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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17 22:02:33
Name ROKZeaLoT
Subject 쫄리면 죽으시던지.
"쫄리면 죽으시던지." 

우연찮은 기회로 스타리그와 msl 4강 이영호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떠오른 문장입니다.



누차 밝히는 저의 지론입니다만, 테플전은, 양쪽의 피지컬이 둘 다 프로게이머 레벨이라면 무조건 프로토스가 유리합니다. 저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기본적인 두가지를 들자면 바로 '테크트리를 이용한 빌드 심리전에서의 우위(1)'와 '자원을 병력으로 환산하는 속도차이(2)'입니다. 전자 덕에 프로토스는 테란에 비해 상대와의 심리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이것은 프로토스에게 주도권을 가져다줍니다. 또한 후자 덕에 프로토스는 일정 시간 동안 테란보다 더 많은 병력을 확보할 수 있고, 이것 또한 프로토스에게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다주죠. 

물론, 이건 초중반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고 테란이 저 모든것을 견뎌내고 경기가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메카닉의 사기적인 업글 효율에 프로토스는 그냥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변수가 있다면 범위마법 정도이지만 싸베를 '이영호급으로' 쓸 수 있다면 그 역시 무용지물이라는것이 입증되었구요.

요는, 저 유리한 초중반을, 저걸 알고 이용해야한다는겁니다. 자 그럼 대한항공 스타리그 4강 이영호vs박세정 경기를 봅시다.

1경기 2경기 3경기.. 박세정선수는 모두 노게이트 더블넥서스로 시작합니다. 물론, 테란이 초반에 앞마당을 가져갈 것이 확실시되는 경우라면 노게이트 더블넥서스는 심리전에서 앞서갈 수 있는 카드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테란 역시 토스가 노게이트 더블넥서스를 할 것을 뻔히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그리고 이영호선수는 대각선이었던 2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예의 벙커링->벌쳐 찌르기이후 트리플커맨드 콤보를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벙커링이나 벌쳐에 넥서스가 날아가거나 하진 않고 어찌저찌 막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영호선수가 트리플커맨드에 성공하며 노게이트 더블을 성공한 토스보다 한발짝 더 앞서나갑니다. 앞서 언급한(1)의 효과는 되려 테란이 챙겼고, 그 효과로 (2)가 상쇄되어버립니다. 그 결과 박세정선수가 짜온 1,3경기 판의 핵심인 캐리어로 전환할 타이밍은 아예 나올 수가 없었고, 그결과 나온 캐리어들은 모두 깡통이 되어버렸습니다.

2경기는 상대의 수를 빤히 보고도 상황판단과 우선순위 부여에 실패한 박세정선수의 자충(혹은 자폭)입니다. 12시로 그정도의 드라군을 빼버렸다면 적어도 커맨드센터정돈 파괴했어야하는데 말이죠.

그럼 이번엔 하나대투증권 msl 4강 이영호vs윤용태 경기를 한번 봅시다.

역시 1,2경기 모두 노게이트 더블로 시작하는 윤용태선수. 역시나 1,3경기는 역시 앞서 언급한 (1)의 효과를 테란이 챙겨서 (2)가 상쇄되어 윤용태선수가 패배했고, 2경기는 아예 초반 장면에서 경기가 끝나버리죠. 3경기는 노게이트 더블넥서스가 아니었으나 실질적으로 상대의 패에서 노게이트 더블넥서스를 제외시킨 이영호선수가 배럭더블을 함으로써 역시 (1)의 효과를 테란이 챙겨갔습니다. 거기에 윤용태선수의 패비터빌드라는 악수까지 더해지며 압도적으로 경기가 끝났습니다. 윤용태선수 입장에서는 뭔가를 펼쳐보이기도 전에 경기가 끝나버린거죠.

지금까지 무슨 볼드처리에 번호까지 매기고 있는살 없는살을 다 붙여가며 횡설수설했으나 요약하자면 바로 "초반 빌드 심리전에서 이영호선수가 완벽하게 먹고 들어가서 종족상성까지 무시해버렸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패가 너무도 뻔하니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요.

물론 이영호선수의 배짱과 심리전 그리고 빌드조립 이해도와 그걸 다 손으로 구현해내는 능력은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겠으나 제 입장에선 상대 프로토스들의 심하게 말하면 생각이 없는듯한 초반 빌드선택이 너무도 아쉬웠습니다. 테란이 앞마당을 먹을 것이 확실하다면 프로토스에게는 그것을 응징할 수많은 카드들이 있고, 노게이트 더블은 겨우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모든 빌드에 상성이 있는 (최소한 지금까지는)것이 테플전입니다. 그걸 이용할줄 알아야 테플전을 승리할수 있고, 또한 저 빌드싸움에서 유리한건 프로토스입니다. 

