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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5/16 19:52:59 |
Name |
Hypocrite.12414. |
Subject |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가 없다. |
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10대 어린 소년이 어느날 게임 하나에 득도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자신들의 앞엔 과거 챔피언이었던 경력을 지닌 해설자 두명. 자신의 삼촌뻘인 두 사람에게, 그것도 아주 오래된 선배들 앞에서 그렇게 맹랑한 소리를 했다. 그걸 TV로 지켜본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스스로 득도했다고 주장하는 소년은 자신의 말이 옳았음을 연이어 증명이라도 하는듯, 여태껏 역사상 이루지 못한 승률을 이루고 있으며, 현재까지 그의 행보는 진행중이다. 난 또다시 그걸 TV로 지켜보면서 피식 웃고 만다.
그건 20대 중반인 지금도 그렇고, 과거 입시 스트레스에 찌들어 있던 10대때도 그러하였으며, 케이블 TV라는것에 대해 신기해 했던 중학생때도 그러했다. 매해 새로운 강자의 등장과 그 강자를 향한 도전자들의 불꽃.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의 입지는 바뀌고, 또 다시 되풀이 되는 행동들. 하지만 난 여전히 그들을 보면서 피식 웃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동네 참 재미있는 동네네..'
사람이 태어나서 하나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단순히 쾌락을 좇아 만족감을 느끼기 위한 몰두의 수준을 넘은 몰두란 어떤 것 일까. 자신의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그 동안의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야 말로 몰두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모르는 초등학생부터 슬슬 사회생활을 준비해야하는 고등학생까지, 이 바닥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을 다 받아주지 못한다. 배틀넷에서 이름을 얻어야 하고, 유명 길드에 들어야 하고, 또 다시 하루하루 고생해서 온라인 연습생이 되었다가, 한단계 올라가서 테스트를 받고 통과하면 드디어 숙소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2군 신세. 돈가스를 튀기고, 설거지를 도맡아 하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묵묵히 참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대들이 존재하기에 재미있는 이 동네를 떠날 수가 없다.
인터넷에서 흔히 말하는 PC방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잠을 포기하며,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그대들을 봐 왔기 때문에 이 동네를 떠날 수 없다. 단지 내가 어떻게 하면 그대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을까 생각했다면 그것이 맞는 이야기일수도 있다.
내가 그대들에게 미안한 것은 인터넷에 접속하고 직접 TV시청을 하면서 나름 스타를 자주 본다는 나 조차도 그대들의 존재를 모두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같은 사람은 언제나 최강자에 목말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좌론이라는 허울좋은 껍데기를 내가 좋아하는 선수에게 씌워주고 싶어 안달나있을지도 모른다.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은 너무나도 잔인한 말이라는걸 알고 있지만, 난 그 말을 그대들에게 해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당신들이 있는 곳은 너무나도 힘든 곳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 한때나마 그대들의 대표자라고 불리우던 사람이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내가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근 10년을 보고 생각하고 느꼈던 모든것들의 옳고 그름에 답이 서지 않는다. 이런 일이 일어난건 최근 1년사이 일이라며 이야기 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들 스스로도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자신이 애정을 주고 있는 텃밭이 이대로 갈아 엎어지는것이 안스러워, 애써 눈을 감고 귀를 막는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난 떠나고 싶다. 나의 10년이 무너지는 느낌이 싫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으면 과거가 생각나듯이 그대들의 경기를 보면 과거가 생각날때가 있다. 그 과거가 내가 모르는 다른 손에 의해 조종되었다는 느낌이 너무나도 싫다. 그래서 떠나고 싶다.
하지만 떠날수가 없다. 한번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대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희열은 조작된것이 아닌 진짜 내 마음에서 일어났던 것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애정을 주었던 이 곳이 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본 이상,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건 아닐거야 라고 스스로 외쳐왔던 것이 현실인게 드러날때의 절망감을 느껴 봤으니, 이번에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예전과 같은 놀라움의 이건 아닐거야 를 느껴보고 싶다.
난 힘이 없다. 누구처럼 그대들에게 봉급을 지불할 경제적인 능력도, 당신들의 옆에서 힘이 되어줄 가족같은 관계도 아니다. 하지만 떠나지는 않겠다. 더럽고 추악한 이 곳이라 느껴도, 그동안 당신들이 버텨왔던 고난을 알기에 떠나지는 않겠다.
그러니 스스로 일어서라. 단순 전자오락에 니 인생을 거는 바보짓을 한다고 손가락질을 받아도, 그런 바보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는걸 알아줘라. 그게 너희들에 대한 나의 마지막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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