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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1/31 15:45:44
Name kimera
Subject 택뱅리쌍에 관한 소고
송병구 선수가 모두가 우세하다고 한 결승전에서 3:0으로 셧아웃 되는 상황에서 택백리쌍에 관한 글을 적는 다는 것, 게다가 이들이 e스포츠 판에 등장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 벌써 3년이 넘어가는 시점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 이 글은 늦게 올려도 한참이나 늦게 올리는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에 나올 송병구 선수에 관한 글을 읽으신다면 그리고 택뱅리쌍이 나온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판에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이 글을 지금에야 쓰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택뱅리쌍은 두 명의 프로토스 김택용과 송병구, 그리고 한 명의 저그와 테란인 이제동과 이영호선수들을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4명의 선수는 각각 다른 팀에서 활동하고 있고, 각각 돌아가면서 최강자의 자리에 앉으며 각 대회를 석권하고 있지요. 물론 리쌍이 택뱅 보다 조금 더 강력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실제의 강함보단 경기 스타일에서 나오는 이미지일 거라고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4명의 선수가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는 거의 비슷하게 강력하고 거의 비슷하게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이들의 모습을 조금 적어보려 합니다.

먼저 갇 이영호 선수에 관한 분석부터 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e스포츠의 대 기록을 거의 다 가지고 있거나 거의 다 가지게 될 선수 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록을 가지고 있던 선수는 이윤열 선수였고, 당시에는 절대로 깨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록들이었는데 이걸 깬 선수가 바로 이영호 선수죠. 그의 시작은 분명 감각이 뛰어난 테란 게이머였을 뿐입니다.(물론 심하게 좋기는 했습니다.) 적어도 첫 우승을 했을 때까진 이영호는 그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가 변하게 됩니다. 2007년 즈음해서였던 것 같은데요. 스스로도 게임을 하면 할수록 무언가 새로운 걸 깨달아간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그러면서 말도 안 되는 승리를 그의 이름 앞에 놓게 됩니다.

이영호 선수의 경기 스타일은 “당신의 미래가 나의 손에 달려 있다.” 입니다. 제가 무척 재미있게 봤던 만화 중에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라는 극악의 연재 속도를 가진 작품이 있습니다. 여기에 보면 운명의 3여신 중에 미래를 지배하는 클로소라는 캐릭터가 나오는데요. 그녀에 대한 설명 중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녀는 미래를 본다. 하지만 그녀가 미래를 보기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미래 자체를 지배하는 지는 알 수 없다.’라고 되어 있죠. 미래를 안다는 것은 때로는 그 미래 자체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이영호 선수의 말도 안 되는 놀라운 힘은 바로 이 미래를 보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할 지가 이영호 선수에게 보이는 거죠. 이는 예전에 소고를 쓴 적이 있던 강민 선수의 능력과 유사합니다. 다만 다른 점은 강민 선수가 상대방을 자신의 꿈속에 가두는 것과 달리 이영호 선수는 상대방의 미래를 아는 것으로 그 미래를 지배하는 것이죠. 무슨 초능력처럼 적어버렸는데 쉽게 풀이라면 이렇습니다. 강민 선수는 스스로 짜온 전략에 상대방을 집어넣어서 다른 행동을 아예 하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것으로 그 강함을 증명했었습니다. 이런 강민 선수가 그 짜온 전략을 파괴하는 선수들을 만나면서 무너졌었고요. 이영호 선수는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를 미리 아는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예측을 하는 것이죠. 단순히 찍기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그것을 찾아내고 거기에 상대방을 가두는 것입니다.