'쫄리면 죽으시던지'를 외칠 쪽은 테란이 아니라 바로 프로토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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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_YiRuMa
10/05/17 22:04
수정 아이콘
이영호가 아닌 테란들은 테프전에서 배럭을 나가서 짓는다는것은 상상도 못했었죠.
상대가 원게이트 테크를 타면서 질럿으로 찌르고 들어오면 막아도 피해가 상당하니까요.
결국 그 상성의 우위때문에 테란들은 팩토리 이후의 전쟁을 준비하게 되었고 토스들은 테란이 팩토리 이후의 전투를 준비한다면 그것에 가장 우위를 가질수 있는 빌드가 더블넥서스라는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영호는 배짱이 좀 남달라요.. 상대가 자신의 생각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건가..에 대한 것은 생각하지 않는듯합니다.
상대는 반드시 자신의 생각대로 할테고, 난 그걸 이용해서 이렇게 하면 반드시 이긴다..는 마인드맵이 잘 짜여져 있는듯한 플레이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CJ전 에결 패배가 더 크게 다가오는지도 모르지요.(장윤철이 더 잘하긴 했습니다. 눈치를 역이용한 페이크에, 탁월한 심리전까지 말이죠)
테크의 우위를 저버리고 빌드의 우위만 따지다가 훅 간 경기들이라.. 중요하게 생각은 안했지만, 토스 입장에서는 안타까웟을만한 플레이들이었겟네요..

아까 글에 댓글을 달으려고 했더니 원본글이 사라졋다고 나오더군요-_-;; 글을 pgr에 맞게 순화하셧네요..
Ms. Anscombe
10/05/17 22:13
수정 아이콘
강한 테란을 맞이하는 요즘 토스의 문제는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데 있습니다. 전략적 플레이는 얼핏 보기에 못하는 선수가 한 번 이기기 위해 들고 오는 극단적인 수로 보이지만, 그걸 성공시킨다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입니다.(이를 잘 보여주는 게 위너스 결승의 박수범) 전략적 수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단순히 종족 상성을 노린 '자원전'만을 선택하게 되죠. 강한 테란의 입장에서는 '접고 들어가는' 토스에 비해 심리적인 우위를 갖게 됩니다. 과거 토스들이 FD 등장으로 힘들어 할 때, 테란의 멀티 먹는 타이밍을 늦추거나 초반 피해를 주기 위해 온갖 노력들을 해 왔습니다. 요즘 토스들은 단순히 넥서스만 빨리 가져가면 승리할 수 있다고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패의 범위를 너무 좁히는 느낌입니다. 그 점에서 (비록 저그전이지만) 오늘 김구현의 전진 투겟(+ 원 겟 페이크), 대 박지수 전의 리버 다크 플레이는 인상적입니다.
Psy_Onic-0-
10/05/17 22:20
수정 아이콘
토스들의 패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죠...
게다가 대 저그전은 98%정도가 포지더블넥..

김택용 선수 이제 버젼 업 할때도 됬잖아요..
배추열포기
10/05/17 22:21
수정 아이콘
전체적으로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테플전의 종족상성의 시초는 거의 (1)에 있을만큼 (1)이 프로토스에게 가져다주는 이점은 크죠. (2)의 근원은 프로토스 특유의 '자원수집력'에 있겠죠. 건물을 소환시킨 뒤 바로 자원수집을 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차이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봐야죠. 이 두가지 요인 때문에 동일레벨의 테플전에서 토스가 유리하다는 점도 공감합니다.

최근 이영호의 기세를 꺾은 장윤철도 (1)과 (2)가 가지는 기본적인 프로토스의 이점(상성)을 살렸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거죠.
SigurRos
10/05/17 22:36
수정 아이콘
빌드간의 심리전에서 이영호가 이기고있으니 문제지요.
최소한의 투자로 프로토스의 다크나 리버견제를 손쉽게 막아내고, 더블넥 하는 족족 치즈러쉬로 부셔버리고
트리플 먹었더니 마린 추가해서 타이밍 치고나오고, 타이밍에 대비해서 드라군 짜냈더니 트리플커맨드 가버리고

상황에 따른 최선의 대처방안과 운영의 매뉴얼을 프로토스들이 작성하고 암기해야됩니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좋았던 경기도 테란에게 다시 내주어버리게 되니까요. 한치의 흔들림없는 선택들이 승리를 가져다주리라 믿습니다.
파르티아
10/05/17 22:50
수정 아이콘
이영호 스타일 파악되는 즉시.. 아마 최연성의 길을 가지않을까 생각합니다...
블랙독
10/05/17 22:59
수정 아이콘
그렇죠. 프로토스가 이영호에게 와구와구 되고 있지만 저 기본은 바뀌지 않습니다.
쫄리면 뒤지시던지 라고 외치는건 테플전에서는 플토이지요.
Benjamin Linus
10/05/17 23:08
수정 아이콘
노게잇더블 >>> 원팩더블류
노게잇더블 >=원배럭더블
노게잇더블 (=)<센터배럭 치즈러쉬(2.3인용)
노게잇더블 = 센터배럭 치즈러쉬(4인용)
노게잇더블 = 2팩 조이기(거리에따라 부등호 생김)

토스가 노겟더블 하는 이유가 괜한게 아닙니다. 테란의 토스전 기본빌드인 원팩더블류를 완벽히 싸먹으면서 투팩을 강제하기 때문이죠.
만약 테란이 센터배럭 준비안해오고 급하게 2팩가면 판자체가 토스가 그려온 판에서 싸움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노겟더블이 좋은거죠.
이영호가 그걸 대비하고 센터배럭을 하니 앞으로는 원게잇코어더블도 섞어서 하면 더욱 더 노겟더블이 무서워질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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