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FanTaSy 그리고 잡담 -
예전 파이터포럼에 정명훈이 유망주 시절에 간략하게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기사를 들여다보면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어릴때부터 바둑을 배워서 그런지 플레이에서 침착함과 신중함이 엿보인다.
경기스타일과 생활태도면에서 팀내 선배테란인 고인규와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티원 연습생 선발전 4강에 입상(1~3위까지 연습생)다른 지망생들과 다르게 게임에 대한 진지한 모습에 끌려서 추가 선발했다.
비시즌 기간 프로게이머가 다수참여했던 클랜최강전에서 BY클랜 대표로 나가 올킬(7킬)을 한적이 있다.
성실한 생활태도와 연습량 침착한 경기 운영을 가지고 있지만 창의성과 임기응변 능력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빠지면 판단력이 매우 흐려져서 허둥지둥 하는 모습이 크게 나타난다.'
현역 프로게이머 중 개인적으로 확인한 바둑(을 할줄아는)게이머
[?]는 세명이다.
정명훈(아마1단),김재훈(아마3단),윤용태(아마4단)
셋다 초등학교때 바둑을 배운것으로 알고있는데 의외로 가장 높은 기력은 윤용태다.
별로 중요한 정보는 아니지만 이영호도 작년쯤부터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몇급이나 될지는 모르겠다.
정명훈은 이영호와 같은 클랜(by) 출신이다.
바이클랜의 전신클랜이였던(siz)부터 쭉 함께 해왔던 사이니 둘의 인연은 꽤 깊다고 볼 수 있다. 정명훈의 입을 빌리자면 클랜시절 영호는 저그전 스페셜리스트 자신은 토스전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팀에 입단하고 난 뒤 최연성코치가 '니 라이벌은 이제동이 아니라 이영호다' 라고 못박아주기 전부터 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라이벌관계 였다. 이영호가 한발 먼저 개인리그에 입성 이름을 날리자 정명훈이 모니터 바탕화면을 이영호의 사진을 썼다는건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일화 아닐까?
흥미로운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임기응변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준프로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거 같지 않다.
임기응변이 부족하다는 말을 바꿔말하면 순간판단력이 떨어지고 전기충격기를 맞은것처럼 순식간에 몸이 굳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로 표현된다. 테테전에서는 괜찮은데 가끔 토스전과 저그전에서 특히 저그전에서 임기응변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명훈의 허둥지둥 플레이를 나열하자면 사실 좀 끝이 없긴한데...
개인리그 상위라운드에서 어처구니 없는 순간적인 판단미스 혹은 컨트롤에 의해서 말아먹은 대표적인 경기 두개만 꼽아보자.
일단 하나는 인쿠르트 결승전 vs 추풍령(5set)
인쿠르트 마지막 셋트에서 송병구 팬들의 샤우팅은 코엑스 천장을 뚫었다.
한 7500명쯤 왔었는데..2002년 월드컵이후로 그렇게 비장한 결의에 찬 샤우팅은 처음이였다.
정명훈은 1경기 추풍령에서 전진게이트를 맞고 쉽게 경기를 빼앗겼다.
5경기에는 전진게이트가 아니라 가스러쉬를 맞았고 나름 배럭더블로 유연하게 잘 대처했다.
벙커도 제 타이밍에 지엇고 탱크도 안전하게 나왔다. 그런대로 꽤 괜찮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찰나에...
송병구의 전광석화같은 드라군 무브 움직임에 첫탱크가 허무하게 잡혔다.
(송병구의 움직임이 날카롭긴 했는데 정명훈의 좀 뼈아픈 실책인 느낌이 더 컸다.)
사실 첫탱크가 잡히질 않았더라도 승리할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겠지만...
암튼 첫탱크 잡히고 나서 터렛도배하고 거북이처럼 웅크려있다가 자원격차를 결국 좁히지 못하고
송병구 콩라인 탈출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두번째로는 바투스타리그 역스웝과 특히 2009 박카스 스타리그 4강전 이제동에게 4드론 맞았을때...
그건 막은걸로 봐야한다. 벙커도 지었다. 근데 졌다. 아 머리아파.
물론 4드론 막고 이겼어도 경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결승진출에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이밖에도 정명훈의 예능감 충만한 주옥같은 경기들은 많다.
