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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5/25 11:23:27 |
Name |
ipa |
Subject |
김정우 선수의 우승에 붙여, 3김봉 저그 이야기. |
바야흐로 가히 저그의 골든에이지라 할 만하다.
게시판이 온통 3김 이야기로 따끈따끈하다.
트로이카의 기세가 어찌나 대단한지 다른 종족들의 A급을 모두 합쳐 싸들고 온다 해도 3김 중 한 명과 바꿀까말까다.
각각의 개성과 기량도 누구 하나 처지지 않고 막상막하.
당연하게도 이들을 보는 스덕들의 평가 역시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하다.
6룡시절 토스빠들의 포만감이 아마 이러했을테지.
1. 3김(1) 김정우.
크게 될 재목은 본디 혜성처럼 등장하는 법.
아아...데뷔 첫 경기부터 나는 그대의 향기로운 경기력에 귀멀고, 꽃다운 근성에 눈멀었었소.
3김중 가장 돋보이는 그 경이로운 테란전이여.
저그빠에게 테란전 잘하는 저그란 남자에게 예쁜 여자의 의미와 같다.
다른 조건이야 어쨌든 일단 닥치고 반하고 보는 거다.
다른 2김에 비해 높이 사고 싶은 또 하나의 장점은 강한 멘탈과 자신감.
단체전에서의 특급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그냥 잘 하는 것 외에 무언가가 더 필요한데, 김정우는 바로 그 면에서 김명운, 김윤환보다 뛰어나다.
자신이 CJ라는 팀을 이끌고 있다는 확고한 인식과 책임감.
여기에는 약간의 나르시즘과 영웅심이 필수요소다.
모르긴 해도 김정우 스스로는 자신의 위상을 3김의 멤버로 매기고 있지 않을지도.
어쩌면 택뱅호에 앞서는 자신의 랭킹을 마땅한 것으로 여기고 있을지도.....
2. 3김(2) 김명운.
혜성같은 등장은 아니었지만, 시나~브~로, 시나~브~로 대인배의 그림자를 벗더니 강라인에서 빗겨나 윤용태를 대체했다.
순수 기본기만으로만 본다면 3김 중 최고다.
이게 과연 타고난 것일지, 혹은 지독한 연습의 결과일지 궁금해진다.
상식이 풍부하고, 상식 범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에 대한 대처와 판단이 탁월하며, 기본적으로 해주어야 할 것을 놓치는 실수가 거의 없다.
멀티를 해줘야 할 타이밍에는 어김없이 멀티가 늘어나고, 드랍쉽 대비는 늘 잘 되어 있으며, 불필요하거나 모자란 병력 움직임은 거의 없다. 컨트롤도 나무랄 데가 없는데다 가끔 보이는 반짝이는 센스는 보너스다.
심지어 인간성도 좋아뵌다.
조지명식이나 인터뷰를 보면 게임 외적으로도 분위기 파악도 잘 하고, 눈치도 빠르고, 말귀도 잘 알아듣는다.
만약 신입사원을 뽑는 입장이라면 딱 김명운 같은 지원자를 뽑아야 할 듯 하다.
반에서 1등, 전교에서 5등 정도 하는 대인관계 원만한 수재. 딱 그 정도 인상이다.
다만 극도의 긴장감을 매번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능력과 그것을 즐기는 승부사적 기질이 부족하다.
겨우 3전제의 2경기를 이겨놓고 헤벌쭉 웃는 모습이나, "이긴 것 만도 다행"이라는 인터뷰는 그래서 매우 아쉽다.
김명운. 넌 공무원이 아니라 싸워서 돈을 버는 승부사다.
너에게 패배란 어떠한 경우라도 결코 용납되지 않는 불상사이고, 승리란 당연히 니가 가져야 할 것, 그래서 목숨을 걸고 빼앗기지 말아야 할 것이어야 한단다....... 라고 혹시 친해진다면 얘기해 주고 싶다.
3. 3김(3) 김윤환.
숙성의 시간이 참 길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저 '얼빠용 선수'라고 생각했었고, 별로 관심도 없었다(아, 별로 미안한 말이 아닌가? 어쨌든. 나중에 찾아보니 내가 무시했던 거에 비해서는 성적이 꽤 괜찮았더라).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계기는 이성은과의 추풍령 경기.
그때만 해도 메카닉이 깡패처럼 저그들을 후려패고 다니던 시기였다. 심지어 이제동조차도....
그런데 너무나 침착하게 이성은의 탱크 골리앗이 앞마당을 깨는 동안 히드라를 소모해가며 골리앗을 줄여주더니 본진에 발을 디디는 순간 모아둔 뮤탈로 만만치 않은 잔존 병력을 깨끗이 쓸어버리는 게 아닌가.
