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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9/26 11:11:08
Name The xian
Subject e스포츠 현안을 다루는 '어떤 언론들'에 대한 유감.
e스포츠라는 분야는 판의 크기 자체도 그렇게 큰 편이 아닌데다가, 관계자와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 간의 격차가 매우 적은 분야에 해당합니다. 즉, 언론에서 아는 내용이라면 웬만한 팬들도 다 아는 내용이고 오히려 팬들의 루머 등이 기사화되고 나중에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어느 분야보다 빈번하죠. 물론, 팬이라는 집단은 모든 언론들이 '이대로 어둠에 묻자'라고 할 정도의 단합을 보여주는 사안이나 소수의 관계자만이 알 수 있는 아주 제한되고 통제된 정보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워 언론 보도를 그대로 믿어야 하는 한계를 가진 대다수 일반인들이 모인 집단이긴 하지만, 격차가 적다는 특성 때문에 - 물론 모든 언론은 사실과 진실을 다뤄야 할 의무가 있지만 - 이 판에서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팬들을 속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정치인들의 언론플레이나 절대권력을 가진 신문의 보도조차 진실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파헤쳐지고 작살나는 세상인데도 일부 언론들이 어줍잖은 왜곡을 곁들여 무리한 언론플레이를 하는 광경이 보입니다. 이게... 좀 끔찍하더군요.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말처럼 지금 e스포츠에서 난무하는 언론플레이들을 보면 말만 갈수록 거칠어질 뿐, 밑천이고 뭐고 없어져 읽을 수록 과도한 띄워주기에 손발이 오그라들거나, 어이없는 깎아내리기에 식상하다 못해 역겨워지는 현상까지 일어납니다. 그런 부작용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사'가 아닌 '언론플레이' 속에는 진실 대신 '사이비'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죠. 기사 안에 숨어있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진실조차 외면하는, 조금만 더 뒤져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진실을 외면하는 '사이비'들이.

언론도 사람이 쓰는 것이니 정치적 성향이 있을 수밖에 없고 자기들의 이익을 구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자기 이익과 관련된 사실이나 어떤 부분의 좋은 점 / 나쁜 점만을 쏙쏙 빼먹어서 자기 입맛대로 요리하려는 심리 속에 행해지는 어줍잖은 언론플레이는 한마디로 OME 그 자체입니다. 언론을 언론답게 만드는 것은 정치 성향이나 스탠스가 아니라 진실이고 사실이거늘, 돈 때문이든 권력 때문이든 자신의 영향력 때문이든 e스포츠에서 어설픈 언론플레이를 하는 이들은 그렇게 수많은 질타와 비판을 받고도 계속 꿋꿋하게 그런 행보를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는 수채구멍 같은 데에 머리만 집어넣고 '안 보여 안 들려'를 외치는 자들처럼 자기 행동이 어설픈지 아닌지에 대해서조차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가 듭니다. 그런 기사들을 보느니 '차라리 스타리그 2000번째 경기를 22시간동안 보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골라 먹으면 체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응?)

#

지금처럼 e스포츠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면 이게 무슨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기 위해 공격대를 모으는 것도 아닐텐데 그것을 진영 논리로 해석하거나, 팬들이 집단화하여 어떤 주체를 믿고 편들어야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기반해서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 주체들은 저마다의 무언가를 내걸고 팬들에게 읍소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준 낮은 언론플레이도 불사합니다.

하지만 요즘의 현안에 대해 그런 식으로 진영을 구분지으려는 식의 진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식상하기 이를 데 없는 사고방식이고 요즘의 문제를 바로 보는 데에 있어서도 전혀 맞지 않는 소리라고 봅니다. e스포츠 팬들의 현재 여론을 보면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스타2를 처음부터 거부했던 협회를 욕하고 비판하는 것이 다수이지만 그런 이들이 블리자드나 그래텍에 대해서는 반대로 고운 시선을 가지고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스타크래프트 2의 패키지 출시 및 배송비 정책, 곰TV의 해외 스트리밍 요금문제, GSL 방송 및 해설자의 수준 등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는 사람들과 e스포츠 다변화 및 저작권 문제 해결 등의 공익적 의무를 저버리고 끝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협회를 욕하고 비판하는 사람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얼라이언스와 호드처럼 다른 진영의 사람들이 아니지요.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편들어주거나 믿고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좀 더 비판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고 이미 팬들은 그렇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런 팬들의 움직임을 읽지 못하고 온정주의나, 자신들이 급박할 때만 이 판의 붕괴니 명분이니 운운하며 팬들의 애정에만 기대는 행동을 벌이는 것은 이젠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합니다. 더욱이 언론의 힘을 이용해 팬들을 전도하듯이 선동하려고 시도한다면, 그건 안 될 말입니다.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문제와 잘못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고 그것이 고쳐지기는 커녕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사실이나 행동에 기반하지 않은 채 그저 무조건 누구를 믿어주거나 편들어달라고 하는 것은 '신앙'을 요구하는 것이지 '신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e스포츠의 이익을 가진 주체들이 팬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신뢰'를 얻기 위한 행동 그 자체이지, '신앙'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지요.