- 멀티테스킹과 피지컬 그리고 잡담 -
스타판에서는 가끔 멀티태스킹과 피지컬이라는 단어가 등장 하곤 한다.경기속에서 선수들의 끊임없는 심리전과 병력기동 응수타진 게임내적인 이야기들을 멀티태스킹이나 피지컬의 개념으로 뭉떵거려서 설명하는것이 과연 괜찮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멀텟이나 피지컬의 단어에서 오는 느낌으로 인해 선수들의 기량과 경기내용 쉽게 설명하거나 체감 할 수 있고 상대방에게 멀텟과 피지컬에서 밀려서 졌다. 이 말은 결국 상대방에게 기본기과 실력에서 밀려서 졌다는 말과 다름 없는데 뭐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멀티테스킹 피지컬이라는 것도 결국 상대적인 것이다.
상대보다 자원/병력/테크 양과 질에서 앞서고 있다면 자신의 빈틈은 줄이고 상대에게 찌를 공간은 많아지기 때문에 멀티테스킹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물론 가끔씩 상대보다 자원/병력/테크 모든 면에서 뒤쳐지고 있는데 역전한다면 그때야 말로 진짜 멀텟과 피지컬의 위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론 멀티테스킹/피지컬보다 상황판단력/집중력 이 두 단어가 더욱 알맞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를 선택할때 또는 테크확보 타이밍등 공격방향과 멀티타이밍등의 판단력등을 손익계산을 따지고 경기 대세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고려하게 되면 누가 더 잘하고 못했는지를 좀 더 쉽게 따져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집중력'이라는 단어를 통해 컨트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누가 더 꼼꼼하게 플레이 하는지 또는 결정적인 실수를 적게 범하는지 혹은 다른 선수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파고드는지 살펴야 한다.
바둑에서는 선수들의 기량을 이야기할때 '수 읽기능력' 과 '계가(집계산)능력'을 통해 종종 빗대곤 한다.
수읽기 능력이란 수싸움 상황에서 상대의 몇수~몇십수를 예상하는 능력을 말하고 계가능력이란 바둑판에서 있는 전체영역 혹은 특정영역에서 집수를 가늠하는 능력을 말한다.(단순히 집수를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착점의 결과로서의 집수를 가늠하고, A착수와 b착수와의 집수차이 등을 가늠하는 능력을 말한다)
수읽기는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능력이고, 계산력은 수리적인 측면(집수)에서의 능력이라고도 말할수 있다. 그러므로 수읽기능력과 집계산능력은 개념적으로 엄밀히 구분된다고 볼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끝내기에 약해도 계산력이 센 기사가 있고 반대로 끝내기는 강한데 게산력이 약한 기사도 있고 두부분 다 강한 기사도 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좋은 판단력과 경기운영으로 판세를 잘 이끌어 왔는데 집중력을 유지 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있고 빌드상성과 좋지않은 상황판단능력으로 경기가 어려워 졌지만 경기내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서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상대의 실수를 유발 특히 병력과의 전투와 주요거점을 장악하며 경기를 뒤집는 선수도 있다. 물론 이런식으로 항상 경기가 일방적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공격과 수비의 범위가 넓어지고 맵 곳곳에서 난전싸움으로 흐를수록 좋은 판단을 하기란 더욱 어려워지고 마찬가지로 경기 스케일이 커지고 다루는 병력이 많아질수록 모든 병력과 생산관리에 집중할 수가 없다. 정명훈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멀티테스킹능력과 임기응변문제점 또한 판단력과 집중력의 문제다.
특히 테란의 바이오닉 유닛이 원거리 유닛이다. 저그 유닛이 달려들떄 테란은 최대 사거리를 얼마나 활용하는냐에 따라서 전투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일단 스팀팩의 반응속도와 뮤탈/럴커 일점사 컨트롤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저그 병력과 얼마나 소모전을 펼쳐지고 후퇴할 타이의 견적을 잡는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의 주도권싸움이 팽팽할때는 테란 바이오닉 부대와 저그유닛의 병력이 센터에서 서로 얼마나 압박을 해줄 수 있는 냐에 따라서 상대의 진출 타이밍 혹은 견제 타이밍을 빼앗고 경기의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한 몫한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정명훈의 지속적인 압박-견제-압박-견제-한방-마무리식의 테저전 생컨 싸움에서는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다.
가끔씩 반응속도가 늦거나 혹은 화면을 놓친다거나 해서 주력병력을 흘린다는 것은 둘째로 친다고 쳐도 그것보다는 저그 상대로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하는 느낌이 좀 부족하다. 바꿔말해서 바이오닉 운영을 들고 나왔을때 저그 병력이나 액션에 너무나 요란스럽게 반응해서 컨트롤 실수가 잦다거나 판단미스를 한다거나 상대 페이스대로 끌려다니는 느낌을 받는달까.
