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약 일주일 동안 KeSPA에는 세 건의 자격변경 공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다음의 일곱 명의 선수가 은퇴 처리된 후 프로게이머에서 아마추어로 자격변경 되었습니다.


9월 30일 은퇴처리 대상자

김경효 900810 p08-001 STX SOUL
정영철 880411 p05-049 SK텔레콤 T1
이재훈 810222 p01-121 CJ ENTUS
박현우2 920706 p09-096 위메이드 FOX
김상준 921002 p09-095 위메이드 FOX

10월 4일 은퇴처리 대상자

김학수 890423 p08-126 hite SPARKYZ

10월 5일 은퇴처리 대상자

이윤열 841120 p02-026 위메이드 FOX


프로에서 아마추어 신분이 되었기 때문에 저 선수들은 프로게이머 이름을 치면 DB에 안 나오거나, 은퇴선수 등으로 분류되어 보존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KeSPA는 자격말소된 선수들을 DB에 출력시키지 않고 출력 안 되게 숨겨버리는 방법을 사용하죠. (DB를 없애버렸다고 쓰지 않는 이유는 은퇴 선수들에 대한 기록들을 아예 보존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험삼아 지난 1주일 새에 은퇴처리된 일곱 명의 선수 이름을 KeSPA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래의 링크된 그림과 같습니다.









결론은 단 한줄로 요약됩니다.


지난 일주일간 은퇴처리된 선수들 중 가장 늦게 은퇴공시된 이윤열 선수의 이름만 아주 빠르게 없어져 있습니다.


얼마나 빠르게 이윤열 선수의 DB가 숨겨졌는지, 협회 홈페이지의 진기록 명기록 란에 있는,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이윤열 선수의 최다우승, 다전, 다승, 최다 결승진출 기록 등의 옆에 붙여진 소속 명칭을
'위메이드'에서 '은퇴'로 바꿀 새도 없이 말이죠.


과연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몇 가지의 가설을 생각해 봤습니다.

계약도 만료되어 팀 소속도 아니고 스타크래프트 2 프로게이머로 전향해서 활동하기 때문에 협회에서 은퇴처리했고.
그러면 더 이상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가 아니니 프로게이머 DB에서 가려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서기수, 장민철, 정종현, 박성준 선수가 아직 프로게이머 자격으로 DB에서 검색되는 것이 이해가 안 갑니다.
그리고 이 경우는, 앞서 든 것처럼 최근 일주일 동안에 은퇴 처리된 다른 6명의 선수가 DB에 잔존하는 것과도 형평성이 맞지 않습니다.

단순한 DB 관리의 실수일 수도 있습니다. 선수들의 은퇴공시라든지 관리를 KeSPA가 일일이 딱딱 맞게 한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기록관리 부분에 있어서 KeSPA의 실수는 개인리그 우승기록 착오사건을 비롯해 한두 가지가 아니죠.
하지만 실수라고 보기엔 유독 이윤열 선수의 이름만 재빠르게 지워진 것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너무 공교롭습니다.

마지막으로,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이윤열 선수에 대한 '괘씸죄'가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두 번째 이유와는 반대로, 심증이나 정황은 있으되 결정적 증거는 없습니다.


어쨌거나. 무슨 이유로 그들은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에서 역대 최고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의 이름을
마치 큰 잘못을 한 사람의 기록을 말살하듯 한다는 오해를 살 정도로 그렇게 단시간에 가려 버렸을까요?

다른 스포츠라면 이윤열 선수 정도의 위상을 가진 '레전드'의 은퇴라면 구단은 말할 것도 없고 협회 차원에서 들썩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비시즌 기간이라지만 역대 최고의 기록을 가진 전설급 선수인 이윤열 선수가 무려 '은퇴'를 했다고
협회 차원에서 발표해 놓고 그에 대해 공지 외에 아무런 일도 아닌 것처럼 보도자료도 무엇도 내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참고: 게임단인 위메이드 폭스는 이윤열 외 2명의 선수가 스타2 전향으로 팀을 떠나게 되었다고 했지 은퇴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이윤열 선수가 자신의 입으로 스타2 전향과 GSL 예선 참여를 언급했지만. 위메이드 폭스와는 계약이 만료되고 갱신을 하지 않아
자유롭게 나온 것이고. 혹시 전향을 하면서 프로게이머 은퇴나 자격을 버리겠다고 명시적으로 말한 적이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전향은 언급한 적이 있을지언정 프로게이머 자격을 버리겠다고 대외적으로 언급한 적은 지금까지 없지요.

백번 양보해 선수가 버리겠다고 했다고 칩시다.(추가: KeSPA는 선수의 동의를 얻었다고 했으니 이게 사실이 되겠죠.)
그렇지만 이게 사실이라 한들. 그렇다면 왜 은퇴 선수 중 이윤열 선수의 기록과 이름만 프로게이머들 속에서 이렇게 빨리 가려졌을까요?

그리고 - 감정적인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만 - 이것이 이윤열이라는 선수에 대한 온당한 대접일까요?


과거에 재미있게 보던 개그 코너인 '마른인간연구'에서 유민상씨가 읊조리던 것으로 기억하는 대사 한 마디로
저의 지금의 기분을 대신하며 의문을 맺고자 합니다.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갑니다.


- The xian -


P.S. 다시 한 번 주지합니다만. '마치 큰 잘못을 한 사람의 기록을 말살하듯 한다는 오해를 살 정도로 그렇게 단시간에 가려 버렸을까요?'라고 본문에 언급한 것처럼, 제가 본문에서 의문을 제기한 '이윤열 선수의 기록을 가려버린 상황'은 '완전한 기록 삭제'나 '기록 말살'과는 다소의 의미 차이가 있으니 이 점은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문에 언급했다시피 저는 KeSPA가 아마추어로 자격변경된 은퇴선수의 기록 자체를 아예 말소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 취급이 이윤열이라는 선수에 대한 위상에 여러 모로 걸맞지 않고, 평소에 느슨하게 홈페이지 관리를 하는 KeSPA의 행태를 볼 때 유난히 빠르고 정확하다(?)는 점이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죠.

또한 본문에 언급한 것처럼 KeSPA 홈페이지의 진기록 명기록 란에 단편적으로 명시된 최다승. 최다우승. 최다전 등등의 단편적 기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다만 다른 선수들보다 너무도 빠르고 신속하게 프로게이머 DB에서 사라졌고. 그것이 위와 같은 의문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