비록 지기는 했지만 김명운 선수와의 위너스리그 경기를 보면 이런 장면이 잘 나타나는데요. 저그가 이미 메카닉으로 전환한 테란을 이기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멀티를 갖추고 값싸고 빨리 생산되는 저그의 유닛을 비싸고 생산시간이 오래 걸리는 테란 유닛과 계속해서 바꿔줌으로 말려 죽이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실제로 이영호 선수는 그렇게 지기도 했죠.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압도적인 멀티를 가지고 이를 유지라는 것인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탈을 쓰거나 드랍을 하거나 각종 게릴라 전을 해야 합니다. 김명운 선수도 이를 위해서 테란의 본진에 폭탄드랍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해설자들도 이에 대해서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모두 칭찬을 했고요. 경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김명운 선수는 드랍을 시도하다가 골리앗에게 막힙니다. 이와 비슷한 형태의 다른 경기를 보면 메카닉으로 전환 후 거의 대다수의 병력을 전선 앞에 배치하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이영호 선수는 오버로드를 떨어트리기에 충분한 수의 골리앗이 딱 격추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죠. 이는 상대방이 무엇을 할 지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상대방이 할 수 있는 행동을 예측하고 그곳에 함정을 파고 미래에 파국을 선고하는 것이죠. 우리가 그의 경기를 볼 때에 그와 상대하는 많은 선수들이 유리한 상황에서 병력을 허비하거나 병력 이동을 잘못해서 역전 당하게 되는 것이 다 이런 것에 해당하죠. 이영호 선수는 처음부터 예측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죠. 아울러 이영호 선수가 묘하게 배틀까지 뽑는 상황이 되면 종종 지게 되는 이유 역시 쉽게 설명이 됩니다. 공중 유닛 특성상 지형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그 특성상 다른 유닛이 조합되서 큰 변화가 일어날 확률이 정말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즉 예측해봐야 별 차이가 없는 상항이 되거든요. 바로 이점, 예측해봐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면 아무리 이영호라도 답이 없게 되는 점은 예측해도 어쩔 수 없는 속도를 가진 종족 저그에게 이영호가 종종 지는 것을 설명 할 수가 있습니다.

다음은 폭군 이제동 선수에 관한 것입니다. 그의 게임을 보면 폭군이라는 별명이 너무나도 잘 지어졌다는 것을 바로 인정하게 되죠. 너무나 강한 그의 공격은 그 파괴력과 속도에서 현역 프로게이머 중에서는 비교할 수 있는 상대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랭킹과 순위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영호 선수 마저도 그 공격력에서는 만큼은 이제동 선수에게 밀리는 모습이니까요.(솔직히 공격력으로 따지면 이영호 선수는 택뱅리쌍 중에서 가장 하위에 해당할 겁니다. 다만 힘이 작아도 가장 강력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그의 병력이 있고 가장 치명적인 시간에 사용되기 때문에 강한 거죠.)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요. 이제동 선수의 공격력은 그야말로 상대방의 압살하는 힘입니다.

이런 강력한 이제동 선수의 공격력을 쉽게 정의하면 ‘무한히 변화하는 신의 한 수’가 되겠습니다. 사실 저그 유닛은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3종족중 가장 힘이 약합니다. 가격대별 성능이 떨어지진 않지만 전체 유닛 수 재한이 200인 스타의 특성상 유닛 자체가 약하다는 것은 저그의 약점이긴 합니다. 실제로 예전에 저그에 의해서 프로토스가 압살되던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유닛의 수가 200대 200 상황이 되면 저그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고는 했었고, 테란과의 결승전에서도 경기가 길어져서 결국 유닛이 200대 200이 되는 상황이 되면 정말 처절하게 역전패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저그로서 우승을 하고 지금의 저그의 전성기의 토대를 만들어낸 두 명의 선수, 박성준, 박태민 선수가 만들어낸 방법이 바로 반 박자 빠른 공격과 반 박자 빠른 운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조합 함으로서 저그의 시대를 열었던 이는 지금은 저주 받은 이름이 되어버린 한 선수죠. 그리고 이 선수의 그 능력을 극대화 시킨 것이 이제동 선수입니다. 저그의 유닛은 하나하나가 약하지만 생산속도가 빠르고 모든 유닛이 따로 생산건물을 지을 필요 없이 해처리에서 나온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초반에 어떤 테크트리를 정하고 나면 이를 유연하게 변경하는 것이 힘든 다른 종족과는 달리 한번 기술 건물만 만들면 어떤 유닛도 필요에 따라서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저그라는 것이죠. 그에 반해서 테란이나 프로토스는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제동 선수의 경기를 보면 저글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다 어느 순간부터 무탈리스트로 변하고 상대방 유닛에 따라서 다시 히드라 체제로 변경이 되고는 합니다. 히드라 럴커 체제로 가서 한참을 싸우다가 보면 디파일러나 울트라 체제로 가곤 하죠. 이 상황까지 견뎌낸 프로토스나 테란들은 저그의 지상병력에 최적화된 유닛을 구성하게 되는데요. 이 때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한 무리의 무탈리스트들이죠. 지난 MSL에서 장윤철 선수와의 경기를 보면 방2업 무탈리스크 중심의 공격에 한참 당하던 장윤철 선수는 스타게이트를 3개나 올리면서 대 무탈 대비를 합니다. 그때 맵 중간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히드라가 모여 있었죠. 이제동 선수는 상대방이 상상하기도 전에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된 유닛으로 최적화된 힘을 냅니다.