하지만 정명훈을 비롯한 바막 테란들에게 구세주가 등장했다.
- 최연성과 정명훈 그리고 잡담 -
최연성은 테저전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배럭더블 운영에 묶여있던 테란에게 수 많은 경우의 수를 던져 주었다. 최연성의 마지막 유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입스타들이 썰을 풀어놓은게 있으니 굳이 더 파헤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큰 틀을 제시하고 실제 방송경기에서 정명훈을 통해서 또 은퇴를 번복하고 위너스리그에 깜짝출현해서 김명운을 추풍령에서 직접 패버리는 모습을 보이는등 선팩운영의 위력을 분명하게 보여주긴 했지만 이후 수 많은 테란들게이머들이 선팩운영의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통해서 여러가지 형태로 최적화된 운영법을 완성시켰다고 보는게 옳기 때문에 테저전 선팩운영 발전의 모든 공을 그의 몫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연성은 테란의 물질적 지주이자 영원한 빌드깎는 아바이 수령임에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예전 주훈감독이 초시계를 들고 임요환과 함께 빌드를 만들었다는건 너무 구시대적인 이야기고...
요즘처럼 스타판의 운영이 고착화 패턴화 된 상황에서는 1회용 올인성 플레이보다는 아마도 철저한 맵분석을 통해 기존에 나와있는 빌드
중 가장 적합한 것을 고르고 연습을 통해 상대방이 내놓을 경우의 수를 파악 다시 운영을 철저히 가다듬고 보완하는 운영이 좋을 것이다.
정명훈이 인쿠르트때 프로리그 때문에 4강전을 준비할 시간은 단 이틀밖에 없었다고 한다.
최연성이 예전부터 준비하고 다듬었던 메카닉 운영을 추천했다가 바이오닉 운영을 준비하려고 했던 정명훈을 최연성의 끈질긴 권유와 설득에 의해서 다시 메카닉 운영을 준비했었다고 한다. 1,2경기에서 메카닉 운영을 준비했고 3,4경기에서는 바이오닉 운영을 준비했었는데 3경기 왕의귀환에서 바막위엄을 보여주며 패배를 당하자 준비해온 바이오닉 운영을 버리고 다시 메카닉운영으로 승리해서 결승 티켓을 따낸 일화가 있다.
좀 옛날 이야기인데 (조작게이머지만 일단 글의 흐름상 양해부탁)김창희가 이영호를 상대로 승리한 적이 있었다.
김창희가 이영호를 상대로 쓴 빌드는 테테전 '배럭더블' 운영이였는데 지금이야 테테전 배럭더블은 방송경기에서 자주 나오는 대중화된 빌드가 되어버렸지만 당시 테테전 배럭더블은 굉장히 생소한 빌드였다.
나중에 인터뷰에서였는지 온게임넷 프로그램이였는지 팀내에서 이것저것 실험해보는 빌드나 운영들이 많이 있다고 했는데 자신이 실험하는 빌드나 운영을 팀내 테란 선수들에게 보여주면 '코치님 그거 왜써요?' 코치님 그거 구려보여요' ' 코치님 그거 확실한거에요?' 하는식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더라. 근데 김창희가 내가 추천해준 배럭더블 주워다가 이영호를 상대로 승리하더라. 뭐 이런식의 내용이였던거 같다.
대충 교훈을 새겨보자면 좋은것은 먼저 과감하게 주워먹는 놈이 장땡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렇듯 스타크래프트에서 초반빌드의 중요성은 종족상성과 맵유불리를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바둑에서도 초반 포석 50수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특히 스타크래프트처럼 전략성이 강하고 빌드상성이 심하게 맞물리는 두뇌게임에서는 경기를 실제로 플레이하는것만큼이나 상대의 수를 간파하고 완성된 전략과 빌드를 준비하는것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한다.
