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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12 09:29:15
Name 비내리는숲
Subject 강민은 지금의 아비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페러렐라인즈였나, 강민이 프로게이머 전성기를 달릴 때, 중앙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른 긴 경계선을 두고 대륙과 대륙이 마주보던 그 맵, 드랍쉽과 골리앗 탱크, 그리고 터렛만으로 본진을 방어해내던 이병민을 상대로 할루시네이션-리콜이라는 기가 막힌 수를 들고 나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그 경기를 기억한다. 그 전까지의 아비터는 퀸이나 고스트가 그랬듯이 그저 유닛 목록에만 올라있을 뿐인 유명무실한 병기였고 할루시네이션은 아직까지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 사장된 기술이었다. 김춘수가 꽃을 노래하듯이 강민은 아비터를 불렀고 경계선을 넘는 다수의 환영들을 보고 드랍쉽을 뒤로 돌린 그 순간이, 환영 사이에 숨어있던 진짜 아비터가, 고도의 발전된 기술을 자랑하는 프로토스의 초과학 병기가 팩토리 주변으로 다수의 드라군과 질럿과 하이템플러를 떨어트린 그 순간이, 김동준 해설이 '못막습니다'라고 비명을 지르고 김철민 캐스터가 '이게 강민이다'라고 부르짖던 그 순간이 하나의 생명이 되고 존재를 외치고 전설로 남아 그 이후 등장한 그 어떤 아비터도 그 어떤 하이템플러도 과거 몽상가가 이루어낸 역사를 뛰어넘지 못하게 된다 - 토스를 논할때 기욤을 놓고 그 이후에 김동수를 놓고서야 박정석과 강민, 박용욱을 이야기하나 나에게 테란을 상대하는 토스가 가장 기발하고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모습이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이 때, 강민이 페러렐라인즈에서 이병민을 만났을 때, 이 시기의 강민이 바로 그러했다고 말하겠다.

사실 내가 강민이라는 선수를 알게 된 건 마이큐브 스타리그 때였다. 훗날 스타우트배의 경기를 모두 찾아보긴 했지만 정작 이윤열을 꺽고 우승했던 그 때나, 전태규를 꺽고 우승했던 한게임배보다 마이큐브때의 강민이 가장 강해보였다고 생각한다. 4강까지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위엄'이 넘쳤다. 사람들은 그를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 불렀고 기발한 전략과 승부사적인 기질로 인해 '몽상가'라 불리웠으나 정작 그 자신의 장기는 '정석적인 운영'이었고, 오히려 그의 경기상에서 보여주는 기질은 가끔 보여주는 극단적인 빌드 속에서도 얼음처럼 냉정했다. 강민의 위엄은 박정석과의 4강에서 절정에 달했는데, 특히 5경기는 끊임없이 병력이 이동하고 수시로 병력간의 교전이 벌어졌으며 그 와중에 극적인 옵저버 타이밍까지 겹친, 당시로써는 최고 수준의 경기였고 토스대 토스전이 이렇게나 긴장되고 사람을 흥분시킨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경기였다. 결국 결승에서 박용욱에게 패하긴 했지만 패하고 나서도 '잊지 않겠다'라며 복수를 다짐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프로토스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프로토스는 그렇다. 유달리 승부욕이 강하고 유달리 자존심이 강하며 또한 유달리 자부심이 강하다. 토스를 선택한 선수든, 일반 유저든간에 종족에 대한 불만은 많을지 모르겠으나 애정만큼은 그 모든 불만들을 뛰어넘는다.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케스파컵에서 김택용과 송병구와의 일전이었다. 김택용에겐 물량에서 밀렸고 송병구에겐 전술과 전투에서 밀렸다. 이후의 프로토스는 아비터의 활용이 극대화된 새로운 시대로 들어선다. 가끔 눈요기로나 보여주던 스테이시스 필드는 대테란전의 중요 포인트로 자리잡았고 리콜은 일방적이었던 승부도 일거에 뒤집거나 확장을 늘리고 심리전을 펼치는데 효율적인 전술로 이용되었다. 빌드 타이밍이 가장 길고 없느니만 못한 공격력을 가진 아비터가 이젠 테란에게 베슬을 강요하고 EMP 쇼크웨이브를 강제적으로 개발하게 했으며 리콜을 대비해 본진에 마인을 심고 터렛을 다수 두르게 하는 테란전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해설자들은 경기 중에 아비터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꿈도 못 꾸던 일이다.

강민은 지금의 아비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송병구가 815에서 이윤열을 상대로 할루시네이션-리콜 쇼를 벌이는 것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해설자로써 리콜과 스테이시스 필드를 연이어 외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자신이 프로토스가 보여주는 지금의 테란전의 시초가 된 선수중 하나임을 알고 있을까. 이제는 대 저그전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더블 넥서스 운영을 가장 널리 알린 것이 자신임을 기억하고 있을까.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크리스탈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꿈을 놓지 않았고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서 자신이 꿈꾸던 것들을 경기에서 하나 둘씩 보여줬으며 세대가 바뀌고 이젠 더 이상 과거의 기량으로는 힘들다고 말하는 지금까지도 꿈을 위해 노력했던 그의 모습은 오히려 팬에게 꿈을 꾸게 만들었고 꿈을 보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패러렐라인즈에서 그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고 아비터가 없는 프로토스를 더 이상 생각 할 수 없게 된 지금 그 현실은 이제 아무도 꿈이라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몽상가 - 그 별칭이 그만큼 잘 어울리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의 몽상은 그저 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는 팬의 입에서 일상처럼 이야기되는 현실이 되었다. 그는 게이머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 하나이고, 나에게 G.O와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좋아하게 해 준 선수가 서지훈이라면 프로토스를 사랑하고 프로토스의 광팬으로 만들어준 선수는 강민이다.



