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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7 22:51:05
Name legend
Subject 다시 한번 이영호.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에서 역대 최고의 4강 대진이 완성됐다. 뱅리쌍, 07년부터 이 판을 지배해오는 4명의 왕 중 3명이 4강에서 자웅을 겨루는 것이다. 이만하면 나머지 1명은 '택'이 아닌 이상 누구라도 그들과 같은 대열에 놓기 힘들어보인다. 그러나 오늘 4강 멤버들 사이에 서 있는 그 선수는 뱅리쌍과 함께 있는데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여론은 태뱅리쌍이라 부르며 프로토스의 양대산맥인 '택'의 간판을 잠시 내려놓았다. 비록 한시적이지만 스타리그 전승과 로열로더로써, 그리고 한 팀의 에이스이자 프로토스를 지탱하는 한 축인 그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뱅리쌍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 하지 않은가. 그의 화려함을 칭송하는 단어는 뇌제(雷帝). 그의 뛰어남을 증명하는 단어는 육룡(六龍). 그의 힘을 표현하는 단어는 무신(武神). 그러나 그를 단 한마디로 정의해야 한다면 이 단어밖에 없다. 전투불패(戰鬪不敗). 그것이 윤용태란 프로게이머의 정체성이자 모든 것이다.

사실 윤용태는 같은 네임밸류의 육룡들과 비교할때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 운영, 전략, 멀티태스킹, 멘탈...여러 부분에서 동급의 선수들은 윤용태와 비슷하거나 더 뛰어나다. 하지만 윤용태에게 그런 것들은 하나의 목적을 위한 부속품에 불과하다. 그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발판일 뿐이다. 바로 전투 말이다. 이 공식은 반대로 적용되기도 한다. 전투로써 나머지 모든 능력치를 보완해버린다. 그래서 윤용태의 게임에 전투가 중점이 아닌 플레이는 상상할 수가 없다. 송병구와 같은 유연한 운영과 테크니컬한 플레이를 윤용태의 경기에선 볼 수 없다. 김구현의 화려한 견제 플레이에 비하면 윤용태의 견제는 평범하고 미숙하다. 도재욱의 상식을 초월하는 물량 앞에 윤용태의 병력은 그렇게 많아보이지 않는다. 김택용처럼 말도 안되는 멀티태스킹과 슈퍼플레이 또한 윤용태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없어도 윤용태는 전투에서 이긴다. 윤용태의 전투 안엔 다른 선수에게 없는 일종의 미학이 있다. 그것은 윤용태가 자랑하는 자신의 플레이이자 고유한 특성이다. 그러므로 윤용태에게 전투란 게임 안에서 영혼이나 다름없다. 전투에서 지는 윤용태는 게임 안에서 존재할 수 없다. 그게 그의 마지노선인 것이다.

전투에서 지는 것도 그렇지만 전투를 할 수 없을때도 윤용태는 자신의 플레이를 유지할 수 없다. 전자의 경우에서 윤용태가 무너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전투불패란 별명이 붙을 수 없었을테니. 윤용태가 자신을 잃는 것은 대부분 후자의 경우다. 윤용태를 공략하는 방법은 그것을 깨닫기만 한다면 간단한 것이다. 바로 전투 이외의 모든 부분에서 윤용태에 앞서면 된다. 그러면 윤용태는 전투를 할 수 없게 된다. 전투란 단순히 한번의 싸움만 일컫지 않는다. 한번의 전투를 위해 자원, 병력, 지형, 진형, 타이밍, 컨트롤 등등 전투 이외의 것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이런 전투 이외에서 윤용태를 압박하면 그가 아무리 전투에서 승리한다 할지라도 결국 승리는 상대에게 가고 만다.

