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어제 쓴 아래의 글에 덧글로 풍경님이 링크해 주신 기사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코미디를 보고 허리가 접히도록 웃었습니다. 그리고 이걸 게임뉴스란에만 간략하게 감상을 적을까 생각했다가, 쓰다 보니 글이 길어져서 별도의 글로 작성합니다. 기사를 제보해 주신 풍경님께 감사드립니다.
블리자드 지사장이 국정감사장에 소환되었고,
관련기사를 비롯해 여러 기사가 떴습니다. 그리고 질의내용을 보니 블리자드의 PC방 요금정책에 대한 이야기와 e스포츠 중계권료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PC방 요금제에 대해서는 뭐. 이건 블리자드도 10년 이상 패키지 가격 한번만 받아먹고 남 좋은 일 시켜줄 생각 없는 것 같고, PC방은 다시 한번 투자해 한 10년 우려먹고 싶겠죠. 그러니 이건 둘이(PC방협회 vs 블리자드) 알아서 싸우라고 하고. 정작 중요한 말은 다음에 나옵니다. 주제가 e스포츠 저작권 이야기로 넘어갔거든요.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대한민국의 높으신 의원나리께서 이런 소리를 하셨습니다.
"e스포츠 게임 저작물로 스타2를 이용할 때 상당한 중계권료를 요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e스포츠 대회가 게임사의 입장에서 보면 자사의 제품을 오히려 홍보하는 기회로 보인다. e스포츠 자체가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계권료를 요구하는 것이 지나친 것은 아닌가. 축구, 배구 등의 스포츠에 별도 중계권을 요구하는 것은 없다"
이건 제딴에는 대한민국e스포츠협회. 즉 KeSPA의 입장을 대변해 주려고 한 모양인데.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저작권에 있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무지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망신이라고 오해를 사기 좋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발언 내용을 보니... 이건 팀킬까지 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서 이 발언이 왜 망신감이고 팀킬인지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e스포츠 대회는 게임사의 제품을 오히려 홍보하는 기회로 보인다
- 홍보, 즉 마케팅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자로부터 중간생산자나 소비자에게 유통시키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즉,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계약이 선행되어야 하겠죠. 하지만 KeSPA와 방송사들은 곰TV의 TG삼보-인텔 클래식과 온게임넷의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블리자드와 계약은 커녕 허가조차 얻지 않은 상태에서 e스포츠 대회를 치렀고 거기에 상업광고 및 스폰서를 붙여 자신들이 유무형의 이득을 챙겼으니 이것을 게임사에 대한 홍보라고 간주하는 것은 아전인수입니다. 권리가 없는 마케팅은 마케팅이 아닙니다. 복돌이들의 불법복제를 홍보라고 하지 않듯이.
무엇보다. 게임사인 블리자드의 로고조차 띄우지 않고 제품을 홍보하는 사례도 있는지 의심스럽군요. 저는 게임업계에서 7년 반 동안 근무했지만 게임사의 로고를 띄우지 않고 제품을 홍보하는 사례는 몇몇 전략적인 티저광고 외에 본 적이 없는데. 10년 이상 티저광고만 했다는 이야기라도 됩니까?
중계권료를 요구하는 것이 지나친 것은 아닌가.
- 의원님께서는 중계권이라는 개념이 그냥 이번에 뚝딱 생긴 줄 알고 계시나 봅니다만, 중계권 개념을 대한민국 e스포츠에 처음 도입한 게 누구일까요? 블리자드일까요? 그래텍일까요? 온게임넷일까요? MBC게임일까요? 아니죠 아니죠 노노노노노. 답은 KeSPA 입니다.
3년여 전인 2007년, 중계권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하면서 사업자(?)인 IEG에게는 3년간 17억원규모로 중계권을 낙찰시켰고, 양 방송사에게는 3년간 총 규모 15억원의 중계권료를 요구하면서 리그 예선장에서 선수들을 빼버리는 폭력행위를 저지른 끝에 중계권료 명목으로 3년간 총 규모 7억 8천만원(각 방송사 3억 9천만원씩)을 갈취했지요. 그것도 스타크래프트 사용 및 상업적 이용에 대한 권리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고 도중에 MSL 예선장에서 선수들을 퇴장시키는 등의 실력행사로 e스포츠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중계권으로 이 판을 망하기 일보직전까지 가게 만들고 블리자드의 개입에 빌미를 제공한 최초의 원인제공자는 분명히 KeSPA입니다.
