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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3/19 10:47:03 |
Name |
彌親男 |
Subject |
임요환 선수로 알아보는 4대천왕 |
현재의 e-sports 판의 최강자들을 부르는 말로 택뱅리쌍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 선수가 최강의 자리를 오래 지키기 힘든 e-sports 판의 특징때문인지, e-sports 판의 최강자들은 흔히 한데 묶여서 호칭을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토스의 최강자들을 묶은 6룡. 저그를 묶는 이름 '조진락' '변태준' '마준동'. 2004년 갑작스레 등장한 신인테란 '욱 브라더스'라던가 (이 욱에는 전상욱 선수가 들어갔다 빠졌다 했습니다.) 그 이전에 온게임넷에서 갑작스레 이름을 붙였던 '신인 4인방' (이윤열, 김현진, 서지훈, 박경락) 등입니다. 하지만, 이 중 원조라면 단연 4대천왕을 뽑을 수 있을 텐데요. 얼마전에 대한항공 스타리그 관련 동영상으로 쓰이는 등 현재까지 그 이름을 이어오고 있는 4대천왕. 그 4대천왕을 임요환 선수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한번 다뤄봤습니다.
1. 황제의 탄생(?)
1998년 스타크래프트 발매 이후부터 치면 햇수로만 12년이 된 e-sports 판. 밖에서 보면 순탄하면서 무난하게 성장을 해 온 것 같지만 사실 이 판이 완전히 사라질 뻔 한적이 몇 번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위험했던 순간으로 생각 되는 것이 2000년 후반에서 2001년 초반이었습니다.
이때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팀들이 (거의 대부분 길드가 약간 발전한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거의 모두 해체되는 시기였고, 오프라인 대회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해 짐에 따라 파이가 축소되었고 거기에 정기적인 방송리그였던 스타리그도 차기 대회 개최가 불투명하다는 소문도 들려왔던 때입니다. 물론 한빛소프트에서 팀 창단도 하면서 스타리그 후원도 맡는 등 여러 도움을 주면서 이 판이 더 크게 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판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요환 선수가 스타리그 2회 연속 우승을 하고, WCG 우승을 하는 등 온갖 대회를 휩쓸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릅니다. 물론 뛰어난 활약을 거둔 몇몇 선수들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춘추전국시대의 성격을 띠고 있던 이 판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강자였지요. (그것도 방송경기를 휩쓰니까요.) 더군다나 임요환 선수가 플레이하던 종족은 물론 처음만큼은 아니었지만, 당시 3개 종족 중에서 가장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테란. 그래서 였을까요? e-sports판은 임요환 선수에게 상당수의 포커스를 맞추면서 판을 키워왔고 그 결과 지금은 임요환 선수의 커리어를 뛰어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지만 아직도 프로게이머하면 임요환 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박히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딴 얘기 : 그래서였을까요? 워3에서는 초반 가장 숫자가 적고 가장 약한 종족이라고 여겨졌던 오크의 거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이중헌 선수가 인기가 가장 많았었습니다. 그러던 오크가 이제는 나엘, 휴먼과 함께 밸런스를 잘 맞추는 종족에 속해 있으니 워3가 정말 스타크래프트처럼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역시 블리자드의 RTS는 3개 종족일 때 최강일까요? 농담이구요.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언데드 선수가 짠하고 나타나서 오크들을 다 박살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선수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될까요?
2. 그리고 라이벌이 존재했다.
스포츠에서 가장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경기는 라이벌 매치입니다. 옛날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부터 시작해서 테니스 같은 경우는 나달과 페더러. 팀으로 본다면 셀틱과 글레스고 레인저스, 레알과 바르샤 등등 최고의 자리가 하나인 것 보다는 그 최고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두명의 선수가 있을 경우에 오히려 더 흥미있고 재미있는 경기가 많이 나오게 됩니다.
이 얘기를 e-sports 판으로 끌어오면 딱 맞는 조합이 나올 것입니다. 바로 임진록인데요. 사실 스타덤에 오른 임요환 선수의 라이벌을 뽑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스타리그 데뷔 동기. 비슷한 실력. 결승에서의 명경기 등 억지로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임요환 선수가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임요환 선수의 라이벌이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다가 그 라이벌이 항상 임요환 선수에 가로막혀서 준우승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스토리가 되었다면?
임요환 선수와 홍진호 선수의 경우와 같이 결승에서 2번이상 맞붙은 적이 있는 라인업은 10년이 넘는 e-sports 역사상 단 2조합 밖에 없습니다. (임요환 - 홍진호, 이윤열 - 조용호) 이렇게 시대를 통틀어서도 가장 치열한 라이벌이 등장하면서 이 판은 더욱더 발전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3. 임요환 선수의 천적도 존재한다.
올림픽공원 야외무대에서 치러진 SKY 2002 스타리그는 아직까지도 개인리그 사상 가장 많은 관중수를 기록한 결승전으로 남아있습니다. (약 2만명) 뭐니뭐니해도 이 대회의 최대 관심사는 듀얼토너먼트 포함 11연승. 스타리그 9전 전승을 기록중인 임요환 선수가 과연 박정석 선수를 상대로 우승, 가능하면 전승우승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상대인 박정석 선수에게 몇 주전 있었던 3차 KPGA투어에서 지기는 했습니다만, 온게임넷이면 다른 상황이 충분히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에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승에서 프로토스의 영웅이 탄생하게 됩니다.
