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0/05/17 23:17:10
Name LegendOfAugest
Subject 제가 아직 남은 선수들을 믿는 이유.
저는 비교적 이 판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는 않습니다.
막연히 스타를 보던 것에서부터,
2006년 이윤열이 골든마우스를 잡을때쯤 선수들 몇몇을 알았고
시험기간에 낀 일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택용이 기적처럼 공군에 하루 2패를 당하는 짜릿한 순간을 보며 환호했었죠.

제가 본격적으로 이 판이 좋아지게 된 계기는
어떤 팀을 응원하게 되었기 때문이었고,
그 팀을 응원하게 된 계기는
어떤 선수의 플레이에 빠져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프로리그에서 데뷔 후 5연패에 빠졌으나
이제동과 함께 떠오르는 신인으로 주목받던
이재호를 잡으며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고
바로 그다음 개인리그에서 2승으로 깜짝 스타리그 진출,
본선 24강에서
박명수를 상대로 본진에 팩토리 날리기,
이성은을 상대로 대테란전 바이오닉,
그리고 오영종을 상대로 올인 치즈러시를 선보이며 16강에 진출했습니다.
비록 16강에서 탈락하고, 한번의 4강 진출 후 점점 떨어져
예전의 그 날카로운 전략은 빛을 잃었지만
저는 저를 이 세계로 인도한 이 선수와, 이선수의 팀을 계속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PGR에 가입할때 팀을 이끌던 다른 선수들과 함께, 이 선수의 아이디를
자기소개란에 적어서, 지금 저 아래에 보이는군요.

이 글을 보시다시피, 저 역시 배신당했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으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정말 많은 글들을 접했습니다.
작금의 언론은 희대의 스캔들을 계속해서 다루고 있고
그 와중에도, 프로리그는 계속되고 있는데
오늘 승리한 선수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아직은 믿을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것은 신노열 선수의 인터뷰 일부입니다.

- 팀과 함께 5연승을 달렸는데.
▲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1세트에서 지고 시작했지만 3:1로 깔끔하게 연달아 이기고 끝내서 기분이 좋다.
- 오늘 5연승 자신이 있었나?
▲ 하길 원했다. 자신도 있었다. 당연히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중략)
- 그래도 후배들이 좋은 말을 해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 나야 기분이 좋다. 영한이처럼 말해주면 기분이 좋다. 어쩌다 보니 저그 중 내가 가장 큰 형이 됐다. 동생들이 모두 착하고 좋아서 다들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다.

또 이것은 김구현 선수의 인터뷰 내용인데요.
포모스에 들어가 보신 분들이라면 (조금은 낚시성) 기사 제목 때문에 읽어보셨지 않을까 합니다.

- 1승 1패를 기록했다.
▲ 이번에 졌다면 나뿐만 아니라 팀도 힘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 믿어주신 팬들도 실망했을 텐데 이겨서 마음이 편해졌다.
(중략)
- 에이스결정전에서 사용한 전략이 매우 좋았다.
▲ 출전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 준비한 전략이 너무 좋아서 감독님께서 믿고 내보내 주셨다. 윤환이 형은 전략에 대한 대체적인 것만 알려줬을 뿐 자세한 건 내가 다 준비했다. 내가 이기고 나니까 전략 값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더라(웃음). 칼만 안 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다(웃음).

이처럼 즐겁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있고,
한경기 한경기에 노력하는 선수들이 아직 있습니다.
(물론 김구현 선수야 겉으로는 밝은 척 하는 것일수도 있겠죠.
팀동료의 승부조작 경기의 상대가 본인이었으니...)

협회는 이번에 발표된 9명 이외에
더이상의 연루된 선수는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전 이 말을 일단 믿어보려 합니다.
남은 선수들이 계속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려면,
또한 팬들도 계속해서 믿음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p.s 1.
UpMagic, 나를 배신했다. 하지만 난 남아있겠다. 너에게만 등을 돌렸을 뿐이다.
이것이 나의 신뢰다.

