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이 다른 이제동.
이제동은 다른 저그들과는 드라마의 시작이 달랐습니다.
저저전을 승률을 보장하는 슈퍼신인, 테란을 압살하는 저그의 교과서.
이제동이 로열로더에 자리에 오르기까지 당시 잘나간다는 테란은 모조리 때려 잡았습니다.
테란전 무적의 포스였죠.
기존의 홍진호, 박성준, 조용호, 박태민이 보여준 줄타기가 존재하던 가난한 혹은, 수비적인 운영과는 모습이 달랐습니다.
결승에 왜 테란이 없어? 라는 질문에 테란이라는 테란은 결승에 오른 이제동, 송병구가 다 때려 잡았다고...
그런데 이제동에게 딴지를 걸었던건 토스전이었습니다.
안기효와의 다전제 패배 라던가, 검증되 않은 토스전 이라던가...
기존의 저그 강자들이 보여준 모습과는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동은 시작을 다른 저그는 보여주지 못한, 로열로더라는 이름을 걸고 드라마의 첫 장을 엽니다.
2. 마재윤과 이제동의 차이
이제동은 그 드라마가 시작부터 다른 저그들과는 너무나 틀렸습니다.
그리고 그 스타리그의 로열로더라는 타이틀이 갖는 무게감은 MSL의 로열로더와 갖는 무게감이 다릅니다.
스타리그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등장한 이 저그 신인 때문에 로열로더를 강조했지만,
마재윤이 다져놓은 틀을 다듬은 정도로 큰 고생없이, 좌절없이 등장한 선수같은 이미지가 커져버린 것이지요.
이 것이 로열로더로 끝을 마무리한 마재윤과, 로열로더로 시작한 이제동의 차이 이자,
마재윤의 팬들이, 또한 저그는 고생하는 종족이라는 생각을 가진 저그팬들이,
이제동에게 열광하지 못한 큰 이유라고 봅니다.
마재윤이 3 해처리 운영으로 재미를 보고, 다른 저그들이 운영을 장착하면서,
테란 역시 3 해처리에 적응을 합니다.
그러면서 마재윤식 운영도 예전은 물흐르는 듯한 모습은 어려워졌고, 줄타기라는 저그 특유의 모습이 비춰지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동은?
결정적으로 둘은 피지컬이 달랐습니다.
마재윤이 뮤탈을, 그리고 병력들을 돌리며 시간을 끄는데 중점적으로 사용했다면,
이제동은 그 병력을 시간을 끄는 용도가 아닌 상대를 무너트리는 사용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디파일러까지 물흐르는 듯한 운영을 가지고 있었죠.
마재윤과 달리 시종일관 저그가 유리한 상황이 전개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폭풍과 3 해처리가 적당히 어우러진 모습.
완벽한 경기력, 동시 다발적인 컨트롤. 그 당시에는 완벽한 초인의 모습이었죠.
사람은 완벽주의자가 존재하고, 또 완벽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는 가끔 실수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런 상대에게 호감을 더 갖게 되지요.
3. 너무 많은 일정, 너무 많은 부담, 그리고 저묵묵
이제동이 수많은 일정을 치러내고, 팀의 에이스로 엄청난 경기를 치렀다는건 누구나 압니다.
양대 4강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프로리그 결승까지...
저그는 테란의 수많은 전략을 대비 해야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제동 선수는 몇몇 테란전에 의해 발목을 잡혔습니다.
중요한 고비에서 발목을 잡힌다. 이 것은 드라마를 쓰는데 화룡점정을 찍는데 어렵게 만드는 요소. 그 것도 여러번...
화승이 인기 팀도 아닌데다, 또한 선수층이 두텁지도 못합니다.
그런 팀의 에이스가 갖는 부담은 뒤를 받쳐줄만한 선수가 있을때와는 차원이 다르죠.
게다가 묵묵한 편인 선수의 성격상, 팬들마저 선수를 믿고 나서지 않는 편이지요.
그냥 알아서 잘하겠지 믿고 지켜보는 팬들이 많았지요.
인터뷰만 봐도 이미 어른인 이제동이었습니다.
말을 아끼고, 다른이의 탓을 하지 않으며,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부담이 느껴질 정도로...
4. 너무나 빠른 골든 마우스.. 그리고 MSL 온풍기
임이최마가, 그리고 박성준이 드라마의 끝을 스타리그에서 썼다면,
이제동은 스타리그에서 써야할 이야기를 모두 써버렸습니다. 아직 드라마가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죠.
이야기를 만드는데 있어 엄옹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그런데 이제동은 이야기를 더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곳에선 이미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너무 짧은 시간에... 이윤열이 걸었던 만큼의 절반 밖에 안되는 시간에...골든 마우스를 얻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금뱃지를 먼저 얻었고, 남은게 골든 마우스 였다면?
이제동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이야기 더 많았을텐데, 이런 아쉬움을 갖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겁니다.
이제동의 스타리그 이야기가 끝나면서, 남은 스토리는...
리쌍록이라는 임진록에 버금갈만한, 기대를 모으는 경기로 완성되나 싶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MSL의 준비성에 이제동의 드라마는 끝에서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막장 드라마로 변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동 스스로는 전혀 의도 하지 않은 이야기.
타인의 의해 자신의 스토리가 무너져 버립니다.
5회 우승이라는 타이틀의 빛이 바래 버릴 정도로 말이죠.
5. 끝나지 않아서, 끝낼수 없어서,
드라마의 절정부분에서 그리고 결말에서 엄재경이라는 스토리의 완성자를 만나지 못한다는 것에
이제동의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가 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남은 것은 MSL 금뱃지 하나.
사람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신인때의 자세를 유지 하고자 노력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사람은 변합니다.
신인때 전략적인 모습이, 지금은 사라졌고,
많은 일정속에 하위 토너먼트, 리그 정도는 새 전략이 아닌 기본기로 승부하는 일이 빈번해 집니다.
권위를 상실한 MSL, 골든 마우스보다 동기 부여가 다소 적을 수 있는 금뱃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진로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에 따라 생각도 많아집니다.
한창 치고 올라오는 어린 신인들처럼 게임에 집중하기는 당연히 어렵습니다.
병역 의무도 고민할 나이입니다. 연애도 하고 싶은 나이입니다.
선수에게 게임에만 집중하라고 하는건 분명 무리일거라고 봅니다.
자신이 쌓았던 모든것을 부정하고는 신인때로 돌아가라고도 못하겠습니다. 그 곳까지 오르는데 소비한 노력을 알기에...
이제동 선수에게 남은 기록은 6회 우승, 그것 밖에 남지 않았을 만큼 거의 모든 기록을 갈아 치웠고,
뒤도 안돌아보고 달려 왔습니다.
6회 우승을 달성해버리고 나면 정말... 더 이상 연소할 무언가가 남지 않게 될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이 드라마의 끝에 결말이 어찌 되든간에, 묵묵히 박수를 보내주는 일만이 남은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아직 끝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타인이 아닌 스스로 드라마의 끝을 마무리하기를 바라기에,
적과 싸움에 지고, 동족에게 물려 쫓겨나는 추락한 폭군의 모습이 아닌,
진정한 왕의 모습으로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 마지막 불꽃을 더 밝게 태워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