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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10 02:47:45
Name LucidDream
Subject 김윤환과 김구현, 리쌍을 겨누고 있는 인간의 칼날
글쓴이가 군대에 있던 시절에 치고 나왔던 김구현 선수의 플레이를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육룡이 거의 해체될 시기에 재대를 하였으니
그의 활약상을 제 시대에 접하지 못했던 나로선 그의 발자취 정도나 쫓아가는 것이 그에 대한 탐구의 전부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선대 프로토스 유저들이 겪어야만 했던 부담. 모든 프로토스 게이머들의 희망과 기대를 짊어져야만 하는, 그리고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에 쏟아질 부당한 비난의 화살 앞에 노출되는 위치에 오를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즉 그가 '최고'가 된다는 것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김윤환 선수의 저그전은 과거 조용호vs마재윤 선수의 다전제 승부 이후 오랜만에 느껴보는 저그전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 터라,
그 실력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그가 이제동 선수2) 와 더불어 저그를 이끌어갈 한 축이 되리란 것도 이미 예측했던 바였다. 한 번의
광탈이 있을 것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광탈을 그렇게 짧은 시간내에 극복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기량이 이렇게 늘어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었다.


과거 Judas Pain 님의 글 가운데 '진영수, 이종족에게 겨누어진 인간의 칼날'이라는 글이 있었다. (덧 붙여 이 글의 제목도 그 글에서
도용한 것이다. 사전 동의를 구하지 못했던 점은 사과 드린다.) 양산형이면서도 주어지고 정해진 양산형의 길을 걷지 않고
그만의 길을 개척해가는 당시 테란 진영의 수장, 진영수의 노력을 평가한 명문이었다. 그러나 글쓴이는 슬프게도 그 글의 이면에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느꼈다. (개인적인 감상이다.)


재능이 있으나 노력하지 않는 자, 노력하는 평범한 자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재능이 있는 자가 노력까지 한다면, 노력하는 평범한 자는 이 앞에서 지리멸렬하게 무너져 내릴 뿐이다.


갖가지 법칙과 징크스들이 이어져내려오고 생겨나고 파괴되었던 스타크래프트 10년 이지만, 이 공식 아닌 공식, 법칙 아닌 법칙만큼은
무너진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부상이나 군 문제 등의 피치 못할 사정등을 제외하고,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16강 8강 4강 결승을 가는
멤버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긴 했으나 그 견고성 만큼은 훼손되지 않았다. 이른바 강라인이라 부르는 농거리가 등장한 것도
사실이나 과거에도 32강 16강에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내고 사라졌던 선수들은 무수히 많았다. 그런 그룹이 아닌, 정말 개인리그의
상위권에 얼굴을 내미는 선수들은 그 주인이 바뀌었을지언정, 뜬금없는 얼굴들이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한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게이머는 물론 강하다. 2군 연습생은 일반 아마추어 고수보다 강할 것이며, 1군은 2군보다 강하고 에이스는 1군보다 강하다.
반드시 들어맞지는 않으나 부정하기도 힘든 명제이다. 그것은 기본적인 실력의 차이가 아닌, 재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들 모두가 강하다. 그러나 그들이 상대보다 강하다냐고 묻는다면 글쓴이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아니오'라고.

노력으로는 메울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 그것은 잔혹한 축제였다. 넘을 수 없는 벽은 너무도 많았다. 수많은 게이머들이 그 벽에 부딪혀
명멸해갔다. 간신히 뛰어넘을만 하면 어느새 새로운 신인이 성장해 벽이 아닌 성을 쌓아버렸다. 날이 갈수록 목책은 돌담이 되고
돌담은 성벽이 되고 성벽은 요새가 되었다. 신입자들은 계속해서 들어오긴 했지만 그것은 자리바꿈에 지나지 않았다. 밑바닥에서부터
성장한 프로게이머의 이야기는 '없었다' 1) 그 영역을 가진 자들, 경험한 자들, 도달한 자들은 10년 역사에서도 소수였다.
많은 게이머들이 그들처럼 되고자 노력했으나 될 수 없었다.

그것이 인간과 천재, 혹은 이종족으로 표현된 게이머들 간의 차이였다.


선택받은 재능을 가진 자 앞에서는 맵도 상성도 전략도 다 소용이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재능을 갖춘 게이머들은 죽은듯이 보였다가도
보란듯이 살아돌아왔다. 방송국 보다, 협회보다, 맵퍼보다 더 좌절했을 사람들은 동료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같은' 프로게이머가
아니었을까.

재능은, 인간의 노력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모짜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르는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의 자화상이나 다름 없었다.



