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0/05/16 23:30:50
Name LucidDream
Subject 신뢰의 댓가
아는 사람은 알고, 관심없는 사람은 평생 '그랬어?' 소리가 나오는 것이 세상 이슈이고, 그 중 하나로 2PM 사태, 일명 재범 사건
이라는 것이 있다.

2PM이라는 남성 그룹의 리더인 박재범 군이 연습생 시절 외국의 블로그 혹은 트위터 비슷한 것에 한국 생활에 대한 느낌을 적으며
한국을 비하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한 순간에 역적으로 몰리게 되었다. (후에 번역된 것을 읽어보니, 다분히 악의적으로 해석한
느낌이 강했다.)

그는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전격적으로 팀을 탈퇴, 시애틀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남은 2PM 멤버와 팬들은 그제서야
그 상황이 너무 가혹했다며 그의 복귀를 추진한다. 여기까지라면 별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 기자회견이 있기 전까지는.

2PM 팬 뿐이 아니라 가요계에 주목하던 수많은 관계자들을 충격으로 빠뜨린 간담회에서 2PM의 나머지 여섯 멤버들은 재범의 복귀
계획은 없으며 그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자이며 앞으로 2PM은 여섯 명이서 활동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우정, 의리 등의 상징이나 다름 없었던 남자 아이돌 그룹의 카르텔을 박살냈던 그 날의 기자 회견은 여러모로 혁명적이었다.
진실여부를 떠나, 2PM의 기자간담회는 아이돌 그룹에 대한 팬덤의 환상을 무참하게 부정하고 난도질했으며, 그 환상을 깬 댓가를
현재 겪고 있는 중이다. 팬이 안티로 돌아선 것이다. 무관심도 아닌 격렬한 거부반응을 동반한 악질 '까'를 얻게 된 것이다.

하늘을 찌를 듯 하던 2PM의 인기는 곤두박질 쳤으며 박재범 군의 사생활 존재의 진가 여부를 떠나 2PM 멤버들의 인기도는
그들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추락하였다.

그들이 팬과의 암묵적인 신뢰를 깼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멤버간의 불화, 소속사와의 불화, 매니저와의 불화 등등...불화 내지는 주먹다짐이 동반되었던 남자 아이돌 그룹의 해체는
없지 않았다. 오히려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수면 밑의 '찌라시'소문 (혹은 사실)이었을 뿐, 적어도 수면 위에서 드러난 모습에서는
그들은 여전히 친구요, 동반자요, 서로의 행복과 성공을 기원하는 끈끈한 사이였다. 이 원칙이 없으면 팬은 스타에게 환상을 가질 수
없다. 욕은 소속사가 들어먹어도 멤버들은 감싸고 도는 문화, 이것이 아이돌과 소속사가 지난 십 수 년간 지켜온 룰이고 법칙이었다.
그래서 소속사는 욕을 먹는 것에 무관심했고, 팬들은 무서운 결속력으로 아이돌, 혹은 스타를 지켜주었다.

그것을 깨버린 2PM은 끝 모를 추락을 하고 있다.




마재윤에 대해 과거 몇 차례 글도 남기고, 실제로 그와 몇 번 얘기도 나누고 가까이서 보기도 했던 글쓴이로서는

적어도,

적어도 2007년 까지의 마재윤이 돈을 좀 많이 쓰기는 했을 지언정, 그렇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게이머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씀씀이에 감당못할 일이 터질 조짐은 있을 지언정, 그때까지의 그는 그래도 '게이머'라고 불러줄 수 있을 상태였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그 전까지, 그의 데뷔 때 부터 그 때 까지 보여준 경기에서 유추한 판단으로 이루어진 신뢰다.

조용호와의 데토네이션 저그전 역전 경기, 투싼 팀리그에서의 KTF 올 킬 경기, 무비스 팀리그 결승전 3킬 경기들
팀 동료 변형태와의 난타전이었던 스타리그 4강...그리고 0:3으로 김택용에게 패했던 결승전까지...
이해할 수 없는 추락은 아니었다. 실력만 놓고 본다면 적어도 향후 몇 년의 판도를 지배할 거라고 생각했던 선수들 가운데서도
몰락하고 무너졌던 경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하지만 신뢰는 깨어졌다.