이런 제동 선수의 약점이라면 그 변화를 미리 막아버리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걸 정말 잘하는 것이 이영호, 다음에 설명할 김택용 선수입니다. 변화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경우는 2009년 광안리에서 정명훈 선수와의 마지막 경기였죠. 어떤 변화도 할 수 없는 치즈러시였죠. 문제는 이제동 선수를 위시한 많은 저그 선수들이 자신들의 강함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컨트롤과 정찰능력을 키웠다는 거죠.

다음으로 소개해 드릴 선수는 김택용선수 입니다.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김택용 선수는 진심으로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전 생각합니다. 아마 그 재능을 점수로 친다면 택뱅리쌍을 통틀어서 최고가 바로 이 선수가 아닐까 합니다. 전체 프로게이머들을 전부 모아서 최고 전성기를 놓고 비교해본다고 해도 김택용 선수의 재능을 따라갈 선수가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겨우 몇 명 꼽아보라면 김성제 선수나 이윤열 선수 정도가 있을 겁니다. 현재 현역 프로게이머 중에서 가장 천재적인 선수를 꼽자면 바로 김택용 선수가 아닌가 합니다.(여담이지만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고 택뱅의 송병구 선수는 스스로 김택용 선수의 팬이 되어서 그가 하는 게임 스타일을 따라 해보고, 또 이리 저리 연구해보고 한다고 하죠._참고로 이 부분은 직접 확인 한 것이 아니라 모 기자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과연 무엇이 김택용 선수를 이렇게 천재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일 까요? 그것은 ‘나의 타이밍은 언제나 당신의 목 위에 있습니다’ 입니다. 가히 타고났다고 밖에 할 수 없고, 누구에게 가르쳐 줄 수도 없으며 오직 스스로만 알고 있는 것. 그것은 프로토스로는 상상 할 수도 없는 그만의 타이밍입니다. 김택용 선수의 병력들은 언제나 상대방이 가장 아파하는 곳에서 가장 치명적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가 최근에 했던 김명운 선수와의 경기기와 이영한 선수와의 경기를 보면 잘 나타나는데요. 보면 김택용 선수는 김명운 선수와의 경기에서는 같은 멀티를 계속해서 공격해서 결국은 밀어버리고 이영한 선수와의 경기에서는 한 곳이 아니라 멀티와 본진을 오가면 공격해서 결국을 밀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그 모습을 잘 보면 공격 들어갔다가 아니다 싶으면 빠지고, 된다 싶으면 다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타이밍에만 공격을 하고 이 공격이 이루어지는 순간에도 만약 자신에게 이길 수 있는 타이밍이 있다면 병력이 끊임없이 충원된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타이밍을 찾는 것도 뛰어나지만 한번 타이밍이 아니다 싶으면 빼는 것과 그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 병력을 충원하는 것도 모두 뛰어나다는 것이죠. 이런 강함은 거의 동급이라 비교되는 김구현 선수가 차명환 선수와 Benzene에서 했던 경기와 같은 맵에서 김택용 선수가 김명운 선수와 한 경기를 비교하면 확 알 수가 있습니다. 김구현 선수보다 조금 더 빠른 타이밍에 들어가는 공격 아니다 싶으면 빼는 모습, 그리고 그렇다 싶으면 그 전장으로 끊임없이 충원 되는 병력들 말이죠. 현란하다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감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게 감각적이라는 걸 어떻게 아느냐면, 김택용 선수는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한 때 제가 직접 이야길 했던 적이 있습니다. 경기 중에 시간 지나가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는 것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이는 MBC의 전 감독이셨던 하태기 감독과 현 SKT의 박용운 감독, 그리고 전 코치인 서형석 코치와 2005~6년도 즈음에 한창 하던 토론 중에 나왔던 이야기 때문입니다. 경기 중에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 시간 가는 것을 과연 선수들이 어떻게 알까 하는 것이었는데요. 전 SKT의 주훈 감독이 초시계를 동원해서 전략을 짠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죠. 