이런 면에서 이영호에게 윤용태는 매력적인 먹잇감이다. 왜냐하면 이영호는 위와 같은 전투 이외의 부분에서 자기가 이기도록 판을 만드는 능력이 스타크래프트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그러한 능력에서 최고였던 최연성조차 이영호에 비하면 미숙하게 보일 정도다. 판을 읽고 그에 대처하며 최적의 수를 선택하는 이영호의 신산(神算)에게 전투덕후 윤용태는 너무 단순한 상대였다. 복잡하게 수를 읽고 속이고 할 것 없이 윤용태의 직진만 막아내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직진이란 전투가 아니라 게임의 흐름을 말하는 것이다. 윤용태의 경기에서 시작과 끝은 오직 전투란 명제 하나로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그렇다면 이영호가 할 일은 간단하다. 윤용태의 진리, 게임의 끝에 자리잡은 전투의 이데아(Idea)로 향하지 못하도록 동굴 안에 감금시켜 경기 내내 이영호의 그림자만 보도록 만들면 된다.

그리고 위의 상황을 현실로 구현한 것이 하나대투증권 MSL 4강이었다. 3:0의 스코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패배. 이영호는 윤용태가 자랑하는 전투를 사전에 차단하고 짓밟아버렸다. 윤용태에게 그보다 분한 패배는 없었을 것이다. 싸우지 못하는 용태는 그를 비하하는 별명처럼 '용새'일 뿐이다.
시간은 흘러 2010년이 되었다. 파죽지세, 승승장구. 윤용태의 자신감은 현재 최고조에 달해 있다. 대 프로토스전의 스폐셜리스트이자 팀의 또 다른 에이스 김명운을 쓰러뜨리고 스타리그 전승 행진으로 4강에 올라왔다. 그리고 만난 상대는, 다시 한번 이영호. 두려움이나 긴장은 없을 것이다. 그저 '아, 영호랑 하기 싫은데...'라며 멋쩍은 웃음이라도 터뜨리고 있지 않을까. 물론 그게 정말로 싫어서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가벼운 엄살을 벗겨낸 윤용태의 진심은 과연 무엇일진 알 수 없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다시 한번 이영호란 말에 그가 느낄 기분은 절대 절망이나 체념따위가 아니란 것이다. 아직 윤용태는 이영호에게 자신을 잃지 않았다. 전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진 것이지, 전투에서 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이번 4강에서도 이영호의 신산에 말려 전투 한번 못해보고 지더라도 윤용태는 분노를 계속 쌓아갈 뿐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겐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전투에선 그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 그것이 윤용태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여하튼, 다시 한번 뇌제는 테란의 신과 맞닥뜨렸다. 모두들 테란의 신이 전투밖에 모르는 허점투성이 프로토스를 박살낼꺼라 예상한다. 그러나 득도는 이영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무도(武道)만을 추구하던 용맹스런 싸움꾼이 이제는 승리의 도를 체득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승리는 맛볼수록 그것을 획득하기 쉬워진다. 그동안 전투에 심취해있던 뇌제가 이제 승리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진 이번 4강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구도자(求道者)여, 부디 방심하지 말라. 그대만큼이나 또 다른 도를 구하는 무도자(武道者)가 여기 있다.




ps.다른 4강 대진에서 송병구 선수의 승리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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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체풍신
10/08/27 23:01
수정 아이콘
이영호 선수가 1세트를 이긴다면 무난하게 3:0, 윤용태 선수가 1세트를 이긴다면 이영호 선수가 3:2로 이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1세트 그랜드라인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10/08/27 23:02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근데 프로리그 매치포인트에서의 윤용태선수의 경기에 대한 언급이 없는게 살짝 아쉬웠네요.
10/08/27 23:0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트윈스
10/08/27 23:12
수정 아이콘
프vs프 결승전 한번나올때죠 이제 .. 가을의 전설이 시작될겁니다 !
TheUnintended
10/08/27 23:13
수정 아이콘
윤용태 선수 기세가 무섭긴 하지만 윤용태선수에게 질거란 생각은 전혀 안드네요
윤용태 선수가 어디서 여우 9마리정도 길러왔다면 모르겠지만
날아랏 용새
10/08/27 23:35
수정 아이콘
Legend님은 언제가 윤용태 선수에게 Legend급의 응원글을 써주셔서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정말 송구스러울 정도입니다.
윤용태 선수! 이번에는 정말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데뷔 5년차 로얄로더 윤용태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싸구려신사
10/08/27 23:41
수정 아이콘
두선수 모두 3:2로 이길거같네요... 또한번의 리쌍전.,..
10/08/28 00:38
수정 아이콘
박정석 선수 골수빠로서... 윤용태 선수가 팀도 그렇고, 뭐랄까 예전부터 박정석 선수의 냄새가 좀 난달까?
그런저런 이유로 프로토스 선수들 중 최근에는 윤용태 선수와 물어물어 인연이 닿은 김대엽 선수를 응원하고 있지만... 상대가 군전역후에도 제가 스타를 끊지 못하게 하고 있는 우리 갓영호네요...ㅠㅠ 55:45 정도로 갓영호를 응원합니다만...
윤용태 선수가 올라가도 기쁜마음으로 응원할겁니다//
Han승연
10/08/28 01:04
수정 아이콘
맵이 토스가 할만하니까 3대0은 안나올것같구요. 전 이영호의 3대1승리예상을....

