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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5/09 03:57:21
Name 시퐁
Subject [잡담]여러분들의 글엔 '대의명분'이 있습니까?
뭐, 편하게 읽어주세요. 이 글은 일부러 특정인들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제를 달았다고 하더라도 글을 올리는데 필요한건 분명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코멘트가 달리더라도 저는 겸허이 감수하고 글에 책임을 지겠습니다.

인터넷의 확산과 더불어 수많은 커뮤니티가 생겨납니다. 기존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끈은 대화라든가, 책이라든가 하는 것들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이 인터넷이라는 괴물이 등장하면서(저는 사이버 공간을 하나의 유기체로 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무한대에 가깝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커뮤니티라는 단어 자체가 하나의 사회공간이 되었고 그곳에서의 자기 표현은 '글'로써 드러납니다.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에는 그리 일반적인 일이 아니었습니다만, 현재에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 중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서론과 더불어 여러가지 문제점이 제기됩니다. 글을 쓴 대상이 '어딘가의 누군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어딘가의 누군가'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 현상, 동시에 '그 어딘가의 누군가' 또한 스스로를 닉네임이란 단어속에 묶어버리는 현상, 바로 익명성이라는 무기가 등장해버린 것입니다. 이 익명성은 양날의 검입니다. 한쪽 날은 자기 표현의 제한이 줄어든다는 것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긍정적인 것들, 그리고 다른 한쪽 날은 자신이 감추어졌다는 점을 이용하여 저질러 버리는 악랄한(멋진 표현이죠?) 것들입니다.
자, 여기까지는 모두 아시는 내용이죠?

그럼 갑작스럽지만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모두들 짐작하셨겠지만 제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방금 말씀 드린 양날중 뒷부분의 날입니다. 저는 스타크래프트 중계라는 것을 보기 시작한 이후 수많은 커뮤니티를 돌아다녔고 악랄한 날을 이용한 끊임없고 무분별한 비방, 스스로의 존재가 침범받았다고 생각한 나머지 남발하는 댓글과 동일한 이유에서 그 댓글에 또 달리는 댓글들..그리하여 결국 벌어지는 씁쓰레한 결말들, 익명성에 대한 불신감, 입는 상처, 그리고 타인의 상처에 대한 무감증들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사회이되 법이 없는 사회인 '사이버' 공간이 가진 하나의 감옥같은 것이고 피지알 또한 그 감옥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합니다. 아무리 커뮤니티 내부에 명문화된 규정이 있고, 운영자들의 감시와 노력이 있더라도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을 순 없으며 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당연하기에 어떤 형태로든 상처입히는 글이 올라오고 상처입는 사람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묻습니다. 여러분들의 글엔 '대의명분'이 있습니까?. 글을 쓸때 그것이 단순한 자기 표현과 그것으로 비롯된 자기 만족은 아닙니까?. 대의명분이라는 단어가 거창한것 같지만 결코 그렇진 않습니다. 여러분이 글을 쓰시면서 그것으로 비롯될 파급효과를 예상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만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 마음가짐은 하나의 '대의명분'이 됩니다. 이 곳에는 게이머들과 해설자들, 그리고 그 관계자들에 대한 비판이 간간히 올라오고 글의 대상자는 십중팔구 상처를 입습니다. 제가 글을 쓴 의도는 그 비판을 나무라자는 것이 아닙니다. 비판을 할 때 과연 그것이 글을 쓰는 여러분에게 충분한 대의명분이 있는가를 생각해보시라는 겁니다. 글로 인해 벌어질 사태를 예견하고 그것에 대해 절대적인 책임을 지셔야 한다는 것을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방금전에 말씀드린 문장을 스스로에게 적용시킨다는게 얼핏보면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적용할려면 글의 대상에 대한 오해를 없애기 위한(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없애기 위한것입니다)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글을 썼을때 그것이 충분히 도덕적인가, 인신공격성 내용이 아닌가, 내 글의 대상이 받게 되는 피해를 내 양심에 비추어보았을 때 떳떳한가, 후에 내 글이 잘못된 내용임이 밝혀졌을때 나는 책임을 질 수 있는가..등등을 복합적으로 생각하여 글을 써야만이 하나의 '대의명분'을 지닌 글이 되는 것입니다.

'대의명분'이 없는 글의 결과는 비참합니다. 예를 들어 글을 쓰면서 '이건 어디까지나 제 주장일 뿐'이라는 단서를 달아놓는다고 하면 잘못된 글일 경우 그 내용의 대상자가 상처를 입게 되고 게시판에서 논란이 벌어지면서 상처입는 사람이 생기지만 정작 잘못된 글을 쓴 사람은 '어디까지나 제 주장'이라는 문구로 인해 책임을 회피하게 되고 양심의 가책따윈 느끼지 못합니다. 시덥잖은 글로 인해 상처입는 사람만 생기는 거죠.

