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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5/13 22:07:17 |
Name |
Hypocrite.12414. |
Subject |
오늘 경기를 본 한 웅진팬의 단상. |
이길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웅진주제에 개인리그 4강에 간것만도 감사했습니다. 얼마전 끝난 위너스리그에서 웅진주제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것만도 감사했습니다. 더 바라지 않았습니다. 한빛시절 김준영이 울산에서 드라마를 썼을때, 함께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더 바라지 않았습니다. 팀이 해체될지도 몰랐던 상황에서, 메인 스폰서보다 옵션으로 붙은 케이스위스가 더 빛나던 안타까운 현실에서, 다른 팀은 억대 연봉을 주면서 영입을 논할때, 내가 응원했던 한빛이라는 팀은 그런 팀들에게 선수를 공급해주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는걸 알기에 너무 안타까웠고, 큰 욕심은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런 순간 순간 큰 힘을 해줬던게 윤용태 였습니다. 마치 한국 프로야구에서 롯데자이언츠가 힘이 없어 무너지고 패배에 익숙해질때 마운드에서 혼자 제 역할을 했던 고독한 에이스 손민한처럼, 윤용태는 프로리그에서 제 힘을 다 해줬었습니다. 한빛 주제에.. 거기에서 힘을 받고 개인리그에 진출해서 16강 8강을 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우승을 해달라. 우승하지 않으면 미워할거다 라고 농담은 했을지언정, 설령 그런 글이 부담이 될까봐 게시판에 글 조차 쓰지 못했습니다. 웅진팬 주제에 개인리그 우승을 논하기엔 너무나도 현실은 높았으니까요.
그랬던 제가 오늘 경기를 보고 글을 씁니다.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웅진팬으로서 너무 실망이었습니다. 이영호를 상대로 이겨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높아보였기에, 설령 이겨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 근성을 바랐습니다. 말도 안되는 승률로 무적행진을 이어가던 마재윤을 상대로 신 백두대간에서 펼쳤던 한빛스타즈 대장의 모습을 기억하십니까? 전 그때의 패배가 승리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말하던 한빛의 혼. 그것이 눈에 보였거든요.
제가 오늘 실망한건 단순히 경기력 떨어져서 그런것도 아닙니다. 웅진 포스트시즌 못간지 몇년째인데 그런거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경기 몇번 지면 어떻습니까. 내년이 있습니다. 여태까지 몇년동안 못올라갔는데, 그렇게 애타면서 속상해하면서 시간 보내왔는데, 앞으로 몇시즌 더 못간다고 어떻게 되겠습니까. 선수 영입 안해도 좋습니다. 지금 있는 선수로 충분히 해낼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근성이 없는 웅진스타즈를 보기는 싫습니다. 프로스포츠에선 멘탈이 무너지는 순간 모든게 무너지는 겁니다. 경기장 들어서자말자 겁먹고 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이왕 올라간 4강, 화끈하게 불살라 버리기엔 이영호라는 벽이 너무 높았나요? 제가 너무 큰걸 바라고 있었던걸까요?
그리고 윤용태 선수 왠지 오늘 이후로 슬럼프 겪었던 폭풍저그 같은 모습이 될까 걱정됩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EVER 2004 4강전, 저그유저는 어쩔 수 없는 앞마당 해처리 선택을 하고, 상대였던 테란유저는 너무나도 놀랍지만 당연한듯이 3연속 벙커링을 하고 맙니다. 무기력하게 저그유저는 GG를 쳤고, 셧아웃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테란유저는 말을 했죠. 이거 막혀도 다른 수가 있었다고.. 오늘 이영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획기적인 운영이 준비되어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걱정됐습니다. 경기 도중 무기력한 표정으로 멍하니 모니터를 보고 있던 윤용태를 봤기 때문이죠. 그리고 GG를 치고 어깨가 축 쳐진채 '못이겨 못이겨' 되뇌이는 그를 역시 봤습니다. 스스로 패배의식에 갇힐 것 같은 걱정이 듭니다.
끝없는 슬럼프가 올 것 같기도 하지만, 한번쯤 겪을 시련입니다. 좋게 생각한다면 이런 고통 겪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당신은 윤용태라서 진게 아닙니다. 상대방이 이영호라서 진겁니다. 단지, 제가 아쉬운건 그 이영호를 상대하는 모습이었지, 졌다는 결과때문이 아닙니다. 다음 대회, 혹은 프로리그등 다른 경기에선 이와 같은 모습을 안봤으면 좋겠습니다. 질땐 지더라도 화끈하게, 근성있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경기만 해주신다면, 꼴찌를 하더라도, 개인리그 예선에 탈락하더라도 전 끝까지 웅진 경기를 보겠습니다. 끝까지 당신들을 응원하겠습니다. 멀리서나마 저같이 소리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니, 부디 힘내서 원하시는바 이루시길 바랍니다. 그게 우승이 되었건 한경기의 승리가 되었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근성만 보여주십시오. 그리고 그런 근성으로 승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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