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er, 공이 울리기 전까지는
전설을 목전에 두고 3경기 R-Point.
제국령(領). 임요환 불패의 전장. 그러나 오영종은 이미 자신에게 있어 필패의 전장이었던 R.O.V.를 깨뜨렸고, 임요환을 815에서 격침시켰다. 마법의 무대, 가을의 결승전에서 오영종이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임요환은 세 번째에도 FD를 꺼냈다. 이 So1에서, 임요환에게 있어 FD는 그의 프로토스전의 거의 모든 시작이었다. 아마도 이것 역시 오영종의 예측 범위 안에 있었다. 서지훈을 상대하면서, 최연성을 상대하면서, FD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책모로 분쇄해온 그 오영종을 상대로의 FD였다.
헌데, 오영종은 침묵했다. 게이트웨이를 건설하면서 옵저버토리로 넘어갔다. 최연성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다크템플러, 서지훈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드라군 푸쉬, 그 모든 것을 접고 오영종은 방어에 치중했다. 정찰조차 하지 않았다. 임요환은 6마린 1탱크 1벌쳐로 오영종의 본진 코앞까지 다가왔다 기수를 돌렸다.
오영종의 해답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그는 임요환을 내버려두기로 결정했다. 대신, 다크템플러로 임요환의 발을 묶으면서 빠르게 트리플 넥서스를 가져갔다. 앞의 두 경기로 오영종은 확신했다. 임요환은 ‘디펜스’다. 임요환은 그렇게 결정하고 나왔다.
하지만 그 즉시 임요환은 진군했다.
5시에서 11시로, 대각으로 가로질러오는 임요환의 병력 머리 위로, 다크템플러를 실은 오영종의 셔틀이 지났다. 그러나 임요환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진군했다.
그대로 오영종의 숨통에 칼날을 들이밀었고, 내찔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영종은 임요환이 제자리를 지킬 것을 확신했다. 다시 한 번 디펜스로서 받고 시작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을 유도하기 위해 다크템플러 드랍을 사용했다.
그러나 임요환은 진군했다. 패퇴의 직전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늘을 향해 칼끝을 쳐들고 말을 달려 나왔다. 입은 다물었고, 시선은 정면을 향해 고정되어 흔들림 없이.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르러 임요환은 진군했다.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고, 어떤 함정도 파지 않은, 그래서 오영종이 읽을 수 없었던 지순한 일격이었다.
오영종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임요환은 모든 책략을 버리고, 일순을 노리고 베어 들어왔다. 그렇다면 자신 또한 가장 자신 있는 일격으로써 맞대어주면 된다. 오영종의 자신감은, 임요환의 책략에 걸려들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으며, 또한 임요환과 정면으로 맞붙어도 지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이었다.
네오 포르테, 오영종은 임요환의 정공을 분쇄하기 위해 투 게이트 사업 드라군을 확보하며 터프하게 밀어붙일 준비를 했다.
바로 그 순간
임요환은 So1에서 처음으로 FD를 완전히 버렸다.
몇 해 전, 이른바 ‘양산형 테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대 폭발하기 시작한 테란 인재풀을 두고 최연성이 남긴 빌드에 근거한 테란 플레이어의 공장 생산식 양산이라는 평가가 대두하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이 논란에 있어, 디테일적인 부분을 살피지 않고 지나치게 플레이 외형에만 주목한 평가라는 비판이 뒤따라 인 바 있다. 실제로 ‘양산형 테란’론에 따라 ‘양산형 테란’이 아닌 테란을 따지자면, 지극히 극소수의 테란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극소수의 테란 가운데는 당연히 임요환이 포함되어 있었다.
임요환은 단 한 번도 ‘양산형’ 논쟁에 휘말린 적이 없다. 그는 언제나 스타일리스트로 여겨져 왔다. 판에 입문하는 초보자조차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외형적으로 타 테란과 지극한 차이를 보이는 게임을 했다. 발키리와 고스트에 이르는 모든 테란 유닛을 실험했고, 맵을 두댓(Doodad)하나 하나까지 뜯어내어 활용한다.
