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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08 23:53:48
Name LucidDream
Subject 그것은 실패도 후회도 아니었다.
글쓴이가 그동안 써온 글에서 누차 밝힌 바 있지만, 노력은 위대한 것이다. 노력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노력의 가치는 세상 그 어떤 '중요한'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약간은 억울하게도 재능은 그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재능이 있음에도 자신을 망친
어떤 야구 선수의 예 같은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KIA 팬이라면 다들 누군지 알 듯...),
일반적으로 '노력'만으로는 '재능'을 이길 수 없다.

그것이 나의 생각이고, 꾸준한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다는 식의 미화된 이야기가 아닌
그냥 세상의 현실이다. 미담은 미담이고, 영화는 영화이며, 로또는 로또이고, 드라마는 드라마이듯이
'현실'은 그냥, 현실인 것이다.



물론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자에 대한 억울함은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자격지심이지,
세상을 향한 근원적인 저항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자포자기의 순응에 가깝다.

'그래 너 잘났다.'
이런 마인드랄까.

하지만 '재능' 외에도 설명해야 할 것이 있으니,


좀 더 고차원적인 얘기, 좀 더 추상적인 얘기


바로 '운명'이다.





그는 분명히 최고의 재능을 가진 게이머였다. 그의 빠른 손은 그가 감독의 눈에 드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고, 그의 부대지정
그의 컨트롤, 그의 스타일, 그의 실력은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추종하게 했다. 비록 그 외의 스타가 없었다는 데에서도
약간의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흉내낼 수 없는 플레이, 그것은 분명히 재능이었다.
게다가 '어설픈' 재능과는 비교 할 수도 없는 재능이었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빈약한' 재능과 '무식함'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던 때의 재능이었기에 더욱 위대했다.

하지만 '운명'

운명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에 의해, 그는 철저히 조롱당하고 난자당하고 무시당하고 십자가를 걸머지고 사형장에 끌려가
대롱대롱 매달려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그게 우리가 버린 이름, 홍진호였다.




'프로게이머'는 많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프로'인가 라고 누군가 진지하게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답하기 힘들다.
하지만 홍진호가 '프로게이머'인가 라는 질문에 나는 그렇다 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홍진호는 우승자다.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했다. 단지 온게임넷 정규리그와, 엠겜의 정규리그에서 준우승 했을 뿐이다.
KT 왕중왕전이 이벤트가 된 것은 스토리를 위해 홍진호를 '희생양'으로 삼은 온겜의 선택 때문이었지, 그 당시의 왕중왕전은
이벤트전이 아니었다.

그 외의 '이벤트 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이벤트전이라 해도 그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가 동네 건달이나 유도 선수,
웅변대회 입상자는 아니다. '똑같은' 프로게이머를 데려다 놓고 경기는 치러진다. 맵도 리그에 쓰이는 맵이고, 상금도 걸려있다.
뭐가 됐든 프로를 정의하는 가장 단순하고 무식한 분류는 '일'과 '댓가'. 즉 돈이다. 돈이 걸린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바로 프로고
그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다.

홍진호는 분명 '프로'였다.

그는 공인도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연예인 막말에 대한 공인 논란에 대한 내 생각은 확고하다.
그들이 무슨 잘못된 말을 했다면 욕하고 기분 나빠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인 운운한다면 그 순간 이미 그 주장은
들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적게는 미성년자, 많게는 자신의 일을 책임질 줄 아는 성인이자 프로게이머지, 공인은 아니다.

투정도 할 수 있고, 불만도 내비칠 수 있다. 게임을 하다 '빡쳐서' 헤드셋으로 눈을 가릴 수도 있고,
조 지명식에서 마음에 안드는 상대에게 도발을 날릴 수도 있다. 괜히 착한 사람이 되지 않고, 자기 편한대로 말해도 된다.
팬이라는 이름의 정과 망치에 찍혀도 괜찮다면.

홍진호는 육회,설사,콩,2인자...그에게 쏟아진 모든 인격적인 살인 행위(그렇다 난 살인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단지 게임을
잘하고 좋아한 한 청년이었지만, 그것이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은 약간의 부와 명성, 그리고 평생을 따라다닐 꼬리표와 인격모독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팬에 대한 공손함을 잃지 않았다. 매너와 예의에 대해 그는 늘 '자기자신'에게 엄격했다.

그는 성인, 부처님, 팔푼이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13세 이상 40세 미만인 사람들 모두에게 붙잡고 물어보자.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하루도 안 빠지고 자신을 우스갯소리,
놀림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그것을 눈 앞에서 보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때로는 이 거대한 폭력 앞에 두려움을 느낀다.



홍진호는 계속 게임을 하고 있다. 승률은 다 까먹었고, 게임을 보면 때로는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이길 때의 홍진호는 여전히 홍진호다.
그의 재능은 시대가 흐른 지금도 여전하다. 그의 진정한 실패는 숱한 준우승도, 수만 안티도 아니었다.

단 한 순간이라도 자신의 게임에 자신감을 잃었던 것이 그의 유일한 실패이자 후회할 일이었다.

왜일까. 나에겐 최근의 홍진호가 그렇게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다시 찾은 것 처럼 보인다.

그는 속칭 '까방권'을 가져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아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 때 스타를 모르는 사람도 임요환은 안다, 라는 말이 있었던 것처럼
지금은 '스타는 몰라도 홍진호(정확히는 콩지노)는 안다'인 세상이 도래했다.
하지만 그에게 이제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신경 쓰이고 속으로 삭히고 한들, 제 아무리 착한 심성이어도 화는 날 것이다.
(답이 없을 정도로 순하고 착한, 드라마 속의 콩쥐 같지 않은 이상에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걸 홍진호는 깨달았다고 생각된다.

