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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1/30 20:49:44
Name S_Kun
Subject 송병구 선수, 제발 다음 결승전에는...
개인적으로 프로토스 팬인데다 특히 송병구 선수를 좋아하는지라 어제 만사 제쳐놓고 결승전을 보면서 송병구 선수를 응원했었습니다.

결과는 모든분들이 잘 알고 계시다시피, 노골적인 스나이핑 빌드에 3:0으로 무력하게, 정말 경기 내적으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체 무참하게 무너졌지요. 심지어 이런 표현마저도 과하기는 커녕 부족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습니다.

팬 입장에서 보면서 첫 경기 진거는 정명훈 선수가 준비를 잘했다 생각하면서 송병구 화이팅~ 을 외쳤었고... 두번째 경기에서 첫경기와 똑같이 그대로 당하는 걸 보면서 화가 잔뜩 났으며... 마지막 경기는 보는 내내 아예 기대도 하지 않고 허탈한 웃음만 나오더군요.

솔직히 송병구 선수 결승 경기하는거 보면서 제일 화가났던 것은, 무력하게 졌기 때문이 아니라 정명훈 선수에 비해 준비가 부실했던게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네, 준비가 매우 부실했습니다.

송병구 선수가 만약 이 글을 본다면 화나겠지요. '내가 준비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며칠동안 잠도 제대로 안자고 프로리그 연습도 안하면서 준비했는데 준비가 부실했다고?!' 네, 준비가 부실했습니다.

준비 자체를 적게 해서 준비가 부실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정명훈 선수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은 결승전에 가면 자신이 지금까지 하던것 위주가 아니라, 상대에 대해 파악하고 그에 대한 최적화 해법을 찾아서 아예 기초부터 차근차근 색다른 개념을 준비해 오는데에 비중을 둡니다. 어제의 원배럭 더블-1스타 빌드는 리버 좋아하는 송병구 선수에 대한 정확한 스나이핑이었지요. 그 외에도 일일이 예를 들 필요도 없을만큼 역대 결승전의 수많은 승자들이 이런식의 준비를 해왔습니다. 마씨를 상대로 한 김택용 선수의 커세어+다크, 송병구 선수를 상대로 한 이영호 선수의 날빌 퍼레이드, 이전 4강에서 김준영 선수를 상대로 한 정명훈 선수의 메카닉... 이외에도 찾아보면 결국 '하던대로가 아닌, 색다른 준비를 해온 선수'가 우승을 거머쥔 경우가 많습니다.


송병구 선수는 그런게 없습니다. 마냥 자신이 하던걸 그대로 더 발전시켜서 하려고 합니다. 상대가 어떤 스타일이든 나는 나만의 스타일의 완성도를 높일 뿐이다...라는 마인드로 연습하는게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쪽이 승률이 높은지는 지금까지의 송병구 선수의 수많은 결승전 전적이 얘기해주고 있지요.

물론 송병구 선수처럼 기본적인 운영의 완성도를 높이면 프로리그 승률이나 일반적인 승률은 올라가고 선수로서의 완성도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어제의 결승전을 준비하면서 송병구 선수의 실력이 더 향상되었을 것이고, 앞으로의 프로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은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승전만은 얘기가 다릅니다. 리그 전체, 시즌 전체에서는 완성도가 높은 선수가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이겠습니다만, 개인리그는, 특히 결승전은 두 선수의 단순한 완성도만을 평가하는게 아닙니다. 서로간의 대결을 하는 겁니다. 서로의 완성도만이 중요한게 아니라, 상성, 심리전, 각오를 비롯한 모든것을 걸고 대결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송병구 선수는 상성이니 심리전이니 하는걸 다 빼놓고, 단순히 게임의 완성도만으로 승부를 걸려고 하니 결승전에서의 승률이 떨어질 수 밖에요. 상대는 지금까지처럼 하던거를 조금 더 완성도 높여서 나오겠지. 나도 지금까지처럼 하던걸 완성도 높여서 나가면 이기겠지. 그런데 결과는 이영호, 정명훈 선수에게 아무것도 못하고 스나이핑 당해서 3:0이라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이전 이영호 선수에게 3:0으로 지고 나서, 뒷담화에서 이영호 선수가 비겁했다는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고 정말로 기가 막혔습니다. 속으로 '진짜 저렇게 생각하는거라면, 저게 송병구 선수의 한계다. 송병구 선수의 그릇이 그냥 저만한거다. 송병구 선수는 앞으로도 평생 우승하기 힘들거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결승전은 대결입니다. 대결은 무슨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하는 겁니다. 3연벙이 되었건 3연 날빌이 되었건 이기는게 지상과제입니다. 일단 이기고 나서 패자는 무슨 말을 하든 변명밖에 되지 못하고, 승자는 조용히 웃고만 있어도 모든 것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제발 다음번에 결승에 올라가게 된다면, 상대방의 스타일을 노려서 스나이핑하는 준비를 좀 해왔으면 합니다. 쓰던 빌드 완성도만 살짝 높여서 쓰는게 아니라 색다른 빌드를 준비해와서, 스나이핑 하려던 상대방을 당황시키고 역으로 거꾸러뜨리는 장면이 나왔으면 합니다. 왜 맨날 결승전만 가면 스나이핑 빌드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발 다음 결승전에서는 좀 더 많은, 좋은 준비를 해왔으면 합니다. 그래서 꼭 마지막에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송병구 선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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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기억해줘요
11/01/30 21:0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봤습니다.
돌이켜보면 송병구 선수의 첫 우승때도 무난한 플레이가 아니었죠. 1경기 전진게이트웨이 2경기 평소 잘 안하던 다크드랍. 그리고 마지막 5경기 가스러시 후 드래군 푸시였죠?
5경기야 그렇다쳐도 승리를 따냈던 처음 두 세트는 분명 평소완 다른 준비를 해왔었죠.
어젠 결승 다전제치고 분명 송병구 선수가 너무 하던대로 했던 감이 있습니다.

