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편의상 경어체는 생략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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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토스,스피릿,꼬라박지호,부산싸나이 등등..
박지호에게 붙은 별명에는 유독 남자다운 별명이 많았다. 물론 당연한 일이다. 팬들과 엄옹이 그의 일자로 내려와 마인밭과 럴커밭으로 거리낌없이 진군하는 질럿들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남자답다'라는 것이었겠지. 글쓴이 역시 그랬으니까. 거기에 남자의 종족(?) 프로토스와 부산출신이라는 점 등등이 합쳐져서 프로게이머 박지호의 이미지는 '스피릿'과 '터프함 그리고 우직함'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보였을지라도 지금 보면 그의 질럿은 그렇지 않았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알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터프했던 '박지호 스피릿' 뒤에는 철저한 계산과 빌드가 숨어있었다. 어택땅 질럿 뒤에 숨은 철저한 계산과 빌드를 알아보기 위해선 우선 당시의 테플전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테플전의 화두는 바로 FD였다. 프로토스의 '압박과 동시에 앞마당'라는 개념을 테란으로 가져온 이 빌드는 당시 프로토스들에게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테란의 압박병력을 막기 위해선 어쩔수 없이 옵저버 드라군 체제를 갖춰야 하고, 그러면 테란은 토스보다 한발짝 빠른 앞마당을 가져갔다. 이것은 이후 팩토리폭발타이밍에도 영향을 끼쳐 프로토스의 삼룡이 확보를 굉장히 어렵게 만들었고 캐리어 전환 타이밍에도 큰 영향을 끼쳐, 당시에는 삼룡이타이밍과 캐리어타이밍에 진출하는 테란을 막지못해 쓰러지는 프로토스들이 부지기수였고 컨트롤에 조금의 실수라도 생기면 원팩 압박병력에 게임이 끝나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었다. 원조 물량이자 영웅이라고 불리우던 박정석조차도 특유의 지속적인 병력우위를 유지하는 방법론만으로는 캐리어타이밍, 즉 수면제류를 막을 수가 없었고 몇몇 아이디어와 꼼수가 고갈되자(ee 인용)자신이 멀리 보내버렸던
[임]의 메카닉에까지 무참히 썰리게 되는 등 말 그대로 테플전 토스의 암흑기였다고 할수 있다.
이야기가 좀 멀리 간 감이 없잖아 있는데,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타개책을 강구하던 프로토스들을 크게 두가지로 나누면 첫번째,어떻게든 캐리어타이밍을 버티는 프로토스와 두번째, 지금 언급할 판을 뒤집어버리는 프로토스로 나눌 수 있다. (캐리어타이밍을 버티는 프로토스는 강민,송병구 등이 있는데 이건 나중에 글을 하나 더 쓰든가 해야될듯) 이중에서 박지호는 두번째 판을 뒤집어버리는 프로토스에 속했는데 그가 보여준 움직임들은 당시기준으로는 굉장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첫번째는 바로 200최적화 빌드로 대표되는 질럿의 극대화이다. 데뷔 초 박지호에게 '스피릿'이라는 별명을 가져다주기도 했던 이 움직임은 바로 수비형테란의 삼룡이타이밍을 노린 빌드였다. 테란의 앞마당 커맨드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삼룡이 넥서스 소환, 이후에는 한부대 반에서 두부대 정도의 드라군만을 유지하며 나머지 인구수를 질럿으로 채워버린 후 테란이 (멀티 또는 5~6팩 타이밍)나오는 순간 그냥 덮쳐버린다. 이후에는 계속해서 일자로 달려오는 질럿의 향연이 계속되고 테란은 막다지쳐 GG. 이런 플레이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빌드 중간중간에 공백이 너무나도 많다. 우선 2게이트 상태에서 삼룡이 넥서스를 소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상대가 모드업 더블이다 싶으면 원게이트 상태에서 로보틱스조차 생략하고 삼룡이 넥서스를 올리는 경우도 있었으며 이로 인해 빌드 사이사이의 공백이 너무나도 컸다. 상대가 원팩 더블이 아닐경우, 또는 원팩 더블 이후에도 3~4팩 타이밍을 잡을 경우에는 아무것도 못해보고 그냥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당시 테란들은 더블커맨드에 취해(이악물기 인용) 플레이했던 저그전처럼 수비형테란과 FD에 취해 플레이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박지호는 이를 이용, 삼룡이를 최대한 빠르게 가져가며 게이트 폭발 타이밍을 최대한 빠르게 당겨 질럿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그의 터프한 질럿 움직임은 바로 이런 철저한 계산하에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두번째로 아비터의 활용을 들 수 있겠는데 사실 이것은 지난번에 한번 언급했다가 크게 데인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적을건 적어야지.(여기서 밝히자면 저는 당시 포모스에서 ee라는 닉을 쓰던 유동닉님의 관점에 동의합니다.)위에 적었듯이 당시엔 프로토스가 테플전 후반에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또는 불리한 상황에서 역전을 꾀하기 위해 사용했던 스타게이트 유닛은 캐리어가 전부였다. 그때 아비터의 등장은 테란입장에서는 황당한 것이었다. 스타게이트를 보고 진출했는데 토스의 병력엔 공백이 없고 아비터가 두둥실 떠있는 상황. 명품조합(아비터+질럿으로 역대박유도)과 리콜, 스테시스필드에 진출병력은 유린당하고 이후 회전력 싸움에서 프로토스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수 있었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최적화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비터가 지금의 존재감을 갖고 있지는 못했고, 그저 토스 운영의 한 갈래정도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박지호가 꺼내든 아비터 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박지호 본인과 팀 동료들에 의해 조금씩 다듬어지며 김택용에 와서는 완전한 프로토스의 정석으로 자리잡게 된다.
물론 게임 안에서는 이렇게 계산적이고 창의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던 그였지만 게임 밖에서의 그는 한없이 약한 남자였다. 데뷔 이후의 행적을 봐도, 인간 박지호는 어떤 남자였나 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첫 스타리그 4강에서 부모님 생각하느라 임요환에게 역스윕을 허용한 점이라던가 프로리그 결승전 무대에서 여자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던가 하는.. 분명히 차가운 이성을 가진 남자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Plus시절 오영종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또 김택용과 함께 테란전 아비터 체제를 다듬고 저그전 비수류를 연구했을 박지호. 오영종은 스타리그를 우승하고 김택용은 MSL금뱃지를 달았지만 정작 본인은 스타리그 4강 문턱에서 두번이나 미끄러진 후 개인리그와는 인연이 없는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게 느껴지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이제 공군에 원서를 넣었다고 하니 토스빠로서 새삼 기분이 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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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그라드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것 감사드리며 스동갤 레전드 램달았다아아님이 만든 박지호 하이라이트나 감상합시다.
http://video.nate.com/13078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