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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8 21:20:33
Name 툴카스
Subject 데자뷰? 레이트 메카닉을 한 경기도 준비하지 않았어요

2년 전 송병구 선수와의 온게임넷 결승.

그 시합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거의 무적 전략으로 까지 평가 받던 이영호의 안티캐리어 빌드였고,,
송병구 선수는 인터뷰를 통해, 안티 캐리어에 대한 대비를 완벽하게 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런데----- 경기는,, 르..르응?  ...끝나버리고

경기 후 이영호 선수의 인터뷰.. "안티 캐리어는 한 경기도 준비하지 않았어요"

충격.



그리고 오늘, 이런 데자뷰가 발생하는군요.

이번 시즌 '테란 득세'의 주요 키워드. 테란 무적의 반땅싸움 맵 폴라리스 랩소디에서의 레이트 메카닉 운영.
염보성 선수 왈, 사용하면 저그가 이길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전략이었습니다. 그리고 안티캐리어 때와 마찬가지로,,
이 전력 역시 원조는 이영호이고, 이영호 선수가 모든 테란 선수들 중에 가장 완벽하게 구사할줄 알았습니다.

아마 이제동 선수도, 결승 1,5 경기에서 쓰이는 이 맵에, 이영호의 무시무시한 레이트 메카닉 반땅 싸움에 대비해서
엄청난 연구와 피나는 연습으로,, 틀림없이 해법을 찾아서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영호 선수는... 레이트 메카닉을 한 경기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가장 강력한 면모를 보이는 전략과 맵에서, 그 전략을 과감히 포기하고, 전혀 새로운 플레이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강렬한
일격을 날린 이영호 선수..


사실 송병구 선수때도 이런 플레이 때문에 비난이 많았고,, 꼼수니 어쩌니 말이 많았지만,
전 오히려 이것이 굉장히 과감하고 위험도가 높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마지막 결승 무대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장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플레이를 시도하는 것.
이게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때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거든요.

슬램덩크의 능남 vs 해남 경기에서 윤대협을 포인트 가드로 내세운걸 보고 해남 감독이 다음과 같이 말하죠.
'묘책이라고 하는 모든 작전.. 그 대부분은, 상대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잃을 뿐이지'


대부분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기에 이 선택은 위험성이 높은 모험입니다.
그러나 그런 모험을 중요한 결승 무대에서 이영호 선수는 감행했고, 결국 그 선택이 주효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영호 선수의 가장 무서운 점이 바로 이것인거 같아요.
늘 새로움과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 이 선수의 변화(진보)에 대한 욕심은 그냥 본능적인 것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예전에 인터뷰에서 테란 플레이어로서 모든 것을 이룬 후에는 종족을 바꾸곘다고 말했는데,
이 역시 변화를 위한,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위한 강박적인 욕구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리쌍 모두 이 시대를 지배하는 너무너무 위대한 선수들이고,
두 선수 모두 잠깐 시대를 풍미했던 과거의 실력자들과 다르게, 꾸준히 오랜 기간 동안 정상의 자리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때 그 꾸준함에 있어서 두 선수의 비결은 서로 다릅니다.
이제동의 경우 꾸준함의 원동력은 무시무시한 투쟁심과 의지입니다.
반면 이영호는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움에 대한 추구로 꾸준함을 유지합니다.

둘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위치에 나란히 서서 경쟁하는 상황인데,
여기서 미세하게 이영호 선수가 앞서나가기 시작한 원인은 바로 이 차이에서 기인하는게 아닐까요?
투쟁심과 의지는 한계를 끌어올리는 것이지만, 변화와 새로움의 추구는 한계 자체를 설정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래봐야 미세한 차이입니다. 이제동 선수도 말했듯, 앞으로 두선수는 오래도록 라이벌 관계로 싸우며
꾸준히 격돌할테니까요. 그리고 제가 이제동 선수의 팬이 아님에도 몇번이나 보고 경악했던,
이제동 선수의 그 무시무시한 투쟁심과 의지는 이렇게 호락호락 이영호 선수에게 우위를 빼았긴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거 같네요.

패배이후 더 강해지는 사이어인 같은 이제동 선수이기에,,
다음 대결에서 이영호 선수도 또 다른 변화된 모습으로 더욱 강력해질 이제동 선수의 도전을 이겨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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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8 21:18
수정 아이콘
뜬금없기는 하지만 원조는 정명훈선수를 위시한 티원테란이었습니다.
물론 가장 완벽하게 보여준 선수는 이영호선수였지만요.
10/08/28 21:22
수정 아이콘
이영호는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움에 대한 추구로 꾸준함을 유지합니다.