올라온 글들이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그 중에는 읽는 동안에도 책임감 있는 글이구나..라고 느끼게 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저는 과거의 것을 탓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앞으로 글을 쓰시면서..그 공간이 어디이든간에, 대의명분이 있는 글을 쓰시길 소망합니다. 이 소망은 분명 옳은 것이라고 믿습니다.


p.s 01 저는 문장을 정말 중요하게 여깁니다. 문장은 글을 쓰는데 있어서 저의 최대의 화두이고 글의 분위기에 가장 적절하면서도 그 자체로서도 살아있는 문장을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러분이 저의 문장에서 글의 의도에 반하는 문장을 발견하신다면 그것은 제가 글을 쓰는데 아직도 미숙하다는 것이겠지요. 저의 미숙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질 것이고 사과를 요구하신다면 사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글의 전체를 바라봐주시길 바랍니다 ^^  

p.s 02 다른 커뮤니티에서 닉네임때문에 문제 생긴 적이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닉네임은 '우주의 스텔비아'라는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 별명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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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raptor
04/05/09 04:04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비호랑이
04/05/09 04:0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입니다. 특히 '이건 어디까지나 제 주장일 뿐' 이 부분이 팍 와 닿습니다.
아마추어인생
04/05/09 04:12
수정 아이콘
추천 올립니다. "시퐁" 바로 그 귀여운 캐릭터를 떠올렸는데...
p.s보고... 아하하;;; 발음이 오해할만하네요^^
아방가르드
04/05/09 04:16
수정 아이콘
온라인에서 늘상 느끼게 되는 문제점이죠.
개인적으로 PGR은 운영자 분들의 노력으로 최대한 막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언제나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게 좋겠죠. 저번 김동수 해설이 편향적이고 잘못된 해설을 했다고 확신하는 글이 올라오고 소수의 분들이 그 글의 내용에 호응하는 것을 보고, PGR도 언제나 성역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때마침 좋은 글이 올라왔군요. 구구절절 동감합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누군가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집단적으로 그에게 공격을 하고 죄를 묻는 건 '설혹' 대의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양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공인(?)이라는 애매모호한 이름아래 끝도 없는 가중처벌과 무한히 반복되는 비난을 모조리 감수해야만 하는 건 아니겠죠.
미츠하시
04/05/09 04:18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느끼는 점이 많네요 글이라고 할것도 아니지만 이 글을 쓰신분의 말대로 참고해서 잘써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ArchonMania
04/05/09 04:23
수정 아이콘
'이건 어디까지나 제 주장일 뿐'이라는 부분.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알겠고 또 분명히 시퐁님의 말씀도 맞습니다만,
글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화자가 독자에게 자신의 글을 조심스레 표현할 때도 사용합니다.
그것을 사실인 것처럼 표현하는 게 아닌 '내 주관적인 주장이므로' 사실과 다를 수 있다.
를 완곡하게 표현하는 형태일 수도 있단 거지요.
어쨌든 글 잘 읽었습니다. :)
04/05/09 04:29
수정 아이콘
단어선택이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글을 한번 쓰는데 대의와 명분까지 나와야 하나요.

사람이 사람에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거나 느낀점을 표현하는데 있어
타인에게 예의를 갖추고 자신의 글에 책임을 가진다면 궂이 무슨 거창한
주장이나 주의를 내세울 필요가 있을까요?

댓글을 남발하거나 자신의 논리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글, 교묘히
상대를 조롱하는 글을 쓰는 것은 본인의 품성 문제이지 그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예를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고 거창한
논리보다는 진심어린 글을 쓸려고 한다면 다툼도 없겠지요.
백수생활
04/05/09 04:4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주장일뿐'이 부분에서 공감이...
자기만의 개인적인 주장을 둔갑한 상처주는 글들은 자제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특히 여러 의견이 공존한 이곳 pgr같은 싸이트에서는요...
글을 쓸때 자기가 쓴 글로 인해 타인이 느낄 감정을을 신중히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말에도 정말 고개가 끄덕여 지네요....
저도 앞으로는 글을쓸때 더 신중한 글을 쓰도록 해야겠네요...-_-;;;
秀SOO수
04/05/09 06:27
수정 아이콘
아 멋지네요. 오랜만에 자게에서 본 최고의 글 [제가 생각하기에..;;]
인 것 같네요. 물론 길다고 좋은 글이 아니겠지요. 아 역시 이런 글을
읽으면 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생각할 시간을 주어서 좋다는
말입니다. ^ ^ 그리고..P.S 02 가 너무 웃기네요 ^ ^;
Shevchenko
04/05/09 08:36
수정 아이콘
로그인하게 만들 정도로 훌륭한 글입니다.
아침부터 좋은 글을 읽어서 웬지 하루가 좋을 것 같네요.^-^