p.s 2. 이것은 포모스의 승부조작 관련 기사중 하나에 있던 댓글입니다. 글 내용이 쓸데없이 길어서 죄송합니다.
I have been watching starcraft league videos since players wore something like an armor when they played a match. For me, whose parents did not allow me to play any computer games, especially starcraft which I really loved to play, those players were almost the sole enjoyment in the early part of my life (at least, they allowed me to watch tv, thankfully). I sincerely enjoyed watching their matches. As time passed, watching them remained to be my best passtime. It was my only way to forget about everything, and I really enjoyed that very moment of my life--so to speak, carpe diem.
And, CJ Maestro was my sole hero. He was the icon of victory. He was the symbol of invulnerability. So, I trusted him. Even thuogh every one called him a pathetic, loser, or even garbage, I believed that he would, some day, show me an amazing game play that will answer my belief. Until the last moment, this moment, when every one said that he is the one who has been running the dark side of star leagues, I believed him. Now, I don't know what to say. I am deeply disappointed.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큐빅제우스
10/05/17 23:21
수정 아이콘
전 연루되지 않은 선수들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네요..
솔직히 미래도 불투명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싶을텐데..
순수하게 게임만 하는 사람들..
10/05/17 23:23
수정 아이콘
누가 영어해석좀 해주세요ㅠㅠ
10/05/17 23:25
수정 아이콘
전 조금은 부정적입니다. 지금 당장 팀 해체설이니 하는 판국에서 순수하게 게임만 붙잡고 있을까요? 솔직히 마음 속으로는 이제 나 어떡하지? 란 생각을 갖고 있는 선수도 수두룩할겁니다. 당장 빛도 보지 못한 연습생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테고요. 혹시 이런 일 때문에 e스포츠를 포기하고 접는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르곘죠. 인터뷰에서만 보이는 내용이 전부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BoSs_YiRuMa
10/05/17 23:29
수정 아이콘
가장 큰 위기가능성은 스폰서들이 차례로 빠지는 일이겟죠.
이미지를 위해서 이 판에 큰 돈을 투자했던 기업이 이런 이미지에 타격이 있는 일까지 터졋는데도 붙잡고 있을 이유는 사라졋다고 보는게 옳을겁니다.
다시 컵라면만으로 생계를 때워야 한다면.. 그 상황은 이판이 점차적으로 축소되는 수순일테죠.
큐빅제우스
10/05/17 23:35
수정 아이콘
매우 간단명료하게 해석했는데 이미 올려놓으셨네요 ㅠㅠ;
10/05/17 23:36
수정 아이콘
영어 글은 슬프네요. 게임, 특히 스타를 못하게 한 부모님 밑에서 그래도 티비로 스타를 보면서 즐겁게 살아왔는데 (이상한 갑옷입고 스타할때랬으니 초창기 선수들 복장이겠죠 하하) 그중에서도 마재윤을 특히 좋아했고, 사람들이 쓰레기고 이젠 퇴물이라 해도 믿었고 계속 믿고 지금까지 믿어왔지만 이젠 뭐라해야할지 모르겠다..너무 실망했다..는 글이네요.
videodrome
10/05/17 23:40
수정 아이콘
모든 프로게이머에게 도의적인 책임은 없는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밝혀진 것보다 훨씬 많은 게이머가 (참여는 안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심하게는 전 프로게이머가 다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도 듭니다.

사람의 입이란게 가볍기 때문에 소문퍼지는 건 순식간이며 일부러 퍼뜨리고 얘기할 수도 있는 것이구요.

알면서도 여태까지 쉬쉬했는가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거론 할 수도 있습니다.

제 솔직한 심정은 '그들에겐 도의적인 책임은 있겠지만 추궁하고 싶지는 않다' 는 생각입니다.

협회차원에서 사과문이나 올리길 바랍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1536 박찬수 은퇴(-_-+) 관련 기사가 알려준 협회와 게임단에 대한 세 가지 사실 [29] The xian9737 10/05/19 9737 7
41524 목동저그 조용호 선수가 입대했습니다. [48] 영웅과몽상가8781 10/05/19 8781 0
41517 이제 진정 나의 꿈을 포기해야 할때. [3] 야하4695 10/05/19 4695 1
41515 블리자드와 케스파, 스타크래프트2 그리고 승부조작 [18] 게임균형발전5974 10/05/19 5974 1
41504 승부조작보다 더 배신감 느낀것은.. [30] noknow7212 10/05/19 7212 0
41484 포모스에 선수들 인터뷰가 올라왔네요 [37] 핸드레이크10187 10/05/18 10187 1
41479 오늘의 프로리그-MBCgamevs웅진/공군vs하이트 [243] SKY926444 10/05/18 6444 1
41472 예측 불가능한 한국 이스포츠 미래 [8] noknow5036 10/05/18 5036 0
41462 지금에서 돌아보는 KOR과 차재욱 [12] 건담마스터8602 10/05/18 8602 0
41449 제가 아직 남은 선수들을 믿는 이유. [13] LegendOfAugest5421 10/05/17 5421 0
41437 김성기가 승부조작 한 경기입니다. [34] 18726 10/05/17 18726 1
41435 군내에서의 사법처리 절차 [17] 플라8957 10/05/17 8957 1
41429 승부조작 사건에 관하여 정신적 지주의 중요성과 인성교육에 대한 몇 가지 잡론. [50] 엑시움6029 10/05/17 6029 1
41419 CJ팬 여러분. 힘을 냅시다. [34] 단단한달걀5818 10/05/17 5818 0
41418 공군 김성기, 군복무 기간에 승부조작...!!! [175] 좋은풍경19157 10/05/17 19157 0
41416 마재윤의 죄 [25] 케이윌9501 10/05/17 9501 0
41411 진심이 오해받지 않길... [5] 칼 리히터 폰 4605 10/05/17 4605 0
41389 저그 중 순간 포스가 가장 강력했던 게이머는? [37] darkloe6121 10/05/16 6121 0
41387 진지하게, Kespa에게 단호한 "도덕적" 처벌을 요구한다. [11] 좋은풍경4422 10/05/16 4422 1
41386 정말 나쁜놈입니다. [31] Miyake향6823 10/05/16 6823 1
41369 지금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34] 케이윌6914 10/05/16 6914 1
41340 승부조작스캔들 실명공개를 요구합니다. [64] 수리공8344 10/05/16 8344 1
41324 최근의 공군을 보면 너무 안타깝네요...... [21] SKY925796 10/05/15 579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