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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14 14:27:38
Name 더미짱
Subject 시대구분론
역사에서 시대를 구분한다는 개념은 항상 논란의 여지가 많다.

가장 근본적으로 시대를 구분한다는 것이 정당한가? 에 대한 논의가 있다.
시간이라는 것이 어떤 순간에만 연속되고, 어떤 순간에만 단절되지 않는 법인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단절적인 것으로 구분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만약 정당하다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무슨 기준으로 구분할 것인가의 문제가 주어진다.

이를테면 A는 a의 기준으로 구분할 것이고 B는 b의 기준으로 구분한다면
두사람에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두사람의 인식의 차이이며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기때문에 논란과 논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역사학자들은 항상 시대를 구분하려 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역사를 파악함에 있어,
시대를 구분하는 것이 시대를 파악함에 있어 수월성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는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시대를 구분함으로 얻는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고,
오히려 주된 목적은 스스로의 인식틀 안에서 구조화 시키는 과정의 효율성일 것이다.

나는 스타판이 좋다.
이유는 나 스스로도 스타를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스타라는 게임이 처음 나왔을때가 내가 중학생때이고,
스타라는 게임이 e-sports로 발전하고 성정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지켜봤기 때문일 것이다.
즉 스타의 역사가 성장하는 과정을 내가 온몸으로 체험하고 실감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본 스타리그는 스카이배에서 임요환과 김동수가 맞붙었을때였다.
스타라는 게임 자체가 TV방송을 탔을 무렵 이것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가 분명히 업계관계자들에게 논란이 되었을 것이고,
당연히도 공영방송이나 지상파를 통해 보급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억을 더듬어 보면 KBS에서였나? 일주일에 하루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서 게임계 소식을 알리는 프로가 있었던 거 같다.)

따라서 스타는 비주류 방송업체, 즉 인천방송이나 케이블을 통해서 성장했고,
그 혜택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 스타를 접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도 스타를 처음 본 것이 부모님이 케이블을 신청해서 온게임넷이 우리집에 나왔을 때였고,
그 덕분에 스카이배를 볼 수 있었다.


1. 황제의 시대

모두가 알고있듯이 스타라는 애들 놀이가 스포츠화 되고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공로를 세운 게이머는 임요환이다.
이는 임요환의 실제 경기력을 둘러싼 모든 논쟁에서 벗어나 누구나가 인정하는 부분이고 인정해야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임요환이 없었다면 스타판이 이렇게까지 클 수 있었을까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의적이고,
(물론 다른 황제를 탄생시킨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그런 면에서 임요환은 화려했고, 준수했고, 적합했다.

말도 잘했고, 얼굴도 잘 생겼으며, 게임도 잘했다.
굉장히 세속적이어 보이지만 나는 이 3가지가 결합되었기에 임요환은 황제로 추대되어졌고,
사람들은 환호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임요환에 맞서는 라이벌이 필요했고,
홍진호는 그 역할에 있어서 너무나 적합한 존재였다.
역시 준수한 외모에, 말도 잘했으며 스타도 잘했다.

역사에서는 이항적대비구조라는 표현을 쓰는데,
쉽게 설명하고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선과 악, 혹은 1인자와 그에 맞서는 라이벌 구도를 생성시켜
흥미를 유발하는 설명적 방법을 뜻한다.

억지로 이 구도를 만드는 것도 힘든데,
홍진호와 임요환은 자진해서 이 구도를 생성시켜주었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e-sports에 더욱 쉽게 흥미를 느꼈고 이것이 성장하고 상업화되는 것에 큰 역할을 하였다.

나는 왜 임요환과 홍진호일까 생각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각각 스타판 초기에 2회 우승을 한 임요환과 김동수라는 구도가
기록적인 측면에서는 더 적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김동수라는 존재는 임요환을 1인자, 혹은 황제라는 지위로 추대하기에는 불편한 존재였던 것이다.
우승을 했고, 심지어 결승에서 임요환을 꺾은 전력은 임요환 우상화에 방해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2인자로서의 완벽한 조건을 갖춘 홍진호가 적합했고,
스타판은 임요환이라는 황제와 홍진호라는 라이벌을 선택한 것이다.



2. 천재의 시대

이윤열은 스타라는 게임을 애들 놀이에서 과학으로 격상시켰다고 나는 평가한다.
이는 단순히 기록적인 측면이 아니다.

쉽게 설명을 해서 멀티를 한다는 것의 의미가 이윤열에 의해 주목되어졌고,
자원과 유닛의 생산적인 측면, 컨트롤과 전투의 효율성적인 측면, 빌드를 통한 게임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측면 모두가
이윤열에 의해서 체계화 되었다.

