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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4/04 12:06:41 |
Name |
The xian |
Subject |
2009-2010 위너스리그의 대미(大尾)에서 느끼는 재미와 묘미 |
* 글 서술의 편의성을 위해 평어로 씁니다. 양해 바랍니다.
이영호 선수의 역삼킬로 KT가 김정민, 이윤열, 홍진호, 강민, 박정석 등등의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거두지 못했던 팀단위 리그 우승을 거두었다. 정말 꿈에 그리던 우승이었을 것이다.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던 팀리그라는 흐름이 오랜 동안 단절되다가 작년 위너스리그로 부활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고 그 끝이 조병세 선수의 역올킬로 화려하게 맺어졌던 것을 떠올리면 이번의 마무리 역시 그 때의 마무리만큼이나 화려했다. 물론 큰 관심 없이 경기 결과만 보는 사람들은 역삼킬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작년 위너스 리그 결승에서 조병세 선수의 역올킬보다 덜 극적이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역삼킬이니 역올킬이니 하는 눈 앞에 놓여진 기회는 선수 자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홈런 타자 앞에 누상에 나간 주자의 수와 같아서 그것을 가지고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그 경기를 직접 봤다면 그런 소리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작년 조병세 선수의 역올킬이 위너스리그 방식에서 '누구라도 최후의 1인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일말의 가능성이 필연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위너스리그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 결과였다면 어제 이영호 선수의 역삼킬은 '포스의 가호를 받은 현존 최강의 선수'가 자신을 둘러싼 일말의 가능성을 무너뜨리며 필연으로 자리잡은 결과였다고 본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당시 CJ와 화승의 결승전에서는 조병세 선수가 대장으로 나와 이제동 선수를 꺾는 그림까지는 그려볼 수 있었다 해도 - 과거에 이제동 선수를 스나이핑한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 올킬이라는 그림까지 그려보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조병세 선수가 당시 포스의 가호를 받은 선수도 아니었지만 2010년 KT와 MBC게임의 결승전에서는 KT의 이영호 선수가 MBC게임의 이재호 선수와 더불어 최고의 포스를 내뿜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KT의 다른 선수가 무너졌을 때 이영호 선수가 대장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은 마치 과거 이윤열, 박성준 선수처럼 팀을 위해 프로리그 엔트리에 개근하다시피 했던 선수가 엔트리에 없을 가능성과 마찬가지였고. 결국 올드팬들이 떠올리는 '최연성을 이겨라'팀리그나 작년 위너스리그의 '이제동을 이겨라'표 결승전처럼, 이번에는 '이영호를(혹은 이영호가) 이겨라' 라는 특명을 받은 결승전이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작년에는 '이제동을 이겨라'에 성공한 CJ가 이제동 선수를 잡아내고 그 이후 다른 선수를 계속 잡아내면서 시합 중에 각성한 조병세 선수의 대활약으로 이긴 것이라면 이번에는 이미 시합 전에 '득도'해서 각성 상태가 되어 버린 이영호 선수가 다른 선수들을 잡아내면서 KT에 우승을 안겼다고 봐야 하려나.
어제 하태기 감독님은 이지훈 감독님과의 엔트리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이지훈 감독님이 우정호 선수를 내세워 이재호 선수를 이긴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하태기 감독님에게는 이재호 선수가 무너진다 해도 차봉으로 염보성 선수를 내보내 이영호 선수를 - 그게 대장전이든 아니든 - 빨리 끌어내겠다는 복안이 있었던 것 같으며 그것은 제대로 허를 찌른 결과였다. 물론 뒤에 이영호 선수가 있으니 가능한 엔트리였겠지만 이지훈 감독님이 박지수 선수를 내보낸 것은 박지수 선수가 그 전까지 '프로리그의 염보성' 선수에게 프로리그에서 전패를 당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다만 하태기 감독님이 내민 경우의 수를 이영호 선수가 너무도 잘 받아쳤다. 염보성 선수는 중반 이후부터 이영호 선수를 따라잡을 만한 속도를 보여주지 못했고, 박수범 선수의 뒤가 없는 패스트 다크템플러 작전은 아무리 봐도 예상 범위 안이었다. 김재훈 선수의 캐리어는... 김태형 해설위원님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만일 기존 프로리그라면 소위 말하는 논개작전을 써서 이길 수도 있었겠지만 위너스리그의 승자연전 방식에서는 한 명의 각성한 선수를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그 자리에서 시합을 하나하나 거치며 '진화'하고 각성한 선수이든, 아니면 처음부터 '득도'해서 각성한 선수이든 말이다.
그리고 그래서 위너스리그는 재미있다. 이번 결승처럼 당연히 필연을 만들 것 같은 선수가 그대로 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혀 의외의 선수가 올킬을 할 수도 있고 당연히 올킬을 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선수가 미끄러질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싸울수록 강해진다'는 만화나 SF 소설 등에서 나올법한 설정을 실제로 경험할 수도 있고, 3킬까지는 별 변화가 없던 선수가 올킬을 목전에 두고 동요한 나머지 비틀거리다가 혹은 이기고, 혹은 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물론 동요하는지 하지 않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투명한 선수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 황신의 가호(!)로 10년 무관의 한을 푼 KT 롤스터 팀에 축하를. 그리고 7세트까지 접전을 펼쳐준 MBC게임 히어로 팀에 격려를.
- The xian -
P.S. 작년과 같은 증상이 일어난다. 이제 남은 프로리그는 대체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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