저 같은 경우는 경기를 보면서 시간을 잰 것을 가지고 경기 시작 몇 분에 들어가는 어떤 공격이 강하다 뭐다 이야기를 했었는데 하태기 감독은 선수들이 그런 시간을 알 수가 없다고, 초시계고 뭐고 하는 것은 경기를 보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리고 그 자리에 있었던 박성준 선수 역시도 정확하게 시간을 알 수가 없고, 경기 중에 시간 가는 것을 자신의 해처리에서 일꾼이 나오는 속도 업그레이드가 끝나는 것 등을 보면서 안다고 하더군요. 이것을 가지고 시간을 알기 때문에 상대방이 시간을 아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일꾼을 가져가서 자원을 조금이라도 못 모으게 하고 유닛을 공격하고 해서 시간을 틀리게 한다고요.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의 유닛이 나오는 속도나 업그레이드 되는 시점을 가지고 게임 상에서 시간을 알고 상대방을 예측을 하는 데요. 정말 신기하게도 김택용 선수는 자신만의 절대 시간이 있더군요. 즉 자신이 어떤 실수를 해서 타이밍을 놓치는 상황이 되더라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갔고, 상대방이 어떤 유닛이 나왔거나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는데 정말 괴물 같았습니다. 아울러 이건 다른 선수가 배우려고 해도 배울 수가 없는 그만의 기술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김택용 선수와 함께 묶이는 송병구 선수는 어떤 선수 일까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택뱅리쌍 중에서 가장 많은 극성 팬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조금은 답이 나오지 않을 까 합니다. 송병구 선수죠. 스스로 뱅리건이라고 부르는 그의 팬들은 정말 극적이고 그 수도 압도적인 편입니다. 이 뱅리건이 송병구 선수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송병구 선수야 말로 청소년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스타일은 ‘나는 일분 전의 나보다 더욱 진화한다!’ 입니다. 이건 일본 열혈로봇 만화의 주인공이 악당 두목을 상대로 할 때 자주 하는 말이죠. 그런데 이 송병구 선수가 그렇습니다. 2004년 처음 등장했을 때 그가 이토록 성장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김가을 감독 말고는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그는 당시에 문제가 되고 있던 양산형 프로토스 중에 한 명이었을 뿐입니다. 참고로 양산형 프로토스에 대해서 조금 설명을 하자면 당시 상황은 말 그대로 테란 전성시대라 예선전이나 프로리그의 경기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테란이었죠. 조금이라도 게임에 재능이 있으면 거의 다가 테란을 했었습니다. 유명한 한승엽 선수도 원래 프로토스였다가 테란으로 전향을 했던 케이스고 그밖에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향 할 때에는 테란이 아니더라도 테란을 하는 것이 유행이었죠. 그리고 그렇게 테란을 선택한 게이머들은 팀에 들어가서 정형화된 빌드를 배우고 정형화된 패턴을 배워서 양산형 테란 고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황당했던 것은 이렇게 만들어진 테란들이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만큼 테란의 빌드와 전술 등이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양산형 테란들은 장시 A급 이상의 선수들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 아래 급에서는 손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가 있었습니다. 이 양산형 테란들을 잡기 위해서 나온 것이 양산형 프로토스입니다. 정형화된 빌드를 알기 때문에 프로토스는 그 정형화된 빌드를 파괴하기 위한 역 발상을 해갑니다. 대표적인 것이 테란 상대로 옵저버를 가지 않고 그냥 물량으로 밀어 붙이는 것 같은 것이죠. 마인제거를 아예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마인을 어디 박을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테란의 탱크가 어디에 있는지 멀티를 어디로 가져가는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가져가던 특정 테크를 포기하고 그만큼의 병력을 더 뽑아 양산형 테란을 잡는 거죠. 송병구 선수는 이런 양산형 프로토스 중에 하나였습니다. 지금의 그를 본다면 상상 할 수도 없는 모습이겠지만 처음 삼성의 연습생 시절의 그를 보아왔던 저로선 확실히 이야기할 수가 있지요.