나는 단정적으로 스타는 이윤열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성실했으며,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았으며, 시대를 주도해나가기에 적합했다.
실제로 이윤열은 최초로 골든마우스를 획득했고,
더욱 의미가 있는것은 3번의 우승이 한 시기가 아니라 2003, 2004, 2006년에 걸쳐 장기간에 이룩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스타라는 게임이 손빠르기라는 측면에 많이 좌우된다고 하는 사실을 인정할때,
실제 선수들의 전성기는 2, 3년 내에 결정되어지고
(요즘은 스타판이 sports화 되어 아주 어렸을때부터 매진하는 선수들이 생겨 실제 활동기간이 길어지지만,
초창기때는 프로게이머를 직업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지금 Old라 지칭되는 많은 선수들이 이 시기에 끝을 못보면 결국 은퇴하거나
활동을 위해 공군게임단으로 가는 수단(실제 공군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게임단에 남아있을 경우 주전으로 뛸 확률은 매우 낮다.)
을 택하는 과정을 봤을 때, 이윤열의 선수활동의 궤적을 살펴보면 가히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나온다.



3. 괴물의 시대(물량의 시대)

스타라는 게임이 발전할수록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수비능력의 향상이다.
임요환이 활약하던 시기는 소수 유닛간의 컨트롤 싸움, 즉 공격부분에 주목된 반면,
이후는 소수 유닛의 초반 압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이 발전하게 되고,
이는 스타판의 흐름을 초반의 기세싸움에서 중후반의 물량, 운영 싸움으로 전이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상대선수가 자원을 얼마나 먹든간에 싸움 잘해서 이기는 시대는 가고,
많이 먹어서 많이 뱉어내는 사람이 이기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사실 이부분은 스타리그 초기 활약하던 많은 외국인 선수들(기욤, 베르트랑 등등)의 특성이었지만,
이 당시엔 수비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기에 많이 먹기 전에 끝내거나 많이 먹어도 컨트롤로 극복하는 현상이 발생하지만,
수비능력이 향상되면서 초반압박에서 자유로워지자 게임의 흐름은 어떻게 더 많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유닛으로 환원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부분에서 최연성은 획기적인 역할을 한다.
지금보면 우습지만 당시만 해도 "이게 뭔가요? 말이 되나요? 최연성의 scv는 자원을 2배로 캐나요?"
라는 반응을 보이며 무지막지한 물량을 뽑아낸다.

사실 물량의 원조는 박정석인데,
박정석이 한 핵심적인 공로는 내가 돌리는 자원줄이 몇개일때
몇개의 게이트웨이를 "쉼없이" 돌려낼 수있다는 개념을 거의 최초로 만들어냈다.

그 전까지는 게임을 할 때 유닛끼리 싸움을 할때 이에 집중해서 어떻게하면 최소의 피해로 승리할까에 집중했다면
이후는 유닛끼리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얼마나 쉼없이 유닛을 뽑아냈는가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테란의 경우 자원대비 유닛효율성(혹은 전투에서 컨트롤여하에 따라 압승할 가능성의 여부)이 높아서
물량에 대한 개념이 크게 잡혀있지 않은 시기에 최연성은 컨트롤적인 측면보다 물량에 대한 부분에 주목했고,
이를 테란이라는 종족에서 실현한 인물이기에 주목되었고, 성공했던 것이다.

이런 물량으로서의 스타판은 오영종, 박지호에 의해서 다시 한번 발전하는데(이 부분은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의 게이트나 팩토리를 돌리면 충분하다.(상대선수와 전투를 계속 벌이기에 적절하다.)는 개념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테-프전에서 프로토스가 자원을 아무리 먹어도 게이트를 10개 정도 이상으로는 안지었다.

이는 그 이상 늘어났을때 어차피 돌릴 수 있는 능력도 안되었고,
그 이상 늘리지 않아도 게임을 하기에 무리가 안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영종과 박지호는 자원을 모두 게이트화시켜냈고,
미래를 대비한 저축보다 현재에 충실한 운영이 승리를 위한 길임을 드러낸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방송에서 선수들의 자원이 항시적으로 보여지고,
자원이 남는 것에 대한 큰 비판이 일기 시작한 것이 2005년 이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4. 하이테크의 시대

마법유닛은 게임을 풍성하게 하고 다채롭게 하며 화려하게 한다.
테란은 베슬이 있겠고, 프로토스는 아비터와 하이템플러, 다크아칸, 저그는 퀸과 디파일러가 있다.

그런데 그렇게 유용한 하이테크 유닛을 왜 옛날에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쓰지 못했을까?
이것은 선수들의 손빠르기와 방어능력에 있는데
다르게 말하자면 방어능력이 현재처럼 뛰어나지 않았을때는 고테크 유닛을 뽑기 전에 게임이 승부지어지기도 하고
혹은 고테크 유닛을 뽑을 시점이 와도 이것을 효율적으로 쓸만한 능력이 안되었던 것이다.

그나마 쉽게 쓸 수 있는 하이템플러나 베슬의 경우에는 예전부터 쓰였지만,
다크아칸이나 아비터 혹은 디파일러, 퀸의 경우에는 왠만한 손빠르기가 아니고서는 효율적으로 쓰기 힘들었고,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알면서도 실제로는 써도 도움이 안되는 유닛으로 생각했다.(입스타라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효율적으로 쓸 수 없는 유닛을 극한으로 사용했을때 환호했다.
강민의 홀루시에이션을 활용한 아비터, 이제동의 퀸과 디파일러의 동시사용에 극찬을 보이는 이유는 이에서 비롯된다.
입스타를 실현할 수 있는 단계가 선수들의 자기진보에 의해서 실현된 것이다.

