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0/05/17 00:54:36
Name 더미짱
Subject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저도 오늘 오후에 소식을 접해듣고 멍했습니다.
평소 마재윤 선수의 팬으로써 언젠가는 부상도 털고 부진도 털고 '한번은' 부활할거라 믿었는데,
그 기대는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었네요.

오늘 이제동 선수의 승리, 이영호 선수의 2패, 김정우 선수의 전초전 승리, 장윤철 선수의 승리 등
pgr 반페이지에서 한페이지는 채울만한 떡밥이 주어졌음에도
관련 글은 2~3개에서 그치고 사건에 대한 비판과 비난, 그리고 대책에 대한 글들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의 흐름이 남아있는 선수들, 그리고 팬들을 좌절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가 하는 점입니다.
어차피 스포츠가 상업화되고 발전하고 음성적인 자본주의와 결합되는 순간,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는 것은 예고된 일이고(예전에 세리에 a에서 승부조작 터진 것을 생각하면),
결국 한번쯤은 잘라내야 할 싹을 잘라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유럽축구와 같이 시장이 광대하고 투여된 자본이 많고, 수없이 많은 팬을 확보한 종목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성장하여서 1~30대의 남자층 일부를 주축으로 비정상적인 경로로 성장한 e-sports라는 점,
그리고 관련 대상자가 선수층이 얇은 e-sports 계에서 몇 팀의 주축선수들을 포함하여
한 시대의 본좌, 역대 최고의 저그(혹은 프로게이머) 중 1인으로 꼽히는 선수가 껴있기에
이번 사건의 여파가 싹을 잘라내는 수준이 아니라 뿌리가 뽑혀버리는 형태로 발전할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욕하는 것도 좋고 비난하는 것도 좋지만 그 틈에서도 어떻게 이 판을 부여잡고 살아남을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것을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남아있는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그 선수들이 더이상 상처받지 않고 더더욱 좋은 경기를 펼쳐주며 팬심을 붙잡고, 그 팬심을 바탕으로
다시금 프로게임단들의 투자(몇몇 팀은 해체까지 논의되는 상황에서)를 받아내는 형태로 이 사태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논란 중 일부분은 수사에서 밝혀지고 있는 부분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조작은 있었을 것이고,
이제는 어떠한 경기도 믿을 수 없다, 과거에 치뤄진 경기도 믿을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 형태가 3.3마저도 왜곡된 경기이지 않느냐? 라는 것일테고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저 조차도 지금 드러난 것만이 사실의 전부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모든 사실(fact)를 의심하는 것은 결국 e-sports판을 버리는 행위입니다.
결국 수사에 대한 부분은 수사기관에서 하는 것이고, 우리가 지금 해야하는 것은 소수의 잘못된 선수들을 욕하는 것보다
다수의 정직한 선수들을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언론에 노출된 경기에서의 승자들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자신은 피땀흘려 노력해서 이긴 경기라고 생각한 것들이 다른 누군가의 더러운 돈벌이를 위해 조작된 경기임을 알았을때,
자신들이 이제껏 일궈온 승리와 선수생활의 궤적들이 통째로 의심당하는 선수들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찬데,
드러나지도 않은 모든 경기를 의심하는(그 의심을 대외적으로 발설하는) 행위는 대다수의 정직한 모든 프로게이머들의
가슴에 대못을 계속해서 박아대는 꼴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떠나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면,
그리고 이 사태를 막고 다시금 e-sports의 부흥을 이끌어내야 한다면,
우리는 더 단단히 뭉치고 지켜야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오늘도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불투명한 미래에 모든것을 맡기고 땀흘리고 있는 선수들을 생각한다면요.

