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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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16 23:19:59
Name 괴수
Subject 내 심장이 중금속으로 가득 찬 것 같은 기분.
언제부터 PGR질을 시작한지 이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여튼 꽤나 오래 스타크래프트판을 사랑해 왔고, PGR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이 아이디를 쓰기전에 두번의 탈퇴를 했었습니다. 한번은 공부를 해야 하는데 PGR에 중독되어 있다보니 극약 처방으로 했던 탈퇴, 그리고 한번은 PGR 흑역사라고 불리는 중계권 사태때 였군요. 한때 게임게시판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자게 하나만 달랑 있던 때는 나름대로 경기 후 리뷰도 열심히 썼었습니다. 정말 즐겁게 활동하던 좋은 기억이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세번째 아이디로 활동하는 지금은 비록 게임게시판 활동을 하진 않지만 여전히 눈팅을 하고 경기도 종종 보고 있습니다. 근데 세번째 탈퇴를 할까 고민이 생길 정도의 사건이 결국은 진실로 밝혀 졌습니다. 그것도 한때는 팬은 아니었어도 나름 존경심을 가졌던 플레이어가 이 추악한 사건의 중심이랍니다.

E스포츠라고 불리는, 스타크래프드를 중심으로 퍼진 이판은, 국내 다른 프로스포츠들의 탄생과 다르게 팬들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커진 시장입니다. 리그의 운영이나 팀운영, 중계방식 등등 관련 커뮤니티에서 팬들의 수많은 의견들이 있었고 방송국이나 협회도 그런 팬들의 의견을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피드백을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종목보다 팬들이 이 판을 그저 우리들만의 리그가 아닌 따뜻한 양지로 끌고 오려고 노력했습니다. 리그의 대표 아이콘이 공중파 방송에소 행여나 푸대접을 받으면 분노했었고, 작은 꼭지로 나마 3사 주요 뉴스에서 좋은 소식이 나가면 마치 내가 TV에 나온 양 기뻐 했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팬들의 조심스런 정성으로 키어 왔을 때도 3사 메인뉴스에 잘 나오지 못했던 이 판이, 승부조작이란 희대의 쓰레기 짓을 통해서 결국 메인을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게도 말이지요.

오늘 뉴스들을 보는 순간, 팔뚝만한 주사기에 수은을 가득 넣고 심장에 바로 찍어 넣어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피가 얼어 붙는 것 같습니다. 온몸의 눈, 코, 입, 귀를 통해서 그렇게 주입된 중금속이 세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참담합니다. 정말 참담합니다.
저 개인의 느낌일 뿐이지만 PGR의 정체성마저 흔들려 보입니다. 중계권 사태는 어린아이 장난 같군요. 우리는 이 충격을 어떻게 해소하고 해결해야 할까요. 앞으로 어떤 기가막힌 경기가 나오더라도 조작이라는 이 추악한 잔상이 눈앞에 밟히는 걸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일단은 뿌리를 완전히 뽑을 만큼 제대로 된 수사로 진실이 밝혀 져야합니다. 그렇게 해도 이 판이 제대로 회생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걸 먼저 해결해야 그 다음 다시 시작함을 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했던 팬들이 이만하면 수사는 제대로 했다는 '느낌'이라도 받을 수 있을 만큼, 경찰과 검찰 그리고 협회 분들이 일을 잘 진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소 추상적인 바람이긴 하지만 이건 꼭 이루어져야 할 일입니다. 팬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첫걸음이 그것이겠지요. 물론 첫걸음 이후에도 수없이 많은 걸음들이 필요하겠지만 말입니다.

정말 간만에 겜게에 올리는 글이 이런 내용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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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16 23:40
수정 아이콘
1박 2일의 원정 끝에 날아온 호외 하나는.

방사능 에서 피어난 꽃이 아니라.


그 꽃을 꺽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였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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