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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4/06 11:32:43 |
Name |
루크레티아 |
Subject |
사람은 사람이 만든다. |
이영호 선수의 위너스 리그 대활약으로 다시금 불 붙은 본좌론이 참 흥미진진합니다.
본좌라는 것이 시초는 마재윤 선수의 별명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냥 '시대를 지배하는 최강의 선수'라고 정의 내려도 될 듯 싶네요. 그렇기에 본좌의 계보가 만들어지고 '임이최마'라는 명칭이 생겨났지요. 승부를 겨루는 게임에서, 그것도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에서 본좌, 최강자라는 칭호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반드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사항입니다. 아무리 최강자 논쟁의 불식을 원하는 이들이 있더라도 그들은 소수일 뿐. 사람이 승부욕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이상, 최강에 대한 열망은 도저히 사그러들 수 없습니다.(본좌론의 종식을 원하시는 분들은 그저 승부욕의 표출이 남보다 적으신 것 뿐입니다. 딱히 본좌론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비웃고 한심하게 여길 이유는 없습니다.)
본좌로 인정받기 위해서 선수 본인이 갖추어야 할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알기 쉬운 것은 우선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임이최마의 사항에 대입을 시키는 것 입니다. 우선 양대 리그의 우승과 준우승에 대한 커리어를 들 수가 있겠습니다. 또한 시대를 지배했던 포스와 트렌드가 되는 전략과 컨트롤이 있겠고요. 마지막으로 이 선수에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정말 특이한 플레이시에 느껴져 나오는 아우라를 들 수가 있겠습니다.(여기서 말씀드리는 포스와 아우라는 좀 다릅니다. 포스는 말 그대로 경기를 압도적으로 이겨버리는 사항이라면, 아우라는 그냥 이 선수에 대해서 끌리게 만드는 플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세부적으로 파고들어 간다면 승률, 결승 진출 횟수 등의 여러가지 사항이 있겠지만 큰 그림에서 본다면 이 정도의 사항이면 본좌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선 인물들로 인정받고 있는 과거의 4대 본좌들은 이 사항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다들 우승과 준우승 경력이 화려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압도적인 포스들과 재기 넘치는 플레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왜인지 잘 모르지만 이 선수가 플레이 하는 것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 선수를 응원하게 만드는 아우라도 가지고 있지요. 이러한 아우라를 보유한 선수들이기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충성도 높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팬들은 이제나 저제나 선수들이 다시 부활하기만을 손꼽아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이제동 선수와 이영호 선수는 어떤가요? 우선 이제동 선수는 위의 사항을 모두 만족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동 선수의 커리어는 이미 더 이상 말하면 입이 아픈 수준의 대단한 커리어입니다.(물론 진행형이기도 하지요.) 게다가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보여준 엄청난 포스,(우스갯소리로 나왔던 '화난 이제동'에 대한 이야기는 왜 더 이상 안나오는지 모르겠네요. 그 때에 나왔던 '이제동 선수 화났다. 눈빛 봐라.'이라는 말이 이제동 선수의 포스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뮤탈 운용과 저글링 컨트롤에서 보여주는 극강의 플레이, 플레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등은 이미 위의 조건을 다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영호 선수는? 나머지는 모두 충족하지만 아쉽게도 커리어가 약간 부족합니다. 물론 지금의 사기적인 포스와 전적을 감안한다면 이영호 선수의 머리 속에 무슨 벼락이라도 내리치지 않는 한은 최소한 우승 커리어 2개 정도는 더 추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제동 선수는 '선수'로서의 조건을 모두 충족한 셈이고, 이영호 선수는 충족할 것이 확실시 되기에 두 선수 모두 본좌의 조건은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린 사항은 기본적으로 '선수'가 갖추어야 할 사항입니다.
이제부터는 그 선수의 '팬'이 갖추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본좌라고 불리는 선수의 팬들(극렬 빠가 아닌 지극히 상식적인 팬들입니다.)은 절대로 자신이 응원하는 본좌를 위해서 다른 선수를 폄하하지 않습니다. 물론 과거에는 임요환 선수와 이윤열 선수의 팬들이 싸우고, 마재윤 선수의 팬들과 다른 모든 팬들이 싸우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일일 뿐. 지금은 누구나 다른 이들을 인정하며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가 다시금 부활의 날갯짓을 하기만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를 폄하하지 않는 한은 절대로 먼저 다른 선수를 깎아내리지 않습니다. 비교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선수를 보고 응원하고 있을 뿐입니다. 본좌인 선수들의 팬 역시 팬들 중의 본좌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제동, 이영호 선수의 팬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 선수에 대한 칭찬글이 올라오면 아쉬운 리플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선수의 칭찬글 중에는 다른 선수들의 깎아내림이 들어있는 글이 존재합니다. 이제동 선수의 칭찬글에는 '그래도 포스는 이영호가 더 낫다.'라는 멘트가 항상 존재하며, 이영호 선수의 칭찬글에는 '커리어는 이제동에 비하면 한참 달리는 수준이다.'라는 멘트가 있습니다. 게다가 서로 이러한 사항들을 '옳다.'라고 주장하기에, 서로를 인정하기 보다는 서로의 주장이 '옳지 않다.'라고 단언하기에 끊임없는 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인데, 언제 자신이 주장하는 사실이 거짓으로 변모해버릴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을 주장하는 논쟁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지금처럼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팬들의 상태는 절대로 선수를 본좌로 만들 수 없습니다. 시대를 지배했던, 지배하는, 지배 할 최강자인 두 선수는 최강자로의 즉위식도 끝마치지 못한 채로 이 판의 종결을 보아야 할 지도 모릅니다.
본좌 논쟁은 인간으로서는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논쟁입니다. 승부욕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는 한은 이 논쟁이 없어질 확률은 지극히 희박합니다. 이것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논쟁을 이끌어 갈 필요가 있습니다.
앞선 4대 본좌들은 신도 아니고 기계도 아닌 사람입니다. 그들이 스타를 모르는 이들에게까지 인정을 받고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팬들이 그 본좌들의 플레이 수준 만큼이나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5대 이후의 본좌가 나올 수 없다면 이는 이전의 본좌들의 팬만큼의 성숙한 팬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팬들의 영향이 클 것입니다.
사람은 사람이 만들고, 본좌는 본좌에 준하는 팬들이 만들게 됩니다. 자신의 선수가 본좌가 되길 원한다면, 선수에 걸맞는 성숙한 팬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수들은 이미 충분히 성숙한 상태이며 모든 조건을 갖추었습니다.(인터뷰를 보십시오. 이 이상 성숙하고 대단한 선수들이 어디있습니까?) 이제 남은 것은 팬들이 그 자격을 갖추는 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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