신뢰는 댓가가 없다. 그러나 깨졌을 때의 댓가는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믿어주는 것이 신뢰고, 이것은 인간의 가장 숭고한 마음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아무런 조건이 없는 그 신뢰라는 것을 이용해 이 바닥에 뿌리깊은 상처를 남긴' 마재윤과 기타 멤버들
그리고 '단 한 번'이라도 연루되고 참여하고 묵인한 바 있는 이 바닥의 절반 이상의 프로게이머들 1)

그들에게 신뢰를 준 팬은 그저 눈 먼 돈 줄, 눈 먼 밥 줄 이었다.

음료수를 갖다주고 싸이월드 도토리를 주고 숙소에 온갖 선물과 팬레터가 날아든다.
얼굴이 좀 되는 선수들에게 꼬이는 여자는 차라리 옵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이정도면 연예인이고 권력자에 가깝다.


그 신뢰의 댓가는 승부조작이었다. 그리고 쉬쉬하며 묻으려 했던 이 바닥의 '끈끈한 동업자 정신'이었다.

위에도 적은 바 있지만
'단 한 번이라도' 관련된 자들을 열거하면
이 판은 그대로 끝난다.

말 그대로 끝난다.

인기 게이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리그가 문을 내려야 하니까. 프로리그에 나올 선수는 드림리그에서 새로 뽑아야 할테니까.
인기도에서 상위권을 내달리는 선수 50%의 이름을 삭제해야 할 테니까.

그럼 끝나는 거다.

그게 신뢰의 댓가였다.
'게임 하나 잘 한다고' 무조건적으로 애정을 주고 부진해도 감싸준 신뢰의 댓가였다.

아니, 신뢰를 주고 배신당한 댓가였다.


사랑은 먼저 하는 쪽이 지는 게임이라고 한다.
신뢰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신뢰를 준 쪽이 바보고 x신이 되었다.

그것이 신뢰의 댓가였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0/05/16 23:35
수정 아이콘
정말 참담한 이유는 이 판이 팬들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일구어 온 무대이기 때문이지요. 이만큼 팬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피드백이 되었던 프로스포츠가 있었나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프로스포츠란 국가가 개입하거나 기업이 완전히 주도했었지만 이 판 만큼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래서 조건없는 무한한 신뢰가 가능했고, 그로인해 생기는 배신감의 상처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

그들은 정말 못되고, 못난 짓을 했어요. 저라는 인간이 가진 어휘력으로 이 정도 표현밖에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정도입니다.
SOD매직미러호
10/05/16 23:36
수정 아이콘
2PM 요새도 1위하고 그러던데...
Blazing Souls
10/05/16 23:37
수정 아이콘
마재윤 선수 미니홈피 메인 그림이 메롱~ 하고 있는 그림이네요

