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이에 대한 인식없이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은 듯해서 놀랍습니다.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냐면 일단 협상 과정에서 강행은 그 자체로 이미 상식에 어긋난 행동이라는 겁니다.
현 상황에서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협상의 가장 큰 장애물임이 분명함에도 이러한 상황을 그저 스타1 게임을 보고 싶어서라는
논리로 옹호되거나 아예 법적인 싸움에서 케스파가 충분히 해볼만하든 논리로 까지 나아갑니다.
심지어 강행되는 리그에 스폰서가 잘 붙으니까 이판에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네요.
그러면서도 강행하는 측이나 그것을 옹호하는 측이나 말은 협상이 잘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항상 덧붙이죠.
법리적인 이야기는 글 말미에 조금 싣겠습니다만 누가 실질적으로 지금 상황에 책임이 있느냐를 떠나서 말이죠, 먼저 협상의 상황 그 자체만 놓고 봅시다.
협상의 내용이 아닌 상황입니다. 내용의 측면이라면 어떤 요구조건이 누구에게 '무리하다'라고 하는 것은 어찌보면 각 집단의 주관적인 판단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겠죠. 가령 케스파측의 요구조건이 블리자드 입장에선 말도 안되는 수준일 수도 있고 블리자드-그래텍 측의
요구조건이 반대로 케스파 입장에선 무리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는 식으로요. 어떤 분은 사실 pgr에 공개된 그래텍의 요구 조건 자체만으로도 '협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로 결정지으셨던데 저를 포함 많은 분들은 그것에 반대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그래도 그것 자체는 일단 넘어가보자는 겁니다.
협상이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한번 고찰해보죠.
지재권과 관련된 블리자드측과 케스파의 첫 접촉이 시작된건 2007년입니다.
http://thisisgame.com/board/view.php?id=404547&board=&category=102&subcategory=&page=1&best=&searchmode=&search=&orderby=&token=
소위 블리자드가 갑톡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 될 수있는게 이부분입니다. 관련 기사에 대한 링크도 걸어 보겠습니다. 2007년도에 체결한 블리자드-케스파간 NDA에 대해 블리자드측은 이미 문서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적어도 돈놀이가 시작된 중계권 파동이후 블리자드의 본격 개입이 시작되었다는 건 자명하다고 봐도 될듯 합니다.
그리고 블리자드와 케스파의 계속된 접촉 속에서 협상은 올해 최종 결렬이 선언되고 한국 내에서의 권리는 그래텍으로 넘어갑니다. 사실 이맘때 협회의 논리를 보면 이른바 '공공재'논리가 대표적으로 지재권 자체에 대한 의식이 사실상 결여된 상태였죠. 1차적인 저작권도 인정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국에서의 스타1 권리를 독점하게된 그래텍이 끼어든 상태로 협상이 본격 시작됩니다. 그리고 협상이 계속 되는 와중에 리그는 어쨋든 진행됩니다. 블리자드-그래텍 측은 일단 현재 진행되는 리그는 터치안하겠노라고 합니다. 진행되는 리그에 한해서 8월까지 유예기간을 두되 또 그 전에 시작되는 리그들은 라이센스를 체결하고 진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때까지의 블리자드-그래텍의 리그 진행에 대한 요구는 받아들일 만한 합리적인 수준이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일단 MBC게임부터가 라이센스 없이 강행하기 시작합니다. 개인리그는 물론 STX컵이라는 이벤트 대회까지 말이죠. 비슷한 시기 온게임넷은 서브 라이센스 나마 취득하고 게임리그를 진행합니다. 사실 이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라이센스 취득하고 정당하게 리그 운영한 사람만 바보되는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지리하게 협상이 계속됩니다.
그러던 와중 10월 협회는 프로리그의 '강행'을 감행합니다. MBC게임의 전례를 따라서 말이죠. 이 강행결정 자체도 이미 오래전에 결정되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그것과 별개로 어쨋든 협상이 마무리 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강행은 그 자체로 협상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겁니다. 더구나 블리자드측은 이미 라이센스 없이 리그를 강행한 MBC게임의 책임을 묻고 있었고요. 이미 전세계 많은 블리자드 게임 관련 리그들이 블리자드의 로고를 박고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블리자드 측에서도 밝힌 내용입니다. 라이센스와 관련된 협의가 끝나야 리그가 진행된다는 룰이 세계적으로 지켜지는 와중에 그런 틀이 깨지는건 블리자드 입장에서 전혀 반가운 일이 아니죠. 한쪽으로는 지재권을 인정 못하겠다는 행동을 보여주면서 한쪽으로는 지재권 인정하겠다며 협상을 계속 하자고 합니다. 블리자드측이 블리즈컨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 시작한건 지극히 당연한 대응 아닐까요?