그 이후로도 골리앗을 뽑으면 어느새 히드라가, 탱크를 모으니 다시 뮤탈이.... 마치 무시무시한 묵찌빠 고수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경기는 아직까지도 내가 본 메카닉 상대 경기들 중 단연 최고다.
김윤환은 핵심을 안다. 단순히 김명운처럼 똘똘한 것과도 다르다.
김윤환의 가장 큰 장점은 요컨대 통찰력이다.
김정우의 멘탈이, 김명운의 기본기가 아무리 뛰어나다한들 절대치에서는 이제동의 아래다.
그러나 김윤환의 통찰력은 어쩌면, 아니 분명히 이제동 이상이다.
단순히 핵심을 간파하는 것, 정확히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김윤환은 그 핵심을 "실전에서 어떻게 써먹으면 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선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통찰력은 시간을 들인 연구를 통해야만 발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체득되는 기본기보다, 본성에 가까운 멘탈적 기질보다 오히려 불안정한 장점이다.
3김 중 김윤환의 몰락이 제일 빠를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하게 되는 이유다.
일단은 그저 화이팅이다.
4. 3김(4) 다시 한번 이제동 찬양.
3김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보고나니, 다시금 이제동이라는 선수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어진다.
그저 대단하고, 또 대단할 뿐이다.
빨리 지난 번에 만들었던 레알 돋는 그 서명을 다시 달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제동은 찬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니까.
5. 덧붙여 한상봉.
한상봉은 참으로 아이덴티티가 모호한 게이머다.
박태민, 마재윤으로 이어지는 CJ저그의 적통도 아니며(심지어 서자의 느낌조차 없다), 현 소속팀인 대인배류 웅진저그의 분위기는 더더욱 없다.
오히려 계보상 전혀 연관성이 없는 타짜 심소명과 비견되곤 하나,
심소명이 실상 스타일 외에 기본 기량에 있어서는 딱히 돋보이는 면이 없는 저그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상봉은 확실히 심소명보다는 상위 단계의 게이머로 평가되어야 한다.
사실 한상봉은 후반 운영도 꽤나 잘한다 -특히 테란전에서-.
기량의 면에서 결코 3김에 뒤진다고 말하기 어렵다.
훌륭한 기량을 갖춘 확실한 스타일리스트.
특징만으로 본다면 3김 이상으로 저그빠들을 열광케 하고도 남아야 할 게이머다.
그런데 저그빠들이 그에게 할애하는 관심의 질과 양이란...... 인터뷰에서 팬카페 가입 홍보를 제 입으로 해야 하는 지경이다.
결승 진출이라는 커리어 하이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이룬 모든 이력보다도 '송병구 스토커' 이미지로 얻은 관심이 더 큰 게 현실이다.
어떤 선배게이머로부터의 세례도, 어떤 팬덤으로부터의 지원도 없이,
그렇게 한상봉은 스스로 이적을 자원하고, 공격적인 인터뷰를 하고, 송병구에게 싸움을 걸며,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하는 약간은 쓸쓸해보이는 싸움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보헤미안 한상봉.
그의 고독한 싸움을 격려한다. 건배.
작성일: 09-12-30
작년 말, 아마도 김윤환 선수의 스타리그 4강을 앞 둔 시기 즈음에 포모스 자게에 올렸던 글입니다.
김정우 선수의 우승을 보고 마침 생각나 부적절한 재탕을 올려봅니다.
이번 결승에서 무려 이영호 선수를 상대로 무려 역스윕을 해내는 배짱을 보면서,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하는 유치한 만족감을 느끼기도 했더랬죠. 크크
이번 김정우 선수의 우승으로 이제 위 동+3김봉의 탑클래스 저그 중 김명운 선수만 유일하게 개인리그 결승을 밟아보지 못한 선수로 남았네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순수한 스타실력(?)'만으로는 3김봉 중 탑이라 생각하는 김명운 선수이기에 머잖아 큰 무대에서 볼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더불어, 위 3김봉 선수들의 장점을 집대성해놓은듯 한, 명실상부한 저그 원탑 이제동 선수의 결승전이 이번 주말로 다가와있군요.
이영호라는 상대도, msl 결승전이라는 무대도,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입니다.
저그 원탑의 위엄을, 저그라는 종족의 영광을, 이번에야말로 한 점의 오염없이 찬란히 빛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김정우 선수의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이제동 선수의 선전을 응원합니다.
저그는 강합니다.
*그냥 퍼오다보니, 생뚱맞은 구절이 껴있었군요.... ^^;;;
혹시 포모스 자게 활동도 같이 하시는 분들은 아실런지도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 8강전을 앞두고, 당시 포모스의 꼼빠와 동빠가 서명빵 찌질파이트를 했었습니다. 지는 쪽이 이긴 쪽에서 만들어준 서명을 의무적으로 달고 다녀야 하는. 그때 제가 동빠 대표로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제동 찬양 서명짤을 만들었었는데 본문의 *는 그걸 염두에 두고 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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