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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0/27 09:25:19
Name The xian
Subject 그들은 옥쇄(玉碎)라도 꿈꾸는 것인가
스타크래프트1 e스포츠의 소식을 뉴스로만 접하게 되는 - 과거에는 그래도 경기 내용과 관련된 뉴스를 가끔 몰아 보기도 했는데 이제는 경기 내용에 관련된 뉴스도 안 보게 됩니다 - 일이 오래 지속되니,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가 하는 생각도 드는 요즈음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듯, 블리자드 측의 법적대응 언급으로 사태는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입니다. KeSPA와 방송사 측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미 지금의 협상은 단계가 지나 버린 상황에서 '실제로 법정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자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입니다. 그것을 협상 진행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리 질러 놓고 보자는 식으로 배짱을 부리는 KeSPA와 방송사들만의 입장이겠지요.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어제 약속이나 한 듯 차기 스타리그와 MSL의 개막이 발표되었습니다. 물론 양 방송사의 스폰서, 발표 태도 등에 따라 반응에 온도차는 있습니다만 스토브리그 이후 불투명했던 개인리그의 지속 소식을 반기며, 제발 협상 잘 해서 제대로 리그가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직도 다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보이콧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협상을 잘 해서 저도 피곤하게 보이콧 더 이상 하지 않고,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저는, 안타깝게도 이 상황에서 개인리그의 출범 소식은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KeSPA 와 함께 지적재산권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찾겠다'라고 말한 MBC게임, 그리고 '현재 스타크래프트 저작권과 관련해서 방송사를 포함한 e스포츠 협상단을 통해 블리자드 입회 하에 그래텍과 협상 중' 이라고 말한 온게임넷. 표현은 다르지만 이 방송사들이 의미하는 협상의 의미는 같습니다. 바로 지금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는 KeSPA와 방송사들의 연합체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 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그 협상은 내용증명을 무시한 프로리그 강행으로 인해 분위기가 냉각되었고, 이미 협상의 단계를 지나 전문변호사를 통한 중재상태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그마저도 블리자드가 블리즈컨에서 법적 대응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결렬을 맞았다고 봐야 하는 상태입니다. 파국을 맞이한 협상으로 뭘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MBC게임과는 달리 온게임넷은 순탄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블리자드는 MBC게임에 대해서는 제소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온게임넷은 그렇지 않고. 온게임넷은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의 서브 라이선스를 받은 일이 있으니 이번에도 협상에 성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텍과 온게임넷 모두 CJ가 대주주니 다른 루트로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셋 다 모두 별 의미 없는 일입니다. 블리자드는 온게임넷에 대해서도 프로리그를 계속 방송한다면 제소대상이 될 수 있다는 통지를 이미 보냈고,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는 해당 대회만의 라이선스였으니 새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 것은 KeSPA 및 MBC게임과 마찬가지이며, 대주주이니 어떻게 다른 루트로 잘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지금처럼 KeSPA와 방송사가 서로 연합해 블리자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지난 시즌의 상황보다 상황이 더 나쁩니다. 당시 프로리그는 협상을 전제로 유예상태였습니다. 그러니 프로리그를 중계하는 것이 딱히 블리자드나 그래텍의 심기를 건드릴 일이 없었습니다. 어쨌든 협상은 진행중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프로리그는 유예기간이 지난 것도 문제이고 오히려 내용증명 및 저작권, 그리고 진행 중인 협상을 무시하고 강행 중인 상태이니 더더욱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는 방송사의 개별협상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개별협상을 하는 상황도 아닙니다. 오히려 방송사들이 자의에 의해 KeSPA와 같이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프로리그를 중계하는 것만으로도 블리자드와 그래텍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며 여기에 개인리그의 개최까지 들먹였으니 불타는 곳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입니다.

말로는 협상에 최선을 다한다거나, 해결책을 찾겠다고 하지만, 지금 방송사들의 대응은 지난 개인리그 시즌보다 오히려 더욱 KeSPA에게 의지하고 서로를 한데 묶은 형국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프로리그 강행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협상은 뒷전으로 놓고 팬의 요구니 공감대니 하는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이유로 예선 일정과 스폰서 등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팬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짜여진 일정에 따라 리그 강행에 필요한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상황입니다. 개인리그 역시 출범이 아니라 강행 수순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개인리그를 강행한다면, 이미 위험수위가 되어 협상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단계까지 와 버린, 그래서 실낱같은 부분만 남아 있는 논의의 가능성도 아예 사라질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KeSPA와 방송사는 마지막까지 허장성세의 탑을 쌓아 놓고 침략자(?) 인 블리자드에게 달려들다가 장렬하게 옥쇄(玉碎)라도 하겠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왕 이렇게 된거 뽑아먹을 수 있을 때까지 뽑아먹겠다는 것일까요. 정말로 팬들의 요구와 공감대를 생각한다면, 방송사들만이라도 그런 생각을 돌이켜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런 생각을 돌이킬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이미 프로리그의 강행으로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고, 또 훼손되는 상황에서, 만일 방송사들의 이번 선택으로 스타크래프트 1 리그가 법에 의해서든,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의해서든, 당장이든 아니든 중단되고, 끝내 맥이 끊기게 된다면, 그것은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옥쇄(玉碎)가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1 e스포츠의 허망한 자멸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보지만, 이미 저 같은 사람이 탄식한들 늦은 것 같아 보이는군요.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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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allergy
10/10/27 09:23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입니다.
방송사측으로서는 어렵게 스폰서를 잡았으니 하루 빨리 개막을 하고 싶었겠지만,
실상 들여다 보면 계약도 하지 않은 채 프로 리그를 강항핸 케스파의 작태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습니다.
더구나 협상 자체도 묶어서 진행을 하겠다니 이루어질지 여부조차도 불투명하고 말이죠.

