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반말체를 사용하는 것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쓰다보니깐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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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8.11.1
택뱅리쌍이라는 스타판의 새로운 아이콘이 탄생하기 시작하던 2007년부터 2008년
송병구는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2005년 데뷔하여 오영종, 박지호와 더불어 신3대토스로 불리던 그는
2007년 들어 그 포텐셜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라이벌이자, 택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김택용은 현란한 멀티태스킹 능력과 압도적인 피지컬,
그리고 비수류라 불리던 새로운 저그전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었다.
곰TV 시즌1 MSL 2007과 곰TV 시즌2 MSL 2007에서 우승을 차지해버린 김택용에 비해서
송병구는 가장 중요한 우승컵을 손에 넣어본적이 없었다.
곰TV 시즌3 MSL 2007에서 김택용에게 2:3 패배
에버 스타리그 2007에서 이제동에게 1:3 패배
박카스 스타리그 2008에서 이영호에게 0:3 패배를 당하며
전무후무한 전종족 상대 3연속 준우승을 경험한 송병구
그에게 붙은 별명은 진정한 콩라인의 황태자.
결코 달갑지 않은 그러한 별명앞에서 송병구는 다시한번 인크루트 스타리그 2008 결승에 올랐다.
모두가 송병구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었던, 그러한 시기에 송병구는 절실함과 냉정함을 가지고 결승에 임했다.
1경기 전진게이트 러쉬와 5경기 가스러쉬가 송병구의 절실함을 보여주었다면
2경기의 현란한 다크템플러 컨트롤과 5경기 조합된 병력의 마지막 러쉬는 송병구의 냉정함을 보여주었다.
그 두가지 모두를 갖춘 송병구가 손에 넣은 것은 꿈속에서도 너무나 가지고 싶었던 우승컵 바로 그것이었다.
송병구는 콩라인을 화려하게 탈퇴하며 배신자라는 칭호를 새로 얻게 되었고,
준우승 후의 우승자를 뜻하는 송라인을 탄생시켰으며,
김가을 감독은 앞으로 '임이최마송'의 시대가 열릴것이라고 했다.
-우승컵을 손에 쥔 송병구의 눈물..그것은 진정한 기쁨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2. 2010.9.1
2008년 인크루트 스타리그 우승후에
송병구는 택뱅리쌍에 걸맞는 최소한의 커리어를 자신의 이름앞에 새겨넣었다.
우승후에 절실함이 사라졌던지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의 슬럼프를 겪었지만,
최소한 송병구라는 네임밸류 앞에 걸맞게 택리쌍과의 경기에서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내가 택뱅리쌍의 뱅이라고!, 나 아직 죽지 않았어'를 외치는 듯했다.
하지만, 택리쌍이 프로리그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다승왕을 다투고 있을 동안
송병구는 삼성전자칸의 에이스의 모습은 보여주었을 지언정, 결코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2008년 우승이후 약 2년의 기간동안 송병구가 개인리그에서 쌓아온 커리어는
로스트사가 MSL 2009 4강
바투 스타리그 2009 8강 그 두가지가 전부였다.
2009년 즈음부터 이제동과 이영호 리쌍은 개인리그를 휩쓸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0년에는 이영호가 갓모드를 발동하면서, 본좌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본좌보다 더하다는 '갓(God)' 칭호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절치부심하던 송병구에게 그의 라이벌인 리쌍이 팬들에게 경외감과 전율을 불러일으킨 것이 자극이 되었을까?
다시 한번 정상의 자리에 올라가고 싶었던 절실함이 커진것일까?
송병구는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 2010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4강에 진출하게 된다.
4강전 상대는 이제동.
토스의 재앙이었던 마재윤보다 더한 토스의 대재앙 이제동.(테란이었던 이영호와는 차원이 다른 대재앙)
송병구는 질럿 찌르기와 커세어 운영 등 저그를 상대하는 토스의 기본기를 냉정함으로 가득채웠다.
그 기본기에 훼이크 커세어 등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이제동을 벼랑끝까지 몰아붙였지만,
마지막 한끝이 부족했다.