그게 무엇일지는 굳이 정확하게 여기에 쓰고 싶지 않다. 무엇을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홍진호라는 '사람'이, 좀 더 '행복'해질 권리가 있지 않을까
좀 더 행복한 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력과 재능, 운명 사이에서 괴로워 하던 한 청년에게
'행복한 미래'의 보상도 조금은

조금은 모자라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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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체풍신
10/06/09 00:27
수정 아이콘
누가 뭐래도 홍진호 선수는 스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이지요.
단지 결승전에서 불운했을뿐.
당시 홍진호 선수가 테란만 만나지 않고 다른 종족도 상대했더라면 틀림없이 우승컵을 차지했었을겁니다.
라이크
10/06/09 02:20
수정 아이콘
홍진호선수 돌이켜보면 테란맵의 희생자 ..
언제나 주연을 빛내던 조연의 역할만 했었던 선수..한 번은 우승할거라 생각했는데;;
우걀걀
10/06/09 05:00
수정 아이콘
나의영웅콩

정말 사랑합니다
비형머스마현
10/06/09 05:14
수정 아이콘
비록 임선수의 팬이지만, 안타깝습니다. 그것이 애정의 다른 표현일 수 있지만, 2에 대한 언급, 황신 , 설사 이벤트의 황제, 콩 같은 말을 몇번이나 방송에서 이런 말 때문에 상처 받아서 커뮤니티에 들어가는게 두렵다고들 얘기햇지만, 이제는 방송에서도 콩에 대한 얘기라든지, 황신에 대한 얘기 쯤은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습니다.

올드 팬들이라면 그의 위대함에 대해 알것입니다. 박성준 선수의 등장 전까지 그를 대체할 만한 저그의 수장이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테란의 시대가 임요환의 시대, 이윤열의 시대, 서지훈의 시대, 최연성의 시대를 거치는 동안 그들을 맞아서 싸웠던 저그는 홍진호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임요환을 비롯해서 수많은 테란 강자들이 나와서 저그를 박살 내던 시절에 혼자서 독보적으로 테란을 이겼던 선수라 알고 있습니다. 그의 드론 째는 플레이나, 게임 센스는 오로지 그만이 소화할 수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그가 암울할 때 저그팬들은 홍진호를 보면서 저그가 강하다고 생각했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포모스 같은 언론 잡지에서도 콩이나 황신 같은 말은 쉽게 들먹입니다. 요즘 들어서 스타 보는 사람들에게 홍진호가 과연 위대한 게이머일까요? 자연스럽게 까이는 대상일 겁니다. 안타깝습니다.

그는 폭풍저그 홍진호입니다. 처음으로 저그팬들에게 저그가 이렇게 테란을 압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던 저그입니다.
처음으로 저그가 임요환을 상대로 이렇게 박빙으로 싸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줬던 저그입니다. 저그의 첫 우승은 홍진호만이할수 있다고 생각하게 해줬던 저그입니다. 프로적인 마인드와 뛰어난 매너로 유명했던 저그입니다. 수 많은 저그 게이머들이 홍진호를보며 저그를 했다고 할만큼 위대한 게이머입니다. 동시대의 프로게이머들이 하나둘씩 사라질떄, 아직까지도 경기에 나와서 1승씩 챙겨주고 있는 그런 위대한 저그입니다.

온게임넷 뒷담화를 오랜만에 vod로 보다가 홍진호 선수와 김정민 해설, 박정석 선수가 나와서 얘기하는 내용이 나왔는데 ..
박정석 선수가 "진호형은 겉으론 강해도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크게 상처받는다. 그래서 경기에서 지는 날이면 절대로 커뮤니티에들어가지 않는다." 라고 얘기하네요.

그냥 힘내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머래도 당신은 정규리그라고 지금 규정된 리그의 우승만 없을 뿐이지, 어떤 게이머보다
위대한 게이머이자, 레전드입니다.
피바다저그
10/06/09 09:10
수정 아이콘
제마음속엔 영원한 레전드이자 영원한 승리자입니다.
예전의 실력으로 돌아와도 좋지만 지금, 노력하고 좌절하지않는 모습을 보이는 지금만큼만..
아니 사실 팬심을 조금담아 조금만 더 잘해서 한번더 이스타판에 이슈가 되었으면 합니다.
10/06/09 11:26
수정 아이콘
양대 메이저중 한번만 우승했어도 평가가 달라졌을텐데 말이죠.
장경진
10/06/09 12:34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가 아직까지 게임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습니다.
인터뷰에서 출전할 때마다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보고 또 감동했습니다. 홍진호 선수를 보고 있으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창선 해설님. 보고 계시다면 담에 홍 선수 있는 곳에서 숫자 2 드립은 좀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한 번은 재밌을지 몰라도 여러 번 하면 재미없습니다.
10/06/09 14:29
수정 아이콘
저도 홍진호 선수 관련 농담이 매우 불편하고 짜증까지 납니다. '애정이 있으니까 까는 거다'라는 미명하에 자행되고 있는 다수의 폭력의 가장 대표적인 예죠. 제가 당하는 입장이었다면 사람들을 고소하는 정도의 적극적 대처는 못하더라도 이미 오래 전에 게임에 대한 의욕을 잃고 다른 삶을 살았을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남아 있죠.

올드 팬으로서, 홍진호 선수의 아픔을 실시간으로 보신 적이 있다면 2 관련 드립이니 황신이니 장판파니 하는 말, 정말 쉽게 못할 텐데... 사람들이 악플에 너무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욕이 안 쓰여 있다고 악플이 아닌데 말이죠. 유게에서도 단순히 2와 관련된 유머는 왠만하면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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