이부분 오늘 1경기 변형된 골리오닉에서 볼수있엇죠
예전에 박씨한테 털릴때는 대체 이건뭥미 했었는데..........
그동안은 계속 네이트때까지만 해도 이영호선수가 도전자 입장이었는데
이제 좀 동등 해진느낌이네요

아직까지 앞선다는 느낌은....
10/08/28 21:19
수정 아이콘
온겜 기대합니다.. 이번 온겜만 보고 스타는 끊을테니까 한건 해주기 바랍니다
10/08/28 21:23
수정 아이콘
legend님이 언급하신 이영호 - 구도자, 이제동 - 승부사라는 관점과 흡사하게 보시네요.
저도 동의합니다.
앵콜요청금지
10/08/28 21:25
수정 아이콘
진짜 그러네요. 요즘 테저전의 화두는 레이트 메카닉이였는데 한판도 안했네요. 모르긴 몰라도 이제동선수는 나름 레이트메카닉의 해법을 준비하는 식의 연습도 할수 밖에없었을텐데요.
sHellfire
10/08/28 21:26
수정 아이콘
정말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죠.
항상 유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이영호선수가 뿌듯하네요.
10/08/28 21:26
수정 아이콘
폴라리스랩소디, 오드아이.. '테란맵;; 왜냐면 레이트 메카닉하면 답이 없음..'
그럼 이제동 선수가 이 맵 포기했을까요?
분명 아니였을겁니다, 분명 이제동선수는 오늘 파훼법을 들고 나왔을거라고 확신합니다.
왜냐면 이제동선수가 대책없이 '역시 이맵은 테란 못 이겨' 하면서 포기하고 결승 올 선수는 아니거든요.
인터뷰 보면 자신감도 차 있었고...
근데 이영호선수는 '난 뻔한 수 안둘꺼야. 맵이 유리하다고 맵 활용안해! 뒷통수 한방 먹여야지!'
1,2,5경기를 봤을때 감탄이였습니다.
이재호선수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판짜기라는걸 새삼 느끼며...
Han승연
10/08/28 21:26
수정 아이콘
이영호 이선수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알수가없어요.
하쿠나마타타
10/08/28 21:26
수정 아이콘
염선생이 말했떤 2인용맵에서의 후반 레이트 메카닉이 한번도 안 나왔습니다.
완벽히 심리전에서 이긴겁니다 오늘은.
10/08/28 21:27
수정 아이콘
오늘 이영호 선수의 승리의 가장 큰 원인을 멋지게 잘 짚어주신 것 같네요.
1차적으로는 레이트 메카닉을 들고 오지 않은 놀라운 전략.
2차적으로는 그 뒤에 숨겨진 변화를 귀찮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발전하는 이영호 선수 자체의 놀라운 기량.

그것이 오늘 리쌍록 승리의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10/08/28 21:23
수정 아이콘
그동안 썼던 전략의 잔상을 심어놓고
그 잔상을 따라 움직이는 상대방의 뒷통수를 가장 아프게 때려주기

상대가 뭘해도 나 할거 하다보면 이겨라는 갓영호 모드보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꼼딩모드가 더 무섭더군요.

그나저나 1경기 초반 파스를 세개나 땠던건 역시 변신에 필요한 준비동작이었던거죠? 크
율곡이이
10/08/28 21:27
수정 아이콘
이영호선수 팬이긴하지만, 여태까지 이제동선수가 이뤄낸것이 워낙 많아서,
아직 이영호선수가 따라간다는 느낌입니다..다만 지금은 스피드가 더 빨라서 격차가 많이 좁혀진 느낌...
양대우승 해버립시다..
10/08/28 21:29
수정 아이콘
네이트때는 확실히 맵에 좀 기댄감도 있었죠;;

이제동선수에게 그때 빌드싸움에서 이긴적이 한번도 없는걸로 압니다.....

