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대한항공시즌2 결승의 전후로 해서 한동안 스타1의 미래에 대한 글들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부정적인 시각뿐이였고,
개인적으로 스타2도 요즘 흠뻑빠져있고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스타1을 사랑하는 저로써는 참 씁쓸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결승전이 끝나고 얼마 안있어 갑자기 테란 사기론이 튀어나오면서 그에 관한 수 많은 글들이 양산되었습니다.

어른들이 하는 옜말중에 패션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70년대 입었던 스타일이 갑자기 30년이 지난 2000년대 사람들이 입기 시작하는 같은 일 말이죠. 이와 비슷하게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02.
요즘 테란 사기론에 관한 글들을 보면서 깊숙히 코멘트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피식 웃을정도였죠. 테란의 사기라... 정말 오랜만입니다. 언제쯤 들어봤나요. 테란은 사기다...
물론 테란은 사기야라는 말은 임요환 이후로 스타판 역사 내내 언급되었던 말이였습니다. 하지만 근래들어 테란이 사기라는 소리는 그저 우스개 소리였죠. 저그가 앞마당 뚫으려고 하는데 미친 벙커 리페어로 막아내면 습관적으로 scv 사기네, 리페어 사기네, 테란 사기네 등등...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진심성을 담은 테란이 사기다라는 말이 정말 오랜만에 나왔습니다. 최연성의 전성기 시절 이후에 진짜 오랜만에 나온것 같아요. 테란은 사기다...




03.
아이러니 하게도 전 진심으로 이영호선수의 팬분들의 심정과 테란이 특히 사기라고 외치시는 이제동선수 팬분들의 심정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전 현재 송병구선수의 팬입니다. 그런데, 송병구전에 제가 누구의 팬이였나라고 하니... 바로 최연성선수였죠.
최연성... 그야말로 괴물같은 신인이 스타판에 나타나서 한때 모든 게이머의 명제가 '최연성을 이겨라' 로 모아질 만큼 그의 포스는 가히 대단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최연성을 두고 테란은 사기다 라는 말을 했었죠.
그 당시 제가 했던 행동이 지금 이영호선수 팬분들의 행동과 똑같습니다.
테란이 사기인게 아니라 최연성이 사기다, 최연성을 빼놓고 다른 선수들의 승률을 살펴봐라... 최연성이 정말 미치도록 잘하는 것이다....




04.
맵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종족은...? 테란입니다.
불리한 맵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극복하는 종족은...? 역시 테란입니다.

상성대로 가자면 테란은 저그에게 강합니다.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테란은 ... 토스에게 약하지 않습니다.




05.
테란은 언제나 악역이여만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맵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종족은 역시 테란입니다.
그리고 밸런스가 조금 무너진 맵이 나왔다고 한들 정망 그 맵이 오랫동안 쓰인다면 결국 밸런스를 따라 잡을 만한 종족도 전 테란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상 드림라이너 같은 경우야 너무 벌어져서 힘들겠지만, 개인적으로 카트리나 맵이 정말 계속 사용됐다면 결국 프로토스를 따라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06.
테란은 그동안의 스타역사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를 쓴 종족입니다.
테란은 언제나 강해왔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쭉 강해왔습니다.
아니, 사실 테란이 항상 강한것은 아니였습니다.
근래 들어 마재윤시대 이후 테란의 우승횟수는 박성균1회, 이영호1회, 박지수1회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테란은 약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테란은 언제나 강해왔으니까요.



07.
역사는 반복됩니다.
게임게시판 32909 번 글에 럭스님이 흥미로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https://pgr21.com/zboard4/zboard.php?id=free2&page=1&sn1=&divpage=6&sn=on&ss=off&sc=off&keyword=럭스&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8095

지금 이영호와 이제동의 이름을, 지금 테란과 저그의 종족을 정확하게 바꾸면 .. 놀랍도록 같은 이야기로 우리는 1년전에 논쟁하고 있었습니다.



08.
테란은 사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테란이 지금 현재 가장 강한것은 사실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테란이 사기가 아니라 이영호가 사기다, 이영호를 제외한 다른 테란의 승률을 보고 말하자
과거 저는 말했습니다. 테란이 사기가 아니라 최연성이 사기인것이다, 최연성을 제외한 다른 테란의 승률을 보고 말하자

하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제일 잘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논한다는거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연성을 통해 전체적인 테란의 수준이 올라갔습니다. (물론 이윤열 선수도 있습니다.)
분명한건 지금 최고인 이영호를 통해 나머지 모든 테란유저들의 수준이 분명 올라갈 것이고, 또 현재도 분명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테란은 사기가 아닙니다. 다만, 지금 가장 강력한 종족은 바로 이영호를 수장으로 받들고 있는 테란이 맞습니다.




09.
테란은 언제나 악역이여만 합니다.
테란은 언제나 맵이 조금 불리해야 밸런스가 맞는 맵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왜냐면 테란은 그맵을 극복할만한 능력이 있는 종족이니까요.

테란은 언제나 당해줘야 합니다.
왜냐면 그간 테란에게 당해온것이 너무 많기에 복수해야하니까요.

그래야... 테란의 팬이 아닌 다수의 팬들이 희열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테란이 저그 잡고 우승하는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저그가 테란을 잡고 우승하는것은 그야말로 인간승리입니다.
테란이 토스 잡고 우승하는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토스가 테란을 잡고 우승하는것은 바로 가을의 전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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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란은 언제나 악역이야만 합니다
아니.......

테란은 언제나 악역이여만 했습니다.

테란이 암울했던 그 시절에도 테란은 그 누구로부터 동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테란은 사기인 종족이니 암울해도 괜찮다라는게 어쩌면 이판을 지배했던 무의식속에 있었던 생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테란은 스스로 극복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누구의 동정도 아닌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테란은 결국 극복해내었고 다시 그 이전보다 더욱더 악한 악역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테란이 암울한 시절 테란을 동정하지 않은 다른 이들에게 마치 복수를 제대로 해주는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해야할까요..?

정말 안타깝게도 테란은 ...... 과거부터 지금까지.....언제나 '악역' 일때 그 포스가 가장 빛을 발하던 종족이였습니다.





10.
스타1의 어두운 미래에 관한 이야기보다 테란이 사기다라는 이야기가 어쩌면 저에게 더욱더 반가운 소리였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이 스타1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단 것을 보여주는 사례니까요.




정확히 1년뒤에,
'프로토스는 정말 사기다' 라는 글이 올라오며 그때로부터 1년전인 지금의 '테란의 사기다' 글을 보면서 다시한번 피식 웃는 일이 반복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