단, 그 와 동시에 So1의 임요환은 프로토스를 대적함에 있어 거의 항상 FD를 활용했다. 그는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했지만, 만들어진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것도 거부하지 않았다. 임요환에게 있어 최고의 플레이는 ‘인상 깊게 이기는 것’. 그리고 차선은 ‘인상 깊게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임요환이 항상 스타일리스트로 여겨질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최연성의 아이들로 여겨질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정(正)이 있어야 이(異)가 있고, 이가 있어야 또한 정이 있다. 그 정이을 조절하는 것, 그로써 상대를 완전히 기만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임요환의 스타일이었다.
자신의 승부사, 전략가라는 이름에 혹하여 전면 방어하는 상대에게는 정석으로서 대적하고, 그에 상대가 휘말리면 다시 사술(邪術)로서 유린한다. 지금이 바로, 사술의 순간이었다.
저 오영종은 과연 가을의 전설을 노리는 그릇이었다. 오영종은 단지 ‘마법의 가을’만을 믿지는 않았다. 최연성을 쓰러뜨린 것은 가을의 전설이 아니라, 오영종Anytime
[gm]이었다. 동화에 몸을 맡겨 콧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이 아니라, 존재하는 가능성 전부를 남김없이 끌어내어 계산한 치밀한 간웅이었다.
사술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강렬한 드라군 푸쉬로 임요환을 밀어 넣으면서 프로브를 맵 사방으로 보내 정찰하게 했다. 임요환이 다섯 시 지역에 건설한 몰래 팩토리는 털끝만큼의 차이로 가까스로 프로브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팩토리를 찾아내지 못했음에도 오영종은 본진에 드라군을 남겨 벌쳐 난입에 대비했고, 해설진들은 임요환의 실패를 예측했다.
그러나 임요환의 벌쳐는 오영종의 본진을 노리지 않았다. 오영종의 본진과 임요환의 본진을 잇는 직선 루트, 오영종 몰래 그곳에 스파이더 마인을 매설하고 모습을 감췄다. 오영종이 내려 보낸 옵져버는 또다시 털끝만큼의 차이로 그 장면을 목도하지 못했다.
임요환이 탱크와 마린으로 이루어진 병력으로 밀어붙이자, 일찌감치 진출해있던 오영종의 병력은 천천히 후퇴했다. 후방으로 퇴각하여 본진의 드라군 질럿과 합류하면 충분히 임요환의 진출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퇴각로에서 결코 존재할 리 없는 마인이 반응했다.
드라군 다섯 기가 폭사. 임요환은 다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영종에게 칼을 들이밀었다. 저 먼 다섯 시에서 벌쳐들이 고속으로 달려와 합류했다. 오영종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으나, 임요환의 일격은 고스란히 오영종을 찔렀다.
가을의 무대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두 사람은 마지막 무대, 다시 한 번 R.O.V.로 향했다.
오영종은 그 자리에서 전설에 이른다.
임요환은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패배한다.
마지막 마법의 가을은 - 그렇게 끝났다.
전설의 후계 혹은, 전설을 넘어
2005년이 시작했을 무렵.
PLUS의 저그 에이스 박성준1(zergman)이 삼성전자 칸으로 떠났다.
그럼에도 PLUS에는 두 명의 프로토스가 남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쌓아올린 것 하나 없는 어린 토스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조금도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물량을 자랑으로 삼는 선수들이었다. 아무 것도 등에 진 것 없이, 즐거이 앞으로 내달려 저네들의 길을 뛰는 프로토스들이었다.
2005년 3월 박지호는 PLUS를 떠나 P.O.S.로 갔고 오영종이 그 자리에 남았다.
IS는 임요환과 홍진호, 이윤열이 저마다의 길을 택하며 스러져갔다. 조정웅만이 남은 잔해를 끌어 모아 그 자리에 남았었다.
2005년 3월. IS의 잔해, PLUS에서 박성준과 박지호와 오영종도 저마다의 길을 걸어 나갔다. 그 자리 그대로 남은 것은 오영종 뿐이었다.
그 갈림길로부터 불과 몇 달이 지나, 마법의 가을, So1은 세 사람을 불러들였다. 그러나 세 사람은 단 한 번도 So1에서 만나지 못했다. 박성준은 16강에서. 박지호는 4강에서. 오직 오영종이 마지막으로 서 있을 수 있었고 16인이 저마다 꾸었던 꿈의 종지부를 찍었다.