진영수 김윤환 그리고 김구현

노점단속형 테란으로 마재윤 선수와 일진일퇴의 진흙탕 승부를 벌이던 날카로운 예도, 진영수 선수가 서서히 몰락하면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만 같았던 '노력형 강자'의 명맥은, STX에서 이어지게 되었다. 두 선수 모두 다 각 진영에서 이단아라면 이단아라고
볼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특이했다.


김윤환 선수는 굳이 분류를 하자면 박태민 과에 속하는 저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유닛의 체력이 약한
저그의 특성을 '긍정'한 저그이다. 이 마인드 자체는 박태민 선수나 조용호 선수와 아주 흡사하다고 볼 수 있겠다.
김윤환 선수는 덩어리 크기와 컨트롤 여하에 따라 한 부대 남짓한 바이오닉 부대가 가져오는 참사의 나비효과를 계산하기 보다
그 끔찍함을 인정할테니, 나는 너와 싸우는 대신 그 병력을 인구수나 차지하는 물건으로 만들겠다의 마인드를 가지고
게임에 임하는 저그다. 김윤환 선수는 자신이 정말 불리할 때나,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지 않으면 덤벼들지 않는 저그이다.
이기기 위해서 싸움을 거는 것과, 이길 수 있으니까 싸움을 거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전자가 이제동 선수라면 후자가 김윤환 선수다)
그러한 상황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고수급의 대결에서는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어려운 것인데, 김윤환 선수는 역대 어느저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판단력으로 그것을 조율해왔다.


김구현 선수는 개인적인 견해로, 현재까지 등장했던 그 어떤 카테고리 안에도 속하지 않는 선수라고 생각이 드는 프로토스다.
그는 물론 견제의 달인이나 김성제 선수 또는 김택용 선수의 그림자는 느껴지지 않는다. 견제를 하기 위한 김성제 선수의 플레이와
견제를 위한 견제, 혹은 교전을 위한 견제를 하기 위한 김택용 선수의 플레이와 김구현 선수의 플레이는 목적 자체가 미묘하게
다르다. 안정적인 병력 비율과 조합에서 전태규 선수의 고집스러움이 묻어나지도 않는다. 판단력과 전투력에 윤용태와 닮은 것
같지도 않으며, 허영무 선수처럼 만능이라는 이미지도 강하지 않다. 그는 그 자신으로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강한
아이덴티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존재감이 강하지 않은 것은 한동안 부진했었던 것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김구현 선수처럼 플레이 하는 선수는 현재 없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두 선수를 눈여겨 보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그들에게 재능이 느껴지지 않아서이다. 여기서 말하는 재능은, Judas Pain님의
글에 나왔던 것 같은 재능. 노력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재능. 하루에 5,60 게임씩 연습한다고 해서 얻을 수 없는 재능. 과거의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 강민, 최연성, 박성준, 오영종, 마재윤, 김택용, 이제동 등으로 이어지는 '설명할 수 없는, 혹은 힘든 힘'을 말한다.

그들은 분명 강하지만, 가끔은 상대를 압도하기도 하지만, 이영호 선수나 이제동 선수와 같이 '사기'스러운 느낌은 주지 않는다.
그들은 '강해서'이긴다라기 보다는 '잘해서' 이기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리쌍의 경기를 보면 상대가 허약해 보이는 느낌마저 든다.
설령 그 경기에서 상대가 이긴다 할지라도. 그들이 '강하게'보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개인리그에서 각각 리쌍을 만날 수도 있는 (김윤환 선수의 경우에는 둘 모두를)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혹자는 이것을 불운이라고 한다. 이 두 선수의 전성기라 볼 수 있는 시점에, 하필이면 상대가 리쌍이라니 운도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그 격에 어울리는 실력을 갖추었다는 말이 아닌가.

김구현 선수는 이영호 선수에게 비록 연전연패 하고 있으나 그 어느 프로토스보다도 (적어도 현 시점에서 송병구 선수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며, 그의 저그전 또한 명불허전이다.
김윤환 선수는 이미 이제동 선수와의 다전제에서 그를 무릎 꿇린 경험이 있는데다가, 테란을 상대로한 벼랑 끝 길 걷기 운영은
천하 일품에 가깝다.


그들의 강력함이 그래서 더 반갑다. 이들은 탄탄한 기본기와 실력으로 무장했지만 프로리그에서 날아다니고 개인리그에서 불운한
선수들과 궤를 같이 하지 않는, 드문 케이스의 선수들이라 더욱 반갑다. 진영수 선수 이후 사라질 줄만 알았던 인간의 희망,
인간의 노력이,

