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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9/14 03:54:48
Name Ymini
Subject 테란 유저로서 다른 종족이 사기라고 느꼈던, 그 때, 그 사람
유구한 전통과 폭넓은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테란사기설(?)이 재조명되고 있는 걸 보니
테란 유저로서 '정말 이건 사기야!' 라고 느꼈던 때를 적어보고 싶어지더군요 물론 당시에는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지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그냥 재미로 추억을 되돌아보는 글입니다.

저에게는 '테란의 절망'으로 느껴졌던 플레이어가 딱 3명 있었습니다.

1) 마OO 전(前) 선수

제가 그를 처음 주목했던 것은 슈퍼 파이트에서 였습니다. 황제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입을 떡하고
벌린 것이...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일방적일 수는 없어!!'하고 땅을 쳤습니다. 그 이전에는 솔직히
우승자고 뭐고 눈에 안들어왔는데,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나니 주목을 안할 수가 없더군요. 물론 그 주목은
'누가 황제의 복수를 해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섞여있는, 순수한 것은 아니었지만요.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천재가 실패하고, 괴물이 무너지고... 저는 절망했습니다 OTL
황제, 천재, 괴물의 패배는 전략으로도, 감각으로도, 물량으로도 테란은 최상급 저그에게는 안된다는 선언으로
보였습니다. 천재가 결국 복수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 경기마저 피튀기는 혈전이었고 3해처리 저그에 대한
극복으로 보이지는 않았죠. 테란의 구세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암흑의 시대는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혁명가가 등장함으로써 막을 고했습니다. 그건 독립이라기 보다는 프로토스의 저그 격침으로 얻어낸 광복에
불과했지요. 그 때는 딱히 어떤게 사기다,라고 찍을 수도 없을 정도로 '저그' 그 자체가 사기스럽게 보였습니다.
그냥 누군가 나타나서 그를 꺾어주기만 학수고대했지요.

2) 무결점의 총사령관, 송병구 선수

스타1에서 종족을 막론하고 최종 결전 병기를 뽑자면 저는 캐리어를 꼽을 겁니다. 그나마 캐리어가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수를 모으기가 어렵고, 그 타이밍에 허점이 노출되는, 적어도 그 과정은 불완전한 병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송병구 선수는 달랐습니다. 당시 '어린 괴물'로 불렸던 이영호 선수가 '안티 캐리어' 빌드를 들고 나오기 전까지
송병구 선수에 대한 대항마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그의 대 테란전 운영에는 틈이 없었죠. 어느 정도 지상병력이 유지된 상태에서
캐리어가 4기 이상 나오면 테란은 왠만해서는 질 수 밖에 없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 시절에, 캐리어 자체도 사기인데 그걸
총사령관이 지휘하면 누가 그걸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라고 생각될 정도로 '총사령관의 캐리어'는 사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네요. 그의 손 안에 캐리어를 쥐어주면 안됩니다!!)

이제 게이머도 아니고 시청자로 전락해버린 저는 아직도 캐리어가 6기까지 뜬 상태에서 역전하는 테란 선수들을 보면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어라? 분명 '예전에는' 저 상태면 가망이 없었는데...? 분명 조합상 캐리어 + 지상군이 유리한게 맞는데...? 어라???

