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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7/01 12:25:38
Name lost myself
Subject 올드보이에 바치는 헌사
(존댓말로 쓰다 너무 어색해서 포기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올드보이에 바치는 헌사


  1초. 단 1초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지금부터 1초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보자. 아마 눈은 감는 것 보다는 뜨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래 숨은 쉬어볼 수 있다. 우리가 아무렇게나 흘려보내는 1초. 그 1초에 임요환의 벙커링은 초시계를 들고 송곳같이 찔러온다. 1초동안 긴장한 심장은 더욱 펌프질을 해대지만 호흡을 멈추고 눈 깜빡일 새도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한번의 클릭 미스도 승패를 결정하기에 그의 오른 손에는 모든 힘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13초. 13초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 뭐가 있을까? 물을 한컵 마셔볼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전화를 걸어 나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도 좋을 듯. 아니 어쩌면 이건 최악의 행동이 될지도ㅠㅠ 최연성은 13초마다 scv를 누른다. 13초 동안 최선의 공격과 방어를 하고 다시 scv를 누른다. 그는 13초가 지날 때 마다 점점 무적이 되어간다.

  2분. 이 적절한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란 바로 폭풍처럼 몰아치는 홍진호의 러쉬를 감상하며 주먹을 움켜쥐는 것이다. 6분. 6분이면 이윤열은 앞마당을 먹었고, 10분 후 강민은 아비터에 할루시네이션을 걸었다. 35분 만에 임요환은 도진광에게 역전을 일구어냈으며, 3시간동안 김준영은 역대 최고의 리버스 스윕을 만들어냈다. 일주일 동안 이제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는 본좌였다. 3년. 박성준은 웨이버 공시까지 당하며 밑바닥 까지 떨어졌지만 3년 만에 골든마우스를 차지한다. 박정석은 7년 만에 프로리그 최초로 100승을 거둔 선수가 되었고, 10년.
임요환과 홍진호는 10년 전 네오홀오브발할라에서 처음 만났을 때 처럼, 항상 같은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만약 나에게 24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언가 보람찬 일을 하며 의미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뭐 열심히 살기는 하겠지만 조금은 낭비하며 보낼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한달이나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한결 같이 최선을 다하기란 정말 어려워진다. 과연 나는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며 살 수 있을까? 글쎄....  

  자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와서,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강민은 스타리그에 도전했다. 너무도 무모했고, 황당했다. 아무도 그의 성공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어떤 감정들 보다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그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설레였고, 날라가 선수로 돌아왔다는 것 자체가 흥분되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아무런 기대도 없이 3개월 동안 팬들의 가슴은 따듯했다. 나는 가끔씩 게을러 질 때 마다 강민을 생각했다. 그래 강민이라면 지금쯤 열심히 연습하고 있겠지. 그러면서 나도 내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프로게이머들을 보며 많이 배운다. 임요환을 보며 독기와 근성, 좌절과 희열을 배웠고, 최연성을 보며 한 명의 인간이 얼마나 강해질 수있는지 알았으며 강민을 보며 생각의 벽을 뛰어넘는 것의 위대함을 깨달았다. 올드보이란 나에게 그런 존재들이다.

  가끔 인지도 높은 선수들처럼 무명의 신인 선수들도 똑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그러니 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둘은 최선을 다하는 것의 난이도가 다르다. 올드들은 너무도 긴 시간을 최선을 다해 보내왔다. 만약 신인들도 올드보이들 처럼 사랑 받고 싶다면 단 한가지 방법 밖에는 없다. 산전수전 다 겪어가며, 팬들을 울고 웃기며 끝까지 오래도록 살아남는 것이다. 1년을 최선을 다 했다면 이를 악물고 2년, 3년을 계속 버텨다오. 그래서 그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가면 언젠가 그 선수의 뒤에는 수많은 팬들이 지켜봐주고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생각했었지만 E스포츠의 중심은 온게임넷이 아니다. 물론 블리자드나 케스파도 아니다. 아마도 선수와 팬, 그리고 게임 개발자, 방송국, 협회 그 모두의 중간 쯤 어디일 것이다. 그것을 잊지 말고 올드보이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장을 다른 이들이 함부로 빼앗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노력하고 있을 수많은 올드보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파이팅!


p.s. 누군가 또 올드보이 시즌2에 도전해 주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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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rizzle
10/07/01 12:32
수정 아이콘
박용욱 해설도 괜찮고, 임요환선수나 공군에서 제대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
드랍쉽도잡는
10/07/01 12:39
수정 아이콘
누군가 스타리그 16강에 진출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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