그러니 제발 부탁입니다만, 누구를 '무작정 믿어달라'는 식으로 선동하거나 읍소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믿을 만 하면 다 믿게 되는 것을, 억지로 믿어달라고 하는 행동은 길거리에서 아무에게나 소리소리 질러대며 신을 믿으라고 하는 막무가내 전도꾼들을 보는 것 같아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말이 났으니 말인데, 차라리 그들은 신이라도 믿으라고 하지, 당신네들은 신을 믿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 The xian -


P.S. 제목에 전제한 것처럼 '어떤 언론들'에 대한 유감입니다. '모든 언론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특정 진영 - 중간에 쓴 것처럼, 저는 이번 사안에서 그런 식의 구분법이 식상하고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 이나 목소리에 해당하는 언론을 지칭하는 것도 아님을 밝힙니다. 소위 진영(?)의 구분으로 볼 때 제가 이 커뮤니티에서 특정 언론이나 주체에 대한 비판을 더 많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다루지 않고 악의와 왜곡으로 다루는 일이 제 눈에 더 많이 띈 언론들이 우연찮게 특정한 목소리를 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간혹 보면 어떤 분들은 저에게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진영(?)의 언론도 비판하는 글을 그만큼 써 달라'고 강권하기도 합니다만 제가 기계적 균형을 요구하는 분들까지 굳이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요구는 정중히 사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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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10/09/26 11:19
수정 아이콘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컨텐츠는 늘어났지만 갈수록 작아지는 판을 차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밥그릇싸움하는 모습이 아주 정겹기까지 하더군요;;;;;
사실상 게임유저 특히 청소년층에서 선호도가 rts쪽에 대한 부분이 바뀌지 않는다면 점점 줄어들다가 장기적으론 고사하지 않을까 싶지만 여기에 대한 대비책은 둘다 없는듯 보이고 결국 저 아귀싸움은 단기적으론 누군가가 승자가 되지만 결국 둘다 손털고 나가는 수순이 되겠죠.
10/09/26 12:33
수정 아이콘
웃긴게 이 바닥은 팬들의 사랑이 너무 크다는데 있습니다. 중계권 사건떄나 FA사건떄 그리고 절대 용서받지 못할 조작사건 떄도 팬들이 발벗고 나서서 이스포츠 살리기 운동을 했었죠.

하지만 정작 그 살린 판은 여전히 기득권층이 팬들이 심은 열매를 따먹기 바쁘죠.

이스포츠팬은 과연 뿌리일까 열매일까 . . . ?

전 이바닥이 스포츠라 생각하진 않지만 스포츠란 가정하에 , 그 어떤 스포츠팬들보다 이스포츠팬의 열정적인 사랑을 뛰어넘으리라 생각하진 못하겠네요. 이스포츠가 홀대받아서 서러움을 간직한건 비단 선수와 관계자뿐만이 아니라 팬들도 마찬가지였으니깐요.

근데 이스포츠 언론이란느게 참..... 정식적인 기자교육을 제대로 받았나 의심들게 하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많더군요.
10/09/26 12:43
수정 아이콘
이스포츠의 소비자들이 목소리 안 내더라도 순리대로 흘러갈 것으로 보이기에 언론이 아무리 악의적으로 떠들어도 그냥 흘려들으면 될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협회가 블리자드와 타협하거나 아니면 협회 자체가 붕괴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고 지금은 그냥 중간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협회가 붕괴가 되고 프로게임단도 해체가 되어서 상금 헌터의 시대로 돌아갔으면 좋겠고, 지금 스타2가 그러한 형태와 비슷한데 무명고수들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스타2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데도 10년전 때가 생각나서 재미있는것 같습니다. 예전에 스타를 정말 좋아할때의 향수가 느껴지는게 그 이유겠지요.
소년시대
10/09/26 14:55
수정 아이콘
기득권을 놓치기 싫은 협회의 눈물겨운 선동질은 참 역겹기 그지 없더군요
안그래도 돈 많이 버시는 양반들일텐데 왜 그렇게 안좋은 짓은 골라서 하는지
무지개곰
10/09/26 16:38
수정 아이콘
e스포츠 = 스타 1

이라는 공식이 먼저 끊어져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공식으로 편협한 생각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스폰지밥
10/09/26 18:55
수정 아이콘
요즘 스타1 망한다, 저문다 소리가 많이 들려오는데 저놈들이 부추기는 느낌이 드는군요.
10/09/26 19:06
수정 아이콘
체감상 요며칠 글이 너무나도 안올라오네요. 정말 뜸합니다.
딱 저저번주 결승전때 잠깐 흥한 걸 제외하자면,

글 올라오는 건 죄다 암울한 뉴스관련 소식과, GSL 불판뿐이죠.
아마 GSL 불판 제외하면 글이 몇개될지 참 답안나오는...

스토브리그 기간이 휴식기간이지만 작년엔 이렇지 않았죠.
정말 휴식이 아니고 무슨 마취상태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자게에 글들이 흥한걸 보면, 피지알 자체를 안온 건 아닌데...
시안님 글이 읽기 가벼운 글이 아닌데도 하도 요즘 글이 없다보니 반가울 정도네요.
참. 그새 또 다른 기사가 올라왔나봐요. 시안님이 또 펜을 드신걸(이런 표현 웃기지만 크크) 보면요.
아나이스
10/09/26 20:45
수정 아이콘
이 조그만 판 가지고도 밥그릇싸움에 빠져서 정신못차리는게 신기할 뿐...
10/09/26 23:08
수정 아이콘
근데 사실 조그만 판일수록 밥그릇싸움은 더욱 치열하기 마련이긴 하죠.

언플은 사실 정당성이 부족한쪽에서 하는거겠구요..

정당성이 확보되면 굳이 상대쪽에서 먼저 왜곡하지 않는한 언론으로 자기입장 변호할필요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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