3) 폭군, 이제동 선수

솔직히 저는 이제동 선수는 상당기간 평가절하 했었습니다. 왜냐면... 이제동 선수의 뮤탈이 뜨면 그냥 경기가 끝나버리기 때문에
압도적이고 뭐고 느낄 새가 없었달까요. 괴수끼리 부딪혀야 뭔가 우르르쾅 하면서 '정말 엄청나구나'라는 걸 느낄텐데, 이제동
선수의 테란전은 어느 순간 잘 벼려진 진검이 획~하고 지나가니까 응원하던 선수가 '픽'하고 쓰러져 버리는 느낌이었죠. 무협지로
비교하자면 검강이나 검기가 아니라 암살검, 무형지독으로 대결이 끝나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다보니 분명 잘하기는 하는데 예전에 봤던 그 압도적인 '본좌'의 느낌은 아니고... 도대체 어?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차츰 테란 선수들의 선전으로 '극단적으로 일방적이지는 않은(그러나 여전히 일방적인)' 경기가 나타나면서 이제동 선수의
강함을 느낄 수 있었죠. 그래도 다행히 대항마 후보정도는 있었습니다. 무결점의 총사령관을 극복한 어린괴물, 최종병기...
그러나 그런 특수 케이스를 제외하면 여전히 '뮤짤'은 최근까지도 사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것 역시 이제동의 뮤탈리스크라는 케이스에 대해서는 현재진행형이군요

수많은 강자, 수많은 우승자들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종족의 벽까지 느낀 것은 이 3명이 유일합니다.
여러분은 언제 '이 선수, 이 종족 사기야'라고 느끼셨나요? (너무 뻔하니까 가장 최근꺼는 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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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lbbang
10/09/14 04:36
수정 아이콘
그렇죠, 테란은 사기가 아니라 스타내 삼종족에서 가장 좋은 종족일뿐입니다.

본문의 내용에 충실하자면 토스가 주종이다보니 선수로썬 김택용 선수의 07년 저그전이 참 경이로웠습니다.
당시 많은분들은 김택용 선수의 다발적 견제와 동시에 이뤄지는 제 2멀티와 지상군 체제의 멀티 태스킹을 사기스럽다 꼽으셨지만
개인적으론 체계적인 프질커 정찰을 통한 저그의 굉장히 빠르고 시시각각 변하는 체제전환을 모두 캐치해내며
방어를 해내는 능력이 정말 사기스러웠던것 같네요. 괜히 10년 저프전 밸런스란 말이 있는게 아니듯 정말 굉장해보였습니다.

종족으로 따져보자면 종족이 다름에도 지금까지 골수빠돌이를 자처하고 있는 이윤열 선수의 로템 저그전이 떠오르네요.
삼룡이 지역까지만 먹으면 저그가 양섬과 전맵을 다 차지하더라도 2팩에서 나오는 업탱크의 무시무시한 화력으로 센터 세로 줄긋기후
마메 동시난전으로 저그의 모든 멀티 초토화후 순회공연.. 정말 아찔하더군요.
트윈스
10/09/14 04:51
수정 아이콘
토스팬으로서 토스게이머를 꼽자면
택용선수를 꼽고싶네요. 제눈에 김택용선수의 저그전은 3.3이후부터 최근경기까지 모두다 경이롭습니다. 빠른손에서 나오는 멀티태스킹, 꾸준한 정찰로 상대의 모든점을 캐치해내는 능력도 대단하지만 주요거점에 있는 오버로드를 찢어서 다크의 활동범위를 높이는 능력이 가히 경이롭다고 생각합니다. 김택용의 커세어 다크는 언제나 경이로워요 ..

그리고 김택용선수를 제외한 모든 프로토스 선수에게서는 저그의 벽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김택용선수의 저그전이 더 경이롭네요 ..
냉철한블루
10/09/14 05:31
수정 아이콘
저도 솔직히 이제동 선수의 저그는 사기 같더군요. 저글링 두세기만 가지고도 상대 본진 다 휘저어놓고 뮤짤뜨면 뭔 답도 없고(저그맵 깔리면 이영호 외론 상성상 우위인 테란들도 딱히..)
sHellfire
10/09/14 05:55
수정 아이콘
저는 그 어느때보다 마모씨 선수시절에 가장 사기스럽다고 느꼈습니다.
지금의 이영호선수보다 더요. 제가 테란유저라서 그런지...
울트라 디파일러는 물론이고 뮤탈&저글링까지 사기적으로 보였드랬죠.
'아니 저그가 테란한테 이렇게 쎄도 되는거야?' 하면서 절망스러웠던 기억이...ㅠㅠ
헥스밤
10/09/14 06:18
수정 아이콘
전성기 마재윤의 '맵핵에 가까운' 판읽기 능력은 저그빠에 홍진호빠인 제게 애증의 대상이었습니다. 뭐야, 저그가 비열하게 판세를 읽고 움직이다니, 지더라도 후려쳐야지. 근데 저렇게 하니까 안지네? 어, 지금도 안지는데 앞으로도 안질 것 같네. 아 뭐야 짜증나 저눔 싫어. 이길 때는 압도적으로, 지더라도 화려하게, 그게 저그인데. 쳇.