소년은 전설이 되었다.
희뿌연 연기 속에서, 먹먹한 함성 속에서 부둥켜안는 조정웅과 오영종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부둥켜안고 있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PLUS의 팀원들 사이에 박성준과 박지호의 자리는 없었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다리로 자신들의 길을 걸어 나갔으므로. 선택에 대한 책임. 하지만 아마도, 그들은 분했을지언정, 질투하지는 않았으리라. 아쉬워했어도, 후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영종은 박지호보다, 박성준보다 먼저 이 So1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에 막을 올렸을 뿐이다.
지금은 그들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주인공이 될 날도 온다. 스타리그는, 그 수많은 모두가 한번쯤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자아내는 무대였으므로.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지금 모든 이들은 오영종을 바라보기로 한다. 새하얀 스포트라이트 아래 선, 전설이 된 소년을 바라보며 환호하기로 한다. 바로 지금은 오영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로 한다. 언젠가 찾아올 자신들의 무대는 어떠한 모습일지, 남몰래 작은 기대를 품으며, 소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한다.
성학승이 떠났고 박성준이 떠났고 박지호가 떠났다.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졌을 때에야 소년은 어깨 위로 조금씩 무거워지는 짐을 느꼈다. PLUS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만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제 소년은 앞만 보고 내달릴 수는 없게 되었다.
‘질럿공장장’이라 불리며 물량만을 그 장기로 삼던 소년은, 2005년의 가을을 거치며 프로토스의 가장 치밀하고 냉철한 전략가 중 한 사람으로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이후에 이어지는 오영종의 이야기에서도, 그는 언제나 PLUS의 간판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스스로를 내보였다.
이제 그는 다시는 예전처럼 달리지 못할 것이다. 아무런 생각도 필요로 하지 않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내달리는 질주는 더 이상 그에게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영종은 후회하지 않았으리라. 그는 이제 전설이 되었으므로. 가을의 전설이 택한 단 한 사람의 주인공이 되었으므로. 그 자신의 힘으로, 그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모든 사람들을 이끌고 나아갈 힘을 갖게 되었으므로.
오영종은 이제야 자신의 그릇 안에 무언가를 담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영종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이었다.
임요환은 그 환호의 뒤에 있었다.
그는 다시 전설에 패배했다. 골든 마우스, 스타리그 100승, 전설의 끝, 그가 이 결승에서 이김으로써 손에 넣을 수 있는 그 모두가 날아가 버렸다.
마지막 전장 R.O.V.
오영종이 숨긴 ‘비장의 카드’를, 임요환은 다크템플러를 통한 급습이라 여겼다. 그것이야말로 볼 순 있어도 막을 순 없는, So1 내내 ‘사신’이라 불린 오영종이 숨길 법한 비장의 카드라 그는 여겼다. 그래서 앞마당에 커맨드를 내리기도 전에 투 컴샛을 확보했고, 철저하게 안티 다크템플러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오영종은 ‘사신’이 아니라 ‘질럿 공장장’을 택했다. 오영종은 아주 무난히 게임을 운영해나갔고 멀티와 물량을 확보해나갔다. 다시 한 번 마인이 깔려 있지 않은 곳. 자리 잡은 탱크와 벌쳐 병력을 오영종은 덮쳤고 격파했으며 그를 캐리어로 이어갔다.
‘승부사, 전략가’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적들을 기만해 온 임요환이 풋내기 오영종의 ‘사신’이라는 이름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임요환은 결국 대단원의 막을 내리지 못했다.
승기가 이미 기울었음에도 수많은 캐리어와 커세어가 테란의 본진을 유린할 때까지 그는 손을 놓지 못했다. 그는 그가 패배할 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피라미 악역처럼, 끝까지 지저분하게 마지막 저항을 했다. 부러진 이빨을 드러낸 개처럼. 녹슨 칼을 놓지 못하는 늙은 기사처럼.