그때 이후로 판짜기에 정말 심혈을 기울이던듯;;
10/08/28 21:29
수정 아이콘
저도 오늘 경기를 보고 안티캐리어 빌드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영호 선수라면 레이트 메카닉을 단 한 경기도 안 쓸지도 모른다는 기대아닌 기대를 하긴 했지만, 진짜 그렇게 하더군요. 이제동 선수와 같이 실력으로 차이가 없는 선수를 이기기 위해 어떻게 심리전을 걸어야 하는지 아는 선수 같아요. 최연성 코치가 이영호 선수를 보고 10경기 앞을 보고 경기한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거 같습니다.
BoSs_YiRuMa
10/08/28 21:26
수정 아이콘
상대가 가장 중요하게 대비해야 할 것을 자신은 하나도 준비 안하죠.
프로리그에서 원배럭 더블이후 소규모 바이오닉진출로 저그들을 때려잡을때, 온게임넷이었나요. 한 해설자가 이야기했었죠.
원배럭 더블후 바이오닉을 잡는 빌드는 12풀 이후 앞마당하면서 러커가는거예요!
어떤 저그유저가 그걸 그대로 썻는데 이영호는 본진 투배럭을 해버렸죠.
안티캐리어야 말하면 입아프고요.
오늘도 정말 전략적인 모습이 많이 가미되어있었습니다..
이제동이 져서 씁쓸하긴 하지만, 이영호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아나이스
10/08/28 21:28
수정 아이콘
이영호는 진짜 이런면에서 어린 선수가 맞나 싶습니다. 오늘 승리 보면서 저도 송병구대 이영호 결승이 생각나더군요.
운체풍신
10/08/28 21:36
수정 아이콘
저도 오늘 보면서 박카스2008이 생각 났습니다. 저도 wcg대표 선발전과 같은 경기 양상을 예상했는데
완전히 저의 예상을 넘어서는 준비를 해왔네요
개념은?
10/08/28 21:35
수정 아이콘
근데 이영호 선수가 원래 레이트 메카닉 잘 안쓰지 않나요?
전 이영호 선수가 레이트 메카닉 쓸것 같다는 생각은 안했었는데...
최근에 이영호가 그냥 메카닉을 쓰면 썻지... 레이트 메카닉 써서 이긴 경기는 ......
애초에 폴라리스 랩소디도 메카닉, 오드아이도 메카닉 생각만했지 레이트 메카닉은 전 생각도 안하고 있었네요.
물론....
1,2 경기때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통수를 날리는 이영호의 빌드선택은.. 정말 후덜덜
10/08/28 21:37
수정 아이콘
웬만하면 비꼬는 글은 쓰기 싫지만
스타 2의 출시로 스타 1에 대해 거의 폄하에 가깝게 스타 1과 그 팬들을 깎아내렸던 분이
오늘은 그 스타 1의 결승전에 응원하던 선수가 패배하니 뭔가 싸울거리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흥분하시는 모습이
참...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요.
이녜스타
10/08/28 21:39
수정 아이콘
1경기 골리오닉은 진짜 충격이었습니다.이제동 선수도 모든 경우의 수를 한번쯤 생각했을수도 있겠지만 설마설마 골리오닉은 생각조차 안했을거 같습니다.
콩가루다
10/08/28 21:41
수정 아이콘
안티케리어와 레이트메카닉...
정말 적절한 지적같네요. 데자부같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이제동선수가 분노와 의지력이라면 오늘 경기는 이제동답지 않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정말 분노와 의지라면 상대방이 무엇을 하던지 폭군의 의지대로 판을 휘어잡았어야 하는데 말이죠.
가장 느린 테란이 무엇을 하느냐에따라 대처해야하는것은 이미 테란에게 지고들어가는 구도 같습니다.
무등분식
10/08/28 21:45
수정 아이콘
근데 저그는 변화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죠
10/08/28 22:06
수정 아이콘
이영호 선수가 김윤환 선수와의 투혼경기를 통해서 테란들에게 초장기전 갔을 때의 레이트 메카닉을 활성화시켰죠.
그 전에도 있던 전술이었으나 이영호 선수가 무시무시한 완성형을 보이면서 레이트 메카닉이 테란의 기본태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이영호 선수가 5경기 내내 레이트 메카닉에 대해 준비를 해오지 않았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동 선수는 결국 그 심리전에 어느정도 말렸다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1, 5경기 폴라리스 랩소디에서 이영호 선수는 거의 레이트 메카닉을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1경기는 골리오닉, 5경기는 업바이오닉을 구사하면서 이제동 선수를 상당히 어렵게 만들었죠.
이제동 선수는 연습의 80% 이상은 레이트 메카닉 파해법에 할애했을 것 같거든요.
TheUnintended
10/08/28 22:59
수정 아이콘
스코어는 3:2지만 사실 오늘 판짜기만 보면 이제동 선수는 계속 당했습니다..
피트리
10/08/29 11:24
수정 아이콘
저도 박카스 결승이 떠오르더라구요
워낙 폴라에서 이영호선수가 했던 메카닉, 108터넷이 인상깊었고 다른테란들이 자주보여주었던 레이트메카닉으로 이기는 모습들, 해설자들도 레이트메카닉 가면 테란이 유리하다 이런식으로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이영호선수가 판짜기를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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