한동안 그렇게 싫어하다가 아, 그래. 근데 저렇게 하면 이기는구나. 저게 인생이구나 싶어 마재윤 좀 좋아해볼까 하니까 어라 3.3

그런 이유로 개인적으로 마재윤, 김택용을 테란 제외 사기종족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네요. 특히나 마재윤 전성기의 몇몇 대저그전에서(정확히 어떤 경기들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판읽기로 훅 싸먹는 경기들은...근데 그걸 거의 농락 수준으로 먹은 김택용은...

테란은(이영호 전까진) 최연성. 이윤열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았는데, 최연성은 애초에 scv네마리 나와있는 커맨드만 봐도 안 질것 같은 그런 느낌?
10/09/14 06:56
수정 아이콘
저는 스타1때는 저그 유저였지만, 진짜 전성기 시절의 마재윤 플레이에서는 테란을 응원하게 되더군요.
스타1 경기를 본것은 박성준 선수가 이병민 선수를 잡아내던 2001? 2004? 에버(맞나?) 부터였는데,
박성준 선수의 화려한 몰아치기는 좋았지만 다 잡아낼거 같은 포스는 아니었기에, 항상 저그를 응원했었습니다.
그러다 마재윤이 스타판을 잡아가던 초기에야 저그가 잘하니 "우왕!" 하고 좋아했지만,
나중이 되니깐 프로토스 전에는 그냥 시작전부터 프로토스 선수가 가여워 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테란도...
빅토리고
10/09/14 07:20
수정 아이콘
사실 슈퍼파이트때에 임요환 선수와의 경기는 임요환 선수가 군대가기 전에 이벤트전으로 붙은거라 임요환 선수가 뭔가를 보여주려고 전략적인 플레이를 준비해왔고 그게 예상이 가능했는데 마모씨가 초반부터 전 맵을 다 정찰했죠...... 그래서 초반에 전략이 다 발견돼서 게임이 되질 않았죠.....
릴리러쉬
10/09/14 07:31
수정 아이콘
테란 상대하는거 보면 최연성선수 제외 강민선수도 사기였고 이윤열 최연성 선수 제외 박정석 선수도 엄청났죠.
투신도 전성기 테란 이윤열 선수한테 좀 약했고 최연성 선수한테 파악당하기 전까지 엄청났고..
박태민 선수도 전성기 시절보면 득도한듯한 모습이 인상에 남네요.
홍진호 선수도 준우승만 해서 그렇지 아직도 기억에 남는 테란 킬러이고..
공공의 적 박경락 선수도 테란전 하면 기가 막혔던걸로 기억에 남네요.
버틸수가없다
10/09/14 09:11
수정 아이콘
박태민선수의 최단기간 최강포스가 그리워집니다.
10/09/14 10:13
수정 아이콘
마재윤 경기 참 재미있었는데 말입니다.... 그 알만한 놈이 왜 참... 흠
possible
10/09/14 11:22
수정 아이콘
저도 테란에게 절망감을 안겨준 시기는 딱 마모씨 전성기인것 같습니다.
근데 진짜 테란의 적은 테테전 21연승의 이영호 아닌가요....^^;
10/09/14 12:29
수정 아이콘
송병구선수가 정말 여러테란들을 그냥 밟았죠..... 이영호도 곰 TV초청전과 박카스 08에서 극복하기 전까지 송병구에게 수없이 얻어맞았고.....

