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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4/08 00:19:04 |
Name |
kimera |
Subject |
전태양선수에 관한 소고 |
제가 처음으로 이 선수를 보았던 것은 초등학생으로 아마추어 리그에 나왔을 때였습니다. 그의 경기 방식에 대해서 들었던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군계일학”
그 아마추어 리그에 나왔던 그 누구와 비교해도 전혀 다른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죠. 그렇게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마추어리거는 제가 기억하는 한 현재 SKT의 박용운 감독 말고는 없었습니다. 그와 전태양 선수가 다른 점이 있다면 전태양선수는 뛰어난 컨트롤과 전략적인 마인드를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박용운 감독은 나이 때문에 컨트롤이 전략을 딸아가지 못한다는 거였습니다.(박감독에겐 직접 이야기 못했던 말, 이제야 해봅니다. “박감독, 커리지매치 대진 운이 나빠서 떨어졌던 게 아니라 그냥 손이 삐꾸여서 떨어진거에요. 제발 이제 인정해요..”) 이야기가 엄한 사람에게 튀었지만 여하튼 전태양 선수는 전략전 마인드와 전술적인 컨트롤이 모두 갖추어진 선수였습니다.
이 선수를 보면서 당시 막 우승을 하면서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던 이영호 선수와의 비교를 안 할 수가 없었지요. 나이 때문에 앞으로 어디까지 올라 갈수 있을지 감히 짐작도 안돼는 선수가 두 명이나 나타났으니, 나름 꽤 즐거웠지만 제대로 볼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건강 문제로 인해서 e스포츠 쪽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전혀 없었거든요. 요즘에 몸이 좀 괜찮아 지면서 다시금 예전 경기부터 찾아보고 있습니다.(매일 새벽 3시부터 오전 7시까지 방송하는 스타리그 2000 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죠.) 여하튼 요즘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한참 거의 모든 경기를 챙겨보고, 게임단의 리플레이나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면서 소고를 쓰던 시절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그 수준이 높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 점 가감해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변명한다고 이상하게 글이 흘렀네요. 여하튼 면피성 발언은 다 했으니, 제가 본대로, 제가 느낀 대로 작은 소고를 써보겠습니다.
전태양의 게임은 “재기발랄”합니다. 그리고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아기자기합니다. 예전에 적었던 프로게이머 소고 중에서 임요환 선수와 이윤열 선수에 관한 것이 있습니다. 거기에 임요환에 대해서 정의 한 것이 “나도 가난하니까 너도 가난해라.” 라는 것이었고, 이윤열 선수에 관한 것은 “내가 병력을 모으는 동안 넌 모우지마”였지요. 전태양의 스타일은 이 둘을 합쳐놓은 것입니다. “제가 부자가 되는 동안, 님은 가난해지세요.”(전태양군의 나이를 생각해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전태양의 게임을 보면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은 바로 “게릴라전”입니다. 이 것은 황제 임요환을 탄생시켰던 것과 거의 비슷합니다. 끊임없이 들어가는 소수병력의 움직임이지요. 소수 병력이 가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은 엄청나게 뛰어난 컨트롤 실력입니다. 이점을 보면 임요환 선수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철저하게 다른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 임요환은 그 게릴라로 뽕을 뽑아서 게임을 끝내려 했다면 전태양은 그게 아니라 그 동안 돈을 모은 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게릴라전을 걸면서도 멀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사실 이 멀티를 하는 모습을 잘 보면 과거 이윤열 선수가 게임에서 보여주던 벌처나 소수 바이오닉으로 상대방의 다수 병력을 잡아내면서 탱크병력을 모으면서 멀티를 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차이점은 이윤열 선수의 경우 탱크 등의 주요 대규모 병력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고 멀티는 그 병력을 모으기 위한 최소한만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주로 타격하는 상대방의 목표가 자원도 있지만 상대방의 병력도 타격한다는 것이죠. 그에 비해서 전태양 선수는 철저하게 상대방의 자원 줄만은 공격합니다.
이런 전태양 선수의 스타일은 4월 7일 있었던 진영수 선수와의 경기에서 잘 보여주는데요. 자신의 병력을 계속해서 소비하면서도 멀티의 일꾼은 계속해서 털어줍니다. 그 때문에 초기에 매인 병력 싸움에서 밀려서 위기가 오기도 했는데요. 결국은 그것을 넘어서 엄청난 승리를 합니다. 혹자는 그때 진영수 선수가 다리를 건너 들어갔으면 이기지 않았을까 이야기를 하기는 하는데요. 그 상황을 잘 보면 상당수의 일꾼들이 죽은 상황에서 잘못 들어가서 SCV 디펜스와 기타 일꾼 러시로 어영부영 막히고 났을 때는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었다는 거죠. 특히나 경험이 많은 진영수 선수로는 그 상황에서 상대방을 조여 놓고 오히려 멀티를 늘리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의 판단은 확실히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때 전태양 선수는 상대방이 자원을 제대로 캐지 못하도록 게릴라전을 멈추지 않으면서 9시에서 자신이 부유해질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이죠.