비록 보잘것 없어보이지만, 현 시대를 호령하는 리쌍의 독재에 반기를 치켜든 유일한 칼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 칼날은 신의 분노에 찬 벼락 한방에 파괴될 수도 있고, 폭군의 휘둘러대는 피투성이 곤봉에 뭉개질 수도 있다. 허나 그럼에도
두 선수는 노력과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팀플에서 개인전으로 전향해 성공하기까지 겪었을 시행착오, 그간의 노력은
다른 게이머들의 노력 그 배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런 것을 견뎌내고 여기까지 도달한 그들이 쉽게 그 도전과 노력을 포기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테란의 벙커링이 무서워 도망가지 않고, 저그의 네오 사우론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구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다가 아니라 지각 밑의 뜨거운 맨틀이다. 어쩌면 두 선수 모두 지각과 같은 얇은 껍질
밑에 넘치는 재능을 가진 또 다른 이종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쓴이는 그들이 인간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그들이 '범재'의 노력으로서
리쌍과 멋진 승부를 펼쳐주길 바란다. (이겨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글쓴이는 특별히 누군가를 편애하지는 않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좋겠다. 어서 빨리 경기 좀...현기증 난다.




1) - 본래 정말 저조한 실력의 게이머가 실력이 늘고 늘어 마침내 잘 먹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식의 해피엔딩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강자들 모두 데뷔 전부터 이미 '잘한다'소리는 기본적으로 들으니까요.

2) - 분명히 데뷔 때의 이제동 선수는 프로리그 저저전 기계 정도에 지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노력을 멈추지
안하서 마침내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가 제 생각입니다. 물론 김택용 선수의 인터뷰, 그리고 이제동 선수의
인터뷰와 평소 태도 등을 종합해 볼 때, 이영호 선수와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것은 그의 노력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많은
게이머들도 다 같이 노력을 합니다. 이제동 선수와 그들의 커리어, 승률, 게임 내용 차이를 단지 '이제동 선수가 더 많이 노력해서'
로 결론내리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보다는 '이제동 선수는 본래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나오지 않다가 어떤
사건, 혹은 상황, 혹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성, 또는 깨달았다'라고 보는 편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 것입니다.

과거 오영종 선수가 김택용 선수의 비수류를 받아들이다 버리고 자기식으로 매커니즘을 변용해 저그 킬러로 변신했었던 것과 어찌보면
유사한 맥락이라고 할까요. 거듭 말하지만 이제동 선수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 만으로는 리쌍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고
그 차이는 바로 재능'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이제동 선수의 가장 큰 힘은 '재능'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을
다잡는 강력한 멘탈, 동기부여를 멈추지 않는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이것도 재능이 될 수 있겠네요.)

PS - 윤용태 선수에 관한 글은 따로 올리려고 합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요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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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10 03:38
수정 아이콘
요.. 용태도 껴주세요..
냉철한블루
10/05/10 03:59
수정 아이콘
음 김구현 김윤환 둘다 김씨군요. 이씨들이 득세하는 이 판에 왠지 반가운 후후, 근데 그 둘이 가진 타고난 재능의 양이 리쌍보다 딸린데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하는 느낌이라던지 그런건진 잘 모르겠네요. 두 선수 다 앞으로가 더 유망해보이는데, 게임에서 머리 쓰는 거 보면 정말 장난이 아니라서 .. 스타 1이 곧 끝날지 모르는 요즘 이라서 좀 아까운 선수들이라고 생각됩니다. 두 선수 다 당하면 당할수록 그 다음에는 왠지 버전업을 해서 나타나는 듯 하고 기본적으로 지능형 선수들인 것부터, 그냥 단순한 보통의 양산형 선수들하곤 다른듯 합니다. 흠 적절한 예가 될진 모르겠는데, 나루토라는 만화를 보면 시카마루라는 그림자를 통해 상대를 묶는 지능형 닌자가 나오는데 가진 무술적 재능이 타 닌자들보다 특별히 뛰어나거나 하지 않아도 오직 두뇌 플레이 하나로 장래엔 호카게(최고닌자)도 될수 있는 그릇이란 평을 받죠.(만화덕후 같은;; 나루토 아는 분들이 계심 좋겠는데) 피지컬이 상대를 압도하거나 괴수적이지 않아도 지능 플레이로 상대를 갖고 놀수 있다는 것도 재능이라고 보고싶네요. 좀 다른 부류의 천재일진 모르지만
SigurRos
10/05/10 05:49
수정 아이콘
요..용태도 껴주세요..(2)

개인적으로 김구현은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프로토스는 재능을 타고나지 않는 이상 빛나는 활약을 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택용은 의심할 수 없는 빛나는 재능이었고 송병구 또한 우승만 하지 못했을뿐 자신의 재능으로 한 시대를 점거하였던 프로토스였죠.

