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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20 04:47:43
Name wishsoul
Subject 시작........소중한 기억들의 무게.....
오랫동안 담아온 이야기라.... 조금 길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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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부푼 꿈을 가지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어느 날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제가 본 TV에서는...
기욤패트리 선수와 국기봉 선수의 왕중왕전이 생방송으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고3시절 틈틈이 즐기던 스타크래프트...
게임큐같은 인터넷방송으로 틈틈이 프로선수의 경기를 보던 저에게 그 경기는... 솔직히...
환상적이었습니다..... 국기봉선수의 물량... 그리고.. 기욤패트리 선수가 보여준 마법 같은 운영...
마지막 경기에서 드랍된 다크템플러가 드론을 썰어나갈 때 느낀 희열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스타리그는 그렇게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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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메가웹 스테이션...
오전에 조조영화보고... 점심 먹고 코엑스 돌면서 놀다가..
메가웹에서 친구들과 게임 좀 하면서.. 스타리그를 기다립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를.......나의 마음을 움직인 그의 마린과 메딕을..
황홀하기까지 한 그 드랍쉽의 움직임을...
마지막 GG가 나오기까지 마우스를 놓지 않은 그의 손과..
그리고 그의 살아있던 두 눈빛...

내 마음속에 영원한 황제의 전설도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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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지나고 대학을 휴학한 저는 2005년 즈음..
머나먼 호주 땅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야간에 한국인 피씨방 알바를 하는 저에게 스타리그는..끊이지 않았습니다.
4대천왕의 시대를 지나... 새로운 꿈을 보여준 강민... 그리고...
황제의 골든 마우스의 꿈을 무너뜨린... 사신의 칼날을...
지독히도 끊기던 호주인터넷으로 지켜보던 저의 마음에..
그의 마지막 GG도 새로운 스타의 탄생도.. 이모든 것이..삶의 한가지 낙이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되지도 않는 영어와... 빈곤한 유학생활에도...
희망과 빛을 보여준 그것...

놀이...
E-스포츠...
아니...저에게는 분명히 그 이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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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3월 3일.....
군대를 가기 위해 귀국을 하고 잠시간의 백수생활을 즐기던 제가...
집에서 본 경기....
끝을 알 수 없을 것 같았던 한 선수에게...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며...
스타경력 8년차....영원한 공방양민 프로토스에게 희망을 찾아준 그 경기....
이제는 기억에서 지워야 한다고 모두가 말하는 그 경기...

저는 분명히 환호했습니다...이긴 선수도...
그리고 졌지만.......
수많은 선배들의 길을 분명하게 따라온 그 선수도.....
저의 눈에는 그저 멋지게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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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계속 흐르고...2010년....
늦은 전역으로 서른이 눈앞이고... 작은 직장을 다니는 저에게...
친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스타리그? 프로리그? 그런 거 아직도 하냐....? 에이...그걸 아직도 봐?" 라고....
이제는 경기수도 많고... 모르는 선수가 태반이지만...
아직도 인터넷을 하면.. PGR 경기결과 게시판은....
마치 15년 넘게 기다리고 포기하면서도...
여전히 LG경기 결과 챙겨보듯...확인하고..
퇴근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을 먼저 청하기 보다..
이제는 정말 무적인 것 같은 한 선수... 그리고 그의 위대한 라이벌....
그들의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관람하는 저를 보면서..

난 영원한 스타빠돌이구나... 대체 저게 뭐길래....라는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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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송 따위 보지 않아도 지금도 분명히 기억이 나고 있습니다..
작은 테이블 위에 커다란 모니터와 우스꽝스런 복장...
그래도 살아있는 내 맘을 움직이던 경기들..

제대로 앉을 자리하나 없어도...
하나~둘~셋~ 임!요!환! 화이팅!! 을 외치기 위해..
아침부터 신문지 가방으로 자리잡고 꾸역꾸역 들어앉아도 즐거웠던 시간들..

지구 반대편에서도 끊을 수 없었고
10년 동안 이 지나도 끊을 수 없었고
아마도 스타2가 나오더라도 끊을 수 없을 것 같은...
내 인생 소중한 기억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도박....브로커....협회...그리고.......변해버린 선수들....
저는 아마 이 모든 것이 조작되어... 조만간 다시 덮어진다 하더라도...
저는 또 스타리그를 보겠지요....

배신감.... 그런 거 없습니다...
처음부터 이판을 좋아한 건...
그들이 시켜서가 아니라 제가 좋아서였으니까요!

그리고 왜냐하면
저는 바보 같은 팬이니까요....
가난하게 피씨방 구석에서 라면만 먹던 선배들의 길을 따라
지금 이 시간에도 박봉에도 연습실에서 구석에서 뚫어져라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을...
우리의 동생 같은 바보들을 위한

바보 같은 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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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요즘 텍크 재미있게 봅니다.
경기도 재미있지만... 더 재미있는 건.. 아니 부러운 건..
경기 중에도 경기가 끝나도.. 상대선수들과 어깨동무하고 신나게 즐기는 모습...
그쪽도 뭐 인터넷에서 선수들이 비방을 하니 어쩌니....하는 거.... 솔직히 귀엽습니다...왜냐고요?
스타리그 오래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처음에 그렇게 시작했었습니다... 게임큐 게시판이니 뭐니 해서.....
젊은 아이들 장난처럼... 즐기듯이.... 그래도 열심히 잘하는 사람 인정하며...
그렇게 웃으며 시작했었습니다....

그 모습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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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시편
10/05/20 18:0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가만히 손을 잡
10/05/22 00:30
수정 아이콘
음..비슷한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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