참고로 이 양산형 프로토스 중에서 현재 활동하는 선수는 송병구 선수가 유일합니다. 송병구 선수는 끊임없이 타인의 스타일을 흡수하고 자기 것으로 변화해 갑니다. 그것이 자신의 선배거나 후배거나 심지어 종족이 다르거나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가 무결점의 총사령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완전무결해서가 아니라 계속해서 완전무결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담으로 몇 가지 이야기해드리면 송병구 선수가 예전에 프로토스 유저이면서 개인전 유저이면서 팀플 전담이던 저그 유저였던 이창훈 선수에게 게임을 배우려고 했었습니다. 당시 이창훈 선수를 인터뷰하러 갔을 때 송병구 선수가 이창훈 선수를 따라와서는 유닛을 돌리는 방법에 대해서 묻고 있었고 이창훈 선수는 정말 귀찮아 하면서 가르쳐 주더군요. 실제로 송병구 선수의 병력운영을 잘 보면 예전 팀플전에서 귀신같이 병력을 돌려 약점을 치던 이창훈 선수의 그것이 나타납니다. 김택용 선수와 결승전에서 패배 후에는 그 역시도 알 수 없는 공격 타이밍이나 날카로운 견제공격능력이 생겼더군요. 송병구 선수와 이야길 해보면 끊임없이 자기 이외의 선수들을 칭찬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타인의 단점을 찾기에 열중하는 사람은 타인의 장점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타인의 단점을 보면 볼수록 자신의 단점에는 눈이 감기는 것인 인간의 근본 심성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장점을 찾는 사람은 손쉽게 자신의 장점도 찾을 수 있고 새롭게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불교의 법화경에도 깨달음으로 가는 단계 중에서 겨우 2단계가 단점을 찾는 것이면 깨달음 전전의 6단계에서 장점을 발견하는 것이라 적고 있죠. 송병구 선수의 능력은 바로 이것입니다. 다른 선수를 칭찬하면서 장점을 발견하고 또 그에 맞추어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스타리그 결승에서 그가 정명훈 선수에게 패배하기는 했지만, 이제 그는 그에게서 속도라는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의 발전된 모습이 진심으로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긴 글을 쓰게 되었던 이유입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택뱅리쌍인가 입니다. 과거 가장 화려하게 등장했던 황제도 가장 뛰어나 보였던 천재도 충격적이었던 괴물도, 공포스러웠던 저주 받을 이름을 가진 선수도, 이토록 오랫동안 그 강함을 세상에 각인 시키지 못했습니다. 2009년에도 택뱅리쌍이었고, 2010년에도 택뱅리쌍이었고 2011년에도 택뱅리쌍이 될 확률이 무척 높습니다. 그것은 이들 4명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가진 이영호와 변화를 가진 이제동, 타이밍을 가진 김택용, 융합을 가지고 있는 송병구가 한자리에 있는 것이고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고 있고, 또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죠. 과거에 있었던 4대천왕이었던 임요환, 이윤열, 박정석, 홍진호의 경우는 인기는 4명이 갈라서 가지고 있었지만 서로 상호 보완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택뱅리쌍의 경우는 서로가 상대방에게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죠. 서로 결승전에서 본다던가 에이스 결정전 또는 대장전에 나와서 말입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더 연구하고 자신의 강점을 더욱 키우게 됩니다. 더욱더 강해지는 거죠. 그리고 이런 그들을 따라 함께 각 종족별로 뛰어난 선수들이 함께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프로리그는 어떤 팀이 어떤 선수들이 나와서 경기를 하더라도 어지간하면 정말 좋은 경기가 나오게 됩니다. e스포츠에 있어선 정말 긍정적인 상황인 셈이죠.

