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를 위해 경어체를 생략하였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SK 프런트의 삽질은 싫지만, 선수들의 플레이는 좋습니다.
T1의 패배를 염원하는건, SKT T1의 프런트가 그들의 선택이 틀렸음을 느끼길 바랄 뿐이지, T1 선수들의 노력이 폄하되길 바라는건 아니라는걸 먼저 밝힙니다.
"야구 몰라요."
야구팬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아웃카운트 27개만 잡으면 되는 단순한 경기이지만, 그 속에 너무나도 많은 변수들이 존재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러한 변수들을 캐치하고 총괄하는 직책이 바로 감독이다. 감독은 현장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생기는 변수들을 계산해가며 현장을 총 지휘하는 야전사령관과 같은 존재다.
현대스포츠에서는 스포츠 본연의 역할과 더불어 상업적인 역할이 중요해졌다. 덕분에 감독의 한정된 능력을 채워줄만한 역할이 필요했다. 그것이 프런트로 대표되는 단장의 역할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감독을 Field Manager, 단장을 General Manager 라고 칭한다. 앞서 말한대로 감독은 필드에서 직접 변수에 맞서싸우는 역할이라면, 단장은 좀 더 포괄적이고 다양한 역할을 맡음을 상징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포츠에도 많은 개념이 변화해갔다. 단순히 남보다 내가 우월함에서 나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에서, 이제는 스포츠 경기 하나가 그 지역의 사회나 문화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우리 주변의 문화중에 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현대스포츠에 생긴 단장 혹은 더 나아가서 프런트의 역할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프로스포츠는 기타 선진 프로스포츠가 자리잡은 곳에 비해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으나, 모기업의 임원이기 때문에 감투를 쓴 경우가 그러한 경우일 것이다. 과거 한국 프로야구팀의 단장중 한분께서는 마운드가 왜 높은지 이해를 하지 못하셨고, 한국 프로배구의 단장께서는 회장님께서 행차하시면 자동차 문을 열어주기 바빴다고 하니, 대한민국 프로스포츠에서 단장이 어떤 개념인지는 설명이 되었을거라 믿는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한 팀을 총괄하는 단장(General Manager)의 위치에 있다는 것은, 곧 그 팀의 발전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러한 프런트때문에 우리나라에 자리잡은 프로스포츠의 대부분은 감독과 프런트 사이의 갈등을 겪었다. 바로 시각 차이 때문이다. 감독과 프런트가 바라는 방향은 궁극적으로 같으나, 그 사이사이 필요한 조치가 전혀 다른방향을 향하기 때문이다. 프런트는 전적으로 팀의 이익을 추구한다. 대기업에서 프런트를 맡다 보니 멀리 바라보고 투자한다는 개념보단, 당장의 이익에 앞설수 밖에 없다. 반면 감독은 프런트보단 멀리 바라보며 팀을 이끌려고 한다. 그렇게 되다 보면 굴국 프런트와 감독 사이의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삼성라이온스의 오랜시간동안 강한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프런트의 끊임없는 투자와 지원, 그리고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삼성같은 경우는 파격적으로 김응룡 전 감독을 사장자리에 올려놓는 행보를 보인다. 그 전까지만 해도 모기업의 높은 자리에 하나 하시던 분께서 맡던 프런트 개념을 과감하게 전환시킨 것이다. 이것은 잘 모르는 사람이 프런트를 맡을때 보다, 야구를 좀 더 아는 사람이 제대로 프런트의 역할을 하는게 맡다는 올바른 판단에서 나왔다. 결국 그 행동 이후 삼성은 꾸준한 상위권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역시 프런트의 예를 들자면 프로야구에서 SK와이번스를 빼놓을 수 없다. SK와이번스의 프런트는 쌍방울 레이더스를 재창단하며 확실히 자신의 팀이라는걸 인식하고, 끊임없는 투자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앞으로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고 있다. 야구장을 신축하는데 몇백억을 투자하고, 2군 전용구장을 짓는데 200억을 쓰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비인기 팀이었던 쌍방울 시절을 상상하지 못할만큼 많은 팬을 모으고 있으며, 그린 마케팅, 스포테인먼트등 팬들에게 다가가는 마케팅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동시에 SK의 감독인 김성근 감독에게 전적으로 구단의 플레이스타일을 맡기고 신뢰한다는 발언을 자주 하면서 팀원들이나 팬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 또한 그 덕분인지 SK는 몇년째 대한민국 야구 최강팀으로 손색이 없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SK와이번스 신영철 사장의 인터뷰 中
(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076&aid=0002026200 )
기자의 질문 : 스포테인먼트와 성적은 약간 배치되는 개념인 것도 같은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스포테인먼트에서 성적은 기본입니다. 성적이 좋아야 팬들도 많이 옵니다. 팬 서비스의 기본이지요. 그런데 그동안 프로스포츠는 '우승지상주의'에 매몰돼 있었습니다. 우승만 하면 모든 것이 희생되어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변화가 없었습니다. 팬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승보다 2배의 관중이 더 좋다'고 말했습니다. 스포테인먼트는 프런트의 혁신과 그런 변화의 정신이 담겨져 있습니다. 성적과 스포테인먼트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이번 그린 스포츠도 마찬가지지요.