ps- 마재윤 선수만은 정말 제 가슴도, 머리도 어떻게 설명이 안되네요.
그래도 믿어보려 했고, 그 믿음이 깨졌을때도 이해해보려 했고,
이해마저 안되도 그냥 무시하며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보려 했는데,
이 선수가 저에게 남긴게 너무 많네요. 진짜 눈물 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0/05/17 01:04
수정 아이콘
자꾸 그놈의 훌륭했던 과거만 생각나는걸 보면 이미 마음속으로 내가알던 본좌마재윤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네요 전..쓰레기짓하기 전의 그 대단했던 일들만 자꾸 생각나는데, 저그팬분들은 오죽하실까요.
PianoForte
10/05/17 01:08
수정 아이콘
마모씨의 전성기에 스타를 보지 않았었다는 게 차라리 다행이다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마모씨는 우주배를 막 우승한 신흥강자 또는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퇴물게이머 정도뿐이니까요.
abrasax_:JW
10/05/17 01:15
수정 아이콘
죄송하지만, 장민철이 아니라 장윤철 입니다.
어느멋진날
10/05/17 01:19
수정 아이콘
승부조작 사건이 그렇게 흔한 사건은 아닙니다; 당연히 일어나설 안될 일이고 e스포츠와 비교해서 오랜 역사와 비교도 안되는 규모를 가지고 있던 세리에A 조차도 그 긴 역사속에서 조작 파동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은거죠. 대만 프로야구 같은 경우도 아예 승부조작 파동으로 망해버렸습니다. 전 오히려 오늘의 경기들보다 승부조작 관련해서 커뮤니티들이 끓어오르는게 지극히 당연하다고 봅니다. 이판이 망하자고 하는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이런 일에 있어 팬들부터가 엄격하게 나서야하는 거구요. 대만 프로야구가 처음 조작 파동이 있던 이후 다시 재발해서 재기 불능의 상태로 빠졌다고 알고 있는데 승부에 늘상 따라오는게 도박이고 전직 게이머들이 연루된 이번 같은 일이 언제든 다시 생길수 있다고 봅니다.
비형머스마현
10/05/17 02:05
수정 아이콘
전 아직 까지 이판을 떠나지 못하겠습니다 .

누구나 다 질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졌다는 사실에 분해서 울정도로 승부사 기질이 강한 황제 임요환 선수부터, 졌을 땐 모니터를

뚫어버릴 것 같은 눈빛으로 쳐다보는 이제동 선수들 같은 그런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승부욕 강한 선수들이 존재하는 한 ..

끝까지 이 판을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검은창트롤
10/05/17 10:56
수정 아이콘
아...내가 사랑한 두 젊은이, 영웅과 공룡...그 둘은 관계가 없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가장 깨끗해 보이고 순수해 보이는 그들마저 관련이 있다면, 진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1407 달콤한 인생 [4] sO.Gloomy4348 10/05/17 4348 0
41406 Maestro [43] 견우야8395 10/05/17 8395 1
41405 계속 볼 것 같네요 [16] 서지훈'카리스4845 10/05/17 4845 0
41404 돈과는 바꿀 수 없는 열정의 손 [22] 날치는한방6448 10/05/17 6448 10
41403 Greatest One... [13] theory!6442 10/05/17 6442 3
41402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12] 더미짱4822 10/05/17 4822 1
41401 -To.K- [19] Yukira6460 10/05/17 6460 0
41399 진영수, 너만은 아닐줄 알았다. [17] 이태원서울팝12726 10/05/17 12726 2
41398 2010년 5월 셋째주 WP 랭킹 (2010.5.16 기준) [6] Davi4ever5613 10/05/16 5613 1
41397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가요. [34] 이스트5621 10/05/16 5621 0
41395 우린 진심이었으므로 진게 아닙니다 [7] Lycan_4145 10/05/16 4145 0
41394 M [5] 노래쟁이플토4679 10/05/16 4679 0
41392 신뢰의 댓가 [18] LucidDream4861 10/05/16 4861 1
41391 내 심장이 중금속으로 가득 찬 것 같은 기분. [1] 괴수4103 10/05/16 4103 0
41390 마재윤의 손익계산을 고려하면 3.3은 아닐거 같습니다. [70] 비듬10814 10/05/16 10814 0
41389 저그 중 순간 포스가 가장 강력했던 게이머는? [37] darkloe6137 10/05/16 6137 0
41388 당신들 만큼은.. 평생.. 평생 용서 못할거 같습니다. [12] Yukira4955 10/05/16 4955 0
41387 진지하게, Kespa에게 단호한 "도덕적" 처벌을 요구한다. [11] 좋은풍경4454 10/05/16 4454 1
41386 정말 나쁜놈입니다. [31] Miyake향6829 10/05/16 6829 1
41385 잊을 수는 없을 것 같군요.. [14] 전미가 울다5284 10/05/16 5284 0
41384 내겐 오랫동안 사귀어 온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2] 껀후이4636 10/05/16 4636 0
41383 스토리, 드라마, 종말. 불신지옥. nickyo4261 10/05/16 4261 1
41382 쓰레기들. [25] 호수청년8162 10/05/16 8162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