이런 와중에 개인리그가 연이어 강행될꺼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블리즈컨에서의 기자간담회는 분명 이를 염두에 둔 기자회견이었습니다. 혹자들은 이걸 그저 언론플레이, 내지는 블리자드 내에도 다른 의견이 있다는 증거라고도 말합니다. 딱히 확실한 근거는 없는 채 말이죠. Win-Win하는 방향을 찾아 나갈 협상장에서 저런 식의 태도를 보이는 협상 당사자들이 어떤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그래텍-블리자드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커뮤니티에 여러글을 올리면서 여론에 호소하려는 노력이라도 합니다. 그러나 양방송사와 협회의 리그 강행은 광고도 제대로 안된채, 리그 옹호자들 마저 갸우뚱 거리게 만들면서 리그가 쥐도 새도 모르게 시작됩니다. 강행은 그 자체로 파국을 불러오는 가장 강한 카드입니다. 현재 어떤 스폰서가 붙는다 이런건 적어도 긍정적 협상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저쪽에게 갈 때가지 가보자라는 신호만 되고 있으니까요.
이런 협회의 행동이 북쪽의 김씨왕조와 대체 다른게 무엇인지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들도 항상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하죠. 전쟁 직전까지가는 극한 외교를 하면서 얻을 걸 챙겨가려고 합니다. 뭐 그 결과가 항상 나쁜건 아닙니다. 저들은 북한 주민들 목숨 뿐만 아니라 남한 주민들, 군인들 목숨까지 걸고 위협하니까요. 저들도 지금 끝내 파국으로 간다면 대회자체가 열릴 수 없게되고 많은 게이머들과 종사자들이 일을 잃게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근본적으로 해결할 노력이 아니라 그것 자체로 무기화를 하고 있죠. 우린 어짜피 강행하는데 너희가 이것을 막으면 이판 다 죽는거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법리적인 얘기를 조금 해보자면 저 또한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하지만 최근에 pgr에 올라오는 법 관련 글들은 사실 너무 부정확한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적용되기 어려운 조항을 들고 오는 경우도 많고 아예 다른 이야기를 추측하에서 전개하는 분들도 많고요. 법 논리라는게 단일한 상황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선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합당한 '근거'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른바 '공공재' 드립은 pgr을 보함해서 여러 군데에서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만 그들이 괜히 그런 얘기를 들고나온건 아닙니다. 한마디로 노림수가 있었다고 봐야하는데요. 저작권 관련 제한 규정이 우리법에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제28조, 제29조, 제51조를 예를 들 수 있겠고 이른바 "공익상 시청권"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왔고 공공재를 외치고 있는 것도 스타크래프트의 영상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겠죠.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게임 방송의 경우 이 어디에도 해당사항이 없다고 봅니다.
1. 게임을 활용한 영상저작물의 방송은 "정당한 범위"안의 사용도 아니고, 보도/비평 등과 같은 목적도 아닙니다.
2. 케스파는 방송중계권을 판 전례가 있으며 본인들이 실연자라고 주장하는 프로게이머들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접적 관람비용의 징수 하지 않더라도 광고 목적의 경우도 비영리라고 할수 없습니다.
3. 상식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게임저작물의 방송에 대한 시청권을 사유 재산을 제한하는 "공익"으로 법원이 판단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봅니다.
뭐 최근 논란이 되는 '실연권'의 경우엔 말이죠. 1차적저작물이든 2차적 저작물이든 상관없이 저작물을 "실연"한 이에게 저작권과 비슷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인데요. 실연자의 정당한 보상을 위해 마련한 권리로서 이것을 인정할지라도 1차적 저작권이나 2차적 저작권이냐 여부에 따라 블리자드의 허락이 없는한, 케스파가 프로게이머들에게 실연권에 대한 권리를 양도받아도 마음대로 스타 방송을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즉 프로게이머들에게 있다고 인정된다 한들 어찌되었건 블리자드의 허락은 맡고 방송해야 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거죠.
법정싸움이 끝으로 간다면 결국 이판을 떠나게 되는건 케스파쪽일 겁니다. 사실 법리적인 이야기는 누차 나왔던걸 다시 쓰는 것이고 이에 대한 반론이나 제가 잘못안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부분은 댓글로 달아주시고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적어도 법리적인 이야기를 할땐 단순히 우리나라 기업들이 힘이 쎄서 케스파측이 이길 것이다, 법원은 복잡한 판단을 싫어해서 적당하게 마무리 지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합당한 근거없는 판단은 좀 지양했으면 하는 겁니다.
하여튼 여러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만 강행은 그 자체로 협상을 깨고 있는 것이며 강행을 하면서 원만한 협상 타결을 이야기하는 행태자체가 모순적이며 이해받기 어렵다는게 핵심입니다. 결국 법정으로 갔을 때도 현 협회나 방송사측이 불리한 싸움을 해야할 거라는 점에서 팬과 이판 전체를 볼모로 삼고 줄타기를 하고 있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이고요. 그 팬들이 그러한 행동을 지지해 주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불법리그'라는 말이나 스타팬에 대한 조롱과 적대감을 표출하는 일과는 별개입니다. 오히려 지속가능한 스타판을 위해선 강행은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니라고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