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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9/11 16:22:42 |
Name |
KARA_yeah |
Subject |
또다시 보게된 리쌍록, 아쉬운 송병구. |
안녕하세요. 꽤 채광이 괜찮은 집에서 살고 있는데도 이 시간에 어두컴컴한 궂은 날씨네요. 다들 주말은 잘 보내고 계신지요.
지난 주 수요일, 퇴근 후 집으로 아무리 빨리 달려가봐야 6시 30분까지는 도저히 못 가기에 아예 회사에 자리 깔고 앉아 다음팟을 켜고 스타리그 4강전을 라이브로 지켜보았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스타리그 8강 해운대 투어 직전까지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송병구 선수의 4강 진출, 그리고 이제동 선수와의 맞대결. 많은 피지알러들께서 말씀하셨듯 '당연히 이제동이 이길 것 같지만, 이제동이 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단 하나의 프로토스 Stork'이었기에, 최근 몇 년간 진행된 다전제 중 가장 기대가 되는 경기였습니다.
'100%의 이제동'을 꺾어내는 판타지스타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3경기까지 무언가 제 컨디션이 아닌 듯한 이제동 선수 때문이었을지 몰라도, 여튼 현장의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2:1로 결승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되자 여기가 회산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습니다. 역시 총사령관답다, 리쌍의 시대에 리쌍을 모두 쓰러트리고 정점에 오를 자는 송병구 뿐이다라는 생각에 프로토스 팬으로서 짜릿함까지 느꼈지요. 그때 PGR 불판도 함께 보고 있었습니다만, 아마 불판에 계셨던 송병구 선수 팬분들 모두 같은 생각이셨을 겁니다.
하지만 경기는 허무하게 역전패로 끝나버리고 말았죠. 아 나 그놈의 캐논 한접시=_= 원래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세상에 스타 보다가 안타까워서 술자리를 만들기는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원래 술이란 놈이 먹히다가 점점 사람을 씹어잡숴버리는 덕에, 그날 4차까지 가서 양주드립 맞고 가계에 스파이더 마인급의 타격을 입었으니, 이게 다 송병구 때문이다라면 바보같은 얘기겠죠-_-a 각설하고, 경기가 끝나고 안타까움에 방송 마무리도 보지 않고 다음팟을 끄고도 한참을 자리에 앉아있었을 만큼 한 프로토스 팬의 아쉬움은 정말 컸습니다.
그 뒤로 한 열흘간을, 어차피 경기도 거의 없었습니다만, 윤용태vs이영호의 4강전도 제껴버리고 온게임넷이나 MBC게임 채널 자체를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아쉬웠던 송병구 선수의 4강전이 자꾸 생각날까봐 그랬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혀 예상이나 기대를 하지 않았던 만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이번이 우승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따지고 보면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2회 우승을 차지한 프로토스 선수는 김동수 단 한 명 뿐이었고, 송병구 선수가 우승했던 것이 어느새 2년 전이며, 임요환 이윤열 이상의 기간을 스타리그 16강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기적의 사나이 송병구 선수의 커리어도 다른 선수들의 스탯에 대비해봤을 때 이제 슬슬 하향세를 걱정할 정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그런 개인적인 생각을 자꾸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러면 안되겠지만, 이후에 PC방으로 가도 좋다, 이번 기회에 프로토스 최후의 스타리그 2회 우승자로 발자취를 남기고 꾸준했던 커리어에 화려한 훈장을 달자라는 생각으로 2001년 한빛소프트배부터 스타리그를 보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열렬한 응원을 보냈기에, 온갖 악재에도 신경쓰지 않고 그렇게 꾸준히 보아왔던 스타 중계를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의 진한 안타까움이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한 친구로부터 상해 결승전은 또 한번의 리쌍록으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로지 송병구vs이영호의 결승전만을 바랬던 저로서는 그리 달갑거나 놀라운 소식도 아니었기에, 그렇군. 이라는 한마디만 던졌을 뿐이었죠. 솔직히 양주드립도 맞는데, 송병구 선수 결승갔으면 진짜 상해로 갔을수도 있었을 겁니다-_-; 가격논란이 불거졌던 여행사의 스타리그 패키지도 제가 감각이 없는건지 괜찮네 하는 생각만 들었으니까 말이죠.