언제나 정상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승리에 목마른 이제동을 상대로
송병구의 냉정함과 절실함은 충분했지만 상대적으로 이제동에 비해서 한끝이 부족했고, 이는 패배로 직결되었다.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 4강.
어떤 이들은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했고,
또다른 어떤 이들은 송병구의 마지막 불꽃이라고 했다..
- 언제나 승리에 목말랐던 이제동에게 송병구는 한끝차이로 결승행 티켓을 넘겨주고 말았다..-
3. 2010.11.25~2011.1.24
프로리그 2010~11 시즌 2R가 시작되고, 더불어서 박카스 스타리그 2010과 피디팝 MSL 2010이 개막되면서
송병구는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데뷔 7년이 된 선수가 각성이라니? 하지만, 정말 각성한 듯한 플레이였다.
테란전에 비해서 항상 부족해보였던 저그전은 각성한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무자비하게 저그들을 탄압했다.
프로리그 저그전 11승1패, 송병구에게는 결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성적을 보여주었던 그 성적에는
자신의 앞길을 수도 없이 가로막았던 이제동에 대한 승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시기 송병구의 플레이는 저그를 상대로는 공발업찌르기와 효율적인 커세어운영, 그리고 조합된 병력의 한타싸움을
통해서 승리를 쌓아갔고,
테란을 상대로는 드래군 드라이브와 벌쳐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꼼꼼한 수비,
하이템플러를 반드시 포함시키는 조합된 병력의 움직임.
더불어 '캐리어는 역시 송병구'라는 현란한 캐리어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 이상의 플레이는 없을 것같았던 송병구의 플레이는 냉정함 그 자체였고,
그 저변에는 다시 한번 최고의 선수가 되고 말겠다는 절실함이 깔려있는 듯하였다.
제 2의 택뱅리쌍의 시대로 불리던 2010년 말~2011년 초에 송병구는 택뱅리쌍중에 누구보다 빛이 나 보였다.
30전 25승 5패의 압도적인 승률과 위너스리그 토스 최초의 역올킬
김현우와의 박카스 스타리그 2010 4강 경기에서 보여준 각성한 듯한 저그전과 토스 최초의 5회 결승진출
(김현우와의 1경기 2다크,2질럿 찌르기는 김현우의 허를 제대로 찌른 굉장히 냉정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라이벌 김택용을 2:0으로 셧아웃시켜버리며, 다시한번 토스원탑 논쟁을 불러일으킨 피디팝MSL 16강전.
송병구에게 거칠 것은 없어보였다.
양대리그 우승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승자와 패자의 모습을 이토록 극명하게 볼 수 있는 사진이 있을까 싶다..피디팝MSL16강 1차전 이후..-
4. 2011.1.27~2011.1.29
송병구의 양대리그 우승이라는 설레발이 온 스타 커뮤니티를 휩쓸기 시작했고,
이를 단순한 설레발로 치부하기하기에는 송병구의 압도적인 테란전과 각성한 저그전이 큰 무게로 다가왔다.
박카스 스타리그 2010 4강전의 압도적인 승리 이후에 가진 MSL 8강 vs 김명운 전에 앞서서
송병구는 결승전 대비를 위한 프로리그 불참 건으로 인해서 스타팬들에게 폭풍까임을 당하게 된다.
1년전 양대리그 결승을 앞둔 이영호선수를 도발한 것이 자신에게 이토록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정작 프로리그 불참건에 대해서 송병구의 직접적인 멘트는 없었으나, 김가을 감독은
"프로리그 불참은 송병구 선수의 개인리그 배려 및 프로리그의 선수단 자극차원"이라고 하였고,
스타팬들은 송병구의 언행일치가 안되는 행동에 대해서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물론, 이는 송병구가 스스로 감내해야될 문제였다.
김명운과의 피디팝 MSL 8강 경기에서 송병구는 며칠전까지의 송병구가 아니었다.
경기전부터 화가 잔뜩 나있는듯한, 멘탈 컨트롤이 전혀 안되는 듯한 표정의 송병구를 보면서
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송병구를 상대로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준 김명운에 비해서
송병구는 그냥 하던대로 플레이하였고, 이는 패배로 직결될 수밖에 없었다.