P.S.02 는 마치 반전놀이를 보는 듯한;

lapu2k님 // 님이 말씀하신 마지막 문장처럼 된다면 정말 완벽한 커뮤니티가 나오겠죠.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글을 쓸 때 '대의명분'을 생각해야 되는 것입니다.
04/05/09 09:09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이 가는 글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의 모든분들에게 읽혀드리고픈 글입니다. 다만 이미 온라인은 이런 글이 "미친x가 짖는다" 정도로 무시되어 버릴 정도로 황폐해졌음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적어도 pgr만은 그런 때가 덜 꼈으면 좋겠습니다...
04/05/09 09:12
수정 아이콘
pgr에 있는 대부분의 글들은 대의명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一切有心造
04/05/09 10:04
수정 아이콘
공감
글쓸때 조금씩은 더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04/05/09 10:21
수정 아이콘
lapu2k 님의 생각에 동의 합니다. 오히려 제가 느낀 pgr은 대의명분에 집착하는 글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가슴으로 와 닿는 글들은 별로 읽지 못했다는게 솔직한 제 마음 입니다. 쉽게 표현해도 될 말들을 , 어려운 단어들을 선택하거나 , 아리송하게 한바퀴 돌린 다음 표현하는 경우의 글 들을 많이 봤습니다. 아마도 그게 가벼운 글이라는 소리를 면하게 해준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남들이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글들은 별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쉽게 쓴다고 절대 가벼운 글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깐요~ 제 바램은 제발 어려운 단어와 문장으로 자신의 글을 꾸미지 말았으면 합니다.
페르케
04/05/09 10:42
수정 아이콘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네요. 대의명분이란...
하지만 저는 글을 쓰는 걸 더욱 주저하게 될 듯^^(아무래도 대의명분까지 부여할 실력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전체화면을 보
04/05/09 11:30
수정 아이콘
대의명분을 생각하기 전에...
어떤 감정이 글의 방향을 몰아갈 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에 쓰는 글들이라면 말이지요.........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이냐에 따라서 결과물을 다르게 만들지 않나요..
글은 마음의 창이라는데..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다듬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이디어트
04/05/09 11:31
수정 아이콘
퍽... 읔...
마치 저보고 하는 말인양...으읔... 가슴에 크게 와 닿습니다.
sometimes
04/05/09 12:06
수정 아이콘
아방가르드님//공감합니다. 대의명분이라는 단어는 잘 모르겠으나, 책임질 수 있는 글을 쓰자는 것에는 '시퐁'^^;; 님의 글에 공감을 해요. pgr에서는 좋은 글 많이 보고 싶습니다~~
woltramania
04/05/09 13:58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실컷 해놓고 말미에
'그냥 제 생각이니 태클 걸지 마셈'
라는 말로 빠져나갈 구멍부터 열어놓는 글들 정말 한심하죠.
안전제일
04/05/09 14:55
수정 아이콘
하고싶은 말인지.. 해야하는 말인지..의 차이라고 봅니다.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는 없겠지만
하고싶은 말때문에 해야하는 말이 매몰되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불행한(?) 것은 하고싶은 말이 없다면 해야하는 말도 의미가 없을것이라는 겁니다.

하고싶은 말을.. 해야할때 하는 게 제일 좋겠지요.
그린피스
04/05/09 15:10
수정 아이콘
대의명분.. 어감이 나쁜 말인데.. 다른 말로 바꾸어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04/05/09 22:36
수정 아이콘
단어의 선택이 좀 오해의 소지가 큰 것 같습니다.
사용하신 "대의명분"라는 단어는 사람들이 오해하기가 충분합니다.

사전에 나온
대의명분 :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와 본분
04/05/09 22:45
수정 아이콘
시퐁님/활동하신지 얼마 안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퐁님의 첫 글을 보고 글을 잘 정돈해서 쓰는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저 역시 정돈된 글을 좋아합니다) 제 생각대로 좋은 글을 올려놓으셨군요.^^
충분히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04/05/09 22:56
수정 아이콘
저는 꼬릿말이 붙기 시작하면 절대 글을 바꾸지 않습니다. 저의 글을 읽고 공감해주시것이 너무나도 고맙기 때문입니다.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대의명분이란 단어에 대한 해명을 드리겠습니다. 언어에는 물론 사전적인 의미가 제일 첫번째이지만 저는 대의명분이라는 단어가 문맥상 맛깔스러운 부분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글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단어선택이었으며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시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calvin님이 보충해주신 사전적 의미도 맞지만 사전에는 또 다른 해석도 나와 있으며 대의명분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해석보다 단어적인 해석이 더 일반적으로 통용됩니다. 다시 한번 지적해주시고 공감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고 읽고 평가받을때마다 여러분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느끼며 공감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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