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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06 18:35:52
Name 아브락사스
Subject 슬프다... 실낱처럼 가벼운 팬심이여...
아마도 모르시는 분이 대부분일거라... 하지만 저 같은 유저 또한 수많을 거라 생각하면서 잠시 이야기 하고 싶어졋습니다...
피지알에 눈팅만 수년 + 어쩌다 글 하나 남기고 뻘쭘해하는... 스타를 사랑한지 어언 십삼사년 되는 중년의 게이머입니다...

개인적인 사정때문에 1월에 아주 잠시 스타를 지웠습니다...
아직도 어쩌다 한가한 날이면 리인스톨에 손이 가지만...
김유신이 말의 목을 베던 심정으로... 제갈량이 마속의 목을 치던 심정으로 버텨봅니다...
적어도 다시 만날때는 보다 떳떳한 모습이고 싶어서요...

그런데, 게임을 보는 것만큼은 타국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낙이라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얄팍한 제 결심을 탓하면서도... 배넷에서의 승률이 간신히 오할을 오락가락 하면서도... 저는 저를 게이머라 생각합니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스타를 사랑해서입니다...

그리고 스타뿐 아니라... 제가 스타를 보면서 잠시나마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해 준...
사대천왕과 구3대-신3대 프로토스와, 양박과 택뱅리쌍과 그리고 이름을 다 열거해주지 못해 미안한 모든 게이머들에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거기에 좋아하는 일에 승부를 걸었던 온게임넷, MBC게임, 진행자, 해설자, 그리고 모든 스텝까지도요...

오늘 한 가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다시 글을 한 번 내려놓습니다...
아주 예전부터 생각했던 글이지만... 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쓰고 싶었기에... 생각만 하다가... 몇 줄 끄적이다가...
이내 포기하곤 했던 이야기입니다...
(결국 다시 약간은 격양된 마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차분한 글쓰기는 쓰다가 포기할 때가 많았고 격양된 글 쓰기는 피하고 싶었서 미루다가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

죄송하지만 꼭 한 번 들어봐주시기를 처음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모든 글에 관심하나 가져주지 않아도 좋으니 이번 글 만은 꼭 그래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의 초반에 굳이 제가 저를 게이머라 이야기한건... 적어도 게임의 승패에 저는 연연하기 때문입니다...
지는 게임은 싫어도 리플레이를 보면서 뻔한 책망을 하곤 합니다... 그게 변명이라도요...
이기는 게임은 좋아라하며 리플레이를 (당연히) 봅니다...
운으로 이겼건 아니건 그 순간에 내린 제 판단에 가끔 감탄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프로게이머였다면...?
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승패에 연연했을겁니다.... 어떤날의 승리에는 기뻐서 정신을 못 차리고 또 어느날의 패배에는 잠을 못 이루겠죠...
게임에 자질도 없었고... 센스도 없었던 것에 그나마 감사합니다...
지금 저 화면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저보다 한참 어려서 이렇게 썼습니다) 칼날위에 서 있거든요...
저라면 위태위태해서, 견디지 못 했을 만한 그 무수한 칼날들 위에요...

제발 부탁드리건데...
XXX는 앞으로 안 봤으면 좋겠다...
OOO는 몰락했다...
AAA는 왜 인사하는데 건방지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인사하냐...
BBB는 내가 해도 이겼겠다...
CCC게임은 거진 다 OME다...

이런 이야기들... 칼날위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잘 벼른 칼 하나 세로로 꽂아놓는 이런 이야기들은 각자 일기장에 쓰는건 어떻습니까?
하루 잘하면 신으로 추앙받다가... 어쩌다 못하면 벼라별 소리를 다 감내해야 하는 피지알의 댓글들이 섬뜩합니다...

애정에... 좀 더 잘하라고... 채찍질 하는거 이해합니다...
저도 T1이 지는 날에는 좀 우울합니다...
재욱이가 자기 스타일대로 끝까지 밀어부치다가 결국 안 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에 깔끔하게 GG 안 치면... 안쓰럽습니다...
택용이가 많은 것들이 파악되고, 그래서 초반에 말리거나, 중반에 한 타이밍을 놓치고 무너지거나, 장기전끝에 쓰러지면 괜시리 짠합니다...

그래도... 다들 어린 나이에 어디가면 덕후 소리나 들을 법한 게임으로 업을 삼은 기특한 애들 아닙니까...
그렇게 글 쓰는 분들중에 몇이나 그런 리스크를 감당한 자신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당신이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컨디션이 안 좋은건 그럴만한 이유고...
아이들이 가끔 흔들리는 게임은...
굳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내 생각과 같은 이들의 동의를 구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의 잘못인가요...

선수들 말고도 많습니다...
게임을 잘 못 짚은 해설자 성토... 운영이 미흡했던 방송사 공격 (아 이건 제 생각에도 욕 먹을 만한 부분이 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정당한 비판이라는 보자기를 씌운채 밑도끝도 없이 사방을 향하는 칼끝들을 보며 가끔씩은...
"세상 모든 것들이 당신 뜻대로 움직여야 옳다고 믿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면 자신있게 대답드릴수 있습니다...
"세상에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라고요...

저 화면에서 보이는 선수들... 적어도 화면에 보이기 위해 무진장한 노력을 했던 아이들이고...
화면에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몇십배는 더 멋진 경기를 위해 땀을 쏟는 청(소)년 들입니다...