2경기에서 상대방의 노스포닝 3해처리를 전혀 파악하지도 못한채 허무하게 gg
3경기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허무하게 한방병력이 궤멸되고 gg
전혀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냉정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어진, 박카스 스타리그 2010 결승전.
모든 매체와 팬들이 송병구가 우승할 것이라는 설레발 앞에서 이미 송병구는 샴페인을 터뜨려버린듯했다.
그에 반해 콩라인을 탈퇴하기 위해서 몸부림치던 정명훈은 2008년의 송병구를 보는듯했다.
송병구의 모든 플레이를 vod로 분석을 하고, 전략적인 움직임을 가져왔으며,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3:0으로 송병구를 셧아웃시켜버렸다.
송병구는 이러한 정명훈의 움직을 전혀 예상치도 못한듯, 철저하게 정명훈의 손아귀 안에서 움직였다.
설령 송병구가 2008년 인크루트때처럼 우승을 향한 절실함을 보여준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해도,
정명훈의 S급 플레이는 결코 송병구의 우승을 장담하지 못했을 정도로 정명훈은 최상의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반면 냉정함, 절실함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송병구의 최악의 플레이는
0:3 셧아웃을 3일사이에 두차례나 보여주었다.
이보다 실망스러울 수는 없었고, 이보다 최악일 수는 없었으며, 이보다 굴욕적일순 없었다.
팬들에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고,
송병구의 본좌급 포스는 맥주거품처럼 허무하게 사그라들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을 했었고, 송병구의 팬이 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1경기 초반 드래군으로 정명훈의 첫탱크를 잡았던 플레이.
거기까지만 송병구다웠다.
- 자그마치 4번째 준우승....더이상 무슨말이 필요할까? 기부천사 송병구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듯하다..-
마지막. 2011.1.30 이후...
결승전 바로 다음날 열린 프로리그 10~11 3R vs SKT
송병구는 6경기에 출격하였다. 상대는 프로리그 15연승의 김택용과 마지막 대장전 출격이 예상되는 정명훈.
그냥 그대로 허무하게 패배하고 gg를 쳐버리는 상황을 많은 이들이 예상했고,
나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냥 쉬지. 무슨 망신을 당할려고 또 나오나?'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
6경기 김택용이 셔틀리버와 함께 송병구의 앞마당으로 들이닥친 장면에서,
송병구는 다시한번 냉정함을 보여주면서 김택용의 셔틀과 리버를 폭사시켜버리며, 승리를 가져가고
7경기에서는 송병구다운, 테란전의 마스터다운(김가을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모습을 보여주며
어제의 굴욕을 조금이나마 갚아주었다.
그렇다고 지난 3일간의 굴욕이 없어지진 않는다. 여전히 상처는 살을 베인듯 아프겠지만,
최소한 송병구는 예전의 송병구와는 조금은 다르다는것을 보여준 듯하다.
상처는 가슴속 깊이 남아있다.
그 상처는 과거의 굴욕에 대한 회한으로 머무를 수도 있고, 또다른 발전을 위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 선택은 송병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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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구선수의 오늘 승자 인터뷰에서 두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1. 결승전이 끝나고, KTX를 타고 올라올때 송병구를 응원하던 팬들이 토스트를 사먹는걸 보았다고 했는데,
사주지도 못했고, 면목이 없어서 숨기까지 했다는 얘기.
2. 다음시즌에는 독기를 품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얘기.
어제 결승전에서의 패배는 참으로 굴욕적이었습니다.
수많은 송병구의 팬, 뱅리건들은 허무함을 넘어 화까지 났을 것이며, 이는 저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 또한 송병구의 팬이 된것을 처음으로 후회했으며,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어왔던 선을 넘어버린 송병구 선수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에 너무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와 인터뷰를 보니, 참으로 많은 것을 송병구선수가 깨닫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절실함과 냉정함, 그 두가지를 항상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송병구 선수의 모습은 다시한번 제가 송병구 선수를 응원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했습니다.
언제나 응원합니다.
하나둘셋, 송병구 화이팅!
- 송병구선수에게는 이토록 환한 웃음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