안녕하세요. 한 때 '시퐁'이라는 닉네임이었던 비내리는숲입니다. 우선 편의상 이름 뒤에 '선수'라는 글자를 덧붙이지 않았기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한 동안 일기조차도 쓰지 않아 글 쓰기가 너무 힘이 들더군요.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강민 선수를 보내기가 아쉬워 부족한 필력이지만 억지로 짜내어 썼습니다. 어떤 선수는 그저 기억에 담고 있기엔 너무 저에게 준 것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강민 선수입니다. 단지 추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팬인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강민 선수를 잊지 않겠다고 글을 쓰고 응원하고 감사하는 일 뿐입니다. 저에게 꿈을 '보여주어' 감사합니다. 군대 잘 다녀 오시고 언제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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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12 09:36
수정 아이콘
아아 강민..곧 훈련소로 가는군요.
그는 멋진 선구자였습니다.
어진나라
10/06/12 09:39
수정 아이콘
2년간 공익으로 지내는 만큼 복귀의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2~3년 뒤 스타2 리그에서 다시 봤으면 좋겠습니다.
夢[Yume]
10/06/12 09:47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 10년사에서

정말 인상적인 경기를 가진 몽상가,,

잘 다녀오시길 바래요..
학교빡세
10/06/12 09:50
수정 아이콘
할루시네이션리콜....그경기는 정말 전율이 일 정도였습니다.
다음세기
10/06/12 10:11
수정 아이콘
김춘추가 꽃을 노래하듯이 강민은 아비터를 불렀고 크크
swflying
10/06/12 10:53
수정 아이콘
강민만큼 게임상에서 자유로웠던 선수는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말도 안돼 할정도의 전략 빌드도 많았기에
몽상가란 별명도 얻은 것이겠죠.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할 점은 그런 자유로운 생각이
결코 전략에서만 나온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당시 강민은 기본기도 최강이었죠.
탄탄한 기본기 없이 전략만을 마구 남발해댔으면
절대로 그 위치까지 못갔을 겁니다.
10/06/12 11:05
수정 아이콘
광.렐.루.야!
10/06/12 11:09
수정 아이콘
최적화된 빌드 몇개만 쓰는 지금보다는.. 선수마다 자신만의 특색도 있고,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던 그 시절 스타판이 훨씬 더 매력있었던 것 같네요..
10/06/12 11:37
수정 아이콘
운좋게 생방으로 보았던 그 리콜장면이 눈에 선연하게 다가오는 좋은 글이네요.
그 경기는 전략구상과 실행. 해설. 관중분위기. 지지타이밍.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드라마였죠.
글 잘 읽었습니다.
10/06/12 11:47
수정 아이콘
그 경기가 방영될 당시에 저희 집에서는 mbc게임이 나오지 않았습니다..ㅜㅠ..

pgr 게시판이 달궈질때 지켜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전 생방으로 봤던 송병구 - 이윤열 전에서의 할루시네이션 리콜이 임팩트가 컸었죠.

이러한 이유로 제가 강민 선수 경기에서 제일 좋아하는[경악했던?] 경기는 기요틴 대 임요환전 전진 포톤 이후 다크...
비형머스마현
10/06/12 11:52
수정 아이콘
왠지 중요한 부분에 색을 입히는 것을 보며 예전에 4대 테란에 대한 글을 쓰셨던 시퐁님과 비슷하다 생각했는데 시퐁님이셨군요.

이번에 그의 도전은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올드의 도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찡했습니다.
임선수와 비슷한 전략형 선수이면서도 기본기가 너무 탄탄해 임 선수를 만날떄마다 보내버리는 걸 보며 정말 싫어했는데 ..
그도 어느새 임선수와 같이 최고참이더라구요 ..
Kristiano Honaldo
10/06/12 11:58
수정 아이콘
제 기억으론 파일런으로 시야 확보 해놓는것도 강민 선수가 먼저 한걸로 기억을 합니다

항상 토스의 개념을 한단계씩 바꿔놨죠

1경기 매치포인트도 입구 심시티 센스있게 하길래

예전의 강민이 돌아왔나 싶었는데 ...ㅠ
信主SUNNY
10/06/12 12:18
수정 아이콘
제가 강민선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피지알의 공지사항을 통해서입니다. 후후...(공지사항에 강민선수가 등장합니다.)

무수히 많은 캐논을 지어 꽃밭토스라 불렸었고, 전략적인 그의 행보에 대해서 본인은 항상 '내가 하는 것이 정석이다'라고 말했죠.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그의 말대로 그의 플레이는 토스의 정석이 되었습니다.
10/06/12 13:15
수정 아이콘
저는 강민선수가 너~~어~~무 좋습니다..헤헤..
시퐁님의 글도 너~어~무 좋네요..^^;
아케미
10/06/12 15:30
수정 아이콘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 시퐁님이셨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자 팩토리 위주로! 그렇죠!" "못 막아요 이거!" "이게 프로토스입니다!" "그리고 이게 강민이에요!"
아직도 귀에 들리는 것 같은데 벌써 6년 전의 일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경기였고 대단한 선수였습니다.
그라면 스타크래프트 2에서도 분명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
10/06/12 18:13
수정 아이콘
2년후에도 기다릴꺼에요.
해설자,선수상관없이....
지난7년간 팬으로써 행복했어요.
비내리는숲
10/06/13 17:21
수정 아이콘
댓글 달아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케미님은 한 동안 보이지 않으셔서 이제 안오시나 걱정했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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