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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4/04 12:06:56
Name becker
Subject 리쌍록은 오는가.
프로스포츠(이 글에서는 이스포츠로 한정)에서 팬들의 관심과 선수들의 밥줄을 이어주는, 가장 간단하고도 확실하게 스포츠의 철학을 꿰뚫는 물음은 "누가 제일 쎈가?"이다. 저러한 의문의 결과물은 비단 논란많은 본좌론 뿐만이 아니다. 그냥 간단하게 말해 프로스포츠에서 챔피언을 가리는 대부분의 모든 시스템들이 저 순수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방법들로 구성되어 있다. 광안리에서 가리는 최강의 프로팀, 36강부터 시작되어 16강, 8강 이후 토너먼트를 거친 스타리그, 그리고 시드재분배를 통한 MSL의 리그 방식... 제각각 그 방법은 다를지는 몰라도 어쨌든 "제일 스타크래프트를 잘하는 놈"을 가리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여지껏 리그는 진행되어 왔다.


2010년 4월의 어느날, 피시방에서 왼손으로 담배를 문채 열심히 "3/3 헌터유이꿀벅지@@"에서 팀플을 즐기고 있는 아저씨에게 "지금 프로게이머들중에 누가 제일 쎄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그 아저씨는 "그래도 아직은 임요환이죠"  두 말할것 없이 "이영호"라고 대답할것이다. 이건 단순히 헌터유이꿀벅지에서 게임하고 있는 백수 아저씨의 대답이 아닌, 스덕 백이면 백이 동의할 시대가 도래한것이다. 그렇다면 저 물음 뒤에 자연스레 오는 다음 물음은 간단하다. "그럼 누가 상대할것인가?"


꼼빠들이 좋든 싫든, 어쨌든 현재 시점에서 이영호의 기세를 꺾을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대항마는 이제동이다. 실제로 이영호의 현재포스는 지난 10월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6개월동안의 무적여정중에 다전제에서 진 경우는 네이트 MSL 결승 이제동전이 유일하다. 그러니까 이제동이라면 어쨌든 '이영호라면'을 부정시킬수 있는 그릇임에는 충분하다는것이 이미 입증이 되었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이제동은 슬럼프라고 생각될 수 있을정도의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전태양에게 개인리그에서 내리 3연패, 위너스리그에서의 부진 등은 그가 최근 1년간 세 개의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던 사기 캐릭이였다는것을 조금씩 망각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동빠가 아닌 스타팬의 입장으로 지켜보아도 이제동의 실력이라는 것은 어떨때는 회생할수 없을것 처럼 떨어져 있다가 어느순간에는
가늠할수 없을정도의 무시무시한 포스를 뿜내왔다. 솔직히 지금의 이제동의 하락세는 일시적인것이라고 믿고 있고, 또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회이다. 어쨌든 그는 스타리그에서 스스로 이영호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에 안타까워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동과 이영호는 아무리 빨라도 프로리그 4라운드에서 한번, 또 다른 다전제는 아무리 빨라도 차기 MSL 결승전이 유일하다. 개인리그의 역사에서 똑같은 두 선수가 두 시즌 연속으로 결승전에서 맞붙은 적은 스타리그 10년사를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어쨌든 임요환/이윤열의 전성기때는 이벤트전이 꾸준했었고 그래서 사대천왕이 계속해서 스토리를 쌓아나갈 여지가 충분했었다. 최연성과 삼신의 스토리는 현재의 프로리그가 아닌 팀리그나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스니커즈 올스타리그에서 계속되었기에 많은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마재윤이야 말로 어쩌면 저러한 이벤트전/팀리그/프리미어리그 같은것과는 거리가 먼 케이스였는데, 그러한 그에게도 슈퍼파이트는 존재했다. 마재윤vs이윤열이라는 매치업은 신한은행 시즌 3결승에서 달성되기 이전에 이미 슈퍼파이트에서 만나 최고의 경기를 펼친 바가 있다.




"누가 제일 쎈가?" 라는 원론적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 굳이 32명, 혹은 16명이 참가하는 리그를 만들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봤을때 가장 실력이 좋은 두 놈, 혹은 그 이상을 맞붙히는 특별대진의 존재도 저러한 물음에 충족시켜준다. 작년 이맘때쯤 택동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을때, 둘이 직접 만날기회는 없었더라도 어쨌든 곰 클래식 특별전을 통해서라도 팬들의 물음에 약간은 대답할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물론 특별전 경기자체는 약간 미묘하게 진행됐지만...) 그러나 이제는 그 마저도 없다. 만약에 이영호와 이제동이 남은 프로리그에서 만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번 MSL에서 만나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적어도 4개월간, 길다면 반년 넘게는 리쌍록을 보지 못할수도 있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 이영호의 포스가 이어져서 이영호가 현재의 위치를 고수한다면 엄청난 찬사를 받겠지만, 그럼에도 세계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제일 잘하는 두 선수가 만나지 못한다면 현재의 리그 시스템이 약간은 원망스러울 것만 같다. 이번 봄에 우리는 리쌍록을 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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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04 12:17
수정 아이콘
그 아저씨는 "그래도 아직은 임요환이죠" 두 말할것 없이 "이영호"라고 대답할것이다.

아..아저씨가 한입으로 두말하고있어!?
칼잡이발도제
10/04/04 12:22
수정 아이콘
현재 두선수의 랭킹을 고려해봤을때, 올봄에 다전제에서 만날가능성은 딱하나, MSL 2010 시즌1 결승전뿐이겠네요. 그런데 네이트배의 악몽을 떠올린다면 어쩌면 이 매치업조차도 환영받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당연히 보기야 하겠지만...)
용접봉마냥눈
10/04/04 12:49
수정 아이콘
택뱅리의 전성기라면 이영호 선수 충분히 상대할만하나, 최근 다른 선수들의 기세나 피지컬이 확실히 전성기에 비해 떨어져있음이 느껴집니다. 확실히 어린선수를 따라잡긴 힘든가 봅니다.

예전의 마재윤선수 전성기때... 그래도 이윤열이라면... 이라는 많은 가정을 했던거와 비슷해보이네요.
The Drizzle
10/04/04 13:08
수정 아이콘
4월만 지나면...
10/04/04 13:12
수정 아이콘
음. 슈퍼파이트 같은것 있으면 정말 좋겠네요. 확실히 두 선수가 온겜 결승에서 맞붙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이번시즌은 물건너 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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