이런 형태의 운영을 전태양선수가 가장먼저 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임요환 선수도 자주 했었고, 이윤열 선수도 종종 보여줬던 방식이기 때문이죠. 상대방 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지는 것은 직접적으로 승리를 가져오지는 않아도 승리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곤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자원은 요소라는 거죠. 즉 직접적인 승리를 이끌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요환선수는 작은 병력으로 상대방의 자원줄을 결국은 완전히 끊고 마침표를 찍으려 하는 것이고, 이윤열 선수는 상대방을 압도할 병력을 모으려 하는 것이죠. 전태양선수의 승리의 법칙은 이런 면에서 뭔가 모자란 점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마침표를 찍는 방법이 없는 거죠. 그런데 전태양 선수가 진영수 선수와 경기를 할 때 보여준 몇몇 모습을 보면 쉽게 추측해볼 수가 있습니다.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일부 병력은 게릴라를 위해서 빼돌렸을 경우에 생기는 주력병력의 공백을 그가 해결하는 것을 보면요. 그는 몇 가지 방식을 사용하는 대요. 우선 주 병력을 소비하기보다는 최대한 유지하는 결정을 합니다. 진영수 선수와의 경기에서 그냥 싸워주면 그래도 적당히 이익을 볼 거 같은데 뒤로 빼주는 것과 같은 운영이죠. 완벽하게 전태양 선수의 상황을 알 수 없는 상대방은 전태양 선수가 얼마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게 됩니다. 또 필요에 따른 극 상성의 유닛을 뽑거나 싸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유닛을 뽑아서 공백을 메우는 것입니다. 진영수 선수와의 경기에서 사용되었던 레이스가 여기에 해당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불리한 시간에 대량으로 생산하는 벌처 등도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의 자원줄은 막으면서 자기 자원 줄은 철저하게 지키는 방어도 그의 유닛 분산도 그의 최후의 일격을 만드는 힘이 됩니다. 상대방의 자원을 충분이 끊고 어느정도 전투에서 충분한 승리를 차지했다면 이제는 방어를 위해서 요소요소에 분산되었던 병력을 모으는 것입니다. 이 때의 전태양은 이윤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전태양 선수의 능력을 조금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임요환 선수처럼 상대방의 자원을 끊고 박성균 선수처럼 상대방의 흐름을 끊는 유닛을 보여주고 이윤열 선수처럼 최후의 일격을 날립니다. 그리고 이 전혀 다른 선수들의 스타일을 하나로 묶어서 보여주는 전태양 선수의 재기발랄함이 있지요.
이런 선수가 있다는 것은 한동안 e스포츠 판을 보면서 즐겁게 할 거 같습니다. 그의 성장하는 모습과 언젠가는 있을 제대로 있을 이영호, 이재호, 염보성 선수 등과의 동족전도 보고 싶군요. 무척 즐거울 거 같아요.
from kimera
사족 하나: 우선 추게에 있던 제 글들은 예전에 제가 일하던 회사에서 지워 줄 것을 종용해서 당시 일의 경중을 구분하지 못하고 지웠습니다. 다시 올리기에는 스스로 부끄러운 점이 많아 그냥 제 개인 블로그에 공개해 놓고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이 있으시면 언제나 가져가셔도 되고, 출처를 적으실 때에는 pgr21.com으로 해주세요. (지금 올리는 이 글을 포함해서)그 글들은 pgr이 아니었으면 쓸 수도 없었던 그리고 제가 쓴 글이지만 그 권리는 pgr21.com과 그 사용자 분들에게 있습니다. 혹시나 있을 수 있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지금 확실히 해놓습니다.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것은 이영호 선수에 관한 소고네요.
사족 둘: 생각해보면 참 웃기는 이야기인데요. 절대시대의 황혼 시리즈는 일단 잠정 중단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절대시대가 끝났다가 제 개인 적인 의견이었는데 안 끝났더라고요. 모 e스포츠 기자의 사석에서의 말을 빌려서 말씀 드리면, ‘저 이영호를 누가 이기냐!’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영호선수의 총 100패를 축하드립니다. 300전이 넘으면서 이제야 100패라니 어이가 없을 정도의 강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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