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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11/19 12:10:46 |
Name |
시리젠 |
Subject |
무엇을 좋아하십니까?(아래 논란에 붙여) |
저는 지금 이런 논쟁이 벌어져야 하는 이유 자체를 모르겠습니다.
논쟁으로 어지러운 게시판에 논쟁글 하나를 더하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다만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본 글과 그 아래 달리는 댓글의 방향성에 견디기가 어려워 씁니다. 글쓰기 버튼은 여전히 무거워 올리는데 고민도 많이 했지만..역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두 선수 모두 좋아하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장르에 있어서 임요환이라는 이름은 전설입니다. 스타 1의 시작이었고 또 스타 2의 시작이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가정형인 이유는 임요환 선수를 깎아내리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스타2가 완전히 정립되었다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듣는 것만으로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타2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자신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아니 오히려 그 이름에 더욱 기대를 걸게 하는 것이었지요. 과연 황제. 그런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름은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 시절은 다시 한번 돌아올 수 있다고 아직 죽지 않았다고 그렇게 말했지요.
워크래프트3라는 장르에 있어서 장재호 선수는 전설입니다. 초반 연승의 행보, 상대를 놀리는 듯하던 괴 물같은 전략과 완전히 멸망한 국내리그 위에 쌓아가던 세계리그에서의 승리의 기록들. 그 역시도 기대를 품게 하는 게이머입니다. 오늘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압도적인 모습일까 아니면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보여줄까. 특히 워3 리그가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더욱 그 모습이 소중했습니다. 아직 우리의 워3는 죽지 않았다, 그걸 증명해주었으니까요.
둘 다 소중한 게이머입니다. 떠올릴 때마다 가슴을 울리는 어떤 울림이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보여주는 컨트롤에 전율했고 전략을 사랑했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게이머들이었어요.... 단순히 이기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을, 이름에 걸맞는 무언가를 보여준 이들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빛나는 순간을 자아낼 줄 알았어요.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이,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그 열정적인 순간이 있었다고요.
그리고 그들에게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열정이 있었죠. 무서울 정도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밤잠을 설쳐가며 연습을 하고 전략을 짰고 힘들 때도 마지막까지 판에 남아 주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지금 스타크래프트 2에 도전했습니다. 이게 지금 제가 아는 전부입니다. 제가 느끼고 있는 전부입니다.
왜 그들의 커리어를 비교해야 합니까? 왜 영역이 전혀 다른 그들을 비교하여 누가 더 낫고 더 못한지 가려내야 합니까? 왜 영향력을 확인해야 하고 스타와 워3가 싸워야 합니까? 왜 스타 1은 세계를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워3는 치열한 경쟁도 없는 열폭의 상징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까? 정작 선수들은 여전히 열정을 품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스타크래프트 2에서 그들의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그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곳은 워3도 스타1도 아닌 스타 2인데 말입니다. 왜 제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들을 한 쪽은 올리고 한 쪽은 까내려야 합니까, 그냥 두 선수 모두 어떤 영향이 있었고 어떤 부분이 좋았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습니까?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것만으로는 안됩니까?
상대를 까내린다고 해서 자신이 고귀해지는 건 아니잖습니까. 더군다나 장르도 다른 두 선수, 양 장르에서 전설과도 같은 두 선수를 왜 이렇게 대우하고 있는 건가요. 어느 쪽이 먼저 시작했다, 이런 말씀은 마십시오. 그런 말은 일의 시작에 대한 설명은 될 수 있을지언정 지금도 누가 낫니 못하니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의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좋아하는 마음, 이해합니다. 아무리 잘해봐야 좁은 바닥이라는 소리로 까였던 장재호선수가 스2에 나왔으니 기대를 거는 선수도 있을테고, 이제는 전성기가 지났다고 까였던 임요환선수의 부활에. 임요환 선수라는 한 마디로 스2를 시작한 사람도 있었지요. 사실 저를 스2의 세계로 부른 이름은 dayfly였지만.... 정말로 소중한 선수고 까내려지는 걸 견디지 못하는 마음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상황 자체를 비판해야지요. 장르가 다른 두 선수를 왜 비교하느냐는 이야기를 해야지요. 그게 어째서 아니다, ~인 점에서 비교할 계제가 되지 못한다 하는 이야기가 되는 겁니까. 왜 누가 더 낫느냐 못하느냐 하는 싸움이 되고 그게 워3와 스타의 비교논쟁이 되는 겁니까. 자신에게 소중한 선수가 있듯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소중한 선수일 수 있잖습니까. 알아주지 않는 선수라 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까이는 선수라 해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한 선수입니다. 그 순간에 반한 선수가 있을지도 모르잖습니까. 누구보다도 선수가, 게임이 빛나보였던 그 순간을. 가슴을 울리던 그 때를 사랑하고 사랑해서 이 판을 욕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여러분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아니었나요?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선수들의 경력을 사랑하십니까?
선수들의 영향력을 사랑하십니까?
승리를 사랑하십니까? 단지 그뿐입니까?
무엇을 사랑하십니까, 무엇을 좋아해서 응원하고 있습니까? 무엇 때문에 울었습니까? 무엇 때문에 웃었습니까? 무엇 때문에 목에 핏대를 올리며 분노하고 무엇 때문에 승패 하나에 컨트롤 하나에 울고 웃었습니까.
여러분이 사랑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그것을 묻고 싶습니다.
지금 스타크래프트2는 아직 초입입니다. 두 선수는 아직 자신의 패를 완전히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도전을 한 그들을 응원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저는 스타크래프트2라는 장르에서 다시 한번 그들의 경기에 반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장재호 선수에게 반한 때는 블러드캐슬 때였고, 임요환 선수에는 이번 스타2 리그에서였지요.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어떤 경기에서 누구에게 반하셨나요? 왜 그 선수가 소중하셨습니까? 떠올려주십시오. 그리고 이야기해 주세요.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엇 때문에 울고 또 웃었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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