경기는 선수들이 하지만, 그 성적에 대한 책임은 프런트가 져야 한다. 감독을 영입하는것도 코치를 선임하는것도 결국 프런트의 책임이다. 단순히 감독을 교체하고 코치를 교체하는 것만이 프런트의 해야할 역할이 아니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코칭스태프에 압박을 준다고 해서 강한것이 아니다.
실례로, 2009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극도로 부진한 성적을 냈던 요코하마 베이스타스는 사장과 팀운영 총괄자등 프런트들이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사과하고, 앞으로의 행보를 계획했다고 한다. 팀의 부진을 선수나 코칭스태프의 책임으로 묻는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각하고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는 모습이다. 그러한 모습을 보이는데 팬들이 비난할 것인가. 선수들이 자신의 팀을 폄하할 것인가. 오히려 끈끈한 애정이 생기고 힘을 얻을 것이다. 단순히 징계하고 선수들에게 압박을 주는것만이 프런트의 길이 아니라는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e-Sports에서 프런트는 어떠한가?
이것은 비단 야구, 축구에서만 성립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스포츠에도 프런트가 엄연히 존재한다. 과거 하나의 팀을 맡았던 감독이 구단주의 역할까지 했던것에 비해, 현재 이스포츠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하나의 팀이 짜여져 있다. 사장, 단장, 프런트 그리고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체계적으로 짜여져 있으며, 단순히 게임에만 몰두하는게 아니라 팀 전담 트레이너, 팀 닥터 등 여러각도에서 선수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으며, 그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뿜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이 짜여져 있다.
헌데 이스포츠에서 프런트는 어떠한가. 사람들은 중계권 사태를 기억한다.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들의 모임인 협회라는 허울좋은 이름하에, 그들은 자신들의 팀을 볼모로 사로잡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팬들이 곧 이스포츠의 미래라는 말은 하고 있지만, 미래라기 보단 봉으로 알고 행동한것도 수차례다. 스포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 팀 마스코트를 경기장에 데려오고, 팬미팅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그런 팬들을 욕보이게 하는 행동도 한다.
이스포츠는 다른 스포츠보다 기반이 얇다. 그리고 그만큼 팬들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10년전 스튜디오에 PC 2대 갖다놓고 방음도 되지 않던 곳에서 관중 한명 없이 대회랍시고 펼쳐졌던 99 PKO를 기억한다. 그때를 생각하다가 지금을 보면 너무나도 놀랍기 그지 없다. 이러한 발전은 이바닥의 가능성을 알아주고 과감하게 투자했던 케이텍, AMD, 한빛 부터 현재 삼성, SKT, KT, CJ 등 많은 기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중요성을 무시하는게 아니다. 다만 그들이 이곳에 뛰어들때 이 바닥의 가능성을 믿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 준것 처럼 앞으로도 끊임없이 프런트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줬으면 한다.
프런트가 생각한 이 바닥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단순히 대회 하나 우승해서 타는 상금 몇천만원 때문에 1년에 수억씩 투자하는건 아니다. 결국 팬이다.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프런트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