. 아무리 모든팀이 프로리그 중심이라 하지만.. 선수에게 개인리그 연습시간도 조금 줘야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프로리그 중요한거압니다 다만 선수들에겐 개인리그도 엄청 중요합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다승왕을 해도 좋지만 개인리그에서 우승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실제로 이영호선수도 프로리그에서 그렇게 잘했지만

한동안 스타리그 msl에서 고전을 면치못했다가 진영화선수를 잡고 우승했을때

기쁨과 그동안 마음고생했던 것이 합쳐져 눈물을 보였죠 여튼 이번 일이 좋게 마무리되었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이 판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김택용선수 한때 응원을 포기할까 했지만 .. 더 더욱 열심히 응원할테니

반드시 개인리그에서 다시 한번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11/04/23 23:19
수정 아이콘
와 근데.. 포모스 게시판 반응들 보면 진짜 할 말이 없네요.
무슨 조치를 취하든가 해야지 무슨 마녀사냥 놀이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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