정명훈이 최연성의 덕을 봤다는건 부정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최연성 역시 정명훈의 덕을 봤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이럴때는 상부상조 한다는 표현을 쓴다. 허나 정명훈이 가끔씩 최연성의 그늘을 못 벗어난다는 느낌을 스덕들에게 주는 것은 현역 시절 최연성이 그만큼 대단한 임펙트를 주는 선수였다는 점 은퇴후에도 그가 테란들에게 전수해준 빌드나 운영도 날카롭다는 점 무엇보다 정명훈이 아슬아슬하게 정점을 찍지 못했기 때문에 우승을 하지 못하고 콩라인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최연성이 코치로서 정명훈에게 게임 내외적으로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결국 정명훈이 게이머로서 가진 재능 근성 노력이야 말로 선수로서의 가치가 빛날 수 있는 진짜배기라 할 수 있을텐데 최연성이라는 강한 조력자로 인해 오히려 정명훈 개인이 가진 여러가지 장점들이 퇴색되되어진 느낌이다. 이래서 역시 결승에 올라왔으면 우승은 해야 하나 보다. 우승 한번만 했다면 지금보다는 더 정명훈 이름 석자를 사람들에게 똑똑하게 각인시켰을테고 더 후한 평가를 받았을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 정명훈 그리고 잡담 -
3년전 인쿠르트 4강에서 듣도보도못한 발리앗 빌드를 들고 나와 김준영을 누르고 결승에 올라갔지만 송병구에게 패배 이번에는 발리오닉 빌드를 들고 나와서 박찬수를 패버리고 다시 결승에 올라갔지만 이제동에게 역스웝 박카스 스타리그에서 다시한번 4강에 올랐지만 안타깝게도 다시 한번 이제동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행운인지 불운인지는 모르겠으나 개인리그 4강 8강 길목에서 번번히 팀원들을 자기 손으로 떨어뜨렸다.(고인규,김택용,박재혁)
결승무대를 경험하지 못한 수 많은 게이머들에 비해서 정명훈 정도면 충분히 탄탄대로를 달렸다고 볼 수 있겠으나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눈앞에 두고 두번 연속으로 떨어진것은 이제 막 자라나는 신인게이머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시련이였다. 생애 2번째 결승이였던 바투스타리그에서 이제동에게 패배하며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자 결국 정명훈은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러나 정명훈은 살아남았다.
토스전에서 자신의 벌쳐견제와 흔들기 공격을 살리기 위해서 아카데미+스타포트 운영을 연마 이영호식 업테란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을 각인시키며 토스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고 특히 정명훈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였던 '바막'이미지도 저그의 하이브 직전 바이오닉에서 팩토리유닛으로 전환 '레이트메카닉'을 장착함으로써 저그전에서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의 한계를 넓혔다.
정명훈은 두번의 개인리그 결승전과 광안리 결승전 같은 큰 경기를 겪음으로써 판짜기와 심리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고,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이영호,이제동,송병구를 상대로 3:2로 아깝게 패배하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집념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번 박카스 4강 마지막 셋트에서 처음으로 상대방을 3:2로 무너뜨리며 매번 마지막에서 한끗이 모잘라서 패배하던 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송병구와 김현우의 스타리그 4강을 봤다. 3년전 인쿠르트때나 지금이나 송병구는 뿌리 깊은 거목의 형태를 굳건히 유지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히 놀랐다. 그리고 더욱 옥타브가 올라간 송병구의 열성팬들 뱅리건들의 샤우팅을 듣고나니 결승이 시작되기 전에 승패를 떠나 정명훈은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 된거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정명훈은 굿 테란이다.
개인리그 결승에 두번연속 오른것 말고도 개인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상을 보여줬다. 프로리그에서도 팀의 우승을 견인하는데 주인공이 되기도 하였다. 가끔 예능감 충만한 경기를 보여주긴 하더라도 테테전 테저전 테플전 모든 종족전 가릴 거 없이 잘 준비된 빌드와 탄탄한 운영전개로 다른 정상급 게이머들과 접전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택뱅리쌍과 심지어 최연성의 그늘에 가려진채 정명훈은 빛날 수 없었다.
정명훈의 데뷔시절부터 경기를 지켜보고 결승무대까지 지켜봤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는 못했다. 정명훈을 좋은 테란이라고 생각 했지만 앞서말한 이런저런 이유에서 정명훈의 장점보다 약점이 더욱 눈에 들어왔고 무엇보다 이왕이면 같은 테란이고 우승도 많이한 이영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명훈의 첫 결승 마지막 경기에서 송병구를 잡아냈다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졌을까.
이제동과의 결승과 4강에서 승리했다면 또 달라졌을까.
확신 할 수는 없다.
왜 이제서야 정명훈의 결승진출 소식에 눈길이 가고 관심을 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정명훈이 최고가 되기위한 노력들 시련들 그리고 정명훈에 대한 여러가지 경기들과 추억들이 뒤늦게 한번에 몰아쳤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서 다시한번 송병구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것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우승은 간절 하다.
그 선수들이 준우승을 밥먹듯이 한 선수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명훈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기를 바란다.
정명훈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