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싱이 아입니다.. ㅡ_-)
안녕하세요 박루미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에 인사드리는 언데드 일족의 구울 1번타자 입지요
오늘 할 이야기는 팬심입니다.
-->>>
여러분들은 각각 누구의 팬인가요? 제 경우는 강민입니다만
게임 내용 자체를 즐기는 편이라 구애하지는 않는 편이지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성향이라는게 있습니다.
특히 제 경우는 '잘 나가는' 선수들의 현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뭐랄까? 그 선수들의 날개가 조금씩 찢어져 나갈 때 부터 좋아하기 시작한다고 해야 하나요?
조금씩 쓰러져 가는 선수를 부채질 해주면서 나름 만족감을 느끼는 모습이 있더군요
어차피 제가 스타를 보게 된 시기가 마재윤이 잘 나가셨던 때 부터인지라
마에스트로를 제 팬심이 잘 표출된 대표적인 케이스라 들 수 있겠네요
그 때는 화가났었습니다. 누구에게요? 마재윤에게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선수들 말이지요
프링글스 때 강민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1호 선수인지라 신백두대간의 성전이
무색하게 2,3,4 세트를 밟아버리는 마에스트로의 모습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도도하면서도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경기 내내 모니터를 쏘아보는 눈빛 자체가 말이지요
그래서 유독히 그 때에는 마재윤의 패배만을 염원하고 고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잘 나가는 선수다 보니깐 영.. 안쓰러지더군요
아무튼 누가 저 게이머의 목에 방울을 안달아주냐? 라고 생각하다가
이후 곰TV를 통해 진영수라는 게이머를 만나게 되더군요
이전에 조용호가 마재윤을 결승에서 잡은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마재윤은 마재윤이었습니다.
타 종족으로 혈전을 벌이면서까지 마에스트로의 제국에 대항하려 했던 붉은 기사 '진영수' 는
안경까지 벗고 얼굴이 상기된 표정으로 마재윤을 쓰러뜨리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키보드 위에 내려놓고 쏟아냈습니다
이것은 모종의 결의였습니다. 그렇게나 진영수가 멋져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이기기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하는 그 순간의 모습이 모니터를 보는
저에게까지 간절하게 전달되었지요
그러나 결과는...
진영수는 이 날 클로징 멘트를 할 때까지도 일어나지 못했었습니다.
이후 3/3 혁명도 있었지만. 그 마재윤은 한 번 당했다는 표정 외에 특유의 거만한 표정은 수그러들지 않더군요
마치 '내가 이번엔 운이 없었다. 다만 다음에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 라는 독기까지 품고 있었지요
그러나 마재윤이 쓰러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제가 생각하기엔 바로 이 장면입니다.
이 때까지 5전제에서 테란에게 한 번도 져 본적이 없는 마재윤이 쓰러진 것입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마재윤의 전문가들, 팬들, 기자들에 의한 결승 진출 확률은 그 누구보다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 부터 몇 번이나 김택용, 이성은과의 리벤지 매치업이 성사되었지만
거의 이기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지요, 그리고 그에게 닥쳐온 시련과 부진
게다가 스스로에게 화를 참지 못한 나머지 패배 후 온 얼굴을 붉게 물들일 정도로 인상을 찡그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마재윤은 이 날 MSL S4 32강 C조에서 민찬기-김구현에게 연속으로 패배!
헤드셋을 거칠게 벗어서 팽개치는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맙니다.
하지만 참 안타깝습니다. 많은 것을 시사하는 마재윤의 표정이기도 하지요
아니 이 선수가 진정 이전 본좌들을 슈퍼파이트, 신한은행 스타리그, MSL 등지에서 닥치는대로 쓰러뜨리고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은 포스를 내 뿜던 선수가 맞아? 라며
그 때부터 저는 마재윤을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한 물 간 선수라는 비아냥에 그에 대한 온갖 안좋은
별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지요, 그럼에도 그의 부활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스타를 접한 시점에서 처음 접한 본좌의 당대 포스이자
저에게 만큼은 쓰러져서는 안되는 최종보스를 의미했기 때문이지요
"너를 싫어하지만, 너는 쓰러져서는 안된다" 라는 이상한 논지로 무장한 채 말입니다.
마재윤의 그 많고 많은 이미지 중에서
가장 좋아하게 된 위의 저 이미지다운 본좌의 모습을 다시 보여달라고
마음 속으로 외쳐보지만 이미 늦은걸까요?