개인적으론 3대0승리를 기원하지만
개념은?
10/08/28 01:42
수정 아이콘
당연히 이영호 응원글인줄 알았는데 반전이네요 크크
10/08/28 02:43
수정 아이콘
음 용태팬으로써 이번 4강은 윤용태선수가 얼마나 트라우마를 잘 극복하고
승부수를 얼만큼 잘던지냐의 싸움이라 봅니다.
마모씨 -> 송병구 -> 이영호에게 트라우마를 지닌 게이머죠 이들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틀에 박힌 빌드만으로 간파당해왔었죠.
하지만 한번 극복하면 언제 그렇냐는듯 곧 잘 승리를 쟁취합니다.
이번에 한번 거하게 이겨서 결승전 무대를 한번도 밟지못한 설움을 떨쳤으면 좋겠습니다.
용태 5년팬으로써 이번에야말로 적기라 생각됩니다 이 기세로 결승못가면
이제 더 이상 결승진출을 기대하기 힘들어질것 같아요.
물론 이영호라는 상대는 철권을 질러도 눈 하나 꿈쩍 안할 강한 적이지만 용태의 전투본능을 믿어볼랍니다..
과연 완벽을 추구하는 이영호선수의 완전무결한 운영이 돋보일지
다른 최상급 토스들과 달리 살을주고 뼈를치는 전투가 아닌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윤용태가 승리할지
기대됩니다
콩가루다
10/08/28 10:47
수정 아이콘
스타에는 5종족이 있죠. 저그 플토 테란 이영호 이제동..
그 중 이영호종족을 잡아낸 토스는 가뭄에 콩날 정도였지만 그 콩밭에서 제생각에 가장 완벽한 해법을 보여주며 잡은 경기는 역설적이게도 108무력의 여포 윤용태와의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포가 승수를 거듭해 드디어 자신이 강하다는 자신감이란 천리마까지 얻었으니 승부는 정말 볼만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의 플레이는 무식하다기 보다는 플토의 미학에 지나치게 매료되어있다는 점에서 전투력으로 대변되지만 제가 보기엔 결코 섬세하지 않은 플레이어는 아니라 생각하거든요. 이기기위해 싸움을 절제하는 모습을 김명운선수와의 경기에서 보여주기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팀동료를 딛고 올라간 몫까지 열심히 싸워야할 이유가 있는 윤용태에게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라 예상할 수 없게하는 무엇인가가 느껴집니다. 과연 어떤 승부가 펼쳐질지.... 윤용태가 이긴다는 예상은 아무도 안하는 것 같아서 저는 살짝 윤용태가 이긴다는 예상을 해봅니다. 3:0 으로 크크크크
에이매치
10/08/28 12:51
수정 아이콘
구도자 vs 무도자라... 좋은 표현입니다.
윤용태는 중반의 전투에서 이영호를 함정으로 끌어들여 압도해내야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WCG 이영호 vs 김구현 2경기에서 이영호의 과감한 진출을 김구현이 셔틀 질럿동반으로 쉽게 잡아먹고 승기를 잡았듯이...
후반으로 가면 이영호의 단단함이 무섭습니다. 답이 없어보일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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