언제부터인가 그것이야말로 가장 임요환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박살나고 무너져도, 전진하고 전진한다. 때로는 악랄하게, 때로는 비열하게, 비참하고 집요하게. 승리를 갈망하며 전진한다. 그는 4년째 같은 자리에 머무르고 있었다. 계속해서 그를 뒤로 밀쳐내는 시간에 맞서 끊임없이 발버둥 쳤고 - 전진했고, 그래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임요환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이번에도 전설을 꺾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의 이야기는 아직도 미완이다. 마침표를 찍지 못했기 때문에,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그것은 임요환의 사람들에게 있어 맹약이 되었다. 오직 게임 속에서만 황제일 수 있었던 그 청년이 6년에 걸쳐 좌충우돌 헤매며 긁어모은 그의 사람들, 그 사람들이야말로 그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제국이었다. 임요환의 네 번째 패퇴, 그를 맹약으로 삼아 제국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나는 다시 돌아오리라.
돌아와, 오늘 가지지 못한 그 전부를 쥐리라.
이미 몇 번이고 그러했듯이.
얼마 뒤 임요환은 T1을 떠나 공군 ACE에 입대했다. 그는 다시는 스타리그에 돌아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직 그의 이야기는 미완이며, 그의 사람들은 변함없이 그를 기다린다. 설령 전혀 다른 전장일지라도. 그곳이 다시 한 번 전설의 무대가 될지 알 수 없을지라도.
So1이 시작되고 끝맺을 무렵, MSL에서는 UZOO - 별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당대 이름을 날린 거의 모든 스타플레이어가 참전한 이 MSL은, 불길한 신성(新星)의 탄생과 함께 끝맺었다. 이 화려했던 전쟁에 오직 강민만이 초대받지 못했고, 그 강민은 이 세대 최후의 보루로서 마지막까지 마재윤과 대적하게 되었다.
이듬해 가을에는 오영종이 다시 한 번 혼을 불살랐다. 저그의 거성들과 ‘수퍼 엔진’ 전상욱을 꺾어내며 오영종은 나아갔지만, 두 번째 테란의 패도가가 그의 마지막 길을 막아섰다. 가을의 전설을 탄생케 한 한 명의 테란을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의 테란 패자에 의해 가을의 전설은 분멸했다.
후일 인크루트에서 송병구가 전설의 마지막 잔향을 따랐을 뿐. 임요환이 떠나감과 함께 가을의 전설도 그렇게 조용히 모습을 감추었다.
Epilogue
「아마도 또 다른 누군가가 더 나은 악기로 연주하리.」
-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So1이 끝난 다음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SKT T1의 철권통치는, 박지호와 박성준 그리고 염보성이라는 신성을 주축으로 한 영웅(Hero)이 된 사략해적(Pirate Of Space)이 무적의 제국함대를 격파하면서 끝났다.
So1에서 결국 임요환을 만나지 못한 홍진호는 신한은행S1에서 다시 한 번 날아올랐다. 임진록을 눈앞에 두고 임요환이 쓰러졌음에도 홍진호는 멈추지 않았다. 숙적의 분투를 바라보아야만 했던 So1을 되갚아주듯, 임요환에게 그의 분투를 똑똑히 보라 말하는 듯.
그 질풍가도는 결승을 코앞에 둔 4강, 저그전의 스페셜리스트 한동욱에 의해 끝났다.
홍진호가 스타리그에서 불사른 최후의 불꽃이었다.
변은종과 박성준의 삼성전자는 제국의 몰락과 함께 치고 날아올라, 뒤이어 합류하는 이성은 등과 함께 강호 칸의 기반을 다졌다.
김준영은 DAUM에서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고, 이주영은 공군에 입대하여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했으며, 신한은행에서 마지막 우승을 거머쥔 최연성은 은퇴하고 코치의 길을 걸어갔다. 이병민 역시 한동안 KTF 테란의 주축으로 이름을 날리다 Estro를 거쳐 은퇴의 길을 걸었다. 마지막까지 GO를 지킨 서지훈은 CJ 엔투스의 탄생과 함께 보답 받았고 CJ가 자리잡음과 함께 공군 ACE에 입대했다.
그들은 그렇게 끊임없이 걸어왔다.