정말 오래간만에 적는 소고입니다. 양도 지나치게 기네요. 여하튼 간만에 즐거운 기분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읽는 분도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반응이 좋으면 정명훈 선수에 관한 소고도 한번 적어 볼께요.

From kim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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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왕자
11/01/31 15:52
수정 아이콘
미래를 가진 이영호
변화를 가진 이제동
타이밍을 가진 김택용
융합을 가진 송병구

재미있네요. 잘 읽고 갑니다~
이루까라
11/01/31 15:54
수정 아이콘
아아~ 키메라님!!!
저를 백만년만에 로긴하게 만드시다니...

소고를 다시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정명훈 선수 소고도 꼭 좀 부탁드립니다!^^)
Go_TheMarine
11/01/31 15:55
수정 아이콘
미래를 가진 이영호
변화를 가진 이제동
타이밍을 가진 김택용
융합을 가진 송병구

정말 멋지네요.
소고를 다시 보게 되어서 정말 좋습니다.
건강은 괜찮으신지 궁금하네요.
마빠이
11/01/31 16:36
수정 아이콘
엄청난 필력에 추천을 안누를수가 없군요.. ㅠㅠ

개인적으로는 이영호선수가 가장 천재성이 빛나는 선수라 생각하고
천재성+노력+멘탈 이 삼박자가 안벽히 융합해서 2010년 같은 괴물같은 성적과 포스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천재성+노력+멘탈 이게 무언가 아다리가 다맞을려면 게임내적으로나 주변여건이나
여러가지가 맞물려야 하기에 진짜 2010년 의 이영호가 남긴업적은 다른 게이머는
물론 이영호 스스로도 다신 못할거라 생각합니다.
11/01/31 16:48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습니다. 프로게이머를 다른 분들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셨기 때문에 글에 설득력이 있네요.
언제나
11/01/31 17:04
수정 아이콘
쩝.. 이건 글때문에 PGR 폐인을 못벗어납니다.
매콤한맛
11/01/31 17:10
수정 아이콘
강호동이 시상식에서 했던말이 생각나네요.
함께하면 오래간다...
라이벌들이 죽지않는데 나만 죽을수없다는 그런 경각심(?)같은게 이들에게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해주는거같네요.
체념토스
11/01/31 17:20
수정 아이콘
키메라님 잘봤습니다.
항상 글이 올라오면 기대하게 됩니다.

음 근데 이번글을 보고 느끼는 점 중에서

이제동 선수의 '변화'된 신의 한수를 중점으로 이야기 하셨는데...
전 제가 느끼는 이제동 선수의 모습은 변화보다

그냥 '신의 한수'를 중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변화적인 것은 오히려 이제동 선수보다 은퇴한 김정우 선수 변화야 말로 가장 빨르고 날카로웠다고 생각이 되고
전 그 극의 변화로 스타리그에서 이영호 선수 마져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동 선수 특징은 장윤철 선수 MSL 마지막 경기에서 보듯
병력 열세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주유닛을 끌어 들이고 가장 핵심지역인 12시와 9시멀티 동시 타격하는 신의 한수가 있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제동 선수는 최대한 공격적인 포지션보다 럴커 위주로 본진을 두텁게 쌓았고 상대방의 멀티 방어병력 충원되기
딱 한타이밍전에 치고 들어가는 그 신의 한수(노림수)야 말로