실낱처럼 가볍게 흔들리는... 곱게 위장된 팬심으로...
그들 가슴에 사선으로 생채기 내는 말들 이제 그만하는건 어떨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덕후소리 듣기나 딱 좋은 직업을 선택하고... 언제 고꾸라질지도 모르는 리그에...
그래도 모든 걸 걸고 있는 동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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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06 18:45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10/03/06 18:48
수정 아이콘
잘했다 하는것도 팬심이요

못했다 하는것도 팬심이요

하지만 CJ팬은 더이상 어찌해야될지..
No.34(Fabs)
10/03/06 18: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같은 맘입니다.
swflying
10/03/06 19:00
수정 아이콘
스타 선수들 뿐만 아니라 스포츠선수 연예인 등
모든 분야의 유명인들이 겪는 비난이고
그것이 인터넷이 낳은 최대의 폐해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의 땀 그들이 노력한 것, 그리고 그들이 입게 될 상처들은 아랑곳하지않은 채
자신들의 감정 분출만을 위하여 비난하고 헐뜯고
참 쉽게들 말하는 곳이 인터넷인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반성해야겠지요.
sO.Gloomy
10/03/06 19:24
수정 아이콘
이제는 팬들이 반성해야될 시대가 왔네요

왜일까요? 왜 팬이 반성해야되는 시대가 온거죠 ?
개미와의전쟁
10/03/06 19:29
수정 아이콘
왠지 그동안 OME, 막장 단어를 남발했던
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군요
캐간지볼러
10/03/06 19:49
수정 아이콘
제가 하고 싶었던 글을 그대로 써 주셨네요.
과연 특정 선수의 팬은 왜 팬일까요.
특정 선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경기력에만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경기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막장, OME, 의욕이 없다 등등 팬인가 의심스러운 말도 시원스럽게 나오죠.
아브락사스
10/03/06 19:54
수정 아이콘
survivor님// 예... 저도 이해합니다... 여전히 애정있는 비판의 유효성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못하면 못한다고 이야기도 해야죠...
다만 그 수위에서... (이것도 역시 제 잣대로 남들을 평가하는 것이지만...)
막장, OME, 몰락, 저질 등등이 너무 쉽게 나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오래되어서 글을 썼습니다...
CJ는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저도 듭니다...

그래도 우리가 사랑하면서 아껴주는한... 내일이, 다음리그가, 내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0/03/06 19:54
수정 아이콘
그저.. 추천 꾸~욱..
초보교사
10/03/06 20:00
수정 아이콘
T1팬으로써 요즘 힘드네요...
비형머스마현
10/03/06 20:21
수정 아이콘
티원 팬이지만 .. 공군팬이기도 한 오늘 ... 좀 씁쓸했지만 ...

그저 이 글을 보면 추천을 누르고 싶은 마음 밖에 없네요 ..
최연발
10/03/06 20:24
수정 아이콘
비판과 비난의 경계선은 모호하기만 하고, 좋아하는 팀이 경기를 계속 질때 채찍질을 해야 할지 좋은 말로 다독거려야 할지 그 선택이

어렵기만 합니다.

최근 공군의 2연승이 너무 기쁘기만 합니다. 저는 T1 팬이지만 그 이전에 올드선수들을 응원하는 편이어서, 공군 경기도 자주

챙겨보는 편인데 거의 매번 지기만 해서.. 2연승을 하기 전에는 공군팀 이럴바엔 없어지는게 낫지 않는가 하는 댓글을 쓰기도 했고

게임 게시판에도 분위기의 글들이 많이 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갔지 않습니까.

다음에 경기하면 멋지게 이겨서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내면 그만이지요. 사실 오늘 t1은 왕창 까여도 할말 없지 않나요?

1년도 아닌 몇년째 지속되는 저그의 부진, 오랜만에 출격했지만 어처구니 없는 경기력..

그런건 둘째치고 T1은 팬이라도 많으니 관심 받아서 이렇게 까이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나마 관심이 적은 팀은 성적이 더 나빠도

이야기가 덜 나오죠. 그게 더 슬픈 일인듯 합니다.
낙타입냄새
10/03/06 21:47
수정 아이콘
화이팅
멀면 벙커링
10/03/06 22:01
수정 아이콘
팀에 계속 도움이 안되는 선수라면 과감하게 엔트리 제외하고 새 선수 올릴 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비록 표현이 과격하긴 하지만 팬들이 물갈이를 외치는데 팀이 굳건히 그 선수를 믿는다는 건 '언젠가는 잘해줄거란 믿음'을 가져서 이기도 하지만 '계속 못했을 땐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닌가요?? 안타깝지만 티원팀 1군 저그들이 보여주는 플레이가 팬들한테 만족을 못해주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 선수들에게 좀 혹독한 비판이 문제라면 스타리그 2000번째 경기 때 나왔던 리플들 역시 문제가 되겠군요.
FreeSpirit
10/03/06 23:46
수정 아이콘
제가 생각하기에는 pgr에서 조차, 본인들은 정당한 비판이라고 생각되지만, 다른이가 보기에는 단순한 비난으로 보이는 문제에 대하여 말씀하시는게 아닐런지... 그리고 보통 pgr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fomos랑 코갤을 저급한 곳으로 동급화 시키시는 분들이 꽤나 보이던데...
그렇게 다른 커뮤니티를 평가하면서 정작 pgr내에서도 그들이 쓰는 언어와 별반 다를것이 없이 쓰는 것에 이야기하시는게 아닐런지...
지금 감기가 걸려서인지 제 정신이 아니라 제가 뭐라고 쓰는지 저 조차도 헷갈리기는 합니다만, 지혜로운 다른 pgr분들들이 잘 이해하시길 바래봅니다.
그녀를 기억하
10/03/07 11:2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다만 글쓴분께서 잣대를 이중적으로 대지 않는분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비판을 막 하지 않는것 처럼 칭찬역시 지나치게 하면 안되겠죠.

역으로 생각하면 몇판 이겼다고 선수를 신격화 한다던지, 붕붕 띄우는 행동 역시 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나친 찬양행위는 바로 부메랑으로 날아와 꽂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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