3대 테란. 3대 토스. 조진락변태준. 그들의 낭만시대는 몇 년 전 이미 저물었고, 이제 오늘은 택뱅리쌍이라는 새로운 세대와 그 구도에 반역하는 대항마들의 이야기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래 전 기사들과 옛 사진들, 옛 경기들을 다시 되감아보며, 그 시절을 다시 떠올려본다. 임요환과 오영종을 떠올리고, 다시 최연성과 박지호를 떠올리고, 박성준과 박정석부터, 홍진호와 송병구에 이르기까지 그 열여섯 명 모두를 한 사람 한 사람 되돌아본다. 그들이 처음 나타났을 때를 생각하고, 가장 빛났던 때를 생각하고, 그들의 오늘을 다시 바라본다.
전설의 리그라 불리는 So1에서도 16인 중 누군가는 다른 이들보다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끝마쳐야만 했다. 16인 중에서 결국 단 한 번도 우승을 손에 쥐지 못한 이도 있고, 4강, 8강에조차 들지 못한 이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적어도 한 번은 프로게이머인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을 때가 있었기를 바란다. 모두가 아주 사소하게 지나치는 한 경기에 관한 기억일지라도. 혹은, 자신이 아니라 팀 동료에 관한 기억일지라도.
모두가 택한 길은 달랐고 모두가 얻은 결과 또한 달랐음에도, 그 한 사람 한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고 자신 나름의 싸움을 벌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장중한 대서사시만을 들어온, 가장 빛나는 별들만을 봐온 관객이 보기에 어떤 이는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을 향해 죽자 살자 매달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라. 누군가가 대적하는 거인은 다른 누군가에게 있어 풍차에 불과할 수도 있다. 당신의 거인조차도 다른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보잘 것 없는 그 무언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길을 평가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라. 그 길이 혹시 그 주인에게 있어서의 ‘전설의 리그’는 아닐지. 만일 그러하다면 So1의 관객으로서 격에 맞게 행동하라. 그 도전자와 그 무대의 화려함을 따지기 이전에, 어떻게 그가 싸워나가는지를 먼저 보라.
오영종이 그러했듯이 잿더미 속에서 꽃을 피우는가를.
임요환이 그러했듯이 패배 속에서 싹을 틔우는가를.
언젠가는 당신도 맞닥뜨릴 그것을 위해.
당신의 소원So1을 위해.
- So1 <完>
자료 출처
사용된 이미지 중 스갤 짤방은 스갤 짤방러 잣빠링, 다크고구미, 쿰꾸는곰, 살인비둘기, 적을링, 연생이몸매착해, 개념치킨, 자문위원, 동그라미님의 짤방입니다.
사용된 이미지 중 치어풀은 쿰꾸는곰, 다크고구미, passz, 서쿠리, 레오나님이 제작하신 것들입니다.
이 외 구 파이터포럼(현 아프리카 게임tv)과 스플래시 이미지(www.splashimage.net), UZOO, 그리고 포모스의 사진들을 사용하였습니다.
파이터포럼의 당시 뉴스 기사들을 참고하였습니다.
자아분열노트 ‘클’님의 글 “가을의 플람베르그”, 엔하위키 미러의 ‘FD테란’ 및 ‘이병민’과 관련된 항목를 참고하였습니다.
활용한 사진과 짤방, 글 등이 이미 몇 년 전에 다운로드 받아놓았던 것들이라 현재 다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령 구 파이터포럼의 사진들의 경우, 기사들은 아프리카 게임tv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나 사진들은 모두 엑스박스로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혹 데일리이스포츠 쪽 사이트으로 넘어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UZOO는 사이트가 폐쇄되었고, 스갤의 경우 글 수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그 시절 글들로 돌아간다는 것은 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번 디씨인사이드 개편으로 글들이 소실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온게임넷 홈페이지에 보존되어 있는 So1 스타리그의 영상들, 스플래시 이미지에 보존된 선수들 옛 사진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가을의 플람베르그’글은 리플 란에 '클'님께서 직접 링크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변변찮은 글을 끝맺는데 3년이나 걸려 죄송하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아울러, 글 길이로 인해 글 내용이 잘리는 피치못할 상황 탓에 글을 여러 개로 나누어 올리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