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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0/09 19:38:05
Name 질롯의힘
Subject 10년만에 스타를 꺼내다
제가 스타를 처음 접한건 대학원때인거 같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느려터진 인터넷망에서 오리지널 스타를 하는 것을 보고, 연구실에서 스타한다고
열받아 했었는데, 브러드워가 나오고 PC방이 생기면서 진짜 많이 했던거 같네요
회사원이 되고 직장인 동호회도 하면서 팀플은 그럭저럭하는 중수이상은 했던거 같은데...
직장인지라 컴퓨터 게임에 푹 빠지기는 힘들었지만 동호회하면서 갈고 닦은 솜씨는
회사내에서 친목도모와 내 PR하기에는 괜찮았던거 같네요.

처남이 PC방을 해서 PC방 폐인들을 보고, 절대로 온라인 게임을 안하겠다고 다짐하고,
스타에 빠져 헤메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블리자드 게임의 캠페인 미션과 미션후 나오는 동영상들은
참 많이 설레게 했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워크래프트3가 나왔을때 컴퓨터도 업그레이드하고 정품CD도 사서
다시 게임의 구렁텅이에 빠졌죠. 하지만 다행히 스타만큼 박진감 넘치진 않아서 워3 배틀넷에선 헤메진 않았네요.

그러나, 워3 미션 수행은 근 10년 동안 한 5번 정도 클리어 할 만큼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배틀넷보다 미션을 하는
그 아기자기한 맛이 정말 재미있더군요.

나이도 나이고, 직장도 너무 바빠서 스타를 거의 못하지만 방송은 나름 챙겨봤네요. 특히 CJ팬인지라 CJ경기는
왠만하면 다 봤는데, 방송을 꾸준히 보다가 연예인, 운동선수에게도 광분하지 않던 제가 엄청만 마씨 팬이 됐죠.

그러다가 올해 조작으로 완전 멍때리게 되고, 스타 방송마저도 안보게 되더군요.

근데, 스타2가 나왔네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브러드워에서 워3에 헤메서 남들 영어공부할때 겜하던 자신을
후회하기도 했는데, 내년에 초등학교갈 아들이 있는 중년이 이제와서 스타2를 다시 한다는거는 정말
부끄러운 일 같았습니다.

그래도 호기심은 어쩔 수 없어, 어떻게 생겼나 구경이나 해보자고 PC방에서 스타2 접속했다가
주민번호가 도용당해 생전 구경도 못해본 WOW에 계정이 3개나 있는것을 보고, 바로 잡으려고
배틀넷에 새로 접속했네요. 그래서, 근 10년만에 스타 정품 CD를 찾아 꺼내고, 워3, 프로즌스루등 보유한 정품 CD까지 등록하고나니
왠지 내가 블리자드 겜 매니아가 된거 같고 스타2도 있어야 될거 같더군요(이거 자기 변명이죠)

워3할때도 큰맘먹고 컴 업글을 했는데, 꼭 3년주기로 컴을 갈아야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도 컴까지 교체헀습니다.
정말 블리자드 겜 한번 하려면 돈 많이 드네요.

어제 밤에 아들 손 잡고 롯데마트에 갔습니다. 아들 레고 작은거 하나 사주면서 슬쩍 스타2를 샀죠.
엘레베이터를 타고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아들이 제게
"아빠, 이거 게임이야?"
"어~"
"아빠는 나 게임못하게 하면서 왜 해? 이거 머리좋아지는 게임이야?"
(엘레베이터 사람들 벌써 웃기 시작함...흑)
"아니 이거 하면 머리 나빠져..."
"근데 왜 해?"
"...."
얼굴이 후끈해질때,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아들손을 잡고 후다닥 차에 탔죠.
참 이 나이에 이거 해보겠다고 백만원 이상 투자를 하면서까지 내가 이거 마누라 볼 면목이 있나?

아들을 재우고, 혼자 방에서 조용히 스타2를 깔았습니다.
브러드워, 워3, 프로즌스루를 처음 깔고 동영상을 볼때 그 설레임이 그대로 느껴지더군요.
(그때보다 훨 좋아진 컴퓨터와 사운드 시스템은 정말 감동의 도가니더군요...제가 PC-FI를 조그맣게 꾸며서
PC사운드쪽만 컴퓨터 본체값은 하는지라...)
Full-option으로 돌리는 영상은 정말이지 10년전 느꼈던 감동보다 더 하더군요.
밤이 늦어 미션 2~3개밖에 못했지만 기존 게임보다 훌륭한건 한편의 영화를 보는거 같기도 하고,
더빙이 잘되서 그런지 내가 주인공이 된거 같기도 하고, 게임과의 일체감이 훌륭합니다.

새벽 1시가 넘어 방문이 슬그머니 열립니다. 헉~ 마누라다...이거 뭐라고 변명하나?
마누라는 과일접시를 밀어 넣으면 조금만 하다 주무세요~ 그럽니다.
그러면서 "자기 요즘 사는 낙도 없는데 그거라도 하라고 봐준다. 대신 너무 빠지진 마세요"
네, 그 얘기 듣고 바로 슬슬 정리했습니다.

10년전에는 2~3일을 꼴딱 세더라도 미션을 모두 끝냈는데, 하루밤에 20판도 넘게 배틀넷에서 팀플을 했는데
이제는 그게 조절이 되네요.

사실 10년전처럼 화려한 마우스질로 질롯 아케이드할 자신도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네요.
그냥, 쉬움이나 보통 난이도로 미션이나 천천히 깨려구요.

스타2가 제게는 조그만 사는 낙이 될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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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rarara
10/10/09 20:14
수정 아이콘
그냥 로그인하게 만드시네요..

제가 스타2에 느끼는 감정이랑 비슷해서..
"자기 요즘 사는 낙도 없는데 그거라도 하라고 봐준다. 대신 너무 빠지진 마세요"

이거 너무 마음에 와닿습니다.ㅠ_ㅠ
10/10/09 20:31
수정 아이콘
저도 미션 위주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내분께는 "내가 왜 사는 낙이 없어? 당신이 나에겐 가장 큰 기쁨인데...'
라고 말씀해보시는건 어떨... (퍽)
10/10/09 23:09
수정 아이콘
참.. 우리나라에서 스타란 게임 타이틀은 정말 게임 그 이상이네요.
이런 글 볼때마다 새삼 놀랍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똥꼬쪼으기
10/10/10 22:38
수정 아이콘
그냥 로그인하게 만드시네요..(2) 황제 본선진출했다는 소식에도 로긴 안했는데...
저도 30대 중반에 아내랑 4살, 2살 딸이 있습니다. 그래서 님 글이 넘 공감되네요.
그래도 아직 안사고 버티고 있습니다. 아이폰 만지작 거리는 낙으로 살고는 있는데...
황제 본선진출했다는 소식에 왜이리 뽐뿌가 생기는지 모르겠네요. 일단 버텨볼렵니다.

조절 잘 하시길 바랄께요. ~_~;
청바지
10/10/10 23:00
수정 아이콘
우와.. 뭔가 추천을 누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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