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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5/22 01:42:19 |
Name |
nickyo |
Subject |
스타리그,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
이 글을 쓰기 바로 전에, 본인은 1시간을 넘게 이러한 것들을 막을 시스템에대해 써내고있었다. 비민주적인 통제형 방법부터, 스포츠토토나 경마 경륜과 같은 국가사행산업으로 건전함을 극대화시키는 방법. 리그방식의 변화등. 그러나 본문을 클립보드에 저장하겠다는 기능은 날 속여버렸고, 나는 아무리 ctrl+v를 붙여도 하얗게남아있는 화면을 허망히 바라봐야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사실 기운이 나지 않지만..
김태형해설위원은 구질구질하단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우리에게 부탁했다. 제발, 우리를 살려달라고. 기회를 달라고.
기억하는가? 대한항공이 스타리그를 스폰서 한다고 했을 때 들뜨던 맘을. 우리는 10년의 쾌거라고 외쳤다. 다들 이 판은 죽었다, 이제 슬슬 끝물이다 라며 외칠때, 우리는 이제까지 그 어떤 스폰서이상으로 대단한 스폰서를 붙잡았고, 그 리그를 굉장히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옆 방송국에선 지난시즌의 커다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고, 우리는 훨씬 더 멋지고, 감동적인 우리의 드라마를 써내고 있었다.
모두가 끝물이라고 외치는 이 판에, 리쌍은 새로운 드라마로 다시 새 피를 공급하고 있었고, 최고의 스폰서와 스탭들, 최고의 경기들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를 흥분시켰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터져버린 그것. 이름을 말하기 싫은 그것. 승부조작. 타락한 아홉의 배신자들은 그저 몇푼의 돈에 혼을 파는걸로 끝나지 않고 이 판의 심장에 비수를 꽂아넣고 도망가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지휘봉을 든 심장을 뚫어버린 비수의 날카로움 처럼 그는 단숨에 이 판의 중심에 서리한을 박아넣은 것이다. 블리즈컨에서 '모든걸 다 파괴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그는 정말로 지키고 만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파괴되지 않았다. 마우스와 키보드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어서 그랬던 것인지, 그저 몇 개의 더럽게 비싼 패션아이템과 그런것으로 무장한 당신에게 꼬리치는 사람들과의 술값, 룸값, 밥값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이제 그딴건 더 상관없게 되었다. 그건 아마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이다. 당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 따위는 이제 어떤 화제도 되지 못한다. 우리가 관심이 있는 것이 있다면, 그저 우리가 쌓아온 이 탑을 지켜내는 것 뿐이다. 너희들은 실패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비록 우리가 너무나 비참한 모양새로 추락하고 말았으나, 우리는 이제 처벌과 한탄을 그만하고, 이제 정말 이 판이 죽지않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만 할 때가 온것같다. 어느정도는 진정된 기분으로 말이다. 어차피 그들이 용서를 구한다 한들, 행한 일은 되돌릴 수 없으며, 그들은 어떠한 용서로도 그들이 가져간 승부의 순수함을 다시 돌려놓을 수 없다. 임요환과 주훈의 포옹도, 홍진호의 무대뒤에서 흘린 수많은 눈물도, 서지훈이 엄마를 향해 울먹였던 마음도,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승리를 바치다 오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윤열의 울음도, 뻘뻘흘리는 땀으로 얼룩진 얼굴로 나와 우승컵을 향해 뜨겁게 키스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도, 그리고 그들의 우승을 함께 빛내주었던 수많은 패자들의 모든 마음마저, 그들은 단 한번에 모두 거짓되게 만든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잉태해 버린 순수성에 대한 의심. 의심이란 무서운 것이다. 냉소와 의심은 너무나 쉽게 결혼하고, 이제 대중은 우리를 다시금 차가운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그들에게는 모든 승부가 거짓되게 보일 것이며, 어떠한 역전극들도 매력적이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는 모두의 축제를 이렇게 처참히 추락시킨 그들을 용서해야 하는가? 그것은 이 판이 지금보다도 훨씬 더 크고 멋지게, 그리고 이 판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졌을때에서야 생각할 문제다. 그들이 뺏아간 것들이 훨씬 더 멋지게 돌아올 그 순간에 말이다. 의심과 냉소의 괴물이 사라진 순수의 자리를 꾸역꾸역 메꾸고 있으나, 우린 그것을 좌시하지 않을것이다. 끈덕지게, 그것들을 몰아내고 말겠다.
우리는 살아남아야한다. 고작해야 아이들 놀이취급을 받던 게임을 이렇게 만들기 위해 바쳐온 많은 사람들의 젊음, 보이지 않는 희생, 피와 땀으로 얼룩진 스타리그를 이렇게 잃을 순 없다. 다음 스폰이 없다면 '스타 커뮤니티 연합 스폰서'라도 하고싶은 심정이다. 까짓, 스갤과 피지알과 포모스와 각 구단팬클럽들의 힘으로 모금하면 한시즌정도는 버틸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뒷담화에서 공개적으로 스폰서위기를 꺼낼 정도라니. 아마 실제로 이 승부조작과 동시에 다음스폰서를 요청하던 기업들이 싹 물러나지 않았을까. 스폰서 찾으러 돌아다니기 힘들거라는 김태형해설의 말이 내게는 '하겠다던 사람들이 싹 빠졌어'라고 들렸다. 즉, 내일의 관중수가 우리에겐 다음 스타리그의 존속여부를 결정지을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스타커뮤니티 배 스타리그도 좀 땡기기는 하지만. 그건 꽤 멋질 것이다. PGR,스갤,포모스 PSF배 스타리그! 우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축제! 온게임넷&엠비씨게임 PSF배 스타리그가 지금~~~~~~~~~~~~~~~~~~~~~~~~시작됩니다! 아..왠지 맘에드네. 어엇,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주가 되어서는 안되겠다.
나는 이 판의 순수성을 다시 믿어보기로했다. 그 전에 우리는 시스템에 대해 확실한 논의와, 완벽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경제사범이나 계획범죄는 교육이나 도덕성함양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건 이 세상 전 영역에 걸쳐진 가장 광범위한 범죄의 형태이며, 그 어떤 곳에서도 완벽하게 이것을 방지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저 반면교사나 교육정도의 이야기를 해선 안된다. 우리는 훨씬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매우 다양한 방향을 통해, 원천적으로 커넥션과 불법배팅과 부당이익 이 세가지를 근절해야한다. 그렇지 않고서 우리의 순수성은 회복될 수 없다. 만일 아홉의 배신자가 정말 용서를 빌겠다면, 지금 당장 그 두손으로 이 판에 끼어든 검은 손길들을 끌고 와라. 목숨을 걸고. 그들이 우리에게 뺏아간 것을 돌려줄 일말의 방법이 있다면 그것뿐이다. 우리의 스타리그는 다시 태어날 것이고, 훨씬 더 강하고 단단하고 뜨겁게 고동치리라 믿는다. 나는 이것을 의심하지 않겠다.
우리의 심장은 아직도 뜨겁다. 우리의 결말이 이럴수는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드라마를 포기할 수 없다.
언제고, 바보같은 나는 무모한 당신들을 응원할 것이다.
우리는 패배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죽지는 않는다.
쓰러질 지언정, 죽지 않는다.
스타리그,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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