백번 양보해 중계권료를 요구하는 것이 저작권자의 입장이라도 지나치다고 하면, 저작권도 없이 지난 3년간 약 25억원을 갈취해 운용한 KeSPA부터 국감장에 세워서 자금운용 및 출처, 그리고 그로 인한 저작권 문제 등을 따져야 정상이 아니겠습니까?
e스포츠 자체가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다.
실례를 무릅쓰고 한 마디 하자면 의원님은 프로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좀 낮으신 것 같습니다.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대회는 다른 프로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기업이 구단주 혹은 스폰서로 참여하고, 프로그램에도 광고가 들어가고, 선수의 유니폼에도 광고가 부착되는 등, 수많은 기업들이 유, 무형의 상업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명백한 상업적 사업입니다. 의원님이 예로 드신 축구나 배구는 물론 지금 플레이오프 중인 야구도 구단수익이 거의 안 나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만. 그것을 가리켜 수익이 거의 안 나니 상업적인 프로 스포츠가 아니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명백한 상업적 사업인데도, 수익성이 없다고 항변하는 것은 권리보다 감정을 우선순위에 놓고 '실제로 발생한 수익이 없으니 상업적이 아니다'라는 요상한 논리를 강요하는 셈입니다. 머리가 아니라 배짱에 뇌가 있다고 항변하는 격이죠.
축구, 배구 등의 스포츠에 별도 중계권을 요구하는 것은 없다
- 일단. 배구는 제가 우리나라 배구만 봐서 모르겠지만, 축구에 중계권 있습니다. EPL 중계권 사오지 않습니까. 월드컵도 중계권 사오고요. 그래서 단독중계니 시청자들의 볼권리니 뭐니 하고 한동안 시끄러웠지 않습니까. 있는 것을 왜 없다고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니 진짜 큰 문제로 넘어가도록 하지요.
e스포츠에 대해 마음대로 해석한 나머지 황당한 소리를 하시는데. e스포츠란 말입니다. 이미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창시해서 저작권 주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스포츠가 아니라 엄연히 저작권법으로 지적재산권, 복제권, 공중송신권 등의 권리가 최소 50년간 보장되어 있는 '게임'이라는 저작물로 치르는 스포츠입니다. (추가로 하나 더 알려드리자면. 한미 FTA에서 미국측이 저작권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저작권 기간 연장 및 복제와 전송권 등에 대해 매우 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시켜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그 '게임'이라는 저작물을 직업적으로 다루는 사람으로서 의원님께서 이런 소리를 하면 마음이 아파요. 마이 아파요 정말.
당연히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이니 e스포츠를 치르는 주체는 게임사와의 협약을 맺어야 하고, 협약이 없는 상태에서 상업적인 프로 e스포츠 대회를 치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명백한 저작권 침해행위입니다. 그런데 이걸 왜 축구와 배구하고 비교를 하시는지요. 몇 달 전에는 어떤 단체에서 "축구공을 만든 아디다스가 월드컵에 축구공 사용료를 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라는 소리를 하면서 그 동안 계약조차 맺지 않고 거액의 중계권료까지 멋대로 받아 운용한 주제에 적반하장 행동을 했죠. 그런 도둑 심보에 근거한 소리와 의원님의 소리가 대체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우리나라 e스포츠계의 기득권을 변호해 주려고 나서신 모양인데. 제가 보기엔 이건 팀킬(?)이고 무개념 인증이라는 오해를 사기 매우 좋습니다. 부끄러운 줄이나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해외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대한민국에서는 국회의원들마저 저작권에 대해 이렇게 몰상식하다고 전 세계적으로 망신당하기 딱 좋습니다. 그리고, e스포츠가 뭔지, 게임이 저작권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 제발 공부 좀 하십시오.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