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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5/18 00:22:23 |
Name |
미남불패 |
Subject |
희망에 대하여 |
1. 오락
학창시절 오락실은 나름 범생이 축에 끼던 나에게 거의 유일한 일탈장소였다. PC방은 커녕 PC자체도 없었고 당구장은 멀고도 높았으며 노래방은 레파토리가 부족했던 탓이다. 주위 어른들의 인식은 극히 안좋아서 출입하는게 발각이라도 될라치면 경을 치뤄야 했지만 규제의 강도에 비례해서 스릴과 재미도 높았었다. 나름 오락실에서 자리에 앉으면 소수나마 겔러리(?)까지 형성될 정도로 조예가 깊었지만 오락실 밖에선 오락잘하는건 결코 자랑이 될 수 없었던 시절....
그러다 방종에 가까운 자유가 보장되던 대학에 들어가고 스타를 접하게 된다. 굳건한 절개로 초개와 같이 학점을 버리고 숱한 밤을 불사르며 빠져들었고 결국 작은 우물안을 평정했다. 우물밖 세상이 궁금하던 차에 신주영이 세계최초로 프로게이머를 표방한다. 세상에나... 한낱 유희거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오락을 밥벌이용으로 활용하겠단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말이다.
2. 프로게이머
헌데 우려섞인 예상과는 달리 프로게이머는 늘어만 간다. 쌈장 이기석은 공중파TV광고까지 찍고 프로게이머의 존재를 널리 알린다. 이거 슬슬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스타의 지칠줄 모르는 흥행도 한몫했다. 여느 게임이었으면 매니아층만 남았을법한 시기에도 오히려 유저수는 PC방과 함께 급격히 증가한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이나 처우도 좋아지고 게임전문방송까지 생겨난다. 하지만 애써 무시하고 싶은 근본적인 불안요소는 여전히 있었다. 이러다 스타의 인기가 식으면? 뭐 어쩌겠는가. 그때가 되면 다른 인기게임으로 전향하던가 여의치 않으면 다른 일 알아봐야지... 좋아하는 게임하면서 적으나마 돈까지 벌며 직업으로 대우까지 받았으니 이정도면 좋은 추억거리로는 충분하지 않겠는가... 이게 일반적이었다. 그 기욤 패트리마저도 그러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임요환은 예외였다.
3. 아이콘
혹자는 이판이 언제까지 이어질까를 고민하고
혹자는 이판을 어떻게 유지시킬까를 고민할때
임요환은 이판을 어떻게 키울까를 고민했다. 그가 개인 스폰을 마다하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팀단위 스폰을 고집했을때 그의 희생정신을 찬양했다. 확실히 하자. 그가 진정 찬양 받아야 할 부분은 희생정신보다는 현명함이다. 길게 내다볼 줄 알았던 거다. 판을 키우기 위한 그의 현명함은 홍진호, 이윤열과 소속을 달리한것에서도 드러난다. 경쟁구도가 필요했던 까닭이다. 어쨌든 임요환의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던 도박은 성공했고, 팬, 방송관계자, 프로게이머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이후 수많은 재능있고 열정넘치는 게이머들의 질좋은 경기를 많이도 볼 수 있게 되었다.
4. 위기
이판의 위기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가장큰 위기는 워3때와 지금이 아닐까 한다.(중계권 파동은 판자체가 접힐 정도의 위기는 아니었잖은가?) 워3야 결국 조작사건으로 자멸했지만 그일만 없었다면 최소한 스타와 공존정도는 할 수 있었겠지만 뭐 결과적으로 스타는 굳건히 견뎌냈다. 그외에도 시대를 지배하는 게이머가 닥치고 타선수를 이겨나갈때마다 결과가 뻔하니 재미가 없네, 이판 망하네 마네마네 설레발을 떨기도 했지만 그건 팬심 섞인 우려라고 보는게 맞다. 어쨌거나 이판이 바둑이나 축구, 야구처럼 계속 지속될수는 없다는걸 알기에 더더욱 애착이 가는거다. 다른 스포츠 팬들은 어떤팀 누구를 좋아할가만 생각하면 되지만 이판에서는 거기에 추가해서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까지 추가된다. 어찌 애착이 안갈수가 있겠는가... 그 애착이 여지것 스타판을 존속가능케 한 근본적인 동력이라 할것이다.
그런데 지금 마모씨와 몇몇 게이머가 그 동력원에 큰 손상을 입혔다.
스타2 출시도 임박하고 무능한 협회와 블리자드의 협상도 결렬된데다 월드컵 시즌도 겹쳤는데 이런 일까지 터져버렸다. 가드해도 팔이 부러질듯한 강펀치가 컴비네이션으로 세방이 들어온다. 아프다.
5. 희망에 대하여
애들 코묻은 돈이나 가로챈다며 멸시받고 무시당하던 오락이, 프로게이머라는 이름으로 넓은 인프라를 구축하며 보는 재미를 줄 수 있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일이 터지고 스타관련 커뮤니티는 두부애러까지 걸릴정도로 폭주했다. 마모씨를 격하게 욕하고 이판 망했다며 한숨짓고 각종 짤방이 나돌고 방송3사 9시뉴스 그랜드슬램 달성했다고 좋아한다. 슬픈도록 웃긴 일이다.
난 여기서 희망을 보았다.
진짜 무서운건 무관심이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격한 반응을 보였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다.
이판에 대한 관심이 아직 이렇게나 뜨거운데 어찌 섣불리 끝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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