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정보수집 차원에서(늘상 하는 일입니다) 게임 및 e스포츠 관련 기사를 읽다 보니까 제가 좋아라 하는 이윤열 선수의 기사가 실려 있더군요. 요즘 사회활동에 꽤 많이 얼굴을 비추는
이윤열 선수가 배우 최불암 선생님과 함께 "함께하는 법, 행복한 문화시민" 캠페인의 홍보대사가 되어 법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법 교육용 기능성게임의 개발과 보급', '청소년대상의 저작권 교육 및 홍보'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이윤열 선수의 사회공헌에 기뻐하기보다 아이러니함 때문에 서글픈 마음이 앞섰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KeSPA가 얼마 전 스타크래프트의 저작권에 대해 말했던 몰상식한 발언들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다들 아시는 내용입니다만, 다수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기자회견장에서 KeSPA측 인사들은 저작권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축구공을 만든 아디다스가 월드컵에 축구공 사용료를 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스타크래프트2가 공공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e스포츠의 중심에 있는 스타크래프트는 스포츠의 일환으로 많은 관람객이 함께하는 공공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도 향후에는 공공재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단체가 자신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저작권에 대해 이렇게 복돌이들이나 할 법한 몰상식한 소리를 한 덕에 KeSPA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e스포츠의 위신은 깎일 대로 깎였습니다. 거기에 협회가 공공성보다는 - 자신들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항변하지만 - 블리자드의 허락 없는 중계권료 거두기, 광고 수익, 사기업 홍보 효과 등으로 사적 이익을 거두는 것에 치중하고 있는 것과, NDA 계약서의 존재 여부에 대해 갈팡질팡하다가 이사 개인의 월권행위로 치부하는 발언까지 한 덕에 언론으로부터
'재미없는 코미디' 라는 비아냥을 들었을 정도로 KeSPA의 항변은 e스포츠의 한 장면을 흑역사로 만드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전체 역사를 흑역사로 만들 수도 있는 무개념의 극치였습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협회가 아무리 '전통 스포츠에 저작권 개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타크래프트의 e스포츠 기여도와 게임개발사에 대한 존중과 원저작권자의 지재권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게임사용료를 지불하겠다는 것이 협회의 일관된 입장이었다'라고 말한들 그것이 진심이라고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 동안 블리자드와의 상의도 무엇도 없이 무단으로 중계권을 행사하는 불법을 자행한것도 모자라 저작권에 대해 위와 같은 무개념을 만 천하에 인증한 협회가 과연 원저작자인 블리자드의 저작권을 진심으로 인정하려는 태도로 이런 말을 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윤열 선수의 팬으로서 이윤열 선수가 다른 선배 게이머들처럼 e스포츠의 아이콘으로서 이름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국가 부처의 저작권 관련 홍보대사로 위촉된 것도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 생각하고, 명성에 맞는 사회적 공헌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이렇듯 협회 차원에서 저작권을 모독하고 모욕했다가 망신을 당해 이렇게 앞길에 재를 뿌려버린 상황이라면 아무리 전설적 명성을 쌓은 선수가 저작권 교육 및 홍보대사로 위촉된다 한들 그 홍보대사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 의문일 수밖에 없고, 이윤열 선수가 그런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을 축하하는 마음도 저어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2010년 들어 스타크래프트의 저작권 문제와 더불어 여러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다른 작자들이 사과해야 할 것들까지 대신 사과하고 이곳 저곳에 나서서 어떻게든 e스포츠를 살리고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아직도 협회는 도움을 주는 것은 고사하고 그 앞길에 오물을 뿌려대거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듯 합니다. 자신들의 사익을 가리기 위한 입발린 소리를 할 게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게임 저작권을 존중하고 팬들의 볼 권리를 존중하고 선수와 관계자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저작권 침해행위를 '암묵적 동의'따위의 헛소리로 무마하려 하지 말고, 저작권 침해행위를 중단하고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를 정당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저작권 홍보대사로 나선 선수의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협상에 응하시기 바랍니다. 괜히 선수 한 명 웃음거리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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