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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4/12 23:41:40 |
Name |
Cand |
Subject |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마지막 이야기 |
뭐 일단 이미 자기가 선수라는 생각은 이제는 안하실테니까. 툭 터놓고 말하죠. 당신이라고 부를게요.
어차피 당신도 평생 해먹을 직장이라곤 생각지 않았을거에요.
실력 운운하기 이전에, 자기가 발을 담근 물이니 한번 정도는 살펴봤겠죠. 아. 얼마간 수영하다보면 더는 못하겠구나.
그래서, 그랬나요?
음. 당신은 아직 젊을거에요. 지금껏 살아온 날 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겠죠.
앞으로 당신이 살아갈 시간들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프로게이머란 직업을 가졌을때의 그 시간은. 당신이 생각하기에도 빛났을거에요.
좋은 추억으로만 남기기엔 아쉬운 순간이었겠죠. 그렇기에. 그 계단을 내려오고 나면, 더 이상 이런 기회는 없을것 같아서.
그래서, 그랬나요?
들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나요? 어려서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나요?
그래서, 그랬나요?
당신을 응원하던 사람이 있었을거에요. 당신이 경기에 나오건 나오지 않건, 당신을 바라보고 응원하고 격려해주던 사람이 있었을거에요.
아무도 없었다고 말하지 마요. 당신이 힘들어할때, 당신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걱정했을거에요.
그리고 당신은 지금 그 걱정을. 그 응원을. 그 격려를. 모두 진흙탕에 버려버렸죠.
후회하나요? 왜 그랬을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러지 않았을걸. 하면서. 지금 머리를 감싸쥐고 있나요.
그런 당신을 이해하기에 앞서. 용서하기에 앞서.
당신은 아나요? 당신이 받았던 연봉 대신, 초코파이를 먹으며 멋쩍게 반찬 좀 부탁드린다고 웃었던 선배들의 옛 이야기를.
당신은 아나요? 당신이 이번에 받을 돈 몇푼을 생각하고 있을때, 당신의 경기를 숨죽이며 지켜보던 팬들과, 팀과. 동료들이 있었단걸.
당신은 아나요? 당신이 피식 웃으며 적당히 하던 아까 그 경기를 위해, 잠을 잊어가며 마우스를 놓지 않았던 상대방의 땀과 노력을.
안다면,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모른다면, 당신은 더 나쁜 사람이에요.
근데. 알아요? 당신은. 그 노력들을. 그 마음들을. 그 추억들을. 빛바랜 사진첩 속으로 넣어두게 만들었어요.
사람들은 이제 말하더군요. 어차피 게임 하던 놈들이 다 그렇고 그렇지. 처음부터 알아봤다고. 역시 안될 놈들이라고.
알아요? 그 편견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을? 편견을 없애기 위해 들여왔던 시간들을?
임요환 선수가 방송에 나가서 말도 안되는 질문을 받아가면서도, 머쓱한듯 웃으며 차분하게 말할때.
'게임중독자, 사회부적응자? 아냐. 봐. 이런 사람들이 있는 곳이야.
이런 사람들이, 앞뒤 안가리고 젊음을. 열정을 쏟고 있는. 그런 곳이야.'
라고 생각하며 뿌듯해했던 사람들을?
그런데. 다시 돌아가려해요. 그때보다 더 어두운 곳으로.
힘들었다면 말하지 그랬어요. 돈이 조금 더 필요했다면 말하지 그랬어요.
그렇게 하지 않고 당신이 선택한 방법이. 그 사람들에게 얼마나 잘못을 지었는지 알아요? 우리들에게 얼마나 잘못을 지었는지 알아요?
어둡네요.
어두워짐은 새벽을 맞이하기 위함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 밤은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요.
일단은 잠깐 울고 올게요.
10년분의 추억만큼은 울고 올게요. 그래도 미련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일단은 잠깐 울고 올게요.
그리고 제가 돌아오면 당신이 이 일로 인해 받을 수 많은 아픔에 더해서. 제 슬픔도 함께 가져가세요.
그러나 그래도 아마. 전 당신을 평생 용서하지 않을거에요. 그 정도는, 이해해주겠죠?
10년분의 추억을 흙발로 짓이긴 당신이거든요.
그러나 짓이기기 전까지도 전. 당신들을 믿었거든요.
그러니까. 이해해주세요. 당신이 가져간 돈 몇푼에 대한, 형체없는 댓가라고 생각해주세요.
어둡네요.
새벽은. 다시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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