그래도 오늘 경기 결과보니 어제의 상처를 딛고 다시 재기할 수 있을거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라이벌인 김택용 선수와 어제 아픔을 안긴 정명훈 선수에 승리를 거둠과 동시에 팀을 승리로 이끌었으니.. 다음시즌엔 꼭 우승 노려보길 기대해봅니다.
TheUnintended
11/01/30 21:19
수정 아이콘
송병구 선수는 판짜기만큼은 택리쌍 선수들보다 두수는 아래에요..
평소 교류가 많은 만큼 이번기회에 좀더 능글어지길 바랍니다 노련함은 이미 차고 넘치니까요
11/01/30 21:31
수정 아이콘
너무나 좋은 글이네요.
송병구 선수도 이번 결승을 통해 다전제에 대한 마인드를 확실히 다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다전제에서는 상대방이 준비한 것을 막으려고만 하는 생각보다
먼저 더 새롭고 참신한 빌드나 운영을 준비해서 허를 찌르는 다체로운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씨밀레
11/01/30 21:32
수정 아이콘
문득 드는 생각은 이영호 선수가 도와줬으면 어땠을까입니다.
오늘 프로리그 승리 후 송병구 선수 인터뷰를 보니 어제의 결승전 빌드는
16강 염보성 8강 구성훈 전을 준비하면서 원배럭 더블커맨드에 대한 완벽한 파해법이라고 생각해 나온거라고 하던데..
만약 이영호 선수가 도와줬어도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상 평소 연습과정에서 승률이 좋았으니 무난한 빌드를 들고 나왔을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선수 본인이 저렇게 말하니 이영호 선수와의 연습이 정말 필요했던게 아닌가 싶더군요.
다레니안
11/01/30 21:46
수정 아이콘
그런데 사실 요즘 토스가 테란상대로는.. 묻지마 다크정도를 제외하면 써먹을 게 없긴 합니다

아니면 대각아 나와라! 라고 기도하는 거 정도일까요 -_-;;
위원장
11/01/30 21:59
수정 아이콘
저는 유리한 맵에서 사실 원래대로 하는게 오히려 맞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독특하게 하다가 그냥 져버렸다면 더 욕먹었을 지도 모릅니다.
어제의 패배는 분명히 정명훈선수의 준비된 플레이에 대한 송병구선수의 판단미스이긴 했지만
너무 많은 질책이 있는 거 아닌가 싶네요
11/01/30 23:02
수정 아이콘
정말 진심이 느껴져서 좋은글이네요.... 혹시라도 이글을 송병구선수가 보면 뭔가 느끼는게 많을것 같습니다. 일단 자신이 인크루트때 어떻게 우승했는지부터 잘 살펴보면서 앞으로의 각오를 더 다지는게 중요할것 같아요
파일롯토
11/01/30 23:09
수정 아이콘
오늘 정명훈전에서는 어제랑 다른눈빛이더군요... 왜 결승에서 그런눈빛이안나오는건지요
송병구선수 독해져야합니다. 그래야우승할수있어요
하늘의왕자
11/01/30 23:56
수정 아이콘
송병구선수 독해져야합니다. 그래야우승할수있어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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