이는 더이상 전투유닛의 활용만으로는 선수들의 수비능력을 넘어설 수 없는 조건에서도 비롯된다.

하이테크의 시대를 연 핵심적인 인물로 나는 마재윤을 뽑는다.

마재윤이 활약하던 시기 대저그전 테란의 운영은 sk테란이 핵심이다.
뮤탈 짤짤이가 나오면서 베슬의 이레디에이터가 주목되고 병력이 적어도 베슬의 양으로 저그의 비싼 유닛들을
처리하면서 주도권을 가져오는 sk테란이 유행하면서 저그들은 그야말로 압살당한다.
(실제 이시기 마재윤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저그도 살아남지 못한다. 양박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마재윤은 sk테란에 대한 해법으로 3해처리-뮤탈에 이은 다수멀티와 이를 지키는 '디파일러의 적극적 활용'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몇가지 의미가 있는데 다수 저글링을 기반으로 한 수적으로 압도해야만 이길 수 있다라는
기존의 '저그적 마인드'를 소수의 저글링 럴커와 이를 지켜줄 '디파일러'로 테란을 제압하는 사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런 마재윤의 기풍은 수비형의 김준영과 공격형의 이제동으로 계승되어 저그의 전성시대를 가져온다.
특히 최근에도 주목받는 김정우나 김명운 선수의 경우도 하이브 운영에서의 장점을 보이는 것은 모두 이 기풍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해낼 수 있는가에서 성공적으로 실천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제동 선수가 보였던 퀸과 디파일러의 동시사용은 아직까지도 입스타의 실현이라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분명한 구분점을 보이는 계기가 되었고,
하이테크 유닛의 승부가 시대의 대세가 되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경기가 되었다.



5. 위대한 개인의 시대

2010년 현재까지의 스타판은 '이영호와 이제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두 사람은 테란과 저그로 설명될 수 없다.

그냥 이영호고, 이제동이다.

최근 이제동의 대 웅진전은 현재의 흐름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빌드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저저전에서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이긴 1세트와
1세트를 완전히 거꾸로 하여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완전히 진 5세트에서도 승리한 이 경기는
더이상 빌드도, 물량도, 컨트롤도, 무의미함을 보여주었다.

더욱 쉽게 설명하면 최근 두 선수는 동족전이 많다.
이는 타종족으로 두선수를 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빌드 가위바위보에 의해 승부가 많이 좌우되는
동족전으로 양 선수를 스나이핑하겠다는 타 게임단의 의도가 다분하다.
(실제로 이제동선수의 전상욱선수 3:0스윕이나 이영호 선수의 박세정, 윤용태선수 스윕은 타게임단의 판단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이제동 선수의 승리는 동족전에서의 가위바위보 싸움마저도 무의미함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이영호는 이제동만이, 이제동은 이영호만이 적임을 스스로 말한 것이다.

특히 스타2의 성공여부에 따라서
더이상 스타는 발전하지 않고 여기에서 끝맺음을 할 수도 있다.
대중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누가 위대한 개인인지 알고 싶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은 mbc스타리그 결승전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아직 이제동선수의 4강전이 남아있긴 하지만 양선수의 결승전이 실현된다면
이것은 스타의 역사상 가장 주목받는, 그리고 마지막 화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팬들은 더욱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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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형폭풍저
10/05/14 14:40
수정 아이콘
과연 홍진호선수가 임요환선수를 돋보이게 하기위해 "선택되어"진 것일까요..
제기억으로 홍진호선수는 임요환선수에 비해 늦게 데뷔를 했습니다. 이미 장진남선수에게 임요환선수가 결승전 셧아웃으로 우승을 하고난 뒤에 맞이하였던 코크배에서 홍진호선수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었지만 인터뷰를 통해 저그선수들이 왜 임요환선수를 못이기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임선수를 만난다면 이길 수 있다고 장담을 하였습니다. 그때만해도 코웃음 쳤는데, 결국 그 두명이 만난 결승전에서 대박 중의 대박 경기가 나오고 임요환선수의 압제를 막을 선수로 홍진호 선수가 꼽힌 것이라고 기억합니다.
홍진호선수를 제외하고 임요환선수를 막을 저그선수들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으로 말이에요.

김동수선수가 임요환선수의 라이벌이 되지 못했던 것은, 상대전적이 많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자주 만나야 라이벌이니 천적이니 형성이 되는 것일 테니까요.
만만해서 2인자의 모습때문에 라이벌이 되었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만 해도, 양대리그 체제가 확립도 안되어 있었고, 홍진호선수도 수많은 우승의 경험을 할 때였습니다.
역대 저그중 대테란전 승률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고 말입니다. 당대엔 물론 최강이었고요.
운치있는풍경
10/05/14 15:07
수정 아이콘
황제시대 이전의 저그시대는 그렇다면 선사시대로 구분되어 지는건가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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