-->>>>
김택용
정말로 강한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요새 겉멋이 많이 끼어든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3/3 때도 잘 몰랐습니다. 사실 그의 MSL 정복 계획만큼이나 오만해 보이는 플랜은 없었지요
조지명식에서 우승자들을 전부 A조로 불러 모으는 어린 선수의 포스부터!
저그를 제물로 MSL을 우승했고, 프로토스를 제물로 MSL을 우승했으니 이번엔 테란이다!
라며 차곡차곡 그의 계획을 철저하리만큼 완벽한 피지컬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참으로 무서운 선수였습니다. 저것이 과연 열 일곱의 머리에서 나오는 포스라니요
혁명가
진짜로 그는 혁명가 다웠습니다.
본좌의 시대를 종식시켜버린 뒤 군웅할거의 시대로 스타판을 이끌어 버린 진정한 혁명가였지요
그러나 그의 MSL 정복계획은 당시 노스캔 플레이로 유명했던 그보다 더 어린 박성균이라는
사막의 롬멜 앞에 결국 멈춰지게 됩니다. 사막의 여우는 결국 테란을 잡고 우승하겠다는
김택용의 최후 야심을 담은 캐리어부대를 사막 한 가운데서 끝까지 쫓고 또 추격하며 결국
김택용의 캐리어를 모조리 격추시켜 버립니다.
아무튼 김택용의 정복욕은
전 대회 우승자에서 마재윤 처럼 32강 B조를 넘지 못하는 신세로 바뀌게 되버리지요
이 때 그를 패자조로 내려보낸 이제동이 본격적으로 물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몰랐습니다. 이제동보단 같은 조의 박성준의 비상에 더 관심이 있었으니까요)
아무튼 참 싫었던 그 선수가 어느 날 포모스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를 버린 모습을 공개하자
그 모습에 반해버린 것일까요?
그 날의 인터뷰가 잘 생각이 안나지만 상당히 내용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를 버리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졌던 모든 오만과 자만을 버리겠다. 다음 시즌에는
거창한 우승 타이틀 보다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
그리고 저는 김택용을 그 때부터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완벽한 피지컬로 무장한 채
그 어떤 상대와 그 어떤 조합을 만나더라도 굴하지 않던 택신모드를 말이지요!
그리고 김택용은 클럽데이에서 끝끝내..
당시 기세가 너무 좋던 블록버스터 이성은을 8강에서 3:0으로 셧아웃
결승에서 허느님 모드를 발동시켰던 허영무 마저 3:1로 셧아웃 시키며
MSL 에서 프로토스 최초 3회 우승과 4년만에 SKT-1의 개인리그 우승자가 되는 위업을 달성합니다.
3/3혁명, MSL의 정복욕, 그러나 2억의 먹튀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던 그의 모습
하지만 40승 이상을 거둔 프로리그의 싸나이로 거듭났고, 개인리그에서도 결국 세 번째 우승
그런 그에게 최근 심각할 정도의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평범한 프로토스화.. 평범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무난한 플레이를 하기 시작한 것이 꽤 오래되었다는 것이 박용욱 위원의 견해인 것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박위원이 코치 시절 부터 김택용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나 봅니다.
아무튼 김택용의 부진은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마치 마재윤의 다운페이스 추세를 밟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하락 이후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도 있습니다만, 그 기세 풀이가 길지 않겠다 라고 미리 생각하게 되는
제 머리가 참으로 미련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아무튼 팬심이라는 것 참 힘드네요
삐딱한 팬심 때문에 여전히 둘의 부활을 기다리는 제 입장이란게 말입니다.
언제쯤 황신께서는 강민을 결승에서 꺾고 우승하실까요?
* 추가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서 알림말을 하나 올립니다만
곰TV의 프로리그 2007(전/후/그랜드파이널) 와 곰TV S1~4, 아레나 MSL , 클럽데이 MSL의
컨텐츠 계약기간이 지난 3월 29일에 만료되어 더 이상 곰TV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는 얘기~ 되겠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진영수-마재윤의 블리츠 전을 찾다가 찾다가 먼가 이상해서
공지(일부러 찾아가서 보기도 힘든 곰TV의 공지) 목록을 보니 저 말이 있더군요 참고하세요
** 요새 마이~~바빠서 영 최근 경기들을 챙겨보기가 힘드네요 ㅡ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