염보성선수는 박조작도 박조작이지만 송병구에게 정말 중요고비에서 계속 무너졌고,정명훈선수도 송병구선수에게 번번히 가로막히면서 콩라인 자리도 이어받고,박지수선수도 우승할때만큼은 나름 토본소리도 듣던 시점이 있었는데 송병구선수에게 계속 지면서 토스전이 완전 망가지고.....

그나마 송병구선수 상대로 압도적이였던테란이 전상욱선수 정도인데...... 근데 최근경기에서는 송병구선수가 이겼었던걸로 기억.
황제의 재림
10/09/14 14:51
수정 아이콘
예전 임이최 시절 테란사기론은 아무래도 후반운영이 개발되지않은 영향이 크죠. 토스야 그나마 캐리어가 있긴했지만 저그는 진짜 히럴이 주가되면서 전멀티먹어도 테란이 앞마당+미네랄멀티면 이겼습니다. 한부대탱크모으면 끝이었죠. 드랍쉽방어도 약해서 드랍쉽한대에 멀티가 2-3개씩 밀리기도 하고. 그러다 조용호선수에 의해 울링이 쓰이기 시작하고 박성준선수에 의해 뭉치기는 아직이지만 뮤짤이 좀나오고 저글링의 재발견. 하지만 그래도 본격적인 하이브운영은 아직이었습니다. 대체로 긴레어의 시간에 의해 역전을 자주 당했죠. 게다가 디파일러활용도 낮아서 울링이 나와도 다수탱크로 쉽게 이기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이러다 보니 이시대의 포스가 더 강해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실상 실력은 지금보면 많이 아래죠. 아직도 최연성선수의 포스가 대단했다 하시지만 이때 저그들은 하이브운영이 아주 미숙했습니다.

그러다 나타난게 마xx씨죠. 완벽한 하이브운영. 더이상 전지역먹은 저그상대로 역전은 커녕 4가스내주면 지는 상황이 온거죠. 이때 전 마xx선수는 테란으로 잡을 수 없는 선수인줄 알았습니다. 최연성선수가 무참히 짓밟혔으며 그외 모든 테란선수들을 정말 말도 안되는 맵에서도 다 이겼으니까요. 수퍼파이트라는 이벤트성으로 많은 팬들이 공식전에서 만나지 못한 xxx는 모른다하면 불러서 모조리 꺾었습니다. 토스에겐 재앙이었고요. 토스 저그전의 유일한 희망 강민선수를 무참히 연달아 이겼죠. 전 이때 느꼈습니다. 저그가 상대체제를 예측할 경우엔 이길 수 없구나 하고요. 앞선 테란본좌들보단 이 선수에게 더 큰 포스를 느꼈습니다. 이때는 이제 각종족이 발전의 끝을 달려가는 시점이었기때문에 솔직히 이 시대에 이런 포스를 보일 선수가 있을지 몰랐거든요.
10/09/14 15:20
수정 아이콘
사실 토스로 가장 사기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는, 10년전부터 봐도 김택용 선수죠.
Version 1,2 모두 완전 사기였죠. 올인에 약하고 테막만 극복했다면, 훨씬 더 대단했을텐데 뭔가 아쉽네요.
이제동 선수도 토막에서 토스잡아먹는 괴물로 변했는데, 김택용 선수도 테란을 잡아먹을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네요.
이 선수는 어떻게 세월이 지나도, 저그 토스는 잘 잡고 테란에 약한건 변하지 않는지... 의외로 굉장히 우직한 성격인가...

사기로 치자면, 마재윤씨가 최고였죠. 아니, 이제 최고 사기가 이영호 선수로 바뀐 것 같지만 말이죠.
이제동 선수를 사기로 쳐주기엔, 송병구, 김택용, 이영호 선수가 번갈아 가면서 그의 독주를 막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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