이제동 선수의 특징을 가장 잘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건 프로리그에서 한 전태양 선수 경기에서도 들어납니다. 저그가 3가스도 못먹고 허덕이는 가운데 딱한번의 타이밍을 노려 소수의 디파일러 럴커 저글링으로 전태양 선수 앞마당을 들게 만들더니 결국 그 수 한번으로 경기를 뒤집어 놓았습니다.

이제동 선수의 그 경기를 결정짓는 수는 어떤 상황에서 누구라도 뒤집을수 있는 이제동 선수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날
11/01/31 17:22
수정 아이콘
추천하려고 로그인하는 경험을 오랜만에 합니다. ^^

송병구 선수의 나이대가 프로게이머로서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나이대의 위험지대에 진입했고 김택용, 이제동 선수도 뒤를 따르고 있어서 약간 걱정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최근 이들의 경기력을 보면 당분간은 이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좀 더 오랫동안 이 네 선수들이 전성기를 유지해 줬으면 좋겠네요.
11/01/31 17:39
수정 아이콘
추천정말 오랫만에 해보네요..좋은글 감사합니다.
New)Type
11/01/31 18:02
수정 아이콘
오랫만에 보는 키메라님의 소고글이네요.
역시나 명문입니다.
택뱅리쌍의 최고 장점에 대해서 정말 잘 짚어주신듯 합니다.

이 4명은 언제까지 현재의 모습을 보여줄지도 기대되구요

p.s : 중간에 오타 2개가 있네요 ^^ 김성재 -> 김성제, 양상형 -> 양산형
PlaceboEffect
11/01/3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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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게로~!!
하나린
11/01/31 22:10
수정 아이콘
키메라님의 글! 깜짝 놀라 클릭해서 읽었네요. 추천하고갑니다^^
사소한 오타 하나 이야기하고 가자면 '나타나는 대요.->나타나는데요.'
그리고 이영호선수의 첫 우승은 2008년 초였고,
또한 대외적으로 무언가를 깨달았다, 즉 득도했다는 표현을 했을 당시는 2010년 3-4월 경입니다.
아무튼 2011년도 서로 상호보완해가며 더욱 발전해나갈 택뱅리쌍을 더욱 기대해봅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이영호선수가 그 가운데서도 더욱 빛났으면 하네요. 하핫
기차를 타고
11/02/01 20:27
수정 아이콘
얼마만에 보는 키메라님의 소고인가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정명훈선수에 대한 소고도 기대할께요 :)
11/02/04 00:33
수정 아이콘
추천하려고 로그인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dolphinSky
11/02/10 11:45
수정 아이콘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을 관찰하신 글이라 더욱 설득력이 있군요.
하지만 왠지 이영호선수를 잡고 우승했던 적이 있는 김정우선수의 은퇴나 이번 정명훈선수의 우승에도 오히려 송병구선수의 인기가 높아지는 괴현상은 "택뱅리쌍"이라는 제5의 괴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택뱅리쌍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플레이를 보여주기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선수들과 그들을 이기고도 택뱅리쌍이라는 이름을 이기지못해 패배감에 시들어가는 선수들...
물론 그 모든 것을 통틀어 강한자가 살아남은 결과겠지만 승률90%이상이라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승률...
지는 선수들마저 택뱅리쌍이니 어쩔 수 없다고 단념하게 되는 구조...
팬들의 인기는 가면 갈 수록 택뱅리쌍에게 몰리고 그 이외의 빛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
택뱅리쌍도 좋지만 함께가면 오래간다는 말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4명보다는 더욱 많은 게이머가 함께가는 판이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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