차라리 방송사 개별적으로 개인리그에 대한 협상이라도 마치고 리그를 진행하는 것이
나중에라도 개인리그를 지속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을 텐데,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지금과 같은 무조건 강행은 결코 스1판에 좋게 작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너무멋져
10/10/27 09:25
수정 아이콘
언제나 논리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명쾌한 문제인데 못 보는건지, 일부러 보지 않는 건지 의심이 되는 사람이 많더군요.
버틸수가없다
10/10/27 09:35
수정 아이콘
저 혼자만 주구장창 말하는 것 같은데, 예전에 했던 리그들의 재방송을 트는것도 엄밀히 말하면 리그를 진행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행위 아닌가요? 왜 그레텍이나 블리자드는 현재 재방송을 트는 것에 대해 소송을 걸지 않는지, 엠비씨 게임은 엠비씨프로그램들 재방만 틀어가면서 방송국 운영해봐야 정신을 한번 좀 차릴텐데요.
10/10/27 09:36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여쭤볼게 있는데, 지금 블리자드에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자신의 저작권 인정에 대한 요구를 묵살하고 프로리그 및 스타리그를 강행하는 협회와 방송사에게
리그중단 가처분 신청을 요구할 수 있나요?
법적으로 가능한 부분인지 그리고 블리자드에서 그렇게 할 것인지 궁금하네요
구국강철대오
10/10/27 09:39
수정 아이콘
옥쇄라는 말은 너무 비장하네요. 자기의 모든걸 버리는게 옥쇄지요.

어차피 그분들은 손털고 본사로 귀환하면 그만. 옥쇄보다는 "아놔~ 패치되더니 왜 핵프로그램이 작동안되지?" 하면서'스타리그 매니저'를 종료시키고 다른 게임을 하는 것 뿐이겠지요. 그분들에게는.
10/10/27 10:01
수정 아이콘
이미 치킨게임인 상태고 벼랑끝전술을 이용할뿐이죠.
개인리그는 좀 다른가 싶었는데 프로리그랑 다를바 없나보군요.
pgr에도 방송사 관계자들이 많이 이용할텐데 지금까지 이런저런 논의가 오가는 상태에도
공식적인 입장표명이나 어떤 발언도 없는걸 보면 여기서 추측되는 내용이 거의 사실인가 봅니다.
아쉽기도 하고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하늘의왕자
10/10/27 10:07
수정 아이콘
새로운 상황이 나온것도 없고,
한달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상황이 달라진것도 없습니다.

그냥 지금은 기다릴때라고 봅니다. 망하든, 살아나든 말이죠
안타깝게도 이러한 글들도 지금은 큰 의미가 없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기다릴수밖에...흠냐..

물론 글은 언제나 잘 읽고 갑니다
10/10/27 10:40
수정 아이콘
그런데 님도 솔직히 언론에 나온 입장만 가지고 너무 논리적으로 합리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지금 협상에 대해 제대로 언급이 나온 상황은 별로 없습니다.

협상에 대해서도 양측의 말이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고, 블리자드가 개입했다고는 하지만 미국에서 소송이야기가 나오는데 반해
한국 블리자드는 여전히 소송준비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언론기사이긴 하지만 블리자드 내에서도 온건파와 강건파가 나뉘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려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팩트가 확실하지 않은데 그걸 팩트인 것 처럼 주장하시는 것도 참 그렇네요.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확실히 블리자드가 가처분신청에 들어가면 그 때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셔도 무방하다 봅니다.
지금은 블리자드도 아직 MBC GAME에 직접적인 제한을 걸고 들어간게 없습니다.
블루레인
10/10/27 11:11
수정 아이콘
아랫글에서 기자들과 촌지 얘기가 나와서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서 코멘트를 달려고 하니 잠겨있네요

현직기자로서 저런식으로 매도 당하는 건 정말 불쾌하군요

제가 항상 배우고 가는 사이트에서 촌지받고 기사를 써준다는 글을 접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아우디 사라비
10/10/27 11:33
수정 아이콘
케스파도 그렇고 방송사도.... 뭔가 기발한 묘수라도 있는지?

저는 '디지탈저작권'자체를 더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 상황에서 블리자드의 권리와 대응은 확실한것 같은데...?

프로리그 강행은 협상의 카드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개인리그를....? 방송사의 내심은....?

물론 팬으로서는 두근거립니다.... 일단 지켜 봐야 겠네요
피누스
10/10/27 12:10
수정 아이콘
어젠가 댓글을 통해 알았지만, 그전까지는 스타리그 또한 서브 라이센스일뿐 완벽하게 라이센스를 딴게 아니었군요.
그렇다면, 지금 개인리그의 강행은 Ongamenet이든 MBCgame이든 KeSPA가 하는 행동이랑 다를바 없는 행동 하는거겠군요.

KeSPA는 그렇다치고, 방송사는 어떤 생각을 하는건지 제 머리로는 알 수가 없네요.
이거 다 자멸로 가는 길이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뭐 어떻든 모든건 법정에서 다 드러날테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네요.
그 와중에 위에 한 댓글은 humorous하군요.
루스터스
10/10/27 12:14
수정 아이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수 있나요??

가처분 신청을 무조건 받아들일거라고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가처분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거 아닌가요???
왜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지...

이전에는 글쓴이에게 쪽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 때는 개인 생각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가처분 받아들일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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