항상 셀 줄만 알았던 임요환 선수앞에 실로 오랜만에 나타난 천적이었습니다. 물론 임성춘 선수가 임요환 선수를 잘 잡기는 했었지만 2001년 이후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죠. 하지만, 양대 방송사 리그에서 임요환 선수를 모두 꺾어버린 박정석 선수는 그 이후로 2003년까지 임요환 선수를 징하게 괴롭히면서 임요환 선수의 천적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심지어 마이큐브배 스타리그에서 두 선수가 붙은 경기는 테란이 거의 잡은 상황에서 그냥 운영으로 무난하게 져버리는 등 뭔가 박정석 선수만 만나면 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거기다가 종족은 또 정말 약하디 약하지만 가을만 되면 괴력을 보여주는 프로토스! 경기 스타일도 무당스톰에 토나오는 물량 등 보여주는 형식의 경기가 많았구요. 거기다가 다른 선수들도 물론 그렇지만 훤칠하게 잘 생긴 얼굴에 탄탄한 몸을 가진 경상도 사나이라는 점까지 곁들여져서 박정석 선수도 스타의 대열에 합류합니다. (그리고 온게임넷은 이후 2007년 다음스타리그까지 무려 6년동안 박정석 선수 게임 내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모든 방면에서 밀어주기를 시작합니다.)
* 전적 관련
임요환 선수가 박정석 선수를 상대로 5:5의 전적을 거두고 있습니다만, 임요환 선수가 이긴 경기의 상당수가 비공식전이고(비공식전 기준 7:3 임요환 선수 우위), 이 중에서도 공식전 비슷하게 인정을 받을 만한 리그는 KPGA 위너스 챔피언쉽과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두 경기이며, 이 경기의 전적은 1:1입니다. 나머지는 소위 말하는 '이벤트전'의 성격이 강한 대회들이었습니다. 공식전 전적 기준은 7:12입니다.
4. 임요환 선수와 반대되는 스타일의 테란 최강자
임요환 선수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방어 위주의 단단한 플레이를 하는 테란 종족 플레이어 중 전략적인 수를 자주 썼다는 것인데요. 즉, 남들 하는대로 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플레이하면서 성적을 냈다는 겁니다. 이러한 스타일은 어쩔 수 없이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데요. 임요환 선수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팬들 뿐만이 아니라 선수들 중에서도 임요환 선수의 스타일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 선수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임요환 선수에 반대되는 스타일을 가진 선수는 김정민 선수가 있었는데요. 단단하기도 하고 탄탄하기도 한 스타일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정석적인 플레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많은 찬사를 받았고, 임요환 선수의 테란 라이벌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상대전적 12:12 동률) 하지만, 김정민 선수는 본격적으로 e-sports판이 커지는 2001년 이후로 오히려 예전의 실력을 내지 못하고, 그로 인해서 안타깝게도 임요환 선수의 테란 라이벌로 인식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나타난 선수가 이윤열 선수입니다. 이윤열 선수는 등장함과 거의 동시에 1년동안 최강의 자리를 지키는데요. 우승만 4번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최초의 양대 동시 우승을 비롯한 이른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면서 순식간에 임요환 선수의 아성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윤열 선수는 임요환 선수의 전략과는 대비되는 ‘물량’으로 자신의 힘을 보여주는데요. 앞마당 먹은 이윤열은 이길 수 없다는 말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물론 김정민 선수나 동시대에 있었던 변길섭 선수. 그리고 이후 등장할 서지훈 선수와 같이 완벽하게 정석적인 테란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당시 임요환 선수와 대비되는 스타일에 있었던 선수만큼은 확실합니다. 어쨌건 2002년 이후로 이윤열 선수는 임요환 선수의 ‘최다’기록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록을 갈아치우는데 성공하며 테란의 최강자로 등극하게 되고 임요환 선수의 후계자라고 부를 수도 있을 제 2세대의 중추에 섭니다. (물론 이 후계자 관련은 최연성 선수가 등장하면서 망드립이 되고 맙니다.)
5. 4대천왕 끼리의 상대전적
임요환 vs 홍진호 => 35 : 31
임요환 vs 박정석 => 14 : 15
임요환 vs 이윤열 => 21 : 23
홍진호 vs 이윤열 => 23 : 27
홍진호 vs 박정석 => 23 : 25
이윤열 vs 박정석 => 26 : 17
임요환 vs others => 70 : 69
홍진호 vs others => 77 : 87
박정석 vs others => 57 : 63
이윤열 vs others => 76 : 63
최초경기 임요환 vs 홍진호. 홍진호 승 (2001 - 5 - 18, itv 한게임 서바이벌 16주차 in 스노우 바운드)
최신경기 임요환 vs 홍진호. 홍진호 승 (2009 - 12 - 3, IESF 스타 인비테이셔널 클래식 4강 A조 2경기 in 투혼)
10년동안 꾸준히 쌓아온 전적인 만큼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각 선수별로 나머지 3명과 100전은 물론이고 평균 130전 정도의 전적을 쌓았으며, 그렇다고 승률이 크게 밀리는 선수도 없습니다. 이들이 붙어온 그 경기 자체가 e-sports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6. 4대 천왕의 후퇴
그러나, 언제나 영원할 줄 알았던 4대천왕도 언제까지나 강력할 수는 없었습니다. 2006년 임요환 선수의 군입대가 기점이었을까요.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프로리그 출전 빈도수, 승률등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오히려 원래 프로리그에 자주 나오는 편이 아니었던 임요환 선수가 공군에 들어가면서 거의 전 경기를 소화해 내게 되죠. 그 이후 KTF에 있던 홍진호, 박정석 선수가 차례로 군에 입대하게 되고, 그래도 계속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16강과 8강에 진출하였던 이윤열 선수마저 허영무 선수와의 명 대전을 펼치고 현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의 기억속에 묻혀있고, 리그에 출전 하는 자체가 주목을 받을 정도로 거의 나오지 않게 된 4대천왕.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들이 예전의 강력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을지라도,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그들의 플레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4대천왕의 건투를 언제나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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