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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5/23 05:36:42 |
Name |
Incas. |
Subject |
나의 스타리그는 아직 그 곳에 있다. [결승전 감상 후] |
오늘 오랫만에 결승전을 각 잡고 보게 되었습니다.
항상 스타크 게임리그는 TV에서 하고 있었고 열심히 볼 시기가 있었고 또 한동안은 뜨문뜨문 볼 시기도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좇기는 일상에 점점 스타리그를 챙겨보는 시간이 줄어들고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게이머를 볼 수 없게 되어도 틈나면 피지알에서
결과를 확인하고,자게에서 좋은 글 읽고, 유게에서는 웃고 갈 정도로 스타는 항상 제 옆에 있어왔습니다.
2001년부터 봐왔으니 햇수로 10년차인 여자친구를 사귀는 기분이랄까요?.... 아직 그 정도로 오래사겨본 여자친구는 없지만서도^^:
그러던 중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고 공중파 뉴스에서 검찰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갑작스레 오랜 여자 친구의 이별 통보를
들은 것 마냥 벙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각종 게시판과 방송에선 스타의 위기를 말하고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아니, 갑자기 왜 그래....? 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거 있죠? 너무 소홀했던 건 아닐까.. 생각도 해보고요.
스타 뒷담화와 강민의 올드보이를 보고 있자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리그를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시리 맘도 서글퍼지고 눈물이 나서 수소문 끝에 강민의 올드보이 엔딩곡을 찾아서 틀어놓고 피지알을 들락날락 엠팍을 들락날락
하면서 스타리그 결승을 걱정하였습니다.
"스타리그 결승에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걱정은 하되 실천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은 나였기에; 김포공항까지의 거리는 너무나 멀게 느껴졌습니다. 4년전쯤인가.. 킨텍스에서
열렸던 결승전을 생각해보니, 집으로 돌아올때의 고통스러운 기억때문에 도무지 갈 엄두가 나지 않는 겁니다. 20대 초반의 나와는
다르게 스타리그 말고도 재밌는게 너무나 많이 있음을 알아차린 지금의 내모습도 또 한가지의 변명거리입니다.
시계는 다섯시 오십오분을 가리킵니다. 이제 곧 시작될 방송에 설레임 반 걱정 반으로...굽네치킨의 포장을 뜯었습니다.
우걱우걱... 드디어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김포공항 격납고의 모습이 보이고 사람들로 꽉 채워진 결승현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두근두근... 예의 그 느낌입니다. 정말 오랫만에 느껴보았습니다. 정말로요... 금요일 저녁 6시 반을 기다리던 그 때의 느낌말예요.
온게임넷을 사랑하게 만드는 특유의 영상미와 음악선택, 관중들의 환호.. 변함없는 엄정김, 아니 엄전김이죠.
감사의 오프닝 멘트.. 이제는 10년전 우리 어머니의 나이와 비슷해진 세 분께서 십대 청소년처럼 들뜨신 모습이십니다.
저 역시 들떠서 리모콘에 기름이 묻는 것도 모른 채 음량을 올립니다.
"시자악~~~하겠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전용준 캐스터님은 오프닝에서 저 시작한다는 멘트만으로 저를 최고조의 흥분으로 이끄셨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눈물이 나는 겁니다. 왜인지는 잘 알수 없습니다만, 복받쳐 오름을 느꼈습니다.
경기는 이영호 선수 쪽으로 많이 기우는 모습이었습니다. 2:0의 스코어가 됐을 때는 조금 싱겁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테저전은
5차전까지 가야 제맛! 이라는 코크배 때 굳어진 공구리같은 생각때문일까요.... 하지만 김정우 선수의 기적과도 같은 투혼(3경기)이
암초(4경기)헤치고 매치포인트(5경기)로 이끌었습니다. 결국 3:2 김정우의 믿기 힘든 리버스 스윕이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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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인기스포츠가 있습니다. 프로야구, 해외축구, 해외야구.. 저역시도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며 바르셀로나와 맨유의 경기를 보면서 와~하는 감탄사를 내곤합니다. 그럼에도 스타를 사랑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티비를 키면 나도 모르게 511번과 510을 왔다갔다하게 만드는 무언가 말입니다.
저도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만, 얼마전 스타 뒷담화에서 김태형 해설위원님께서 그런말을 해주셨더군요.
스타리그엔 순수한 열정과 감동이 있었다... 조작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질타하는 이유가 이런 순수한 열정을 훼손시킴에 대한 분노하는
건 아니었을 까요? 우리가 만들고 가꾸어왔던 젊은이들의 순수한 열정이 때묻은 기성세대의 사고가 침범하는 것이 두려운 건 아니었
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스타크리그가 기업팀으로 구색이 맞추어지고, 리그가 정착되고, 과거의 선수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했습니다.
데이터가 누적되고 예전의 기록지가 뒤로 밀려가면서 제 기억도 뒤로 밀려나버렸나 봅니다. 신인선수들의 등장를 너무 당연시 하고
올드게이머의 퇴장에서 이제는 충격을 받지 않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스타리그가 프로스포츠화 되는 것을 인정했음을 느꼈습니다.
누군가를 열정을 다해 응원하지않고 그저 잘하는 선수, 데이터좋은 선수를 응원했습니다. 선수에 대한 기대심과 희망보다는 승률데이터를 보면서 확신감에 기대고 싶었나 봅니다.
시대가 변하고 스타리그를 포장하는 포장지도 달라졌습니다. 아마추어리즘보다는 프로페셔널리즘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변치않는 스타리그만의 '드라마'를 오랫동안 잊고 있었나 봅니다. 김정우의 승리는 저로하여금 예전의 그 낭만의 시대를 회상하게
만드네요. 최다 우승기록, 역대 최강 포스, 본좌논쟁 보다는 드라마틱한 승부와 토너먼트라는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는 '신화'가 좋습니다.
터무니없는 조작사건이 터지고 스타판에 대한 의심을 해보았지만 아직은 희망이 있음을 외쳐보고 싶습니다.
"나의 스타리그는 아직 그곳에 있다."
ps.필력이 없는 놈입니다. 논리적인 글쓰기 잘 못하지만 스타판에 대한 사랑으로 글 남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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