오늘 대전에서 친구 결혼식이 무려 10시 20분-_-에 열리는 관계로 주말임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8시쯤 차를 끌고 나갔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고속도로를 박살냈던 벌초러시의 여진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10시가 넘어갔는데도 곤지암을 채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차를 돌려 집에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갑자기 붕 떠버린 시간, TV를 켜고 이리저리 돌리던 채널은 결국 온게임넷까지 이르렀고, 때마침 방송되던 경기는 스타리그 4강전 윤용태vs이영호의 경기였습니다.
그놈의 10년 취미생활이 뭔지, 보기싫다 안볼거다 하던 말들은 금세 잊어버리고 '대단한 이영호'와 '결사항전의 윤용태'에 감탄을 연발하며 경기를 보게 되더군요. 관전평들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OME다 명경기다 하는데, 많이 하지도 않지만 스타를 12년을 해도 멀티태스킹이 도통 안되는 것처럼 아무리 스타 중계를 봐도 제가 명경기다 싶어 관전평들 확인해보면 별로였다는 글이 수두룩하던 경험이 많아서^-^; 아무튼 재미있게 보았고, 중간중간 나오는 온게임넷의 스타리그 결승전 광고에 결국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전무후무' 대 '화룡점정'. 오직 스타리그에서만 사용 가능한, 그리고 팬들이 느끼는 식상함을 상당부분 상쇄시켜 줄 만한 적절한 카피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4회 우승하면 다이아몬드 마우스 어쩌고 하더니 이번엔 그냥 골든마우스만 주는건가요. 아무튼 다른 선수 만나서 4회 우승하는 것 보다는 최종병기를 꺾어내는 것이 10회 우승보다도 더 멋진 그림이 될 만한 이제동 선수. 어쩌면 골든마우스를 아직 손에 넣지 못했기에 그 끝도 없는 강력함이 이어지는 것일지도 모를 이영호 선수. 게다가 무대는 최초의 해외무대 상해. 또 리쌍록이야? 라는 생각이었지만, 아, 이번 리쌍록은 정말 괜찮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삽시간에 머리속에 퍼져나갔습니다. 최초의 해외무대, 최다 외국인 관중 앞에 어떤 선수들을 가져다 놓아야 할까라고 질문했을때 사실 답은 간단명료하니까요. 이영호, 이제동.
결국 이번 토요일은 전설의 무한도전도 포기하고, 주말저녁의 즐거운 술자리도 마다하고 TV 앞에서 스타리그 결승전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왕 또 하는 리쌍록, 바라건대 두 선수가 스타리그 11년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를 펼쳐주기를 기대합니다. 뭔가에 홀린 듯 밀리지 말고, 어이없게 초반러시에 끝나지 말고, 초반러시로 끝낼거면 단 몇분이라도 똥줄타게끔 만들어 주시고! 직딩의 소중한 토요일 저녁을 투자한 것이 아깝지 않게끔, 그리고 보나마나 결승 끝나도 한창 술타리그 진행중일 친구들에게 달려가 이번 스타리그 결승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자랑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송병구 선수, 이번 아쉬운 결승진출 좌절은 당신이 여전한 현재진행형 톱클래스이기 때문이라 믿겠습니다. 초가을에 끝나도 가을의 전설이지만, 한가을에 시작해도 가을의 전설이니까. 10년 전 김동수 선수가 그렇게 가을의 전설을 시작했으니까, 송병구 선수가 그렇게 가을의 전설을 마무리해주실 것이라 믿겠습니다. 뱅리쌍, 화이팅입니다! 아, 택도요ㅠㅠ
ps. 카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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