기분탓일까요.. 참 씁쓸하네요
이스트
10/05/16 23:40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는 승부조작이 2pm사건보다 훨씬 상처가 클듯하네요.아무래도 범죄다 보니 충격이...
Karin2002
10/05/16 23:42
수정 아이콘
2pm 예를 역이용해보자면, 팬들은 무슨 개짓을 했어도 재범을 용서했어야 된다고 주장했죠. 그것 또한 신뢰의 한 면입니다. 용서. 신뢰에 반한 일을 했어도 용서할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BoSs_YiRuMa
10/05/16 23:43
수정 아이콘
배신을 한 작자들은 이 판의 성장 배경과 초창기시절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이 판이 존재한 이후에 데뷔한 선수들일겁니다..
초대 프로게이머인 이기석,강도경,봉준구,국기봉의 시절을 이 판을 이따위로 흔들어놓은 사람들은 모를겁니다. 그들이 어떤 꿈을 꾸고 이 판을 키울 생각을 했는지.. 그들의 희생이 너무나도 안타깝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놈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이 판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을겁니다. 그러니 그런 행동을 할수 있다고 생각한 걸테고요.. 그들이 간과한것은 주인공 하나만으로 무대가 만들어지지 않고 도와주는 주연급과 조연급,하다못해 엑스트라까지 다 있어야 유지가 되는 판이라는걸 몰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말 그대로 신뢰를 깨버렷습니다. 대기업의 스폰 목적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수 있는 이미지를 위해서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스스로의 목숨줄을 끊었습니다. 한순간의 욕심으로..
그로 인해서 그들뿐만이 아닌 선량한 다수의 게이머,관계자들에게도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그에 대한 댓가를 과연 온전히 치를수 있을까요..
제가 저그팬이지만 마재윤의 팬은 아니기에.. 마재윤의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면 그건 그걸로 끝이 아닌 그 사람과 연관된 모든것을 생각할때 아무리 좋은 행동도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들겁니다.(지금 우리나라 여당의 삽질을 보자면, 여당에서 아무리 국민을 위한 어쩌구를 한다고 해도 좋은눈으로는 보기 어렵죠)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는걸 당연하다고 느꼇었다면.. 이제 그 팬들이 반대로 돌아섰을 경우의 파장을 견뎌낼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당연한건 없으니 말입니다.
10/05/16 23:51
수정 아이콘
2PM - Without U 가사 들어보면
재범을 향해서 노래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죠.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이 또 함께할수있었던 시간들이 아쉽지도 않니 너는 상관없니 지금 넌 Are you OK Without Me~
홍수아완전좋
10/05/16 23:57
수정 아이콘
아... 내 게임의 아이디 마재윤... 레벨도 중상이상이 되버려서 지우지도 못하고 참... 애증의 아이디가 되어버리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1407 달콤한 인생 [4] sO.Gloomy4348 10/05/17 4348 0
41406 Maestro [43] 견우야8394 10/05/17 8394 1
41405 계속 볼 것 같네요 [16] 서지훈'카리스4845 10/05/17 4845 0
41404 돈과는 바꿀 수 없는 열정의 손 [22] 날치는한방6448 10/05/17 6448 10
41403 Greatest One... [13] theory!6441 10/05/17 6441 3
41402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12] 더미짱4821 10/05/17 4821 1
41401 -To.K- [19] Yukira6460 10/05/17 6460 0
41399 진영수, 너만은 아닐줄 알았다. [17] 이태원서울팝12726 10/05/17 12726 2
41398 2010년 5월 셋째주 WP 랭킹 (2010.5.16 기준) [6] Davi4ever5612 10/05/16 5612 1
41397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가요. [34] 이스트5620 10/05/16 5620 0
41395 우린 진심이었으므로 진게 아닙니다 [7] Lycan_4144 10/05/16 4144 0
41394 M [5] 노래쟁이플토4678 10/05/16 4678 0
41392 신뢰의 댓가 [18] LucidDream4861 10/05/16 4861 1
41391 내 심장이 중금속으로 가득 찬 것 같은 기분. [1] 괴수4103 10/05/16 4103 0
41390 마재윤의 손익계산을 고려하면 3.3은 아닐거 같습니다. [70] 비듬10813 10/05/16 10813 0
41389 저그 중 순간 포스가 가장 강력했던 게이머는? [37] darkloe6137 10/05/16 6137 0
41388 당신들 만큼은.. 평생.. 평생 용서 못할거 같습니다. [12] Yukira4955 10/05/16 4955 0
41387 진지하게, Kespa에게 단호한 "도덕적" 처벌을 요구한다. [11] 좋은풍경4454 10/05/16 4454 1
41386 정말 나쁜놈입니다. [31] Miyake향6829 10/05/16 6829 1
41385 잊을 수는 없을 것 같군요.. [14] 전미가 울다5284 10/05/16 5284 0
41384 내겐 오랫동안 사귀어 온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2] 껀후이4635 10/05/16 4635 0
41383 스토리, 드라마, 종말. 불신지옥. nickyo4261 10/05/16 4261 1
41382 쓰레기들. [25] 호수청년8161 10/05/16 8161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