택뱅 이후에 세상을 뒤집을만한 재능을 소유한 프로토스는 허영무라고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아닌것 같습니다.
김구현의 시대이고 김구현이 우승을 꼭 이루어야만 합니다.
BoSs_YiRuMa
10/05/10 08:48
수정 아이콘
재능이라..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제동도 천재형 게이머소리는 못들은걸로 압니다. 김택용이 천재형게이머라는 소리를 들었었죠.
커리지매치도 여러번 떨어지고, 프로팀에서도 지명도도 낮았었던..
엄청난 후천적 노력으로 저그로서는 달성하기 힘든 랭킹1위를 100주가 넘게 달성했다고 알고있습니다.
처음부터 빛을 발하지는 못했습니다. 단 한가지, 뮤탈로는 주목을 받았었지 지금처럼 판짜기나 난전형 게이머로 인정을 받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엄청큰그릇
10/05/10 08:57
수정 아이콘
김구현같은 경우에는 엄청난 난전으로 승부하는 피지컬형 프로게이머라고 생각해서...피지컬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재능'이 필요한 일이라 그런지 김구현은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그래도 확실히 팀플 주력 선수에서 벗어나 활약을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선수임에 분명합니다.
10/05/10 12:42
수정 아이콘
여담입니다만.. 이제동 선수는 정말 응원하는 맛이 나는 선수입니다. BoSs_YiRuMa님 말씀대로 이제동 선수는 초반에 그다지 좋은 평가는 못 받았었죠. 프로리그용, 저저전 기계, 온실저그 (프로리그에서만 성장했다는) 등등 안 좋은 말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 당시까지만 해도 거대했던, 저그의 모든 것이었던 마재윤 선수의 팬덤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지만 본인 스스로가 그다지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지는 못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근데 이 선수는 성장하는 게 마치 계단형처럼 성장하는 거 같습니다. 순간순간 각성을 하면서 레벨 업을 한달까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보여줄 것이 더 남지 않았을까 기대를 하게 만드는 선수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것 자체도 능력이라고 봅니다. 그게 타고난 천재성이든, 피나는 노력이든간에요.

김구현 선수와 김윤환 선수는 사실 저도 '리쌍에 비해서는' 번득이는 기지랄까 센스가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김윤환 선수의 경우는 정말 지략가로 알려져 있긴 한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순간순간 빛나는 무언가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갈고 닦은 느낌이 더 강합니다. 뭐가 더 우세하냐라는 점은 논외로 하고, 저런 묘한 느낌 때문에 글쓴 분과 같은 시각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리쌍을 대적할 만한 선수라고 하면 가장 첫손에 꼽히는 선수가 아닐까 싶어요. 김구현 선수는 능력 면에서야 두말할 나위 없긴 한데... 왜 그런 건지 리쌍에게 상대전적이 너무 딸려서.. 다시 붙는다고 해도 솔직히 리쌍을 넘어서는 게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민첩이
10/05/10 12:53
수정 아이콘
김구현선수는

당대최강자의 희생양의 느낌이...
저번엔 이제동선수에게
이번엔 이영호선수에게..
정태영
10/05/10 14:06
수정 아이콘
진영수 선수 이후 사라질 줄만 알았던 인간의 희망, 인간의 노력이 라는 구절이 와닿네요.

그래서 진영수 선수의 마지막 우승을 바랬었는데 현실적으로 힘들어진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wkdsog_kr
10/05/11 02:30
수정 아이콘
예술의 한 분야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일하는 분야에선, 노력은 결코 재능을 이길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노력이라는 가치를 허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력은 노력밖에 할 게 없는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쓰면서 마음이 다 아프네요.

개인적으로 이제동 선수는 딱히 그러한 재능이 보이지 않는 노력파라고 생각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전 오히려 이제동 선수에게 그런 면에서 마음이 가요.
그렇게 눈물겹게 열심히 하고 또 그렇게 잘 하는데
그래도 최고라고 인정받지 못하고 본좌론이니 뭐니 까이기나 하고
그렇게 열심히 해온 이 스타1판은 이제 끝나가려는것만 같고

임이최마로 대표되는 천재들이 해볼 거 다 해보고 게임이 '지겨워져서' 떠남으로
드디어 피나는 노력으로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임이최마의 재능이 빛났던 시기를 그리워할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것은 천재들의 빛나는 센스지 보이지 않는 피나는 노력이 아니랄까요.
소위 말하는 '올드' 게이머들에 대한 어찌 보면 광신적일 정도의 집착...


뭐, 저는 그렇게 봅니다.
이영호는 전형적인 천재형 게이머로 봅니다.
오토모빌굿
10/05/11 03:38
수정 아이콘
이영호는 노력을 떠나서 재능이 월등하죠.

스타 잡은지 몇개월 만에 프로레벨로 올라간것 하며 그 후로 정상레벨에서 머물다가 이제는 타 프로게이머들의 수준까지도 넘었으니 말이죠.

프로게이머라면 어느정도수준의 노력은 다 비슷하게 할것이고 이렇게 성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건 재능으로 밖에는 설명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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