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vs정명훈 in 트라이애슬론-스타포트 그리고 센터구조물.
지난번에도 적었지만 트라이애슬론은 기본적으로 프로토스가 먹고 들어가는 맵입니다. 3인용이라는 맵의 특성 그리고 진출로와 동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멀티들. 이로 인해 테란이 이 전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필히 변수를 두어야 합니다. 정명훈의 선택은 12시를 늦추는, 즉 상대의 추가자원과 추가게이트지역 확보를 늦추는 것이었고 이는 별 이득을 보지 못한 듯 보였습니다. 12시를 미끼로 벌쳐로 이득을 보려는 시도도 실패했구요.
그렇게 지루한 덩치불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좁은 지형을 활용한 방어를 계획하며 진출로 쪽이 아닌 6시에 커맨드를 지은 정명훈. 허영무도 늦었지만 12시쪽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200이 가득 차자 6시 에그를 두드리며 정명훈을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6시는 토스가 걸어서는 들어올수 없는 지형이죠. 정명훈 입장에서는 웃으며 시즈모드를 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정명훈은 스타포트를 일찍 짓는 빌드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포트 유닛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베슬이 빨리 나온게 아니었기에 첫 레이스로 옵저버를 잡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고, 레이스가 한 일이라고는 고작 셔틀 견제 방지 뿐이었죠. 그러나 허영무는 그마저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니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죠. 드랍쉽은 뽑았는지 안 뽑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스타포트를 일찍 땡겨 지었으면 스타포트를 활용해야 하는데 정명훈은 그저 최대한 째면서 상대의 셔틀플레이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초반에 놓친 옵저버는 덩치만 불려가던 정명훈의 약점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었고 허영무는 그걸 놓치지 않았습니다. 리콜이 들어가는 순간 정명훈에겐 6시와 본진의 뒷마당멀티의 거리는 치명타로 다가왔겠죠. '아차' 싶은 마음에 허둥지둥 병력을 빼는사이 아까 시위겸 에그를 다 깨놓은 허영무의 지상군은 6시로 들어와 탱크병력과 커맨드를 날름 빼먹고 무사히 돌아갑니다. 본진과 가까운 진출로쪽이 아닌 6시에 멀티를 한 선택과 스타포트는 빠르되 베슬은 빨리 뽑지 않겠다는 선택이 시너지를 발휘한 순간입니다.
그래도 정명훈은 초반에 벌어놓은 이득을 끝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바로 12시쪽 게이트 확보가 늦었다는 것 말이죠. 허영무 역시 그 시간을 벌기위해 뒷마당에 리콜을 감행했으나 정명훈은 혼란스런 와중에서도 허영무에게 속지 않았고, 즉 짜왔던 판을 잊지 않았고 과감히 허영무의 본진으로 진군합니다. 여기까지 와서야 트라이애슬론의 센터구조물이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12시에 게이트가 완성되지 않은 허영무는 순간 위기를 맞이하게 되죠.
그리고 이어지는 스테시스와 사이오닉 스톰 그리고 퉁퉁포와 베슬의 활약에 이은 GG.
'마리오네트'는 이미 정명훈의 잊혀진 별명이 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스타포트 빌드로 김택용을 셧아웃 시킨적이 있었으면서도 스타포트를 활용할 줄 모르는 그의 모습에서 잊혀진 별명이 떠오르더군요. 이후 빛을 발하며 전세역전의 발판이 될뻔했던 그의 기억력과 이후 지난번 신추풍령에서도 보여준 바 있는 그분시즈를 연상시키는 적절한 마무리에서 다시한번 그의 잊혀진 별명이 떠올랐습니다. 조금만 더 침착하게 생각했다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하려는 찰나 저는 삼성칸의 팬이자 토스빠라는게 떠오릅니다.
승자전 vs조일장 in 폴라리스랩소디-박성준의 Hydra Circle 그리고 프징징.
역시 지난번에도 적었듯 폴라리스랩소디는 저플전에서 프로토스의 한방뚫기에 특화된 맵입니다. 이후 프로리그 몇경기를 더 봤는데 이걸 숙지한 프로토스들은 꽤 보였던 반면 저그들은 이걸 잘 모르는 눈치더군요. 대놓고 커세어를 안뽑는걸 보고서도 뚫리는 걸 보고 제가 그동안 저그들을 너무 고평가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폴라리스랩소디 한방뚫기의 비결은 바로 '최적화'입니다. 빌드 최적화에다가 지형까지 받쳐주니 모르면 그냥 뚫릴 수밖에 없죠. 그러나 최적화는 양날의 검입니다. 상대가 바운더리 안에 있다면 필승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필패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조일장은 지난번 송병구에게 뚫린 이후 이를 정확히 보아냈고 토스의 예측범위 밖의 판짜기를 준비해왔습니다.
그가 준비해온 것은 바로 팀선배 박성준의 'Hydra Circle'입니다. 'Hydra Circle'은 이악물기님께서 지은 이름인데 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링크로 대신합니다.
이로 인해 판이 한차례 일그러진 후에도 허영무는 다크아칸까지 뽑아서 하이템플러를 쌓아 한방뚫기를 시도했고, 지형과 기가막힌 사이오닉 스톰으로 판짜기를 극복하나 싶었지만 한 끗 차이로 실패했죠. 이후엔 무난히 발리는 시나리오.
역시 저플전은 아무리 맵으로 배려해줘도 안되나 봅니다..는 뻘소리고, 폴라리스랩소디에서는 한방뚫기를 이용한 심리전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게 제 생각인데 이 Hydra Circle은 토스의 빌드를 기저부터 흔들어제낍니다. 물론 벤치마킹하기 어려운건 사실이나 제대로 활용된다면 토스입장에선 답이 없는 플레이인것 같습니다. 에휴.
최종전 vs정명훈 in 투혼-투셔틀
다크가 한거없이 막히고 프로브가 털린 시점에서 이미 전세는 많이 기운 상태였습니다. 허영무는 변수를 만들기 위해 어쩔수없이 리버테크를 탔고 먹히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경기중 이승원해설께서 지적하신 대로 '적극적인' 셔틀플레이는 거기서 끝났어야합니다. 첫 원셔틀은 살아서 떠다니며 테란의 추가병력 합류를 늦추고 본진에서 셔틀 하나를 더 뽑아 좀더 일찍 뚫어냈어야 했다는거죠.
허영무선수의 경기 또는 연습리플레이를 보면 속업셔틀 2~3기 뽑아서 테란 본진으로 밀어넣는 플레이를 자주 보게되는데 이것은 보통 테란이 예측하기 힘든 효과적인 플레이입니다. 그러나 테란이 뻔히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는 과도한 투자가 자충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나 예상치 못한 첫 셔틀의 활약에 고무된 허영무는 뭐에 홀린 마냥 테란 본진으로 투셔틀을 밀어넣었습니다. 그리고는 GG. 자신의 경기에 실망했는지 허영무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립니다.
대기실에서 애써 태연한 듯 표정을 짓는 그에게 이상하리만치 감정이입이 되네요. 역시 저는 답없는 토스빠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